드디어 영화 <엽문 3> (국내 개봉명: <엽문 3 - 최후의 대결>)을 관람했다.


아... 이 영화가 개봉하기만을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던가.

처음에 영화가 국내에서 3월에 개봉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내 휴가를 영화 상영기간에 맞춰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구체적인 날짜를 알 수 없어 답답했더랬다. 그러다가 나중에 3월 3일에 개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얼마나 기뻐했었는지... (당시 내 휴가는 3월 3일이 끼어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아보니, 영화 개봉이 무려 일주일이나 미루어진 10일에 개봉한단다! 휴가 복귀가 8일이었으니 이틀만 더 빨리 개봉했어도 영화를 보고 복귀할 수 있는 건데... 처음에 이 소식을 접하고 수입/배급사에 대한 엄청난 원망과 배신감(?), 휴가 나가서 영화를 보지 못한다는 실망 등이 겹쳐 매우 혼란스러웠었다.


사실 3월 말에 휴가를 한 번 더 나오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중국영화는 일부 상영관에서만 개봉하거나, 그마저도 1~2주 뒤면 영화를 내려버리는 것이 현실이라, 과연 그 휴가 때 영화관에서 이 작품을 관람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어떻게든 방법을 모색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인터넷을 뒤져 <엽문 3>의 수입/배급사를 알아냈고, 그곳 주소까지 알아내 열심히 손편지를 썼다. 


요지는 이랬다.


'나는 대한민국의 육군 병장이다. 그리고 입대 전부터 <엽문> 시리즈와 견자단의 오랜 팬이었다. 이번에 <엽문 3>가 국내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개봉 날짜에 맞춰 휴가를 잡았는데 개봉이 미뤄져서 매우 애석하기 짝이 없다. 지금까지 <엽문> 시리즈를 모두 영화관에서 봤는데, 이번 작품을 영화관에서 보지 못하면 평생의 한(恨)이 될 것만 같다. 그러니 내 휴가 기간에 혹시 시사회가 있거든 시사회 티켓을 달라. 더도 말고 딱 한 장만 달라. 나에게 티켓을 주면, 그 자체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며 나라를 지키는 군인에 대한 배려가 될 것이고, 영화를 본 내가 주위 전우들에게 홍보하여 입소문을 낼테니 그건 귀 사측으로도 큰 이익이 될 것이다.'


사실 보낼 때까지만 해도 밑져야 본전이었다. 영화사 입장에서는 나 따위가 뭐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노릇이고, 그들이 개봉을 미룬 것도 사정이 있었을텐데, 일개 군바리의 휴가 따위를 고려하지 못해 미안해 한다는 것도 말이 안되는 일이니...


그런데 휴가를 나오니 정말 영화사에서 전화가 왔다. 매우 친절한 목소리의 여직원은 "병장님~ 안타깝게도 병장님 휴가 복귀하는 날 저녁에 시사회가 있어서 티켓을 드려도 무의미할 것 같아요."라는 말에 걸었던 한 가닥 희망이 꺾이는 듯 했다. 


다만, 영화사 측에서는 정말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배려를 해줘서 황송할 따름이었다. 사무실이 집에서 멀지 않으니, 원한다면 사무실에서 빔 프로젝터로 영화를 틀어주겠단다. 그런 식으로라도 개봉 전에 미리 가서 관람할까 하는 생각에, 솔깃하긴 했지만 그래도 대형 스크린으로 보는 것보단 별로일 것 같기도 하고, 설마 하는 생각으로 보낸 편지 때문에 영화사에 괜히 부담과 민폐를 안기는 것 같아 "나중에 휴가 나와서 극장에 걸려있으면 꼭 보겠다"고 하고 사양했다. 그러자 영화사 측에서는 "나중에 휴가 나오시면 꼭 말씀해달라. 티켓을 대신 예매해드리겠다"며 또 한 번의 호의를 베풀었다. 내까짓게 뭐라고 손편지 한 장에 이리 큰 호의를 보여주니, 참 고마울 따름이었다.


결국 휴가 기간에 <엽문 3>를 보지 못하고 아쉬운 발걸음으로 복귀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휴가 때 <엽문 3>가 극장에 걸려있기만을 기대하면서...


- 2편에서 계속 -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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