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군 유해 인도식'이 열렸습니다.

저도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의 일원으로, 이번 행사를 참관할 수 있었답니다.

직접적으로 행사를 뛰어야하는 영현병들과, 촬영을 해야하는 사진병을 제외하고는 부대에서 유일하게 참관한 병사라는... ^^;


중국군 유해 인도식이란 '6.25 전사자 유해발굴'을 하면서, 발굴되는 유해들 중에 중국군 유해로 판명나는 유해들을 인도적인 차원에 입각해 매년 한 차례 중국 측에 송환하는 행사를 말합니다. 2014년에 처음 시작되어, 올해로 세 번째 행사라고 합니다. 이번에는 작년에 발굴한 중국군 유해 36구를 송환했답니다.



이번에 발굴한 유해 36구 중 2구가 제가 속한 발굴팀이 발굴한 유해라서, 더욱 의미가 있었는데요. 행사 참관 후에 공보장교님과 중대장님께 "오늘 행사 참관 후기를 국방일보에 기고하고 싶다"고 허락을 구하고, 참관 후기를 작성해봤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생각나는대로 대충 휘갈겨써서 제출할 생각이었는데, 공보장교님이 계속 디테일한 수정을 요구하셔서 거기에 맞추다보니 몇 번을 수정하고, 새로 쓰고 나름 힘들었네요... ^^;;;


어찌됐건 공보장교님의 빠른 처리 덕분에 벌써 국방일보에 실렸습니다. 전역하기 전에 제가 발굴한 유해가 중국 가는 길도 지켜보고, 또 짤막한 기록도 남기게 되었으니, 나름 군 생활의 유종의 미를 거두고 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래 본문 복사해서 올려놓았으니 많이들 읽어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S. 다만 프로필 사진이 좀... ^^;;;;;



[기고] 중국군 유해 인도식 참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병장 김경준



지난해 5월 내가 속한 발굴팀은 1951년 당시 국군6사단과 중공군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강원도 화천 무명 943고지에서 유해발굴을 했다. 그때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전한 완전유해 2구가 발굴됐다. 그중 한 구에서는 ‘허충옥인(許忠玉引)’이라 새겨진 도장도 함께 식별됐다. 최종 중국군으로 확인돼 다소 아쉬운 감은 있었지만 피아를 떠나 현장에서 발굴되는 유해 중 국적 판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국적을 찾고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흘러 지난 3월 3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군 유해 인도식’ 행사가 열렸고 나도 이 뜻깊은 행사에 참석하게 됐다. 유해발굴병이라는 특수한 보직을 부여받고 임무를 수행하면서 우리가 발굴한 유해가 본국으로 송환되는 역사적인 현장에 함께할 수 있어 매우 감격스러웠다. 특히, 이번에 송환된 36구의 유해 중 2구의 유해는 우리가 직접 발굴했기에 더욱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군악대의 진혼곡이 드넓은 활주로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유해발굴감식단 영현병과 중국군 의장대 병사가 유해를 인도받기 위해 마주 섰다.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눴던 두 국가가 이제는 나란히 마주 서서 지난날의 은원(恩怨)을 풀고, 화해와 협력의 파트너로 손잡은 한·중 관계의 역사적인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유해가 모셔진 관이 인도되는 순간, 중국 측 관계자 모두가 거수경례 혹은 목례로 정중히 유해를 인도받고 그들의 예법에 따라 추모행사를 진행했다. 중국 측 대표는 인도주의 원칙을 구현해 준 대한민국과 유해를 발굴하고 잘 보관해준 유해발굴감식단에 경의를 표하며 양국의 우호 관계는 한 단계 더 발전할 것이라는 감사 인사를 전했다. 30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제 곧 전역을 앞둔 나에게 있어 ‘6·25 전사자 유해발굴’이라는 그동안의 군 생활에 대해 보람과 긍지를 갖게 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한때는 적이었지만 이제는 인도적 차원에서 중국군 유해를 송환할 만큼 향상된 우리의 국격과 이번 행사로 인해 더욱 발전될 한·중 관계를 생각하니 나의 21개월 군 생활도 너무나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은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국가의 무한책임. 그리고 우리는 현장에서 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유해발굴사업은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관심 갖고 참여해야 하는 숭고한 호국보훈 사업이다. 그렇기에 나 역시 전역한 뒤에도 이러한 보람과 긍지를 안고서 다양한 방법으로 사업을 알리고 동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마지막 한 분을 모시는 그날까지…


출처: http://kookbang.dema.mil.kr/kookbangWeb/view.do?ntt_writ_date=20160405&parent_no=2&bbs_id=BBSMSTR_000000000127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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