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지친 軍생활을 위로해주던 커피 한 잔의 추억'이라는 제목으로 군대에서 커피와 맺게 된 인연에 대해 길게 포스팅을 한 적이 있었다. (링크: http://gabeci.tistory.com/135)


전역 직전에 심심풀이로 작성한 버킷리스트에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이 있었는데, 전역하고 얼마 안 되어, 동네 문화센터에서 '홈바리스타' 강좌를 개설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어차피 휴학생 신분이라 시간도 많고, 버킷리스트를 실천에 옮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지원했더랬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홈바리스타 강좌가 개강하는 날이었다.


하필이면 오늘따라 날씨가 왜 이리 궂은 것인지... 거센 비바람을 뚫고 간신히 강좌가 열리는 동작문화원에 도착했다. 앞으로 12주간 강좌가 열릴 3층 소회의실에 들어서니, 이미 강사 분께서 커피 추출을 위한 도구들을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계셨다. 



(사진: 테이블에 마련된 커피 추출 도구들)


수강인원은 나까지 포함해서 총 11명이라고 하는데, 남자는 나와 맞은 편의 어떤 어르신 한 분이고, 나머지 분들은 전부 여성인데 역시 중년의 아주머니들이었다. 얼추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말동무 삼아 내 또래 친구들이 한둘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어쨌거나 11명이면 사실 적은 숫자인데, 테이블 세 개 합쳐놓고 11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으니 그룹과외를 받는 느낌이어서 나쁘지 않았다.


오늘은 첫 강좌라서 오리엔테이션을 겸했는데, 앞으로 12주 동안 강좌를 이끌어주실 강사님은 보라매역 인근에서 '커피공방 멜란지'라는 카페를 운영하는 분으로, 별칭이 '딸기샘'이었다. (왜 딸기샘인지는 모르겠다) 재료비가 1회 당 6,000원으로 12주 동안 총 72,000원을 추가 지불해야한다고 해서, 또 한 번 금전적인 부분에 있어 부담을 느꼈지만... 그날 커피 한 잔 마신다고 생각하는 수밖에... 여기서 내가 얻어가는 가치가 그 정도 가격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가 되기만을 바랄 따름이다.



참고로 내가 수강하는 반은 자격증 취득을 위한 전문반이 아니라 가정에서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기본적인 상식과 추출법 위주로 강의하는 취미반이었다. 취미반이란 것을 알고 신청한 상황이었지만, 나는 장기적으로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까지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취미반 강의를 모두 수강하고 나면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도움이 되나요?"하고 여쭤봤다. 하지만 강사님은 "여긴 순수한 취미반이라서 자격증 취득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건 없다. 자격증 취득을 원하면 차라리 환불하고 자격증반으로 가는 게 맞다"고 하셨다.


취미반은 12주 동안 다양한 커피를 마시게 된다고 한다. 매주 강사님이 새로운 커피를 가져오실 거라고 하는데, 1시간 30분의 강의시간 동안 30분은 각자 자유롭게 커피를 내려보고, 서로 마시면서 가볍게 수다를 떨고, 실질적인 강의는 1시간 정도 이루어진다고 하셨다.


오늘은 '핸드드립'에 대해 배웠다. 핸드드립이란 일명 '손흘림 커피'라고 하는데, 손으로 직접 추출하는 커피를 말한다. 핸드드립 과정을 살펴보면, 우선 원두를 핸드밀로 갈아서 가루를 추출한다. 그리고 서버(추출되는 커피 원액이 담기는 주전자)에 드립지(여과지)를 끼워넣은 드립퍼를 올려놓고, 그 속에 추출한 커피가루를 채워넣는다. 이후 포트(주전자)에 담긴 뜨거운 물을 부어, 원액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오늘 배운 유의사항을 정리해보자면,


1. 드립퍼 속 구멍의 숫자에 따라 명칭이 다르다 (구멍이 많을수록 빠르게 추출 가능함)

2. 도구에 대해 절대 욕심내지 말 것! (처음 등산하는 사람이 노스페이스 등산복을 구입하는 것과 같은 행동)

3. 커피물의 온도는 90~95도가 적당하다

4. 기계로 원두를 갈면 미분(먼지)과 정전기가 발생하고, 전기세도 많이 든다. 하지만 빠르고 편하게 원두를 갈 수 있고, 분쇄정도를 조절할 수 있어 다양한 커피를 추출할 수 있다. 반면 핸드밀은 두꺼운 입자의 커피만 추출이 가능하다.

5. 커피 원두가루 10g으로 100ml 정도의 커피를 추출할 수 있다.

6. 글라인더로 갈 때나, 포트로 물을 따를 때도 한쪽 방향으로만 돌리는 게 좋다. (곱게 갈기 위해서는)

7. 핸드드립의 장점은, 살짝 가루를 불려주는 '뜸들이기'가 가능해서 더 향과 맛을 좋게 추출할 수 있다. 또한 물이 남은 상태에서 원하는 만큼 추출했을 때 더 이상의 추출을 중단할 수 있다.

8. 커피는 한 번 추출한 뒤 재탕하면 안 된다 (재탕할 수록 카페인과 같은 안 좋은 성분이 많이 나옴)

9. 드립지 테두리 쪽으로 물 부어선 안 된다. (종이 맛이 날 수 있고, 커피가 연하게 나옴)

10. 원액과 물의 비율이 1:1이어야 맛있는 커피가 된다.

11. 커피를 마실 땐 처음에는 코로 향을 느끼고, 두 번째는 오물거리며 입가심을 하고, 세 번째에서 목넘김을 하며 맛을 느낀다.

12. 포트에는 물을 60% 이상 채운다.


우리가 오늘 마신 커피는 '콜롬비아 수프리모 후일라'라는 커피인데, 여기서 콜롬비아는 남미에 위치한 국가로, 최고의 커피 품종을 자랑한다고 한다. 수프리모는 커피의 등급 중 하나인데, 최상품의 등급이라고 하고, 후일라는 커피가 생산된 지역을 말한다. 보통 커피 품종을 말할 때에는 '커피 생산국+품종의 등급+커피가 생산된 지역, 농장, 수출하는 항구도시 이름'으로 명명한단다.


우리는 각자 커피를 내려보면서, 서로의 커피를 맛 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특이하게 같은 원두를 이용해 추출했음에도 맛이 제각각이었다. 강사님은 "추출하는 사람의 스킬에 따라 커피맛이 다 다른 것이 커피의 매력"이라고 하셨다. 강사님이 추출한 커피는 신맛이 강하게 났는데, 신맛이 많이 나야 맛있는 커피라고 하셨다. 그리고 커피의 좋은 효능은 전부 신맛에 있다고 한다.



나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추출해봤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성격이 급한 게 커피 추출을 통해서도 드러나는 것 같다. 포트로 물을 부을 때, 강아지 오줌 싸듯이 찔끔찔끔 그러나 멈춤 없이 부어야하는데, 물조절에 실패해 들이붓듯이 붓기 일쑤. 강사님은 내 커피를 맛본 뒤에 "처음엔 밍밍하다가 뒤에서 갑자기 신맛이 확 난다. 물을 갑자기 확 부었다는 뜻이다"라고 하면서 정확하게 내 스타일을 캐치하셨다. 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스킬은 늘어난다고 하니까... 12주 뒤에 멋지게 핸드드립하는 내 자신을 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커피의 품종에 대한 설명도 들었는데, 전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커피의 품종은 크게 '아라비카', '로브스타'로 나뉘며, 아라비카가 질 좋은 원두라고 한다. 로브스타는 저렴한 보급형으로, 카누와 맥심, 칸타타 등 대부분의 인스턴트 커피의 품종으로 사용된단다. 그리고 콜롬비아의 경우 커피의 생산량은 적지만, 질이 좋고 브라질은 질은 떨어지지면 생산량은 세계 제일이란다. (요즘은 베트남이 치고 올라온다고 함)



서로 내린 커피를 음미하다보니, 어느새 강좌시간이 훌쩍 흘러버렸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강의가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강사 분이 "젊으니까 일단 취미반으로 시작해서, 천천히 생각해보고 계속 하고 싶으면 그때 혼자서 필기 준비하고 자격증반 들어가도 괜찮을 것 같다"고 해서 취미반을 계속 수강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어차피 환불하면 수수료도 떼고 해야해서... 취미반으로 커피에 대한 감각을 기른 뒤에, 자격증은 천천히 따야지. 어차피 꿈이 있다면 언젠가는 이루게 되는 법이니 결코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당장 이번에 따지 못하면 평생 못 따는 것도 아니니까!


이로써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이라는 꿈을 달성하는 길에, 한 발짝 다가선 것 같아 뿌듯하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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