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동작문화학교 홈바리스타 강좌 2강이 있는 날이었다.


홈바리스타 수업이 있는 날만 되면 무슨 조화에선지, 비가 내리는 것 같다. 오늘도 우중충한 날씨 속에 비를 뚫고 오느라 좀 고생했다.


과테말라 안티구아 SHB


수업시간이 되어 수강생들이 전부 모이자, 지난 번에 배운 핸드드립으로 오늘의 커피를 먼저 시음했다.


오늘의 커피는 '과테말라 안티구아 SHB'라는 커피였는데, 과테말라 안티구아에서 나온 최상품 등급의 품종(SHB)이라고 한다. SHB는 Strictly Hard Bean의 약자로, 보통 커피는 4000~5000피트의 고지대에서 자라지만, 이 커피는 5000피트(약 1,500m) 이상 의 고지대에서 자라는 커피로, 밀도가 훨씬 단단해서 맛과 향이 풍부하다고 한다.


이처럼 커피콩은 심은 지역에 따라 맛과 향이 다 다른데, 과테말라 커피의 경우 스모키한 맛이 강했다. 그것은 화산지대인 과테말라의 지리적 습성에서 비롯된 것이란다. 향신료를 많이 쓰는 인도에 심으면 커피에서 스파이시한 맛이 난다고도 한다.


이 커피를 핸드드립으로 해서 먹었는데, 지난 번에 한 번 설명 듣고서, 전혀 연습없이 일주일 만에 해보려니 가물가물해서 추출을 제대로 못한 것 같다. 내 커피 맛은 신 맛이 좀 덜하고, 끝에 가서 단 맛이 난다고 한다.


핸드드립 시에는 웬만하면 물줄기 흐름을 동일한 속도로 유지하면서, 한 번에 추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초보자들의 경우 물 조절이 힘들기 때문에, 물이 금세 차올라서 2차, 3차로 나누어 추출하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추출 시간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란다.


예를 들어 1차 추출 시에 빨리 끝내고, 2차를 길게 추출하면 연한 커피가 되고, 1차 추출이 길어지면 진한 커피가 되는 것이다. 옆에서 함께 수강하던 할아버지의 경우 뜸들이기조차 제대로 안된 상황에서 추출을 계속 하는 바람에 이도 저도 아닌 경우가 되었는데, 마셔보니 확실히 커피가 맹물에 가까운 맛이었다.


까다로운 커피 보관법


커피 보관에 대해서도 오늘은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커피는 무조건 진공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밀폐용기에 담아야 하고, 밀폐되지 않은 용기에 담을 경우 2시간 이내에 향이 다 날아가버리므로 재빨리 마시던지, 밀폐용기에 옮겨 담아야 한단다. (가루의 경우가 이렇고, 원두의 경우는 1~2일 안에 향이 날아감)


밀폐용기에 담은 커피도 가루커피의 경우 이틀 안에 먹어야하며, 원두의 경우 실온에서 한 달 가까이 보관할 수 있다고 한다. 냉장/냉동 보관 역시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단다. 커피가 가장 싫어하는 게 '열'과 '습'이기에, 냉장 보관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냉장 상태에서 커피를 실온에 꺼낼 경우 온도 차로 인해 향이 변해버린다는 것. 그러므로 마실 만큼만 사서 조금씩 냉장 보관을 하던지, 원두를 사서 보관하고 그때 그때 갈아먹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한다.


커피벨트에서만 생산되는 커피


커피는 적도를 기준으로 북위 25도와 남위 25도 사이의 '커피벨트'에서 생산된다고 하며, 추운 지역에서는 커피가 생산되지 않기에, 우리나라 역시 커피를 재배할 수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커피를 재배하는 지역이 있지만, 전부 온실에서 재배한단다) 또 커피나무를 처음 심을 때는 비가 많이 와 적셔주고, 건기 때 바싹 말려야 하며, 해발 1,000m 이상의 산 중턱 비탈길/언덕배기에서 잘 자란다고 한다. 반면, 아라비카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는 보급형 로브스타의 경우는 해발 700m 이하의 평지에서 자란다고 한다.


이탈리아인의 자존심, 에스프레소


오늘은 모카포트라는 도구를 이용해 '에스프레소' 추출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에스프레소는 '빠르다'는 뜻의 익스(Ex)와 '압축하다'는 뜻의 프레스(Press)가 결합된 익스프레스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곧, '빠르게 압축하여 추출하는 커피'란 뜻이다. 핸드드립 커피보다 훨씬 강한 맛이라 쓰기까지 한데, 그만큼 커피의 많은 성분을 온전하게 추출해내는 커피다.


흔히 카페에 가서 에스프레소를 시키면 Take-Out이 불가능한데, 그건 아주 조그마한 잔에 담겨져 나오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이 처음 에스프레소를 보면 '에게?'하는 반응이다. 아메리카노와 비슷한 가격인데, 양은 터무니없이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입 마셔보면 '윽' 한다. 아메리카노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쓰기 때문이다.


강사님 설명에 따르면, 에스프레소는 이탈리아에서 비롯되었는데 이탈리아 사람들은 커피 하면 무조건 에스프레소라고 한다. 일반 가정집에서 모카포트 하나씩을 구비해놓고 아침에 한 잔, 점심에 한 잔, 저녁에 한 잔 원샷으로 마신다고 하는데, 이탈리아인들이 얼마나 에스프레소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지 알 수 있는 사례도 들려주었다. 


한 한국인이 이탈리아에 가서 에스프레소와 따뜻한 물 한 잔을 주문하자, 종업원이 "설마 에스프레소에 물 타 먹으려는 거냐?"고 물었단다. "그렇다"고 하자, 종업원 曰 "우리 커피는 에스프레소로 먹지 않으면 그 맛과 향을 느낄 수 없다. 고로 따뜻한 물은 줄 수 없다"며 손님의 주문을 거절했단다. 이런 단편적인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탈리아인들에게 에스프레소는 자존심 그 자체인 듯 하다.


그리고 이런 에스프레소의 진한 맛에 적응하지 못한 미국인들이 쓴 맛을 희석시키기 위해 물을 타 먹기 시작한 것이 '아메리카노'의 시초라고 한다. 그리고 우유를 타면 그것이 또 '카페라떼'가 된다. 라떼라는 말은 우유를 의미한단다. 결국 에스프레소를 하나 시킨 다음에 아메리카노로 먹고 싶으면 따뜻한 물을 부으면 되고, 카페라떼를 즐기고 싶으면 우유를 타면 되고, 원액 그대로 즐기고 싶으면 에스프레소 원액 그 상태로 들이키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아메리카노의 맛에 가까운 맛 밖에 즐길 수 없는 핸드드립보다는 차라리 모카포트가 훨씬 다용도로 활용가능해서 경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집에서 커피를 즐기려면 핸드드립보다는 모카포트 하나를 장만하는 것이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여과지나 드립퍼 같은 소비성 부수 물품도 필요 없으니...)


모카포트로 에스프레소 추출하기


우리는 준비된 모카포트에 커피가루를 담고 브루스타에 올려놓고 커피를 끓이기 시작했다. 모카포트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모카포트 하체(물탱크)에 물을 채운다 (물은 안쪽 표시선까지, 혹은 바깥에 있는 배꼽 밸브 아래까지)

2. 모카포트 중간에 있는 바스켓에 원두가루를 수북하게 채운다

3. 모카포트 상-하체를 결합시킨 뒤에 브루스타에 올려놓고 중불로 끓인다. (손잡이가 녹을 수 있으므로 살짝 삐져나오게 올려놓는다)

4. 물이 끓으며 올라오는 압력으로 발생된 수증기가 커피액을 추출하기 시작하면 뚜껑을 닫고 센 불로 올린다

5. 물이 끓다가 어느 순간 끓는 소리가 바뀌면 불을 끄고 잔에 따른다


처음에 모카포트를 봤을 때, 녹슨 것마냥 속이 너무 더러워서 찝찝했는데 강사님은 "이건 커피기름이다. 이게 커피의 풍미를 좋게 하기 때문에, 평소에도 절대 세제로 세척하지 말고 뜨거운 물로 한 번 헹군 뒤에 바짝 말려서 재사용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면 '크레마'라는 갈색 거품이 뜨는데,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므로 이 크레마가 살아있을 때 빨리 마셔야 커피의 좋은 성분을 그대로 섭취할 수 있다고 하며, 좋은 에스프레소를 마시면 1~2시간이 지나도 커피의 여운이 입에 남아 감돈다고 한다. 참고로 모카포트용 커피는 드립용 커피보다 더 태운 원두를 써야 풍미가 산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는 모카포트로 직접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한 잔씩 맛 본 뒤에 오늘 수업을 마쳤다. 지난 번부터 느꼈지만, 커피 수업은 재밌어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모든 일들이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흘러가면 좋을텐데... 


다음 수업은 시럽을 첨가한 '카페모카'에 대해 배운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달달한 커피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터이긴 하지만 바리스타가 되려면 커피에 대해 기본적인 건 다 알아야 하니까, 다음 주에도 열심히 배워야겠다.


그나저나 연습하려면 도구가 있어야 할 텐데... 도구 살 돈은 없고... 현실을 생각하면 그저 안습일 따름.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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