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남영역 인근 열정대학 4층 열정스투디움에서 열정대학 O.T 특강 마지막 차수가 열렸다.


아침부터 한의원 가서 침 맞으랴, 오후에는 수원에 가서 유가족 송환 행사 취재하랴... 저녁에는 열정대학 O.T 특강 들으랴... 전역하고 이렇게 정신 없이 보낸 하루는 처음인 것 같았다. 가끔은 정신 없이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는 생각하는데, 정말 가끔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체질적으로 바쁘게 사는 게 안 맞는 사람인 것 같다. 딱 굶어 죽기 좋은 타입 ㅎ


아무튼 평일 저녁 특강은 처음이었는데, 주말 특강보다 오히려 사람이 더 많았다. 그리고 분위기도 더 적극적이었던 것 같다. 주말 특강 때는 모인 사람들이 서로 얘기도 잘 안 하고, 인사도 잘 안 해서 덕수쌤이 억지로 인사를 시키는데 그때도 형식적인 인삿말만 오갈 뿐... 대화가 진지하게 이어지진 않는다. 하지만 여기서 보니 이미 많이 친해진 듯, 누가 시키지 않아도 먼저 인사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나도 옆에 앉아 있던 여성 분하고 인사를 나누었는데, 먼저 인사를 해주어서 대화의 물꼬가 트였지, 내가 먼저 인사할 생각은 하지도 못 했다. 이놈의 무뚝뚝한 성격... 정말 언제나 고쳐질까!


진로란 무엇인가


오늘 특강은 '열정대학으로 진로찾기'라는 주제로 열렸다. 덕수쌤은 가장 먼저 '진로란 무엇인가' 하고 학생들에게 화두를 던졌다. 덕수쌤은 네이버 국어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진로란 '앞으로 나아갈 길'이라고 설명하며, 그렇다면 진로는 어떻게 결정되는 것인지 육하원칙에 따라 정리했다.


1. 인생이란

2. 나는 누구인가

3. 왜 사는가

4. 어떤 사회(언제/어디서)에 사는가

5.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6. 어떻게 살 것인가


결국 올바른 진로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위의 6가지 명제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해야하고, 누군가 물어봤을 때 지체 없이 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때 핵심은 고민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깊이 있는 고민을 해야하며, 누군가의 질문에 대해 명확한 논리를 가지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만약 저 질문들에 대해 답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만약 그것이 뚜렷한 증거나 논리에 따르지 않고 '직관'과 '권위'에 의존한 답이라면, 진정한 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행복은 즐거움과 의미가 합쳐질 때만 느낄 수 있다


덕수쌤은 "즐겁기만 해서는 행복이 완성되지 않는다"며 "여러분이 정말 즐거운 일을 한다고 해서 항상 행복할 것 같냐? 결코 그렇지 않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리고 "행복은 즐거운 일도 일이지만, 여러분이 그 일을 하며 의미를 느낄 때만이 느낄 수 있다"며 내가 하는 일의 의미(가치)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여러모로 공감이 가는 말이기도 했고, 또 내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인지라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사실 나는 '무예'나 '역사'를 좋아하지만, 한 편으로 정말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그쪽에서 찾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일들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는 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최종 가치... 즉, 군복을 입고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되고 싶어하는 이성적 가치를 더 우선순위로 상정해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길이 좋아하는 길이라고는 자신할 수 없기에... 고민이 큰 것이다.


덕수쌤은 또 "이제는 알파고와 같은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가 왔다"며 "기계가 하지 못하는 일을 진로로 설정해야 한다.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지식'이란 무기를 활용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그러면서 "아날로그와 디지털 세계의 중간세대인 우리들이야말로 지금의 환경을 바꿀 수 있는 주역"이라고 강조하였는데, 이것 역시 장기적인 안목에 있어서 내가 설정한 진로에 영향을 끼치진 않는지 생각해 볼 부분인 것 같았다.


대가가 되는 길


덕수쌤은 "본질을 이해하지 않으면 현실을 추구할 수 없다", "깊이보다 넓이를 중시하면 안된다", "끊임없이 정답을 의심하라"며 진로 설정에 있어서든, 세상 만물을 바라보는 시선에 있어서든, 그 본질의 깊이를 이해할 것을 주문하였다. 굉장히 철학적인 이야기여서, 이 부분은 다소 어렵게 느껴졌는데, 하여간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얕고 넓게 아는 게 아니라, 한 분야만 파더라도 깊이 파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함이었던 것 같다.


덕수쌤은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정보수집'을 열심히 해야한다고 입이 아프도록 강조했다. 사실 많은 학생들이 "쌤, 저 이거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요", "쌤, 저는 이게 저한테 맞는지 잘 모르겠어요", "쌤, 저는 뭐를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라고 하는데, 그 말들은 곧 "쌤, 저 정보수집해본 적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아요"라는 말처럼 들린다고 한다.


정말 무언가를 하고 싶고, 또 찾고 싶다면 방대한 정보가 쏟아져나오는 지식정보사회에서 정보수집으로 충분히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도서관에 가서 관련 책을 읽어도 좋고, 그것도 귀찮으면 네이버나 구글에서 키보드만 두드리면 홍수처럼 정보가 쏟아져나오는데, 왜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정보수집을 한 뒤에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 뒤, '피드백'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렇기에 덕수쌤은 '독서'를 많이 할 것을 특별히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덕수쌤은 우리에게 갑자기 질문 하나를 던졌다. "만약 지금 당장 오바마나 스티브 잡스가 와서 딱 3시간 동안만 대화를 하자고 하면, 거절할 사람이 있을까" 모두들 다른 일정을 다 빼서라도 그들과의 만남에 응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덕수쌤은 "지금 서점에 가면, 그들이 기다리고 있다. 오바마나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인생 역정,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적은 책을 출판해서 기다리고 있다. 그 책을 읽으면 곧 그 사람을 온전하게 이해하게 되고, 그 사람과 대화를 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여러분은 그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다면서 그 사람들의 책을 읽을 생각은 하지 않는가"하고 반문했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덕수쌤은 인생에 대해 '거인의 무등을 타고 달리기를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거인의 무등이란 곧 글과 말을 통해 겪을 수 있는 간접경험을 일컬음이고, 달리기는 내가 직접 경험하는 것들을 의미한다. 덕수쌤은 "여러분의 성장 정도는 경험의 질과 양에 따라 결정된다"며 "직접경험도 많이 해봐야하고, 독서를 통해 간접경험도 많이 해봐야만 한다"고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 또 강조했다. 


그리고 책 중에서도 다른 사람의 전기, 즉 에세이를 많이 읽을 것을 특히 강조하였는데, 에세이야말로 다른 사람의 인생을 간접경험함으로써 나만의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먼저 간 사람의 흔적을 읽으며, 전문가가 되기 위한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덕수쌤은 에세이를 읽을 때 "내가 이 사람이다. 내가 곧 이 사람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덕수쌤은 인생을 바꾸는 목표설정에 대해 제시하였다.


1. 구체적으로 세워라

2. 측정가능해야 한다 (명확해야 한다)

3. 달성 가능해야 한다

4. 결과지향적이어야 한다

5. 마감시간이 설정되어 있어야 한다


당장 거창한 목표를 세울 필요도 없다. 비현실적인 목표는 세우지도 마라.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있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라는 것이다. 정말 사소한 목표 하나일지라도, 내가 세운 목표를 실행한다면 목표를 실행하기 전보다 성장한 사람이 되는 것이며, 그것들이 켜켜이 쌓이다보면 결국 인생이 바뀐다는 것이다.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한 때


이로써 3주에 걸친 열정대학 O.T 특강이 모두 끝났다. 솔직히 한 번 강의하는 데 3시간씩이라, 집중력이 젬병인 나로서는 엉덩이도 아프고, 가끔은 졸음도 쏟아지고, 딴 생각도 하게 되고...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온전하게 다 집중해서 들은 것 같지도 않아, 반성도 하게 된다.


그렇지만 노트 필기만큼은 열심히 했는데, 이렇게 매번 수강후기를 정리하면서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다보니 현장에서 들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느껴지는 것 같다. 또 재정리를 통해 온전히 나의 것으로 습득이 된다고나 할까. 그러고보면 덕수쌤이 한 말들은 모두 공감이 가는 말이기도 하고, 내가 이미 생각하고 있는 바이기도 하다. 다만! 문제는 생각만 하고 실천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게 나의 가장 큰 문제점일 것이다.


O.T 특강은 끝났지만, O.T 특강을 통해 배웠던 팁을 이용해 내가 진정 하고픈 일이 무엇인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깊이 있는 고민'을 해봐야겠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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