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열린 4주차 강좌는, 강사인 딸기샘이 소속된 커피공방(카페)에서 열렸다. 가끔씩 바람도 쐴 겸, 이렇게 커피공방에 와서 수업을 한다고 하는데, 뭐 그렇게 거리가 먼 것도 아니고... 괜찮은 것 같았다. 무엇보다 커피공방이 어떻게 생겼는지 직접 보고 싶은 호기심도 있었다.


해금 수업 끝나자마자, 늦은 점심을 급하게 먹고 부천에서부터 재빨리 달려오니 시간 맞춰 딱 도착했다. 보라매역 2번 출구 앞에 있는 '커피공방 멜란지'가 바로 그곳이다.


커피공방 멜란지는 그렇게 큰 카페는 아니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매우 작은 카페였다. 카페라기보다는 '커피공방'이라는 말에 맞게, 커피를 파는 것보다는 우리처럼 커피에 대해 배우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좌를 전문적으로 열고, 커피 만드는 일에 주력하는 곳인 듯 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에도, 이미 앞서 다른 강좌 수강생들이 커피 수업을 마치고 나가려던 참이었다.


차게 마시는 커피, 더치커피


오늘은 더치커피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었다.


더치커피는 '워터드롭', '콜드브루'라고도 불리우는데, '차게 만들어 마시는 커피'를 의미한다.



원래 더치커피는 네덜란드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한다. 네덜란드는 항구도시로서, 배 타고 다니는 보따리 상인들이 전세계를 누비는 해상무역이 발달했다고 한다. 이때 네덜란드 상인들이 이슬람권 국가인 예멘에서 커피를 처음 접하고 유럽에 전파하게 된 것이, 유럽에 커피가 전래된 계기라고 한다. 또 식민지에 커피를 재배하여 커피무역을 실시한 것도 네덜란드라고 한다.


이처럼 네덜란드 상인들은 배를 타고 전세계를 누비다보니, 커피를 마시고 싶어도 오랜 시간 배에 저장해두고 먹을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오래도록 저장해두고 마실 수 있는 커피 추출법을 고민하다가 '더치커피'를 발명하게 된 것이다. 


초창기 더치커피의 형태는 매우 원시적이었는데, 흔히 보리차 우릴 때, 보리차 티백을 물주전자에 담아 우리듯이, 당시 네덜란드 상인들 역시 찬 물에 커피콩을 담은 주머니를 넣어 우려냈더니 향은 그래도 보존이 되어있고 저장할 수 있는 정말 맛있는 커피가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지금의 더치커피 형태로 발전시킨 것은 '일본'이라고 한다. 흔히들 일본을 '아이스커피'의 나라라고도 한다는데, 그만큼 일본인들은 커피를 차게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이에 일본 역시 더치커피를 좀 더 효율적이고 맛있게 추출하는 법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지금의 형태로 발전시켜 역으로 네덜란드에 수출했다고 한다. 처음 고안한 곳은 네덜란드고, 그걸 발전시켜 다시 역수출한 국가는 일본이라... 참 문화의 전파 현상이 아이러니하고 재미있지 않은가.



우리는 더치커피를 집에서 간편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더치커피 간편 제조법 (커피 1L 기준)


[준비물]


- 링거, 서버, 드립퍼, 여과지, 1L 물병, 2L 생수페트병, 커피가루 50g, 옷걸이, 박스테이프, 칼, 밀폐용기(보관 시)


[제조법]


1. 옷걸이를 반으로 접은 뒤에, 걸이 부분은 벽걸이에 걸고 아래 부분은 박스테이프로 2L 생수페트병 바닥에 고정시킨다.


2. 2L 생수페트병에 1L의 물을 채운다. (칼로 ㄷ자 모양으로 페트병의 물 주입구를 따로 만들어준다)


3. 생수페트병 뚜껑에 구멍을 뚫은 뒤, 링거를 끼운다. 그리고 링거로 물을 한 번 흘려 공기를 빼준다. 이래야만 중간에 물이 뚝뚝 안 끊긴다고 한다.


4. 서버 위에 드립퍼를 올려놓고, 여과지를 끼운 뒤, 커피가루 50g을 채운다. 그리고 다시 여과지로 덮는다. (핸드드립과 달리 여과지로 덮어야만 물이 떨어지며 전체적으로 커피가루를 적셔줄 수 있다. 또한 파리 등 날벌레가 꼬이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5. 드립퍼에 링거를 테이프로 고정시키고, 생수페트병에 고정되어 있는 링거줄에서 물이 1초에 한 방울씩 떨어질 수 있도록 조절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링거줄이 바닥에 늘어지지 않도록 서버에 칭칭 감아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치커피의 장/단점


더치커피는 일반적인 커피보다 장점이 많은데, 일단 찬 물에 추출하다보니 카페인이 적어서, 커피를 정말 좋아하지만 카페인 섭취를 자제해야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커피라고 한다. 또 여름철에 시원하게 마실 수도 있고, 최장 2~3주 동안 냉장고에 저장해둘 수도 있으니, 한 번 만들면 여러 번 나눠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다양한 활용도 가능한데, 빙수에 뿌려먹으면 '커피빙수'가 되고, 소주나 맥주에 타서 먹으면 그 맛이 괜찮다고 한다. 커피와 맥주는 이미 '더치 맥주'라는 이름으로 시중에서도 판다고 하는데, 소주랑 커피가 과연 어울릴까 싶어 의아했다. 하지만 딸기쌤은 "실제로 소주에 커피를 타서 마시면 반응이 좋다. 뒤끝도 없다"며 예찬해서, 나중에라도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더치커피의 단점도 있다. 그건 추출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 1~2초에 한 방울씩 떨어지다보니 긴 시간 추출을 해야만 하는데, 1L를 추출하는 데 8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이건 평균치고, 더치커피를 추출하는 데 최소 4시간 이상은 투자해야하고, 최장 12시간까지 걸린다고 하는데, 4시간 이하여도 맛이 없고, 12시간 이상이어도 맛이 없다고 한다. 더치커피는 세심한 관심이 필요한 커피라, 나같이 성격 급한 사람에게는 성가신 커피인 것 같다.


아울러 차게 마시는 커피이므로, 가급적 서늘한 환경에서 추출을 해야 세균 번식이 이루어지지 않고, 맛있는 커피를 추출할 수 있다고 하니, 이것도 주의해야 할 점이다.


PS. 오늘의 커피는 '인도네시아 가요마운틴 G1'이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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