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 남영동 열정대학에서 '함께 무예 배워볼과' 첫 O.T 모임을 가진 후, 오늘 정식으로 1주차 첫 수업을 진행했다. 


'함께 무예 배워볼과'는 열정대학 2016년도 3학기 학생선택과목으로 처음 개설된 과목이다. 바로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무예24기'를 수련하는 과목인데, 이 과목을 개설한 이가 누구냐... 바로 나다.


내가 배우고 싶은 과목을 만드는 열정대학


참고로 열정대학은 기존의 대학교육이 해결해주지 못한 '진로 문제'에 대한 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공존학교'로, 다양한 개성과 취미를 가진 학생들이 모여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뭔지, 또 잘하는 일이 뭔지 파악하고, 진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단체다. 그러다보니 열정대학 본부 차원에서 다양한 전문가를 초빙해 전공 과목을 개설하기도 하고, 일반 학생들끼리도 자기가 해보고 싶은 분야를 과목으로 만들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전문가를 초빙해 수업을 듣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진: 열정대학의 교육방향)


나 역시도 진로 문제에 대해 계속 고민을 하고 있는 시점에서, 전역하고 특별히 할 일도 없고, 마냥 노느니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에 덜컥 등록금 20만원을 지불하고 23기 신입생으로 입학했었더랬다. 하지만 막상 수강신청 기간이 되고보니, 내 구미를 당기는 과목들은 별로 없었다. 몇 개 전공 과목이 있었지만, 그것도 선발되지 못해 줄줄이 탈락... 그러다보니 나중엔 짜증까지 나더라.


그런데, 열정대학 측에선 나에게 "직접 선택과목을 만들어보라"며 권유하는 것이 아닌가.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음... 그럼 무슨 주제로 과목을 만들지? 고민하다가 국궁(활쏘기) 과목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나도 전역하고 국궁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였고, 기왕이면 열정대학에서 초보자들을 줄줄이 모아다가 사부님 밑에서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열정대학 측에서는 "직접 국궁을 배워 지도하는 건 가능하지만, 외부인을 초빙해 강의하는 건 안된다"고 못 박았다. 타 단체에 대한 홍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무예24기 과목 개설을 결심하다


하지만 열정대학에서 뭔가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렸기에, 그럼 아예 '무예24기'를 과목으로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건 몰라도, 권법 정도는 지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조심스레 사부님께 의견을 타진해봤는데, 사부님도 흔쾌히 허락하셨다. 


사실 열정대학 입학 후 첫 O.T 시간에 작성했던 버킷리스트 중에는 '문파를 세워 제자 양성하기'라는 것도 있었다. 그 때가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제고 전수관을 열어 무예24기를 후학들에게 지도하는 것이 꿈이기 때문이다.



(사진: 열정대학 홈페이지에 올린 내 버킷리스트)


처음엔 반 농담, 반 진담으로 던진 말이라, 막상 허락을 받았음에도 자신이 없었다. 내가 누군가를 가르쳐본 적도 없거니와, 내가 권법을 지도할 정도로 실력은 있는가, 아무리 자문해봐도 자신이 없었다. 오죽 답답했으면, 사부님께 "제가 정말 권법 지도할 능력이 됩니까?"하고 단도직입적으로 여쭤봤는데, 사부님은 "너 정도면 훌륭하지. 자신감을 가져라"라고 해주셔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자, 모든 일은 일사천리로 풀렸다.


'함께 무예 배워볼과'의 시작!


과목명은 '함께 무예 배워볼과'로 정했고, 과목소개를 위해 20장이 넘는 PPT를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만들어냈다. 그리고 떨리는 마음으로 과목 개설 버튼 클릭...!


(사진: 열정대학 과목소개에 올린 PPT 중 일부)


첫 과목 개설이다보니 너무 떨리고 궁금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열정대학 홈페이지를 들락날락거리며, 누가 수강신청을 했는지 확인했다. 과목 개설 초기에는 계속 지원자가 0명이길래, '역시 안되는 건가...' 싶어 자조의 한숨도 쉬었지만, 어느 날 들어가보니 누군가 수강신청을 했다! 그때의 감격이란... 그리고 수강신청 기간 종료를 하루 앞두고, 총 6명이 지원했다. 애초에 5명 모집이었는데, 6명이 지원했으니 초과 지원이라는 대성과를 거둔 것이다. 그래서 기존 모집인원보다 1명을 더 선발해서, 나까지 총 7명이 이번 학기 동안 수업을 함께 하게 되었다.


- 2부에서 계속 -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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