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부에 이어 계속 -


그렇게 나까지 총 7명으로 시작하게 된 '함께 무예 배워볼과'.


참 신기하게도... 나 빼고 전부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남자들이야 당연히 지원할 거라 생각했고, 여자 분들도 한두 분 있으면 수련 분위기가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는데, 남자는 한 명도 없고 오로지 여성들만 지원해서 솔직히 지금도 어안이 벙벙하다. (노린 것 절대 아님!)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과목 개설이 확정되고, 수강생들과 단톡방까지 만들어서 O.T 모임 날짜까지 잡았음에도, 마음 한 구석은 설렘 반 두려움 반이었다. 그때 내 마음 속을 지배하고 있던 단 한 가지 생각.


'내가 과연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두려움 반, 설렘 반이 함께 했던 첫 만남


그러나 주사위는 던져졌고, 마침내 지난 5월 28일 토요일 오후 7시, 남영동 열정대학 건물 3층 '즐거움'에서 '함께 무예 배워볼과' O.T 모임이 있었다.


사전에 미리 준비해 간 프린트물을 통해 먼저 과목 개설 배경과, 목표, 커리큘럼 그리고 과목에 대한 규정을 설명하고, 우리가 한 학기 동안 배워야 할 '무예24기', '권법', '무예도보통지' 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 열정대학 홈페이지 내에 개설한 커뮤니티)


수강생들이 자기소개하는 시간도 있었는데, 다들 지원동기가 제각각이었다. 실제로 태권도 검은띠까지 딸 정도로 무술 자체에 관심이 많은 분도 있었고, 뭔가 운동을 하긴 해야겠는데 남들과는 다른 색다른 운동을 해보고 싶어서 지원한 분도 있었다. 무엇보다 다들 얼마 전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인해 '내 몸은 내가 지켜야한다'고 생각하고 호신술을 배우고 싶어 지원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사실 과목소개 때 이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서 소개했는데, 적절한 마케팅 효과였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깨달았던 시간


그러고도 시간이 많이 남아, 옥상에 올라가 간단하게 몸풀이와 입선(참장)을 지도했는데, 다들 수업에 열심히 참여해서 내심 안도했다. 하지만 한 편으로, 내 자신이 여전히 많이 부족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간단한 몸풀이와 입선 하나 가르쳤음에도, 내가 혼자 수련할 때와 달리 그 이론과 자세를 누군가에게 설명하려고 하니 계속 버벅거리는 부분이 있었다. 특히 수강생들로부터 예상치 못한 질문들을 받을 때마다, 계속 입이 턱 막혔다. '내가 그동안 열심히 수련해왔는데, 따로 수업준비를 할 필요가 있나'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내 자신의 무지함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이날 수업을 통해 절실하게 느낀 것은, 배우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다르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새삼 사부님을 비롯해 '스승'이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게 이리도 진이 빠지는 일일 줄이야... 수업 내내 정말 사부님을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오티가 끝난 뒤, 근처 맥줏집에서 뒤풀이를 하며 "저를 사부님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저도 지금 배우고 있는 학생의 입장이고, 모르는 것도 많기 때문에 감히 사부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릴 순 없어요", "미리 양해를 구하자면, 제가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 대해서는 저도 사부님께 여쭤보고 대신 가르쳐드릴게요. 제가 책임질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함부로 언급하는 게 아닌 거 같아요. 대신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최선을 다해 지도할게요"라고 미리 못을 박아두었다.



(사진: 함께 무예배워볼과 수강생들의 뜨거운 반응. 흐뭇하다)


교학상장의 의미


오티 모임을 통해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정말 나부터 철저하게 수련을 하고,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며칠은 평소와는 달리 더 긴장한 상태에서 수련에 집중할 수 있었다. 동작 하나 하나를 수련하더라도, 입으로는 계속 누군가에게 설명하듯 말하는 연습을 했다. 그러면서 내 자세를 돌아보게 되고, 의문 나는 점은 즉각 사부님께 여쭤봐서 나부터 이해하려 노력하게 된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이란 말을 이럴 때 쓰는 걸까? 정말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화요일 수련반 1주차 첫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평소 내가 무예를 연마하던 보라매공원에서 다른 사람들과 옹기종기 모여 무예를 수련하고 있으려니, 감개가 무량했다. 그리고 오티 모임 때의 각성을 계기로 나름 철저하게 준비하고 수업에 임했던지라, 지난 번보다는 더 술술 설명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 스스로가 여전히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수강생들이 언제 어디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질지 모르기 때문에, 매 시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더욱이 다들 수련의지가 대단해서, 그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다. 그래서인지 지도자의 입장이 되고보니, 수련생일 때보다 더 열심히 실력을 키워야겠다는 각성도 하게 된다. 그래서 오늘은 수업을 마친 뒤에도 혼자 남아서, 보충 수련을 하다가 왔다.


과목 개강을 하게 되면서...


앞으로 한 학기 동안 이 과목을 이끌어가게 될텐데, 일단 초기 반응이 좋아서 개설자 입장에서는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설자이자 무예를 지도하는 입장에서 제일 바라는 것은 역시 '초심을 잃지 않는 것'과 '화목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다. 지금은 다들 화기애애하게 수련에 임하고 있는데, 앞으로 종강까지 다들 이렇게 열심히 해주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나 역시 '무예 지도자'라는 꿈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된 것 같아 뿌듯하고, 더 열심히 수련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끝)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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