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차 강좌 주제는 <카페메뉴 탐구>였다.


흔히들 카페에 가면 메뉴판 앞에 서서 '뭘 주문해야 하나...?' 망설인 경험이 한두 번씩은 꼭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항상 그러는 것 같은데, 매번 아메리카노만 먹을 게 아니라 다양한 커피나 메뉴를 즐겨보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페 메뉴를 계속 들여다만 본다고 저게 뭔지 알 도리가 있나? 특히나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에 가면 중소 규모의 카페보다 그 메뉴의 종류가 훨씬 다양해서, 외계어를 적어놓은 것만 같은 메뉴판 앞에 서면 마치 어른 앞의 아이가 된 것마냥 작아지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주문을 받는 알바생들은, 뭐가 그리 급하다고 내 얼굴은 빤히 쳐다보고 있는지. 메뉴판을 빠르게 눈으로 훑는 내 머릿 속에는 '아.. 도대체 뭘 주문해야하나' 하는 고뇌로 이미 과부하 상태에 빠져있거늘, 이미 그들은 손가락 하나를 들어 고객이 주문할 메뉴를 모니터에 찍을 준비를 하고 있고, 시선은 계속 나를 향하고 있다. 그 시선 속에서 '기다리게 하지 말고 어서 빨리 주문해!' 하는 느낌을 받는다. 소심한 나는 결국 그들의 눈치에 못 이겨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하고 항복하고 만다. 결국 카페 문을 당차게 열어젖힐 때와는 달리 내 손에는 늘 아메리카노만이 들려나올 뿐.


오늘의 강좌 <카페메뉴 탐구>는 바로 나처럼 카페에만 가면 소심해지는 사람들을 위한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카페에 가서 만날 '아메리카노'만 시킬 게 아니라, 다른 메뉴들도 미리 알고 가서 색다른 커피도 한 번 시켜볼 줄 알아야 하지 않겠냐는 거다. 


강사 분이 사전에 준비해 온 프린트에는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메뉴들 몇 개가 나열되어 있었다. 실제 카페에 가면 이보다 더 많은 종류의 메뉴들이 있기 때문에, 이것만 공부한다고 해서 모든 카페를 정복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카페를 대표하는 메뉴들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날 공부한 커피의 종류는 크게 아래 7가지로 정리된다.


1. 에스프레소 (일명 이탈리안 커피)

2. 아메리카노 (일명 아메리칸 커피)

3. 카페라떼 (일명 프렌치 커피)

4. 카페모카

5. 마끼야또

6. 꼰빠냐

7. 카페 프레도


생각해보면, 카페에 가서 멋도 모르고 '녹차 프라푸치노 한 잔이요', '샤케 라또 한 잔이요' 하고 용기 있게 생소한 메뉴들에 도전해본 적이 몇 번 있었거니와, 마시면서도 대체 이게 왜 '프라푸치노'이고 '샤케 라또'인지 알지도 못 하고 그냥 마셔댄 기억 뿐이다.


그리고 난 지금까지도 '샤케 라또'가 커피에 일본 술인 사케를 부어 만드는 음료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는 거. 그래서 술도 먹고 싶고, 커피도 먹고 싶을 때 '샤케 라또'를 시켜 먹으면서도 "이거 도수가 낮은가, 취하는 느낌이 안 드네" 했는데... 


강사 분 曰 "커피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은 '샤케 라또' 하면 사케 넣어 만드는 줄 알기도 하더라구요 ㅎㅎ" 차마 "그게 전데요."하고 말할 수는 없었다.


카페메뉴 공부가 끝난 뒤에는,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이 즐겨 마셨다고 하는 일명 '황제의 커피' 만드는 법을 배웠다. 


고급 커피잔에 전용 스틱을 올려놓고, 그 스틱 위에 각설탕을 올린 뒤, 40도가 넘는 위스키를 살짝 붓는다. 그 다음에 불을 붙이면 알코올 도수 때문에, 불이 붙어 끓기 시작하는데, 끓으면서 녹아버린 각설탕과 위스키를 커피에 부어 마시는 것이다. 위스키의 향과 커피의 향이 어우러져 정말 아름다운(?) 맛을 냈는데, 위스키는 끓였기 때문에 알코올이 전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느낌 탓일까? 한 잔 먹고 나니 왜 나는 알딸딸한 느낌을 받았을까. 하긴 나는 무알콜 맥주를 마시면서도 취하는 느낌을 받는 이상한 놈이긴 하다.


이 황제의 커피는 나폴레옹이 여자를 꼬실 때 만들었던 커피라고 하는데, 확실히 만드는 과정 자체는 별 거 없지만, 워낙 신기해서 남자들이 여자 꼬실 때 보여주면 다들 껌벅 넘어갈 것 같긴 하다. 나도 나중에 한 번...?


PS. 오늘의 커피는 '에티오피아 시다모 G2'였다.


PS2. 몰랐는데 오늘이 강사님 생일이었다. 수강생 중 한 분이 미리 준비해 온 호두파이 케익으로 간단하게 생일파티를 하고, 직접 드립한 커피를 곁들여 호두파이를 먹었다. 참 훈훈한 수업이다.



Posted by 가베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