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열정대학에 야심차게 개설한 무예24기 과목 '함께 무예 배워볼과' 1강이 열렸다.


마침 그날은 불광동 근처 '서울시 청년허브'에서 '열정Class'가 열리는 날이라, 클래스 강연이 끝난 뒤에 바로 모여서 수련하기로 했다.


화요일반 멤버 제외하고, 또 오늘 갑자기 사정이 생긴 한 명이 결석하니, 수강생은 두 명밖에 없었다. 단촐하니 오히려 짧은 시간 내에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우선 몸풀이와 입선(참장)을 복습하고, 이번에는 둘이서 짝지어 함께 푸는 몸풀이도 새로 지도하였다. 이어 주먹을 쥐는 법부터 주먹을 지르는 법, 발차기(단퇴), 발차기 막기, 보법(진/퇴보)을 지도하였다. 하나 하나 배울 때마다 계속 반복 연습하고, 어느 정도 잡혔다 싶으면 다시 새 진도를 나가다보니 1시간 30분이 훌쩍 흘러버렸다. 쉬는 시간 없이 1시간 30분 동안 계속 떠들면서, 수강생들의 자세를 봐주다보니 끝나고나면 나도 진이 쭉 빠진다.



사실 야심차게 과목을 개설했고, 스타트가 좋아서 아직은 순항 중이지만, 그럼에도 개설자 입장에서 여러모로 고민이 많다. 진도 문제가 가장 큰 걱정이다.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권법 자체가 일반적인 중국권법에 비해 초식의 수가 적은 편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7주 안에 이것을 다 지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더욱이 바로 투로를 들어갈 수도 없다. 무예를 수련하기 위한 기본공을 확실히 떼고 들어가야 하는데, 그걸 지도하는 데만도 몇 주가 걸릴 것이다. (아니 사실 몇 주 안에 뗀다는 것도 불가능하지)


가르쳐주려면 하루에도 다 가르쳐 줄 수 있지만, 그건 굉장히 무책임한 행동이 아닐까. 어느 무술이든 기본이 잡힌 후에야 다음 기술을 배우는 것인데, 아무리 취미반이라고 해도 기본공을 대충 지도하고, 바로 진도를 빼버리면... 기본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수련하다가 몸까지 망칠까 저어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온전히 지도자의 책임이다.


그렇다고 기본기만 주구장창 지도하자니, 수강생들 입장에서 맥이 빠져서 무예 자체에 흥미를 잃을까봐 그것도 걱정이 된다. 지금 당장은 기본기도 새로 배우는 동작이기에, 다들 재밌다고 하지만... 7주 동안 이것만 시키면 아마 중간에 다 '과목포기'하고 떨어져 나가지 않을까?


일단은 '취미반'으로 개설했기 때문에, 기본기를 중점적으로 수련하면서도 적당히 진도를 나가는 쪽으로 절충하긴 해야할텐데, 그 절충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커리큘럼 상으로는 권법 진도를 다 나가자고 했지만, 그건 욕심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권법에서 간단한 기술들만 뽑아서 지도할까? 


아무튼 개인수련하기도 정신 없는데, 여러모로 머리가 복잡한 요즘이다. 


그래도 수강생들이 열의를 갖고 수업에 임해주니, 그것만으로도 힘이 난다. 오늘은 수련 마치고 함께 집에 가는데, 한 학생이 가방에서 「조선무사」 책을 읽고 있다며 보여준다. 일전에 내가 열정대학 커뮤니티에 '무예 수련하면서 참고하면 좋을 서적 리스트'에 올려둔 책인데, 잊지 않고 책을 빌려서 읽는 것이었다. 



요새 열정대학 커뮤니티에 '수련하면서 참고할 서적'을 비롯해 매 수업이 끝난 뒤에 '수련일지'도 작성해서 올리고, 이런 저런 유용한 정보들을 꾸준히 올리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수강생들이 하나 같이 나에게 "개설자님 열정이 정말 대단하다", "지금까지 이렇게 커뮤니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개설자는 못 봤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웃으면서 "여러분이 열정적으로 수업에 참여해주니까 저도 덩달아 열심히 하게 되는거죠"하고 대답한다.


실제로 수강생들의 적극적인 호응이 있을 때마다 절로 힘이 난다. 특히 나는 수강생들에게 매 수업이 끝난 뒤에 '수련일기'를 써서 각자의 블로그에 올릴 것을 주문하였다. 그런데 하나같이 열심히 써주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그들의 수련일기를 읽으면서, 나는 행간에서 '열정'을 읽을 수 있었다. 


수강생들이 이토록 열의를 보여주니, 개설자 입장에서 어찌 열심히 하지 않으리오한 편으로, 나 역시 열심히 수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우리 사부님도 또한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PS. 이미 지난 화요일 첫 강의를 지도한 바 있지만, 그때는 인증샷을 찍지 않은 관계로... 벼르고 벼르다가 이번에서야 수강생들의 양해를 구하고 수련하는 사진을 찍어 짤막한 후기와 함께 첨부한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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