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딱히 강의랄 건 없었고, 지난 번에 예고했던 바와 같이 '핸드드립 경연대회'가 열렸다. 수강생 11명 중 가장 맛있는 커피를 내린 사람에게 원두 한 봉지를 상품으로 지급한다는 것이었다.


안그래도 지난 번에 구매한 원두가 이날 아침에 내린 커피를 마지막으로 바닥이 나는 바람에, 새로 원두를 구입할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내심 '오늘 핸드드립 대회에서 당당하게 우승해서 원두 한 봉 타와야겠다'는 생각으로 원두 구입을 잠시 미루었다. 혹시 아는가. 만에 하나 다른 수강생들을 다 제치고 1등을 해서 얻게 될 지. 그러면 적어도 일주일 정도는 원두 걱정이 없을 것 아니겠는가.


본격적인 드립을 하기 전에 오늘은 강사님이 직접 내려준 아이스커피를 한 잔 마셨다. 오늘의 커피는 '엘 살바도르 라호야 SHG'라는 원두로 내린 커피였다. 등급을 의미하는 SHG는 지난 번에 배운 SHB와는 또 다른 개념이었는데, SHB가 'Strictly Hard Bean'으로 속이 알차고 밀도가 단단한 원두를 의미한다면, SHG는 'Strictly High Grown'으로 매우 높은 지대에서 자라는 원두를 의미한다고 한다. 찾아보니 SHB나 SHG나 큰 차이는 없는 듯 하다. 둘 다 어쨌든 고지대에서 자라는 커피를 의미하며, 높은 곳에서 자라날수록 밀도가 단단하기 때문이다. 다만 등급을 적용하는 나라가 다르다는 점이 차이랄까.


아무튼 커피는 높은 지역에서 자란 원두일수록 훨씬 맛있고 가치가 높다고 하며, 오늘 마신 이 라호야 커피는 카카오의 쓰고 단 맛이 나면서도 신맛도 적당히 섞여 있는 커피라고 한다. 솔직히 나는 아직도 내공이 부족한 것인지, 원체 미각이 둔한 것인지, 향과 맛의 특징을 느끼기가 힘들었다.


이어서 본격적인 핸드드립 대회가 열렸다. 원래 11명이 수강을 하는데, 한 명이 오질 않아서(아싸, 경쟁자가 줄었다!) 10명이서 대회를 진행했다. 가장 먼저 열린 개인전에서는 한 명씩 드립을 해서 돌려가며 맛을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같은 원두를 썼음에도 사람에 따라 맛이 각양각색이라는 점이 참 신기했다. 같은 등급의 원두를 같은 양 넣었고, 같은 도구를 썼으니 승부는 결국 '물붓기'에서 판가름이 난 것 같다. 붓는 물의 양과 물줄기의 속도 등에서 이 미세한 맛의 차이가 난다고 한다.


10명이 드립을 하는 동안, 강사님은 잘못된 드립 방법이나 잘된 드립 방법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 원두가루 이상 물을 부으면 맛이 연해지므로 안됨 (물이 일정 이상 차면 멈추고 다음 추출을 기다려야 함)

- 2, 3차 추출시에는 물줄기가 굵어져야 함 (1차 추출시에 이미 원두가루가 불어서 물줄기를 얇게 부으면 추출이 느려지기 때문에)


사실 10명의 커피를 돌려가며 마셔봤지만, 정말 심하게 연하게 우리지 않는 이상 맛의 차이를 그닥 느끼지 못했다. 내 미각이 정말 둔하긴 한가보다. 이래서 무슨 바리스타가 되겠다고... ㅜ.ㅜ


아무튼 강사님께서 높이 평가해주신 덕분에... 내가 우승을 차지했다. 


강사님 曰 "전부 종이 한 장 차이지만, 그래도 막내가 제일 잘 내렸다. 물줄기도 일정하게 잘 부었고, 드립퍼의 세 구멍에서 물이 잘 빠졌다. 좀 더 진하게 우렸으면 좋았겠지만, 향이 그대로 살아있다"며 칭찬해주셨다. 결국 커피원두 한 봉을 상품으로 득템했는데, 여러 종류가 있었지만 뭐가 뭔지 잘 몰라서 한 번도 마셔보지 않은 '케냐AA' 원두를 집어들었다.



이어서 '단체전'이 열렸다. 단체전은 5명씩 두 팀으로 나누어, 팀별 대표가 드립을 하는 방식이었는데, 가장 맛있게 커피를 내린 대표가 속한 팀 5명에게 각각 원두 한 봉씩을 상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우리 팀은 나와 함께 유일한 남자 수강생이자, 제일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이 대표로 나섰는데, 설마 했는데 이분이 또 우승을 하셨다. 덕분에 나는 '인도네시아 만델린 G1'이라는 원두 한 봉을 추가 득템했다. 


결국 오늘의 위너는 나였던 듯... ^^ 

커피 두 봉 들고 집에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벼웠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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