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종일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내일부터 다시 비가 온다고 하는데, 마치 폭풍전야의 고요함처럼 오늘 하루는 그 어느 때보다도 바람도 선선하게 불어오고, 하늘의 색깔도 알록달록한 것이 참 고요하고도 아름다운 하루였다.


내일부터 장마가 다시 시작되면, 당분간 실외수련은 포기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저녁 먹고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개인수련을 했다. 


오늘은 오랜만에 홍가권을 연마해보았다. 공자복호권부터 호학쌍형권까지... 딱 한 번씩만 했는데도 벌써 힘이 든다. 역시 홍가권은 강권 중의 강권. 몸을 단련하는 데에 이만한 권법도 없는 것 같다. 굳이 실전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그냥 몸풀이나 웨이트 트레이닝의 개념으로 생각하고, 하루에 한 번씩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오랜만에 하는데도 동작이 거의 다 기억나는 것이 신기했다. 하긴 내가 얼마나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배운 권법인데, 이걸 잊어버리면 들인 공과 돈이 아깝지.


수련을 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온다. 이렇게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또 언제였던가.


그 하늘을 보는 순간 더 이상 수련을 이어나갈 수가 없었다. 그냥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이런 저런 상념에 잠겼다. 때마침 드라마 <미생>의 메인 테마곡인 한희정의 '내일'을 듣고 있었는데, 그 분위기에 가장 와닿는 음악이기도 해서, 어울리지도 않게 감상에 빠져버렸다.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결국 나라는 존재가 살아있기에 가능한 일. 살아있는 내 자신에 감사하자. 오늘 내게 주어진 하루를 소중히 여기자. 매사 최선을 다하자.





Posted by 가베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