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집에서 기르는 보리(강아지 이름) 미용을 맡겨놓고 나니, 찾으러 갈 때까지 할 게 없더군요. 무려 2시간 동안 텀이 생겼는데, 다시 집에 가자니 더운 날씨에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일인지라... 커피나 마시면서 신문 읽을 요량으로, 근처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처음엔 더운 날씨라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실 생각이었는데, 막상 카페에 들어가서 메뉴판을 보니 '에스프레소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핸드드립, 아메리카노 커피는 자주 마셔봤지만, 에스프레소는 많이 마실 기회가 없었습니다. 일단 양이 적기 때문에 Take-Out이 안 되서 주문할 일도 별로 없었고, 양이 적다는 점 때문에 뭔가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하지만 커피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에스프레소의 맛도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에, 오늘은 에스프레소를 마셨습니다.


확실히 핸드드립보다도 훨씬 진한 맛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커피의 매력에 푹 빠진 뒤라서, 막상 몇 모금 마시고나니 그렇게 쓰다는 느낌도 안 들더군요. 금세 적응했습니다. 오히려 핸드드립보다 진한 맛에 왜 이탈리아인들이 에스프레소를 자신들의 자부심으로까지 여기는지 알 것도 같았습니다.



에스프레소 위에 낀 이 황금색 거품이 바로 '크레마'입니다. 크레마는 커피의 향과 맛을 더욱 돋구어주는 거품으로,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에만 존재하는 거품입니다. 크레마에 커피의 좋은 성분이 다 들어가 있다고 하죠. 질 나쁜 원두를 쓰면 크레마가 안 나온다고 합니다.


실제로 커피 공부를 하며 크레마라는 개념을 배운 뒤에, 이 거품을 본 건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고 싶어서, 카페 주인장님한테 "이게 크레마가 맞냐"고 물어봤습니다. 크레마가 맞다고 하더군요.


이처럼 커피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하니, 카페에서 그냥 생각 없이 마실 때와는 달리 커피 한 모금을 마셔도 계속 맛을 분석하게 되고, 커피 표면에 생기는 거품 하나 하나에 호기심을 갖고 궁금증을 품게 됩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질문도 하게 되고요. 무언가에 꽂혀서 적극적으로 배우는 자세를 견지한다는 건, 참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열정이 식지 않고 끝까지 가야 진국일텐데요.


그나저나 오늘 저녁에 설사를 했습니다. 사실 저는 커피랑 몸이 잘 안 맞는 것 같기도 해요. 원래 선천적으로 장이 좋지 않은데, 커피가 장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오늘 설사를 한 것도 에스프레소 탓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제 막 커피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커피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는데... 커피가 내 체질에 안 맞는다니 참 끔찍하네요. 오늘 설사가 에스프레소 탓이 아니었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Posted by 가베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