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포스팅한 바와 같이 요즘 해금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링크: http://gabeci.tistory.com/169)


배우기 시작한 지 2개월 정도 되었는데, 실력 있는 선생님의 친절한 지도 덕분에 꽤나 진도가 빠른 편이다. 내가 느끼기에도 진도가 참 빠르다고 느꼈는데, 우리를 지도하시는 선생님도 다른 수강생들에 비해 우리 반이 진도가 빠른 편이라고 하신다. 다들 잘 따라와서 그런거라고 하니 내심 다행이다.


참고로 내가 수강하는 반은 취미반으로, 나를 포함해서 총 3명이 1주일에 1회, 1시간씩 교습을 받아왔다. 그런데 얼마 전에, 같이 교습 받던 한 분이 '진도를 따라가기 벅차다'는 이유로, 1:1 개인레슨으로 갈아타는 바람에 지금은 2명이서 교습을 받는 상황이다. (그래서 비용은 고정이지만, 교습시간이 40분으로 줄었다)


아무튼 해금을 배우러 부천까지 왔다갔다 하느라 생각보다 오가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데, 워낙 선생님의 실력도 믿을 만하고, 친절하게 지도를 해주셔서 만족스럽게 다니고 있는 중이다. 나날이 배우는 재미가 있어서 40분이라는 시간이 정말 짧게 느껴질 정도다. (사실 오가는 시간에 비해 40분은 정말 짧긴 짧다)


아무튼 요즘 해금을 배우면서 느끼는 게 많다.


첫째, 기본이 중요하다는 것. 앞서 언급하였다시피, 우리 반이 유독 진도가 빠르다보니 벌써 '오나라'와 같은 간단한 곡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곡을 따라가는 것에만 집착하다보니, 기본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른 수강생의 속도에 맞춰 곡 연주하는 것에만 계속 신경쓰다보니, 결국 제일 중요한 자세에서부터 잘못된 버릇이 들어버렸다. 


해금은 왼손으로 입죽(해금의 몸체)의 중현(안줄), 유현(바깥줄)을 잡은 상태로 연주해야한다. 이때 손가락 사이는 절대 벌어져서는 안된다. 음이탈 현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손목이 계속 떨어지고, 손가락이 벌어지는 잘못된 버릇이 계속 나왔던 것. 자세가 잘못되었다보니 제대로 된 음이 나올 리가 없었고, 결국 나는 집에 가서 다음 수업 전까지 계속 손가락을 붙이며 줄을 잡는 연습만 했다. 그렇게 기본을 다시 잡고 나니, 그 다음부터는 수업을 따라가기가 훨씬 수월했다.


둘째, 일희일비하지 말 것.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본 자세가 제대로 안 잡힌 상태에서 수업을 듣다보니 당연히 다른 수강생의 속도에 맞춰갈 수가 없었다. 결국 교습 시간 내내 지적을 받았고, 자격지심까지 느꼈더랬다. 수업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서도 우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약간 부아가 치밀기도 해서, 앞서 말한 것처럼 계속 연습을 해갔더니, 일주일 만에 "손모양이 훨씬 좋아졌다", "손모양이 예쁘게 잡혔다"고 칭찬을 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우울한 마음은 가셨지만, 다시 한 번 일희일비 해서는 안되겠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무예를 수련할 때도 슬럼프가 올 때마다 늘 다짐하고 또 다짐했던 생각이었음에도, 어쩌다 한 번씩은 꼭 이런 감정을 느끼곤 한다. 결국 이런 감정을 컨트롤하는 것도 자기 자신과의 부단한 싸움인 것 같다.


셋째,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 교습은 일주일에 하루 뿐이지만, 다른 날에도 언제든지 와서 학원의 공용 해금을 가지고 개인 연습을 해도 된다. 그래서 처음에는 개인 연습을 위해 주말쯤에 한 번 더 학원을 방문하곤 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거리가 멀다보니 계속 가기가 힘든 것이 사실. 처음에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더 가서 연습할 수도 있었지만, 진도를 나가면 나갈수록 일주일에 하루 더 연습한다고 해서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란 걸 느꼈다. 


결국 집에서 꾸준히 연습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런데 해금을 사자니, 비용도 만만찮고, 솔직히 해금을 계속 배울 수 있을 거라 장담할 수도 없어서 일단은 악기사에서 2개월 기간 약정으로 대여했다. 덕분에 지금은 학원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매일 매일 개인 연습을 할 수 있다.


처음 몇 번은 오히려 악기를 빌려놓고도 내팽개쳐두고 연습을 게을리했는데, 연습을 안 하면 따라갈 수가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뒤로는, 가급적 하루에 30분 이상은 연습을 하려 노력하고 있다. 한 30분 정도 쉬지 않고 계속 연습하다보면, 줄을 잡고 있는 왼손가락 첫째마디가 끊어질 듯 아프다. 줄이 워낙 팽팽한 데다가, 높은 '도' 음을 내기 위해서는 줄을 있는 힘껏 쥐어야해서 손가락이 아플 수밖에 없는 것. 그러나 고통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하질 않았나. 아파도 참고 계속 연습하다보니, 엊그제 수업 때는 "집에서 정말 열심히 연습한 티가 난다"는 칭찬까지 받았다. 이제는 오히려 왼손가락에 느껴지는 고통이 '그만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져서 즐겁다.


이렇게 정리해놓고 보니, 꼭 해금 뿐만이 아니라 세상 어떤 일에건 해당되는 말이다. 무예든, 커피든, 공부든... 위에서 열거한 교훈들은 이미 무예를 수련하면서 깨달은 바들이기도 하다. 


아마 무예를 수련하지 않았더라면, 해금을 비롯해 어떤 일을 하건 간에, 슬럼프나 위기가 왔을 때 극복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이건 나랑 안 맞아" 하고 일찌감치 때려쳤을지도 모를 일. 하지만 이미 무예 수련을 통해 '기본이 중요하다는 것', '일희일비해서는 안된다는 것',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중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에게 있어 무예 수련은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큰 지혜를 주는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배운 대장금 OST '오나라'를 연주해보았다. 아직은 실력이 부족해서 음이 삐걱거리고, 음이탈 현상도 잘 일어난다. 해금은 '절대음감'을 요구하는 쉽지 않은 악기라고 하는데, 원체 음악적 소양이 없는 관계로 아직도 어렵기만 하다. 개인 점검 차원에서 찍은 영상이니, 무단 불펌 금지!!!)


PS. 참고로 내가 배우고 있는 곳은 부천시청역 1번 출구 근처에 있는 '해금소리'라는 학원으로, 원장 선생님이 퓨전국악그룹 연리지의 멤버이기도 하다. 실력도 있고, 꽤나 친절하게 가르쳐주셔서 만족하며 다니는 중이다. 관심 있는 분들은 상담 받아보시길... (부천 해금소리 블로그 링크: http://blog.naver.com/dibrlv)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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