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무예를 수련하면서 '깊이 있는 수련'에 대해 한 번 글을 써봐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마침 아는 형님께서 블로그에 좋은 글을 올려주셨더군요. (링크: http://blog.naver.com/k0062/220779264179)


그 형님과 저는 서로 수련하는 권종 자체가 다르지만, 무술을 수련하는 입장에서 그 형님의 글을 보며 배우는 점이 참 많습니다. 꼭 무술의 실기적인 교류가 아닐지라도, 무술 수련에 있어서의 철학이나 원칙 등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매번 자극을 받고 있거든요. 이번에 형님께서 올리신 글을 보니, 저 역시 평소에 품고 있던 생각에 대해 글로 한 번 정리해 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저는 그동안 꽤 많은 무술을 배워봤습니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2~3년 이상 배웠죠. 그중에는 깊이 있게 무예를 지도하는 곳도 있었지만, 수박 겉핧기식으로 초식의 형태만 지도하는 곳이 더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겉모습이라도 제대로 지도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몇 번 보여주고 마는 식의 지도... 용법은 자연히 알 길이 없고, 외형(外形)조차 제대로 따라하고 있는지 의문일 때가 많았습니다. 


제가 잠깐 다녔던 어느 도장에서의 일입니다. 하루는 초식을 연마하고 있는데, 관장님께서 "왜 동작을 그렇게 해!"하고 호통을 치신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더군요. 저는 당연히 그 동작이 정석이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연습을 했기 때문이죠. 그곳의 교육과정은 관장님께서 한두 번 보여주면, 뒤에서 따라하고 마는 식이었습니다. 그런 식의 교육방식이 옳고 그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자세하게 동작을 지도해주고 그런 지적을 받았더라면, 그나마 덜 억울했을 듯 합니다.


물론 처음에 제대로 배웠다고 하더라도, 혼자 수련을 하다보면 자세가 계속 어긋나기 십상이고, 그래서 꾸준히 교정을 받아야 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게 사부님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는 그 동작을 배운 지 몇 개월이나 지난 뒤에서야 지적을 받았으니, 그동안 그 관장님께서는 제가 동작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아닌지 제대로 점검도 안 해주셨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자연히 무예 수련의 깊이란 걸 느낄 턱이 없었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무예에 대한 확신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저는 무예24기를 수련하면서 '깊이 있게 수련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점차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처음에 공연 연습 때문에 기창의 투로만 배운 적이 있었는데, 그때 급하게 배운 투로를 통해 기창을 완벽하게 숙달했다고 착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사부님께 기창 교정을 받고 있는데, 기본기 하나에서부터 동작의 숨은 의미와 용법에 대해 세심하게 지도해주시는 데서 '깊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수련 시 사부님께서 일러주신 부분들을 신경쓰며 수련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찌르기' 하나를 하더라도 보법이며, 안법이며, 칼날의 각도 등 신경써야 할 부분이 한 둘이 아닙니다. 그래서 요즘은 창을 쓰든 칼을 쓰든, 욕심 안 부리고 가장 기본이 되는 동작들 하나 하나에 집중해서 수련을 하고 있습니다. 기본기 하나조차도 유의해야 할 부분이 한 둘이 아닌 탓에, 이 모두를 완벽하게 숙달하기 위해선 정말 평생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무예란 하루이틀 배우고 말 것도 아니고, 평생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조급하게 생각할 것도 없고, 가장 단순한 베기나 찌르기 하나를 하더라도 평생 한다는 생각으로 수련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하루 하루 수련할 때마다 느낌이 다릅니다. 정말 단순한 동작인데, 그 동작을 좀 더 세련되게 다듬어가는 과정에서 점점 더 수련의 깊이를 느끼고 있습니다.


사실 무예24기는 태생적으로 복원무술이라는 한계가 있어, 여러모로 '무술적 깊이'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이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저 역시도 처음 무예24기 수련을 권유받았을 때, '정종 문파에서 수련하는 내가 왜 굳이 검증도 안된 복원무술을 배우나' 하면서 망설였습니다. 


결국 무예24기 수련을 시작했을 때도 '그냥 한 3개월 정도만 수련하다가 핑계 대고 나가야지'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처음의 생각과는 달리 이곳 '무예24기 한양류'에 정착하여 5년째 수련을 해오고 있습니다. 군대에서도 수련을 꾸준히 해왔으니, 사실상 제 무예 경력 중 가장 많은 경력을 차지하는 게 바로 무예24기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저는 이곳 한양류가 존재하는 한, 평생 이곳에서 수련을 할 생각입니다. 아직도 사부님으로부터 배워야 할 게 많고, 사부님께서 살아계시는 동안은 평생 교정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렇게 확신을 할 정도로, 한양류는 타 무예도보통지 수련단체에 비해서도 무예도보통지의 무술적 복원이 꽤 높은 수준까지 이루어진 상황입니다. 사부님 역시도 "다른 건 몰라도 장병기 기법의 복원과 운용에 있어서만큼은 우리 한양류만큼 하는 곳도 별로 없을 것이다"라고 자부하시더군요. 사부님 밑에서 무예를 배우면서, 사부님의 실력을 봤기에 저 역시 그 말이 결코 허풍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몸 담고 있는 한양류에 확신을 갖고 무예를 배우고 있습니다.


만약 무술을 배우는 분이라면 진지하게 한 번 되돌아보시기 바랍니다. 사부님께서 동작 하나하나의 의미와 용법을 제대로 알고 지도하고 계시는지, 사부님께 동작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면 망설임 없이 답변할 정도로 실력을 갖추고 계신지, 무술을 수련하면서 실전에서 쓸 수 있다고 확신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술을 수련하면서 '깊이'를 느끼고 있는지... 자문자답을 해보고 그게 아니라면 제대로 가르쳐주는 곳을 찾아 떠나십시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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