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말부터 경복궁 옆에 위치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조선왕릉, 왕실의 영혼을 담다>라는 주제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평소 조선왕릉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터라, 미루고 미루다가 더 늦기 전에 가봐야겠다 싶어서 엊그제 다녀왔습니다.



이번 전시는 총 4개의 테마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조선왕릉, 세우다', '조선왕릉 정하다', '조선왕릉, 모시다', '조선왕릉, 돌보다' 등의 테마인데, 국왕이 승하한 후, 국장준비가 이루어지는 과정부터 왕릉이 조성되고 절기, 기일마다 제례를 지내는 과정까지를 자세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전시는 국립고궁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시를 다 둘러봤다고 생각하는 순간, 마지막 코너에 '지하1층에서 이어집니다'라는 문구가 있더군요. 뭐지 싶었는데, 마지막 테마인 '조선왕릉, 돌보다'라는 코너는 지하 1층에서 전시한다는군요. 엊그제 갔을 때는, 오후에 다른 일정이 있어서 이 부분은 보지 못했습니다. 너무 아쉬운 마음에 오늘 다시 가서 나머지 전시까지 보고 왔습니다. 


사실 조선에서 임금이 승하한 뒤, 어떤 방식으로 장례를 치르고 어떻게 왕릉이 조성되는가에 대해서는 조선왕릉을 자주 다니며 숱하게 접했기에, 그닥 흥미롭거나 새로운 내용들은 아니었습니다. 전시되고 있는 유물들도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않았습니다. 기껏해야 정조 구릉지(舊陵地)에서 출토된 유물들이나 임금의 관인 재궁(梓宮) 정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지하1층 전시가 나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VR(가상현실) 체험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여기가 제일 인기가 많더군요. 전시 자체는 찾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는데, 이 코너만큼은 다들 줄지어 몰려있을 정도였습니다. 


VR 체험은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첫 번째는 앉아서 보는 VR로 그냥 의자에 앉아 헤드셋을 끼고 3D 영상을 보는 개념입니다. 두 번째 VR은 서서 체험하는 프로그램인데, 헤드셋을 착용하고 머신 위에 올라서서 직접 몸으로 체험하는 인터렉티브 시스템입니다. 


예를 들어 제자리에서 뛰거나 걸을 때마다 화면에서 사람의 모션을 인식해 이동하는 방식입니다. 두 번째가 더 흥미진진해보여서 체험해보고 싶었는데, 역시나 이게 제일 인기가 많더군요. 줄도 길거니와, 기계를 자주 식혀줘야 한다고 대기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포기했습니다. 


결국 첫 번째 VR만 체험해봤는데, 화성의 융릉(사도세자의 무덤)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이것도 엄청 신기하지는 않았지만 인상적이었습니다. 드론으로 지상과 공중에서 촬영한 융릉을 계속 따라가는 방식이었습니다. 인터렉티브 시스템처럼 제가 직접 뛰어다니면서 볼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제가 고개를 돌릴 때마다 360도로 회전이 되면서 사방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미디어도 VR이 대세라고 하는데, 박물관에서 이런 선진적인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니 반가운 일입니다. 고궁박물관 뿐만 아니라 많은 박물관들이 도입했으면 하는 시스템입니다. 예를 들면 전쟁기념관 같은 곳에서는 실제 전장을 VR로 체험할 수 있는 코너를 도입한다던지요. 2019년 건립 목표인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에서는 평소 가보기 힘든 해외 임시정부 청사를 VR로 체험할 수 있도록 코너를 마련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전시개요]


조선왕릉은 조선의 왕과 왕비의 무덤을 말한다. 유교적 통치 이념 속에서 절대적 권위와 위엄을 지닌 신성한 존재였던 왕과 왕비가 사후에 묻히게 되는 왕릉은 생전에 거처하던 궁궐과 마찬가지로 성역으로 취급되었다. 따라서 왕릉 위치의 선정부터 건설에 이르기까지 모든 절차는 국가적 예법에 따라 신중하고 엄격하게 진행되었으며, 완성된 이후에는 왕실을 수호하는 조상신의 영혼이 머무는 곳이자 왕실 의례의 장소로서 철저하게 관리되었다. 


조선왕릉은 500년 역사의 건축, 조경, 조각, 제도, 의례 등 유·무형의 요소가 어우러져 있는 공간이다. 또한 조선왕조 역대 27대 왕과 왕비의 왕릉이 대부분 온전히 남아 있어 역사적 변천을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2009년 조선왕릉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인류의 문화유산으로서도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내용 출처: 국립고궁박물관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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