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화제작 <부산행>을 뒤늦게 봤습니다.


지난 번 <터널>과 비슷한 이유로, 솔직히 구미가 당기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더욱이 저는 좀비물을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 흉한 몰골들을 보는 것 자체가 꺼림칙해서... 그래도 하도 여기저기서 '부산행', '부산행' 하길래, 얼마나 재밌는지 한 번 보자는 심산으로 방금 보고 왔습니다.


전체적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보긴 했습니다. 잘 만들긴 했어요. 감독이 영화를 통해 뭘 말하고 싶은지 메시지도 단순명료하게 잘 전달이 되고 있었습니다. 관객들로 하여금 장면을 여러 번 돌려보게 하고, 머리 써가면서까지 메시지를 추리하게 만드는 요즘 영화들과 달리, 정말 단순명료하게 메시지를 던지고 있어서 가볍게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한 번 들여다보고자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영화 보는 내내 김의성이란 배우가 맡은 버스회사 상무 역할에 집중해서 봤습니다. 대단한 악역이라고 소문이 났길래, 얼마나 민폐를 끼치는 캐릭터일까 궁금했습니다. 그 사람이 하는 행동 하나 하나를 유심히 지켜봤습니다.


아등바등 저 혼자 살아남겠다고, 다른 이들의 생명은 아랑곳않는 캐릭터더군요. 하지만 그 캐릭터의 행동에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솔직히 저런 극단적인 상황에 처해서 남들 처지까지 신경쓸 여유가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 자문해봅시다. 


저는 굉장히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사실 도덕이란 것 자체가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을 억누르기 위해 다수의 합의를 거쳐 만들어진 인위적 가치에 불과할 따름입니다. 자기 자신을 버릴 줄 아는 의사(義士)나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대다수의 인간들은 저런 상황에 처해서 누구나 김의성이 될 겁니다. 


물론 김의성의 행동을 정당하다고 옹호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단 겁니다. 저런 상황에 처했을 때, 나라고 과연 김의성이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 목숨을 버려가면서까지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겠는가. 뭐 당연히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요. 나라와 이웃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의인들이 바로 그런 분들이죠. 하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별로 없기에, 우리가 그분들을 의인이라고 존경하는 것이 아닐까요.


아무튼 버스회사 상무의 민폐짓과 더불어 우리 마동석 형님의 격투씬이 또 이 영화의 볼거리 중 하나죠. 그 큼지막한 주먹으로 좀비들을 때려잡는데, 어찌나 속이 시원하던지. 그런데 영화를 보니 좀비들은 관절이 뒤틀려도 금세 관절을 끼워맞춰서 다시 공격해오더군요. 총알도 안 통하는 것 같고요. 타격으로는 좀비들을 완전히 제압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럴 때는 역시 칼과 같이 예리한 무기로 신체를 절단하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좀비들과의 격투에는 무조건 진검을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고로, 우리 모두 무술을... 아니 무기술을 배워야 합니다. 기왕이면 휴대하며 사용할 수 있는 검술을 말이죠. 먼 훗날 있을지 모를 좀비들과의 격투에 대비해서, 저 역시 무예24기 수련에 매진해야겠습니다. (쿨럭...)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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