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11.12 민중총궐기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일단 제가 갔을 때는 5시 반 정도였는데요, 본 행사가 7시부터 시작인데 이미 인파로 가득찼더군요. 당시 주최 측 추산 100만 명이 몰렸다고 하니까요. 도저히 서 있기 힘들더군요. 그 넓디 넓은 광화문광장과 청계광장, 경복궁역, 종로3가 일대가 인파로 가득차서 한 발자국도 걸음을 옮길 수가 없는 형국이었습니다. 가만히만 서있어도 뒷사람이 미는 통에 알아서 몸이 움직이는 기현상이 발생했죠. 마치 거대한 출퇴근길 지옥철 안에 들어온 느낌이었습니다. 전화도 잘 안 터지더군요.



지하철역들도 인파로 가득차서 광화문과 2~3개 정거장 정도 떨어진 곳에서 하차해 도보로 이동해야만 했습니다. 서울광장도 온갖 단체들로 점령당한 상태였습니다. 소속 단체들의 깃발을 장대에 걸어 높이 들고 다니는데... 도로를 가득 점거한 깃발부대들을 보니 무슨 <적벽대전> 보는 줄 알았습니다. 대오도 정연하고.. 웬만한 당나라 군대보다 훨씬 각이 잡혀있더라고요.


사람이 많다보니 별의별 잡종들도 다 기어나왔더군요. 웬 양키들은 예수님 믿으라고 선교하고 자빠졌고... 이게 무슨 축제라도 되는 양 온갖 푸드트럭들이 몰려와서 장사하는 것도 보기 좋진 않았습니다. 그래 뭐, 백번을 양보해서 시위하는 사람들 배고플까봐 그랬다손 칩시다. 그래도 솜사탕은 아니지 않나요. 솜사탕은 놀이동산에서나 먹는 그런 먹거리인데... 시위 현장에서 솜사탕 장사를 할 생각을 하다니... 이 와중에도 잇속만 챙기려는 장사치들의 행태가 영 눈에 거슬렸습니다.



본 행사는 7시부터였지만... 갑자기 원인 모를 두통이 발생하는 탓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역사적인 현장에서 끝까지 촛불을 함께 들고 싶었는데... 두통이 심해서 견디지를 못하겠더라고요. 사람이 너무 많은데 추위까지 겹쳐서 두통이 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생전 두통이라곤 걸려본 적이 없었는데. 집에 와서 한숨 자고 나니 좀 나아졌습니다. 집에서 SNS로 생중계되는 집회 현장을 보면서, 그 현장을 끝까지 지키지 못한 게 내내 한스러웠습니다.


아무튼 2016년 11월 12일은 역사에 기록될 하루가 됐습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최대 인파가 몰렸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이렇듯 한 목소리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던 적이 있었나 싶기도 합니다. 먼 훗날, 우리의 이야기들은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 그 때를 살아갈 후손들은 이날의 의미를 어떻게 기억하게 될 것인지 참으로 궁금해집니다.



Posted by 가베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