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광화문-경복궁 일대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이제 조금씩 지쳐갑니다. 날도 추워지고, 매 주말마다 어마어마한 인파에 끼어 행진한다는 게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 하나쯤이야...'하는 생각이 결국 이 나라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찝찝해서라도 광장에 나갈 수밖에 없겠더군요.


대신 오늘은 좀 일찍 가서 오후 4시부터 열리는 '청와대 포위' 행사에만 참석하고, 본행사와 행진은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이 이례적으로 청와대 앞 100m까지 행진을 허용한 관계로, 동서남으로 청와대 방면의 행진이 이뤄졌습니다. 제가 행진한 구간은 남쪽 코스인 청와대 사랑채 앞 자하문로입니다. 경찰이 세워둔 차벽 뒤로 청와대 영빈관이 가까이 보이더군요. 여기서 우렁차게 외쳐댔으니, 청와대 안에 있는 박 대통령도 분명히 국민의 성난 목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청와대에 없을지도...?)


박 대통령에게 진지하게 건의합니다. 이제 국민들에게 황금주말을 반납하기 바랍니다. 본인 한 명만 깔끔하게 내려오면 5천만 국민 모두가 주말에 편하게 발 뻗고 잘 수 있습니다. 차벽으로 막혀 주말만 되면 울상인 삼청동 일대 상인들에게도 웃음을 돌려주시기 바랍니다. 경복궁을 관람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해외 관광객들이 헛걸음을 하는 일이 없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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