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입문 이후로 5년 가까이 애정을 갖고 수련해왔던 무예24기를 잠시 관두기로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태극권, 홍가권, 영춘권 등 다양한 무술을 수련해왔음에도, 제일 오랜 시간 그리고 제일 열심히 수련했던 무예가 바로 무예24기였습니다. 군 복무 중에도 짬짬이 수련을 해왔고, 휴가 중에도 반드시 수련터에 나가 사부님께 교정을 받았을 정도니까요. 물론 그 애정은 지금도 식지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옮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저 칼과 창을 휘두르는 맛이 좋아서 무예24기를 해오긴 했지만, 제 마음 속에는 여전히 맨손무예에 대한 갈증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요즘 시대에 칼이나 창을 들고 다니며 호신을 하기는 힘드니까요. <무예도보통지>의 권법 수련을 열심히 해보기도 했지만, 애시당초 <무예도보통지> 자체가 맨손무예의 비중이 낮은 데다가 완벽한 복원이 이뤄지지 않아 제가 원하는 수준의 수련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이미 수 개월 전에 "타 문파의 권술을 배우기로 결심했다"고 포스팅을 한 바 있었죠. 다만 그 시기와 권종을 정하지 못해 계속 견학이나 다니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더랬습니다.


그런데 더 미루다간 영영 기회를 놓치겠다는 생각에, 이제 정말 새로운 문파로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며칠 전에 갑작스럽게 "떠나겠다"고 선언하고, 사부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처음엔 농담처럼 얘기를 꺼냈고, 저 역시도 이번 달까지는 좀 더 고민해볼 요량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마음이 콩밭에 가있는 마당에 무예24기 수련이라고 제대로 될 리가 없더군요. 결국 더 미룰 것 없이 당장 다음 주부터 새로운 도장으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사부님께서는 "성장을 위해서는 떠나는 게 맞는 것 같다"면서 기꺼이 떠나는 것을 허락해주셨지만, 그래도 시원섭섭해하는 눈치셨습니다. 저도 그게 참 마음에 걸렸지만, 어쨌든 제 개인의 성장과 무술적 욕망의 해소를 위해서라도 떠나는 것에 대해 후회는 없습니다.


무예24기 수련을 병행할까도 고민해봤지만, 오히려 사부님께서 "무리해서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리시더군요. 오히려 제게 "제대로 된 정종 문파에 가서 성공하면 그걸로 된 거다"라고 격려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어제 일요일 정규수련을 마지막으로 무예24기 수련을 중단했습니다. 마지막이라고 사부님께서 진검을 빌려주시며 "대나무베기나 실컷 하고 가라"고 하시더군요. 덕분에 대나무 여럿 쪼개고 왔습니다. 조촐한 송별회(?) 겸 부대찌개로 다같이 점심 먹고 헤어지는데 참 미안한 마음도 들고, 아쉬운 마음도 듭니다. 뭐 집도 가깝고 어차피 무술 외적으로도 자주 만날 일이 많지만, 오랜 시간 몸 담았던 문파를 떠난다고 하니 마음이 공허하네요. 그래도 가끔씩 송년회 등 경조사는 참여하면서 인연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어찌됐건 내일이면 새로운 둥지를 찾아 떠납니다. 어떤 무술을 배우게 될 지는 이미 결정했지만, 아직까지 밝히기가 좀 그렇습니다. 입문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벌써 제자가 된 것마냥 떠들고 다니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요. 정식으로 입문하고 수련을 시작하면 수련일기를 통해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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