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얼마 전 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효창원 국립묘지화' 입법추진에 대해 그 지역 주민들과 구의회 등에서 강하게 반발하며, 심지어 효창공원 앞에서 대대적으로 반대서명운동까지 전개하고 있다고 한다. 하필 이 소식을 접한 오늘은 8월 29일, 103년 전 대한제국이 일제에 강제로 국권을 강탈당한 날이기에 더더욱 가슴 아픈 소식으로 들려온다. 하놀도 무심치 않았는지 오늘따라 비가 을씨년스럽게 내린다.

 

서울특별시 용산구 효창동에 위치한 효창공원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다. 효창공원은 원래 조선 22대 임금 정조의 아들인 문효세자의 무덤이 있던 곳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은 이곳에 주둔하며 효창원을 효창공원으로 격하시켰다. 그리고 일제가 패망하여 물러난 뒤에는 미군이 다시 이곳에 주둔하게 되었다. 백범 김구 선생은 해방 직후 외세의 교두보나 다름 없던 이곳에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등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우다 순국한 민족영웅들의 유해를 찾아 안장한 바 있다. 그것은 외세의 교두보나 다름 없던 이곳에 민족영웅의 유해를 안장함으로써 민족정기를 불어넣고 성지화하고자 했던 깊은 뜻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백범 선생 당신도 서거하신 뒤에 이곳에 안장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백범 김구 선생의 묘소를 비롯하여 앞서 언급한 세 의사의 묘역(여기에 훗날 유해를 찾으면 안장하기 위해 마련해둔 안중근 의사의 가묘 포함)과 이동녕, 차리석, 조성환 등 임시정부 요인들의 묘역이 있다. 즉, 이곳이야말로 민족의 성지나 다름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에 발생한 지역주민들의 반발은 충분히 예견할 만한 일이었다. 김구 선생에게 열등감을 느껴 공권력을 동원해 효창원 내 백범 김구 선생 묘소를 참배하지 못하게 막고, 그도 모자라 그 주변에 효창운동장을 짓는 등 민족의 성지를 대대적으로 탄압했던 이승만 독재정권의 그런 잔혹한 행위들이 바로 오늘의 분란이 일어나게끔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효창원을 탄압해 공원화했을 때부터 이미 지역주민들에게는 자신들이 언제 어느 때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원으로써 자리매김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효창원 국립묘지화에 반대하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니 머리 끝까지 화가 나는 것도 사실이고, 당장 자신들의 편의부터 생각하는 그 지역 주민들의 이기적인 마인드에도 환멸이 느껴진다.

하지만 내가 효창동 주민도 아니고, 또 그들 나름의 속사정이 있을텐데 내가 무턱대고 "이곳은 민족의 성지이니 당신들이 무조건 양보하시오!"라고 할 자격도 없다. 굉장히 가슴 아픈 일이지만 지역 주민들의 동의 없이 무조건 밀어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대체부지를 선정해 효창원 내 선열들의 유해를 그곳으로 이장하자는 저들의 의견 역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의견이다. 효창원은 김구 선생께서 깊은 뜻을 가지고 직접 조성하신 곳이고, 해방 이후 지금까지 민족의 성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곳인데 이곳을 완전히 공원화시키고 선열들의 유해를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될 일이기 때문이다.

일단은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설득에 나서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도 어렵다면 서로 합의를 볼 수 있는 타협안을 모색해봐야 할 것이다. 국립현충원만큼은 아니어도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면서도 국립묘지로서의 격(格)은 갖추고 있는 그런 장소로 만드는 것도 생각해봄직 하다. (일반인이 편안하게 다가서기 부담스러운 지금의 현충원보다는 오히려 주민들이 편안함을 느끼고 자주 찾는 장소가 된다면 그것이 민중과 어울리기를 좋아했던 백범 김구 선생님의 뜻에도 부합되는 것이 아닐까?)

아무튼 효창원은 언제까지 이런 수모를 겪어야하는 것인지... 새삼 분란을 일으키도록 원인을 제공한 이승만이 사무치게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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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베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