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24기를 수련하던 시절, 공동구매를 통해 월도 한 자루를 구매한 적이 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집 옥상에 올라가 땀을 뻘뻘 흘려가며 틈틈이 수련했는데, 무예24기 수련을 관둔 이후로는 방 한 구석에 처박아둔 채 먼지만 풀풀 쌓여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사부님이 무기특강을 하신다고, 집에 있는 무기들 아무 거나 가져와보라고 하시더군요. 반농반진으로 "집에 청룡언월도 한 자루 있는데 들고 가도 됩니까?" 했다가 예상외로 너무 적극적인 호응(?)이 쏟아졌습니다.


집에 와서 고민에 빠졌습니다. 바로 '운반' 문제 때문입니다. 한창 무예24기 공연 다닐 때는 여럿이서 들고 다녔기에 민망함이 덜한 편이었는데, 이걸 혼자서 들고 수련터까지 이동할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그래도 가져갔을 때 사형제들의 반응도 궁금하고, 무엇보다 사부님의 춘추대도를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 최선을 다해 포장(?)해서 운반 작전에 돌입했습니다. 나름대로 날을 감추려고 애를 썼는데, 월도 특유의 반달 모양새가 드러나서 티는 감출 수 없었습니다.


원래 저는 수련터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데, 도저히 아침 만원버스에 월도를 들고 탈 자신이 없어 돌고 돌아 지하철로 가느라 애 좀 먹었습니다. 확실히 사람들 시선이 많이 모이더군요. 생선가게 옆을 지나갈 땐 점원이 대놓고 "청룡언월도다!"라고 내뱉기도 했습니다.


간신히 수련터에 도착해서 풀어놓으니 사형제들이 관심을 갖고 모여서 구경을 합니다. 사부님께서 몸소 시범도 보여주셨고요. 사형제들 앞에서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투로를 한 번 선보이기도 했는데 그동안 연마를 게을리한 터라 무기를 통제하지 못한 채 끌려다니는 제 자신이 느껴졌습니다. 사부님도 그런 점을 한 눈에 캐치하셨고요.


아무튼 이날 월도는 많은 사형제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두 번 나들이는 힘들 것 같습니다. 운반하기 너무 귀찮고 힘들기도 하거니와 사람들 시선이 너무 쏠려서 민망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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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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