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편에서 이어집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수련을 할 차례다. 그런데 또 문제가 있었다. 바로 '장비'가 없다는 것. 사실 무예24기 기예의 대부분은 병기술인데 병기를 구할 방도가 전혀 없질 않은가. 이건 뭐... 스키 타려고 스키장에 갔는데 스키가 없고, 볼링 치러 볼링장에 갔는데 볼링공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천만다행으로, 우리 선조들께서 무기가 없을 때 적과의 백병전에서 대항할 수 있도록 '권법'을 무예도보통지에 수록해주신 덕분에, 병기 없이도 수련할 수 있는 종목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24가지의 기예 중 그래도 검술이 제일 재밌고, 멋있다고 생각했기에(또 매우 어렵기에 꾸준히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던)검술 수련을 못 한다는 점이 너무 아쉬웠지만, 아쉬운대로 맨손무예나 열심히 수련하자는 생각으로 기본기부터 다시 시작했다. 처음 수련은 아래와 같이 지극히 간단한 기본기들로 시작했다.

<초기 수련 커리큘럼>

- 주먹지르기
- 끄집어치기
- 발차기
- 죔죔이
- 무릎 들어올리기
- 권법

그런데 기본기 수련을 며칠 꾸준히 하다보니 조금씩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냥 뭐라도 수련을 해야겠다는 강박관념 내지는 의무감에서 벗어나 "군대 있을 동안 기본기를 완벽하게 마스터하자"는 목표가 생긴 것이다. 이런 목표를 가지게 된 데에는 무예24기연구소장 최형국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느낀 바가 컸기 때문이기도 하다.(기본기가 필살기이고, 一法이 萬法이라는 문구에 느끼는 바가 컸다)

사실 밖에 있을 때는 각종 검법과 병기술(월도, 기창 등)을 수련하느라 맨손무예 기본기를 제대로 수련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질 짬이 없었다. 기본기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할애할 필요성도 못 느꼈고, 그냥 대충 횟수만 맞추자는 생각으로 100회씩만 하고 화려하고 멋진 검법 수련에 매진했던 것이다.

그러나 병기가 없는 지금, 온전히 기본기에만 충실해서 수련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기본기에 힘과 속도가 실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가장 단순하고 밋밋하다고 생각했던 동작들에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동시에 내가 지금 기본기를 제대로 하고 있긴 한 것인지 스스로 되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가장 단순해서 별 거 없다고 생각한 주먹지르기조차 수련을 하면 할수록 떠오르는 의문으로 머릿 속이 복잡해졌다. (호흡부터 시작해서, 주먹을 지를 때 골반을 틀어줘야하나, 팔은 얼마나 뻗어야하나 등등) 그런 의문이 들 때마다 내가 제대로 된 수련을 하고 있긴 한 것인지 몰라서 수련의욕이 떨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수련터 카페를 통해 사부님께 답을 구했고, 내가 잘못된 방식으로 수련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될 때마다 '왜 진작에 기본기 수련에 충실하지 않았을까'하며 가슴을 치게 된다.

- 3편에서 이어집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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