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14년 10월 13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해발 1,200m가 넘는 강원 고성 설악산 최북단 봉우리. 너무 험해 아예 출입금지구역으로 지정된 이 산을 나는 밥가방, 물가방을 짊어메고 매일 오른다. 처음 오를 때 정말 20분도 못 올라가서 속이 울렁거리고 눈 앞이 노래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헉헉대며 몇 번을 미끄러지고, 넘어져가면서 간신히 도착한 정상. 저 멀리 북쪽으로 통일전망대와 금강산이 보이고, 그 옆으로 동해바다가 흐르는 장관이 펼쳐진다.

이곳 정상부는 자칫 발을 헛디디면 그대로 추락해 죽거나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바위산이다. 너무 험해서 한 시도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 이곳에서 우리는 집게 하나 들고 바위를 발로 디뎌가며 바위 틈 사이에서 6.25 호국영령들의 유해를 찾는다.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우리 세대 병사들은 그때까지도 실감하지 못하다가 바위 틈 사이로 나오는 유해와 유품을 보면서 "정말 이 땅에서 전쟁이 있었구나" 장탄식을 하고, 나 역시도 "맨 몸으로 그냥 오르기에도 힘든 이 산에서 어떻게 전투가 치러졌을까"하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져온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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