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14년 11월 14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오늘로 24살 생일을 맞이했습니다. 안그래도 이번 주 내내 이런 저런 일로 간부님에게도 혼나고, 선임들에게도 많이 혼나서 우울해 있던 상황에, 군에서 생일을 맞이하려니 유난히 외로운 마음을 달랠 길이 없었습니다. 당장이라도 집에 가서 어머니가 끓여주는 뜨끈한 미역국을 먹고, 지인들과 맥주 한 잔 하며 생일축하를 받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미역국이 짬밥으로 나오길래 '그래도 군대에서 생일날 미역국도 먹어보고 난 운이 좋네'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생일을 자축하고 있던 차에, 오후 발굴 작전 종료 후 막사로 복귀한 선임들이 "오늘 경준이 넌 생일이니까 아무 것도 하지마"라고 하면서 허드렛일을 도맡아 해주셨습니다.

저녁에는 저를 데리고 P.X로 가서 "먹고 싶은 것 다 골라"라고 하시면서 선임들이 냉동식품을 잔뜩 사고 치즈케이크도 사서 테이블에 펼쳐놓고 마음껏 먹으라고 하시며 다들 "생일 축하한다. 군대라서 이것 밖에 못 해줘서 미안하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하나 밖에 없는 싸지방(군 PC방) 자리를 제게 양보하시면서 "오늘 싸지방 자리는 경준이 전용석이다. 이따 가서 페이스북 해"라며 다들 자리를 비켜주십니다. 오늘만큼은 유난히 무서웠던 선임마저 천사로 보입니다. 그동안 너무하다고 원망했던 선임들에게 원망해서 미안한 마음까지 듭니다.

이곳은 충청북도 증평 어딘가. 몸은 춥지만 마음 만큼은 따뜻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렇듯 저는 군대에서 몸 건강히 잘 지내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들 마시고 다들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페이스북을 통해 제 생일을 잊지 않고 축하해주신 지인 분들께 정말 고맙다는 말씀 드립니다. 충성!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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