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최배달>은 영화 <바람의 파이터>의 모티브가 된 전설적인 무도인 최배달에 대한 평전이다.


2004년에 출간된 책인데 현재는 절판된 터라 시중에서 구해볼 수가 없다. 남산도서관에 있길래 빌려와서 읽었는데 얇은 데다가 내용이 무겁지 않아 후딱 읽을 수 있었다.


사실 특별히 인상적이거나 대단히 감명 깊은 내용은 별로 없었다. 그래도 무술을 수련하는 입장에서 전세계를 뒤흔든 전설적인 무도인의 발자취를 들여다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특히 최배달에 대한 편견도 깨지는 계기가 됐다. 최배달 하면 우락부락한 이미지 탓에 난폭하고 성미가 급할 거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의외로 굉장히 합리적이고 너그러운 사람이었다.


특히 너무 무리한 단련은 건강에 좋지 않다며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분수에 맞게 수련하는 게 좋다고 주장한 건 굉장히 의외였다. 최배달하면 무식하리만치 단련하고 또 단련하는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책의 저자인 '범수화'는 최배달의 세 아들(최광범, 최광수, 최광화)의 이름 끝에서 따온 필명이다. 아들들이 아버지의 일대기를 정리했다는 점은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아무래도 최배달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이니 최배달의 인간적인 면모나 내밀한 얘기들을 기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책에 쓰인 내용을 과연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의문스럽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과연 아들들이 아버지의 흠결까지도 사실 그대로 기록했을까. '아버지에 대한 세간의 풍문을 바로 잡기 위한 목적'으로 썼다고 밝히고 있으니 속는 셈치고 믿어볼 밖에.


아무튼 나 역시 최배달처럼 어디 물 좋고 산 좋은 곳에 은거하며 무사수행을 하는 게 평생의 로망인데, 언제쯤 실천할 수 있을까.


책을 읽고 나니 영화 <바람의 파이터>가 보고 싶어졌다.



Posted by 가베치

지난 번에 사온 보이차(진년소타)는 무려 20년 이상 된 차지만 제 입맛엔 여전히 밍밍하고 몸에 반응도 별로 없어서 지금 먹기엔 좀 아까운 차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원래 보이차를 제대로 즐기는 사람들은 자사로 만든 차통에 찻잎을 넣어두고 10년, 20년 묵혀서 먹곤 한답니다. 그렇게 되면 차가 숙성이 되어 맛과 향이 매우 풍부해지고 효능도 배가 된다고 하죠. 김치나 된장, 간장 등을 오래 묵힐수록 그 맛이 더욱 진해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동안은 주머니 형편상 보이차를 묵혀서 먹는다는 건 배 부른 소리에 지나지 않았는데 월급이 들어오니 이제 좀 도전해 볼 만한 여유가 생겼습니다. 돈 들어올 때 지르지 않으면 나중에 가서 또 후회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차통 하나를 장만하고 내친 김에 진년소타도 한 봉 더 사서 차통에 차곡차곡 담았습니다.



물론 꼭 차통에 보관해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그냥 직사광선을 피해 공기가 잘 통하는 공간에 아무렇게나 보관해도 무방하다고는 합니다만, 기왕이면 자사차통에 보관하는 게 훨씬 안전하고 나중에 맛과 향도 좋아진다고 합니다.


야심한 밤에 포장지를 일일이 벗겨가며 차를 담그는 건 꽤나 번거로운 일이었지만, 나름 운치 있더군요. 한 알 한 알 포장지를 벗길 때마다 속살을 내보이는 찻잎을 보니 일단 눈이 즐겁고 다음으로 슬며시 올라오는 차향에 코가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차통은 책장 한 구석에 고이 모셔두었습니다. 그러나 자사차통에 넣어두었다고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보이차의 최대 적은 '습(습기)'인데 습도가 높은 여름 장마철에 관리를 잘못하게 될 경우 찻잎에 습이 껴서 차를 영영 못 먹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할 위험이 있습니다. 가급적 건조한 환경에서 보관하고, 여름철에는 한 번씩 찻잎을 뒤집어주면서 습이 끼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합니다. 번거로운 걸 귀찮아 하는 제 성격상 철저한 관리는 힘들 것 같은데... 저 차들이 올 여름을 무사히 날 수 있을지 쬐금 걱정이 되긴 합니다.



뭣보다도 그때까지 찻잎이 남아있을는지... 마음 같아선 5년, 10년, 20년까지도 묵히고 싶지만... 성미가 급한 저로서는 1주일이나 버틸 수 있을까 싶습니다. 눈에 잘 띄는 곳에 있으니 종종 생각날 때마다 한 알씩 빼먹다 보면 결국 한 달도 못 가서 동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Posted by 가베치

어제 친구와 인사동에서 1차로 보이차를 마시고, 2차로 술 한 잔 하기 위해 종각역 술집골목을 찾았습니다. 하도 맛집이 많다 보니, 어디 갈까 고민하다가 4층까지 화려한 일본식 간판으로 도배된 이자카야가 눈에 띄길래 들어갔습니다. '토리고야'라는 곳입니다. (6시 반 이전에 들어오면 서비스 안주가 제공된다는 점이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습니다)


처음엔 층별로 각각 다른 업장인 줄 알았는데, 한 업장이더군요. 저희는 1층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오늘따라 소주가 당겨서 그냥 소주로만 달릴 생각이었는데, 친구가 계속 사케를 먹고 싶어하는 눈치길래 제일 저렴한 도쿠리(8,000원)를 일단 시키고 안주로 '나가사키짬뽕탕'을 시켰습니다. 여기에 6시 반 전에 들어왔다고 서비스 안주로 꼬치구이 세트가 나오더군요.



차를 마신 직후에 술을 마셔서 그런가, 오늘따라 알콜이 잘 들어가는 느낌이... 안주로 나온 나가사키짬뽕탕도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푸짐한 해산물에 진한 국물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추가로 소주 한 병에 '삼겹야채계란말이'를 시켰습니다. 오늘은 정말 소주도 잘 받네. 술은 별로 안 취했는데 이상하게 배가 불러서 안주를 남겼습니다. 



아무튼 오늘은 처음부터 부어라 마셔라 달리고픈 생각도 없었고, 친구 역시 내일 아침 일찍 지방에 내려가야 한다고 해서 정말 기분 좋을 때 끝냈습니다. 이렇게 적당히 마시는 것도 좋네요.


PS. 참, 여긴 기본 안주도 맛있습니다. 특히 단무지가 일반적으로 시중에 파는 단무지보다 훨씬 달달한 게 맛났습니다. 단무지도 아마 재요리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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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베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