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 2월 25일에 열리는 정기 토익(TOEIC)에 접수했습니다.


원래는 이보다 2주 정도 앞선 11일에 열리는 토익에 응시하기 위해 접수까지 했었는데, 지금 듣고 있는 인강을 다 듣기도 전이라 아무래도 좀 무리일 듯 싶어 고민 끝에 취소하고 뒤로 미뤘습니다.


이번 토익은 생애 첫 토익이기도 합니다. 어릴 적에 아동 대상으로 시행됐던 모의토익과 대학 재학 중에 학교에서 시행하는 모의토익에 응시한 경험은 있었지만, 정식 토익시험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만큼 영어와는 담을 쌓고 살아왔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물론 토익 공부를 열심히 하던 때도 있었습니다만... 정작 시험은 보지도 않은 채 공부만 하다가 끈을 놓아버린 안타까운 역사가 있습니다.


애시당초 살면서 토익점수가 필요한 직업을 선택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하고 등한시해왔는데... 정작 토익 점수 때문에 졸업을 못하는 지경에 이르니 뒤늦게서야 심각성을 깨달았습니다. (저희 학교에서는 토익 점수가 일정 기준점수 이상을 충족해야 졸업이 가능합니다)


아무튼 6월 전까지는 기준 점수를 충족시킨 성적표를 제출해야 무사히 8월 졸업이 가능한 상황이라 마음이 좀 급합니다. 부랴부랴 EBS 인터넷 강의를 신청해서 하루에 2강씩 듣고는 있는데 많이 불안하네요. 영어와 담을 쌓고 산지 오래인데다가 중국어, 일본어에는 흥미가 있어도 영어에는 영 재미를 못 느껴서 결코 쉽지가 않습니다.


일단은 해보는 데까진 해야죠. 기왕 하는 거 기준 점수 충족에만 만족할 게 아니라, 좀더 높은 단계를 바라보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런 거 치곤 참 태만하게 공부하고 있지만...) 이제 토익은 스펙이 아니라 기본이라고 하는데, 어디 가서 부끄럽지 않을 점수는 만들어놔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PS. 토익 응시료가 만만찮네요. 44,500원이나 합니다. 부모님께 시험 응시료를 구걸해야만 하는 비참함도 만만찮습니다.

Posted by 가베치
,

■ 링크: http://www.i815.or.kr/2017/news/magazine.php


독립기념관에서 매월 발행하는 <월간 독립기념관> 회보에 2018년 한 해 동안 고정 칼럼을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작년 여름방학 때 독립기념관 소속으로 일본 역사탐방을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던 탐방 수기를 조금 가다듬어서 1년 12개월 동안 12편에 걸쳐 연재할 예정입니다.


어디 내놓기 민망한 글인데 먼저 연재를 제의하고 결정해주신 독립기념관 측에 감사드리면서, 많은 분들도 읽어주십사 소식을 공유합니다.


PS. 위의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웹진 형태로 PC에서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Posted by 가베치
,


학생운동한답시고 정말 힘들었던 졸업 전 마지막 학기.

힘들었던 만큼 학점으로 보상을 해주는 건가.


사실 장학금을 받지 않는 이상, 더 이상 학점은 무의미하긴 하지만... 


그래도 감사합니다.


Posted by 가베치
,

어느덧 2017년이 저물어갑니다. 올해 초에 세워둔 목표가 뭐였는지 가물가물합니다만, 돌이켜보면 그닥 성취한 것은 없는 듯 합니다. 


사람의 인생이란 게 늘 계획대로 이뤄지는 게 아니어서, 올 한 해도 온갖 변수를 맞닥뜨려야만 했습니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하는데, 그러한 변수들 앞에서 제가 했던 선택들이 늘 긍정적이고 행복한 결과만 가져왔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즐거웠던 날들도 많았지만 감당할 수 없는 선택으로 후회와 좌절, 고통의 시간도 길었습니다. 이제 올해를 보내야만 하는 상황에서, 그런 힘들었던 기억들도 같이 보내고자 합니다.


내년에도 어떤 변수가 또 저를 괴롭히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올해보다는 좀 더 행복한 날들이 많았으면 하는 게 바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2018년 새해를 앞두고, 내년 목표를 한 번 정리해봤습니다.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현실적인 고민들이 많이 반영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목표 순서는 우선순위와 상관없이 생각나는대로 매긴 것입니다)


1. 형의권 수련


형의권 수련을 시작한 지 딱 1년이 됐습니다. 혼자 권가만 치다가 최근 발력 단계에 들어서면서부터 쏠쏠한 재미를 맛보고 있는 중입니다. 사형들과 발력을 주고 받을 때마다 느끼는 손맛(?)에 푹 빠졌습니다. 발력이 잘 안될 때마다 답답하고 고민도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련에 대한 회의감이나 슬럼프에 빠져본 적은 없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여러모로 정신적으로 힘들고 바쁜 가운데서도 수련의 끈은 결코 놓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놓을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취업준비생이 된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취직 준비를 해야해서 오히려 지난 1년보다도 시간을 내기 어려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형의권 수련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건 제가 생각해도 철 없는 행동 같기도 합니다. 사형들도 누누이 '생활이 먼저 안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그래서 지난 1년처럼 수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는 어렵더라도, 수련의 끈만은 놓지 않겠노라 다짐해봅니다. 적어도 하루 30분,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하루 5분씩은 꼬박꼬박 수련을 하겠노라 목표를 세워봅니다.


2. 해금 재시작


전역한 직후에 배우기 시작한 취미활동 중 하나가 해금이었습니다. 형의권 다음으로 가장 큰 애정을 갖고 열심히 배웠던 악기인데, 주머니사정도 여의치 않고 시간 여유도 없다보니 지난 11월부터 학원을 잠깐 관둔 상황입니다. 집에 악기가 있긴 한데, 학원을 안 나가니 연습조차 게을리하게 됩니다. 이러다간 아예 감을 잃어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요새 조바심이 좀 납니다. 


남자라면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악기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탓에, 해금 연습의 끈도 놓고 싶지 않습니다. 내년 초에 상황이 좀 안정되면 다시 학원에 등록해서 연습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이대로 중단하기엔 그동안 투자한 시간과 돈, 열정이 너무 아깝네요.


3. 독서량 100권 달성


올해 초부터 읽은 책들의 목록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60권 정도의 책을 읽었네요. 등하굣길이나 여행갈 때나 항상 책 한 권 옆구리에 끼고 다니면서 틈틈이 읽었음에도, 워낙 이해력이나 집중력이 떨어져서 겨우 이 정도에 그쳤네요. 


무작정 많이 읽는 게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굳이 책을 많이 읽으려는 까닭은 그냥 책 욕심이 많은 성격 탓입니다. 읽지도 않은 책들이 방에 쌓여가는데도, 좀 흥미롭다 싶은 책들이 보이면 일단 사고 봅니다. 그러다보니 집안의 서가가 부족할 지경입니다. 그래서 요즘 들어 부쩍 사놓은 책들부터 일단 후딱후딱 해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래서 내년엔 100권 달성을 목표로 열심히 읽으려고 합니다. 서가에 꽂혀있는 책들부터 얼른 해치워야겠지요. 특히 이문열의 <삼국지>는 꼭 통독하려고 합니다. 여러 차례 통독에 도전해봤지만, 매번 흐지부지됐기 때문입니다. 6권까지 읽다가 흐름이 끊어졌는데, 내년에는 다시 1권부터 시작해서 10권까지 통독에 성공하는 게 목표입니다. 


4. 일본어 공부


최근 들어 일본드라마를 열심히 챙겨보다보니 일본어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지난 학기 일본어 수업을 듣기도 했습니다. 일본어는 국어와 어순이 비슷해서 쉽다고 하는데, 저한텐 중국어보다 오히려 더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져서 버겁더군요. 알파벳이라고 할 수 있는 히라가나, 가타가나 외우는 것도 머리에 쥐날 지경이었습니다. 


그래도 흥미가 있기에 끈기를 갖고 꾸준히 하면 성취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당장 내일 근처 서점에 가서 일본어 독학을 위한 교재를 한 권 살 생각입니다. 토익이나 다른 자격증 취득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못하겠지만 취미 수준으로 가볍게 한 번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그러다 기회가 되면 자격증 시험에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5. 졸업


현재 4학년 2학기까지 다 마치고 졸업 논문도 제출한 상태라서 정상적이라면 내년 2월 졸업입니다만, 졸업요건 중 하나인 '토익' 통과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수료'로 걸어놓고 졸업을 유예하게 됐습니다.  


졸업 요건 자체가 요식행위에 가까워서 학교에서 요구하는 기준 점수는 낮습니다만, 이번 학기는 학생운동한다고 바빠서 아예 시험 자체를 응시할 생각도 못했습니다. 하루 빨리 학교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 터라, 우선 다른 건 다 제쳐두고라도 토익 공부에 매진할 생각입니다. 내년 8월에 후기 졸업장은 받아야하니까요.


6. 취직 준비


아마 이게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될 듯 합니다. 이제 정말 명실상부 취업준비생이 됐는데, 더는 시간을 허투루 보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까지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고민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평소 관심 있던 분야들을 중심으로 진로 탐색과 취직 준비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특히 요새 정부에서 알선하는 '취업성공패키지'란 프로그램이 있더군요. 정부에서 청년들에게 취업장려금을 지급하면서 진로 탐색과 취직을 위한 직업훈련까지 컨설팅해준다고 합니다. 제 또래 친구들도 많이 하고 있던데, 일단 저도 이 프로그램을 신청한 상태입니다. 프로그램과 별도로 토익, 워드 같은 자격증 취득에도 도전하려고 합니다.

Posted by 가베치
,

엊그제 '브런치'의 작가로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브런치는 다음 카카오에서 운영하는 오픈형 글쓰기 플랫폼입니다. 사실 블로그와 뭐가 다른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 누구나 만들고 쓸 수 있는 블로그와 달리 브런치는 내부 심사를 통해 선발된 '작가'들에게만 글쓰기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원고료를 주는 건 아닙니다. 매체의 권위와 신뢰를 높이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인 것 같습니다.


최대한 제 글을 널리 알리는 게 커리어를 쌓는 데도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습니다. 심사를 위해 글 한 편을 써서 보내라고 하는데 기존에 <오마이뉴스>에 기고해왔던 서평을 하나 골라 신청했습니다. 그랬더니 '자료가 부족하다'며 떨어뜨리더군요. 오기가 생겨서 기존에 쓴 글들을 몽땅 모아 보냈더니 그제야 선발됐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글 쓰는 지적노동도 육체적 노동 못지않게 무척 힘든 일이라, <오마이뉴스>에도 글을 쓰고 <브런치>에도 또 따로 글을 쓰고 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합니다. 원고료를 주는 <오마이뉴스>에 계속 서평을 기고하면서 그 글을 브런치에 중복 게재하는 식으로 운영해볼까 합니다. 브런치는 제 글을 홍보하는 부가 수단으로 삼는 셈이죠. 


부족하지만 제 글을 함께 읽고 서로 소통하고 싶은 분들은 브런치를 많이 찾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브런치 링크: https://brunch.co.kr/@heigun

'일상 > 근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지막 학기 성적표  (2) 2017.12.27
2018년 새해 목표 수립  (1) 2017.12.25
독립기념관 '나라사랑 역사탐방단' 선발  (2) 2017.05.12
블로그 활동이 뜸한 이유 (+근황)  (1) 2017.03.19
정말 열 받는군요.  (2) 2017.03.06
Posted by 가베치
,

독립기념관에서 선발하는 '2017 나라사랑 역사탐방단'에 최종 선발됐습니다.


사실 해당 행사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는데요, 과 선배가 "같이 가보지 않겠느냐"고 권하셔서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바빠서 계속 미루다가 신청 마감날 급하게 써서 냈는데 운 좋게도 선발됐군요. 30명 뽑는데 86명 지원했더군요. 최종 선발된 덕분에 올 여름 일본여행을 가게 됐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전 참 억세게 운이 좋은 놈인 것 같습니다. 대학 들어가기 전까지는 해외여행은커녕 국내여행도 많이 못 다녀봤는데 입학 후 1학년 때부터 안중근의사기념관, 백야김좌진장군기념사업회, 장준하기념사업회, 청년백범에 이르기까지... 매년 여름마다 지역을 달리해 중국 내 항일독립운동사적지를 탐방하고 돌아왔으니 말입니다. 그때 사진을 보면 정말 중국에 다녀왔던 기억들이 꿈같기도 합니다.


다만 졸업하기 전까지 일본을 한 번 다녀오지 못한 게 내내 아쉬움으로 남아있던 차였습니다. 실제로 전 태어나서 일본에 가본 적이 없거든요. 어쩌면 제 전공과도 가장 밀접한, 만악(萬惡)의 근원인 일본에 가보지 못했다는 게 모순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운 좋게도 졸업하기 전에 이렇게 대학생의 특권을 이용해 저렴한 비용으로 일본 답사를 다녀오게 됐습니다.


이봉창, 윤봉길 의사 그리고 의열단원들의 흔적을 좇아갑니다. 그리고... 야스쿠니 신사도 간다고 합니다. 과연 그곳에 가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벌써부터 감정이 조금 흔들리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일본 열도에 남아있는 선열들의 흔적과 여전히 살아숨쉬는 극우정치의 망령을 가슴 속 깊이 새기고 돌아오겠습니다.


참가비는 40만원이라고 하는군요. 요새 재정적으로 쪼들려서 난감한 상황입니다만, 미친듯이 글을 기고해서 원고료를 벌어야겠습니다. 오랜만에 여권도 만들고 분주하고 보내겠군요. 가서 사진도 많이 찍고, 돌아와서 <오마이뉴스>에 기행문을 기고해서 여러분과 경험담을 나누고 싶습니다. 헷.



Posted by 가베치
,

요새 제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의 양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활동을 자주할 때는 하루에 2~3개씩 포스팅을 하기도 했었죠. 굳이 긴 글이 아닐지라도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처럼 SNS에 올릴 법한 사진들과 함께 짤막한 글 한 토막이라도 꼭 올리곤 했습니다.


사실 블로그에 글을 쓸 정신이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언제나 제 블로그는 마음 속 깊은 곳의 이야기들을 꺼내놓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새 들어 제 개인적으로 정신이 없을 만큼 바빠서 도저히 블로그에 글을 쓸 짬이 생기지를 않는군요. 


개강한 탓이 가장 큽니다. 지지난 주에 개강했는데 웬 과제가 이렇게 쏟아지는지 원. 원래 학기 초에 이렇게 과제가 많았나 의아할 정도로 과제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대충 하고 싶어도 학점과 장학금이 달려 있는 문제라... 약간의 완벽주의적 성향도 한 몫 합니다. 대충 하고 놀고 싶어도, 완성된 결과물을 보고 영 흡족스럽지가 않으면 계속 마음이 그쪽에 쏠려서 다른 일에 집중을 못 합니다. 


아무래도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생긴 버릇이 아닐까 합니다. 기사를 쓰다보면 보다 완벽한 글쓰기를 위해 끊임없는 퇴고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좀 부족해보인다 싶으면 절대 글을 내보내지 않습니다. 저 스스로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글이, 다수를 만족시킬 리는 만무하다는 생각 때문이지요. 이 생각이 과제에도 고스란히 투영이 되어버렸네요. 덕분에 쉽게 끝낼 수 있는 과제를 계속 고민하다보니 오래도록 붙들게 됩니다. 덕분에 과제 하나 끝내놓고 나면 시간이 훌쩍 가버려 다른 일을 할 여유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도 해야하니 블로그에 글을 쓸 여유는 더더욱 없습니다. 기사쓰기에 온 정신을 집중해도 모자랄 판국에, 블로그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는 셈이죠. 특히 <오마이뉴스>에 기사 한 편 송고하고나면 온 몸의 진이 빠져버리는 터라, 어떤 글조차 쓰고 싶지가 않습니다. 잠시 글쓰기를 잊고 정신을 쉬게 하고 싶은 거죠. 그렇게 쉬고나면 또 기사를 쓰고 과제를 해야하고... 그런 식의 순환이 이뤄지다보니 블로그는 계속 뒷전으로 밀려납니다.


그래도 블로그는 글쓰기를 다듬을 수 있는 공간이자 제 개인적인 얘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 '끈'을 아예 놓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좀 많이 뜸하더라도 종종 찾아와서 서로 안부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가베치
,

요새 무예 수련을 하러 보라매공원에 자주 갑니다.


아무래도 권가를 치다보면 멀리까지 갔다오는 일이 잦다보니, 일부러 무기는 들고 다니지 않고 있습니다. 잠간 놔뒀다가 누군가 집어가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요. 무기술은 항상 집에 와서 따로 수련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엊그제는 무기를 들고 갔습니다. 좁은 공터가 있는데, 제 바로 옆에다가 놓고 그 옆에서만 살짝 권가를 칠 요량으로 들고 갔습니다. 거기는 솔직히 제 시야에 들어와있는 곳이라 설마 싶었지요.


하필이면 날이 많이 풀려 봄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북적이는 게 함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 개인수련터에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더군요. 그때 그냥 나왔어야 했는데... 수련하면서도 영 불안해서 목도가 잘 있나 확인하긴 했습니다. 몸을 풀 때까지는 있는 걸 확인했는데, 권가를 치는 그 잠깐 사이에 뒤돌아보니 사라지고 없더군요.


순간 당황스럽기도 하고 열이 확 솟구쳤습니다. 제 목도였으면 그냥 똥 밟은 셈 치고 말 일이었지만, 함께 수련하는 사형에게 어렵사리 빌린 물건이라 반드시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그 형님께 어떻게 말해야할까 당황스러우면서도 옆에서 주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운동하고 있는데도 슬쩍 훔쳐간 놈이 너무 괘씸해서 몸이 부들부들 떨릴 지경이었습니다. 정말 그 넓은 공원을 계속 땀나도록 뛰어다녔습니다. 너무 열받아서 발견하면 아마 주먹부터 날아가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화가 잔뜩 난 상태였습니다.


정말 잠깐 사이에 잃어버린지라, 금세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오산이었습니다. 하필 그날따라 사람이 너무 많더군요. 게다가 그놈이 어디로 튀었는지조차 알 길이 없으니... 다시 수련터로 뛰어와보니 CCTV가 있었습니다. 일단 CCTV를 확인해서 인상착의나 그놈의 도주방향이나 파악하자는 심산으로 관리사무소로 뛰어갔습니다.


관리사무소 직원 曰 "경찰관 입회 하에만 CCTV 열람이 가능하다"고 하는군요. 법이 그렇다는데 제가 더 할 말은 없었습니다. 어쨌건 제겐 귀중한 물건이니 바로 경찰에 신고해서 경찰관을 불렀습니다. 경찰관을 대동하고 들어갔더니 이제는 "조작할 줄 아는 담당 직원이 없어 열람이 불가능하다"는 엉뚱한 소리를 내뱉는 겁니다. 왜 그런 말을 이제 와서 하는 건지. 일단 그건 차치하더라도 담당 직원이 없어 주말엔 CCTV 열람이 불가능하다는 말 자체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질 않았습니다. 순간 얼굴이 시뻘개져서 목소리를 좀 높였습니다.


"제가 잃어버린 물건이야 그렇다쳐도 사람이 위급한 상황에 처해도 담당 직원이 없다는 이유로 주말엔 CCTV 열람이 불가능하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이게 올바른 행정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직원 말이 정말 심각하고 위급한 일이면 담당 직원을 불러서 확인하지 않겠냐고 하는데, 그것도 말은 안된다고 봅니다. 모든 일엔 '골든 타임'이란 게 있는 법인데, 그 직원이 언제 올 줄 알고 사건이 터진 후에 부른단 말입니까. 사실 제 목도의 경우도 그 범인이 공원을 나가기 전에 확인했으면 찾을 확률이 높았을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보니 결국 놓쳐버린 것 같아 관리사무소 측에 더 화가 납니다. 그래서 서울시에도 정식으로 민원을 접수했습니다. CCTV 열람 절차가 이래서야 되겠느냐고.


빌려주신 사형께도 연락을 드렸습니다. 웃으면서 이해는 해주셨지만, 개인적으로는 민망하고 송구스러워서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게 뭐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물건이면 하나 새로 장만해드리겠지만, 수제로 만든 물품이라 구할 데도 없다는 게 문젭니다. 나중에 공동구매를 하게 되면 새로 사달라고는 하시는데... 공동구매를 언제 하게 될지도 요원하고... 어제 이 일로 하루종일 우울하기도 하고 화가 나서 아무 것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수련할 맛도 안 나더군요.


일단 경찰에 정식으로 사건 접수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겐 그냥 목검일지 몰라도 제겐 남이 빌려준 소중한 귀중품입니다. 물건은 꼭 찾고 말아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아울러 훔쳐간 놈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남의 물건에 손대는 사람은 물건값의 높고 낮고를 떠나서 무조건 혼나봐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목공방도 한 번 알아볼 생각입니다. 비용이 얼마가 들든 일단 빌려주신 목도만큼의 퀄리티를 낼 수 있는 곳에서 목도를 하나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혹시 이 글 보시는 분들 중에 잘 아는 목공방이 있으면 추천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Posted by 가베치
,

대학에 입학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6년이 흘렀습니다. 


중간에 군대도 갔다오고, 전역 후에도 바로 복학하지 않고 1년 동안 쉬면서 이런 저런 활동을 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가버렸네요. 복학을 앞두고 알아보니 학교는 여전하면서도 바뀐 것도 많은가봅니다. 당장 학제개편이 이뤄지면서 단과대학들도 다 바뀌었습니다. 교내 비리 문제로 시끌벅적한 건 변한 게 전혀 없네요. 씁쓸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휴학하고 지금처럼 사는 게 너무 즐거워서 복학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습니다. 한 때 자퇴를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더 이상 대학에서 배울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학교를 다니며 배운 게 뭔가 회의감도 컸습니다. 그렇다고 자퇴라는 선택도 막연하기만 해서, 결국 복학하기로 했습니다. 더욱이 이번 학기는 지난 번에 받아둔 장학금이 있어서 그냥 버리기도 좀 아깝더군요. 대신 올해는 학점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정말 듣고 싶은 과목들만 듣다가 졸업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방금 전 4학년 1학기 수강신청을 완료했습니다.


옛날엔 수강신청이 시작되면 서버가 폭주하는 바람에 정말 컴퓨터 앞에 앉아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수강신청을 위해 아침 일찍 고성능 컴퓨터가 있는 PC방에 가서 수강신청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지금까지 큰 실패 없이 무난하게 듣고 싶은 과목들을 들어왔던 것 같습니다.


오늘 수강신청을 위해 오픈시간보다 30분 일찍 일어나 대기했는데, 이제는 정말 싱겁게 끝나는군요. 서버도 여유롭고, 사람들도 여유롭습니다. 아마 4학년이라 다들 여유가 생긴 듯 합니다. 자리도 많이 널널하네요. 그래서 장학금 신청이 가능한 최소 학점(12학점)으로 수강신청을 금세 끝냈습니다.


이번에는 총 4과목을 수강합니다. 전공은 '현대북한사' 딱 하나 뿐이네요. 1교시 수업이라 아침 일찍 가야하는 게 영 고달픕니다만 (출근길과 맞물려 인파가 장난이 아닙니다. 피곤하기도 하고...) 그래도 일주일에 두 번 밖에 학교를 가지 않아 예전보다는 편하게 통학할 것 같습니다.


나머지 과목들은 정말 제가 듣고 싶은 과목들만 꾹꾹 눌러담았습니다. 시간표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이러닝(온라인강의) 강의로 '영화 중국어'를 골랐습니다. 오프라인 중국어강좌를 들으려고 했더니, 전부 1학년 때 들었던 과목이라 또 들으면 재수강이 됩니다. 그래서 아쉬운대로 중국어를 가르치는 온라인 강의를 하나 신청했습니다. 올해 안에는 중국어를 배우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학교에 중국어 강의가 있는데 학원부터 가는 것보단 학교에 있는 강의를 잘 활용하는 게 우선이겠다 싶었습니다. 올해는 학교에 설치된 중국어 관련 과목들을 좀 듣다가, 학원으로 갈아탈 생각입니다.


'취재와 보도'는 언론정보학과 전공입니다. 저는 역사 전공이고 복수/부전공을 선택하지 않아 원래 들을 수 없는 과목이지만 미리 교수님께 양해를 구했습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다보니 현장 취재를 할 일이 잦은 편입니다. 그런데 취재 요령을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다보니 주먹구구식으로 취재하곤 했습니다. 딱히 큰 문제는 없었지만 그래도 정규 이론에 대한 갈증이 있었기에, 이번 참에 한 번 제대로 배워보려고 합니다. 완전 실습형 강의라고 하니 더욱 재밌게 배울 수 있을 듯 합니다.


교양으로 선택한 '문예창작의 이론과 실제'도 구미가 당기는 과목입니다. 그동안 블로그 글쓰기, 기사쓰기와 같은 비문학 글쓰기는 꾸준히 해왔지만 소설과 같은 문학적 글쓰기는 제대로 도전해본 적이 없습니다. 스스로 문학적 재능은 젬병이라고 생각하지만, 다방면으로 글쓰기 역량을 갈고 닦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 하에 한 번 신청해봤습니다.


복학하면 휴학생 때보단 덜 여유롭겠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두 번이니 예전보단 널널하게 다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가는 통학길에 책도 좀 많이 읽고 남은 캠퍼스 생활 좀 의미 있게 보내다가 떠나고 싶습니다.

Posted by 가베치
,

오늘부로 서울 목동의 모 중학교와 맺었던 자유학기 강사계약이 만료됐습니다. 원래 마지막 수업이 있는 날이었는데, 무슨 사정이 있어선지 휴강한다고 해서 출석부만 제출하고 돌아왔습니다. 한 학기 동안 Co-teaching 담당한 선생님들과 마지막 인사 나누고 그렇게 끝났네요. 그래도 날 더울 때부터 추운 겨울에 이르기까지 계절이 바뀌는 동안 일주일에 두 번씩 열심히 출근했던 길이라 퍽 정들었는데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드네요. 강사 활동이 아니었다면 평생 와보지도 않았을 곳이었으니까요.


돌이켜보면 고작 한 학기였는데 한 1년 동안 수업했던 느낌입니다. 그만큼 힘들었다는 뜻입니다. 휴학 후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놀던 제 입장에서 가볍게 술값, 책값 벌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던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처음이다보니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서 마냥 좋지만은 않았던 기억이기도 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교직이수를 안 하기로 한 제 선택에 확신을 갖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정말 교직에 몸담고 계신 분들이 존경스럽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어찌나 천방지축으로 말을 안 듣는지... 물론 개중에도 똘똘하고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들도 있긴 합니다. 그런 아이들 가르치는 재미로 그래도 버텼던 것 같아요.


물론 아이들만의 잘못은 아닙니다. 생각해보면 그 나이 땐 다 그렇죠 뭐. 저도 중고딩 때 선생님들 말 더럽게 안 듣고, 선생님들 뒷담화도 까고 그랬습니다. 그걸 알면서도 그냥 넘길 줄 알고, 또 선을 넘는다 싶으면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게 강사의 역할일 것입니다. 저는 제 스스로 강사로서의 자질 역시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아이들에게 큰소리 한 번 내지 못했고, 어쩌다 작정하고 한소리 하더라도 내내 마음에 걸려서 두 번은 못 하겠더라고요. 누군가에게 큰소리를 내는 건 정말 제 적성에 안 맞는 것 같습니다. 강사로서의 자질이 부족했으니 아이들도 저를 안 따른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어느 직종이나 고충은 있기 마련입니다. 제일 만만하다는 편의점 알바조차도 진상 손님 만나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하죠. 자유학기 강사 정도면 그래도 편하게 일한 편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저는 살면서 알바 경험이 별로 없어서 그런가, 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주위에 알바 하는 친구들 얘기 들어보면 그래도 제가 나름 꿀을 빨았던 것 같은데.... 군대까지 다녀왔지만 여전히 마인드가 많이 나약한 것 같습니다. 


이번 자유학기 강사 노릇하면서 그런 점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해봤어요. 앞으로 사회생활하면 이보다 더한 고충도 겪을텐데 이런 일로 마음 고생하고 스트레스 받으면 안될텐데 싶더라고요. 보다 다양한 사회경험을 할 필요를 느꼈죠. 견문도 넓히고 나약한 마인드도 좀 다잡기 위해서라도요.


아무튼 이번 학기를 끝으로 계약은 종료됐습니다. 올해에도 재계약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지금으로썬 딱히 재계약을 할 마음은 없습니다. 일단 복학하다보니 학업이 우선이고, 남은 시간은 독서와 글쓰기 그리고 무예수련에 전념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제 막 형의권을 배우기 시작해서 한창 공을 들여야 할 타이밍인데, 제 개인수련에 보다 집중하고 싶어요. 그리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애들을 상대하는 게 버겁기도 하고요 ㅎㅎ 물론 장담은 못합니다. 또 모르죠. 그때 가서 돈이 궁해지면 오히려 제가 재계약을 바랄지도... 


어쨌든 여러 의미로 좋은 경험 했다고 생각합니다!






Posted by 가베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