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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6.06 북한 국경 지역의 참상 (2011.6.2)

* 이 글은 내가 대학교 1학년 때였던 2011년에 작성한 글이다.


어제 교양 수업 시간에 북한과 중국 사이의 국경에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시청하였다.


북한과 중국이 맞닿은 국경 지역... 즉 개산툰, 단둥, 연길 등 주요 국경 지역을 남한의 PD들이 목숨을 걸고 밀착 취재를 한 것인데, "만약 중국 공안에게 발각되면 바로 북한으로 호송된다. 그러나 저들은 그러한 위험을 무릅쓰고 취재를 한 것이다."라는 교수님의 설명을 듣고서 소름이 돋는 한편으로, 이 다큐를 만든 PD와 스태프들의 목숨을 두려워 하지 않는 용기와 불굴의 의지가 대단하다는 생각에 잠시 감동을 받았다. (그러한 위험을 감수하고 찍은 만큼, 다큐멘터리의 완성도는 높았으며 담당 PD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PD상까지 수상하는 등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다큐멘터리는 얼어붙은 두만강 위에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도망가다가 미처 다 건너지 못하고 죽은 여성의 시체가 며칠째 방치되어 있는 참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미 죽은 지 며칠 지난 북한 여성의 시체가 방치되어 있는 모습에 함께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던 학생들도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그리고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는 1시간 동안 나는 충격과 공포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국경에서 공공연히 벌어지는 인신매매, 마약 거래의 처참한 광경을 여과 없이 그대로 담아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의 당 간부라는 자마저 먹을 것과 돈에 굶주려 취재진에게 "가지고 있는 것 아무거나 좀 달라."고 호소하는 일까지 있었다.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며 가장 가슴이 아팠던 부분은 '자매의 이별'이었다. 북한에서 간신히 탈북하여 중국으로 넘어온 한 자매가 있었는데, 언니는 자유와 행복을 찾아 대한민국으로 가고자 하였으나 동생은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었다. 끝까지 동생을 설득하여 함께 데려가고자 하는 언니와, 끝끝내 북으로 돌아가겠다는 동생의 대화를 그대로 담아내었는데 그 대화를 듣고 보니 동생에게 한심함을 느끼기보단 연민을 느끼게 되었다. 동생 역시 북한 사회의 참상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고, 다시 돌아가면 굶어 죽든 어떻게 죽든 제 명에 살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끝까지 북으로 돌아가고자 한 것은 다름 아닌 '조국'에서 살고 싶다는 간절함 때문이었던 것이다. 북으로 돌아가면 당장 부모도, 집도, 땅도 없는 상황에서.. 아무 것도 없음에도 그녀가 북으로 가고자 했던 것은 '내가 나고 자란 고향'에서 살다가 죽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렇다. 그것이 바로 조국이다. 아무 것도 없지만 내게 정신적 위안을 주는 삶의 터전이 바로 고향이고 조국인 것이다. 그곳이 비록 북한과 같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지옥이어도 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결국 '통일'을 해서 하나의 조국을 만들어 이와 같은 일이 없도록 해야하는 것이다. 


결국 남매는 국경에서 서로 부여잡고 한참을 운 뒤에 헤어졌는데 언니는 대한민국 서울에서 대학생이 되어 새 삶을 시작했지만, 동생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 둘에게 '이별의 기억'은 살아가는데 있어 영원한 아픔으로 남을 것이다.

 

다큐멘터리가 끝난 뒤, 내가 느낀 감정은 분노와 연민이었다. 우리와 같은 땅에 살며, 같은 역사를 가졌고, 같은 아픔을 공유하며, 같은 피가 흐르는 북한 민족들의 참상을 보며 그들에게 한 없는 연민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반면에, '인간 사파리'나 다름 없는 지옥으로 인민들을 내던지고, 본인들은 호의호식하는 북한의 기득권층에 강한 분노를 느낀 것이다. 북한이 못산다는 소리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이처럼 실제 국경 지역의 참상을 보니 그 말이 더욱 가슴에 와닿는 것 같았다.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이북 동포들은 굶주림에 던져놓고 사치와 향락에 빠져버린 것을 부끄러워해야하는가? 오늘도 내 또래 이북 동포들은 국경 지역에서 살기 위해 목숨을 건 발버둥을 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을 생각하면 자유와 행복을 누리고 있음에도 만족치 못하고 더 많은 것을 누리고자 하는 내 자신이 부끄럽기 그지 없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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