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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집에 오는데 동네 길거리에 웬 포스터가 붙어있더군요. 바로 오늘 노량진역 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대통령이라고 붙여주고 싶지도 않지만)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린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노동당, 정의당, 녹색당 동작지부 등에서 주최하는 집회라고 하더군요. 저는 다수정당이건 소수정당이건 신뢰하는 정당도 없고, 지지하는 정당도 딱히 없는 상황입니다. 원래 같았으면 거들떠도 안 봤을텐데, 사실 이번에는 시국이 시국인지라 주최가 어떤 곳이든지간에 꼭 참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기자 특유의 취재정신이 발동하기도 했고요.


오늘 저녁 6시 30분부터 노량진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더군요. 시간 맞춰 광장에 가니 30명 안팎의 인원들이 촛불을 들고 모여 앉아 집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복장들을 보니 대부분 수산시장 상인들이었습니다. 수산시장 상인들이 왜 장사를 관두고 집회 현장에 나온 걸까 의아했습니다. 관계자들로 보이는 분들에게 인터뷰를 시도했는데, 제 복장이 좀 그랬는지 다들 의심의 눈초리로 경계하더군요. (무예 수련하러 가던 길이라 도복을 입고 있어서...) 그래도 '오마이뉴스'라고 하니 많이들 경계를 풀더군요. 여전히 "요즘 언론은 못 믿는다"고 경계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몇몇 상인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최순실 게이트랑 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이랑 무슨 상관이 있나요?" 그러자 한 중년의 아주머니가 "기사 나온 지가 언젠데 그것도 모르고 있었느냐"며 도리어 타박하더군요. 


현재 추진 중인 수산시장 현대화사업 배후에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차은택과 이성한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이 개입해 이권을 챙겼다는 의혹이 있다는 겁니다. 구체적인 건 잘 모르겠지만, 언론 보도상으로는 그런 의혹이 있다고만 나오더군요. 상인들은 그러한 의혹에 대해 수협 측에 확실한 해명을 요구하고 나선 듯 했습니다.



아무튼 수산시장 상인들이 제일 많았고, 그 다음에 길 가던 시민들도 지나가다가 자연스럽게 촛불 행렬에 합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초등학생 자녀와 딸의 친구들을 줄줄이 데리고 온 아주머니도 있었습니다. 특히 딸이 아주 똘똘하더군요. "나 같은 초등학생도 심각하다고 집회에 나오는데, 대통령이란 분이 문제의 심각성을 모른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당차게 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고3이라는 한 남학생은 "수시에 합격해서 수능 부담 없이 올 수 있었다"면서 즉석에서 노래도 부르더군요. 취재차 잠깐 들른 거라, 오래 자리를 지키진 못했지만 지역사회에서도 촛불을 드는 모습이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내일 광화문에서는 역대급 집회가 예정되어 있는데, 큰 사고 없이 평화롭게 잘 끝났으면 합니다. 아, 물론 집회의 목적은 꼭 성취되어야겠지요. 박근혜의 대통령직 하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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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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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조선 왕의 독서법

저자: 박경남

출판사: 북씽크

출판년도: 2014년


<책 소개>


조선 왕들의 지식과 지혜, 철학, 그리고 세상을 보는 안목을 만나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라고 하는데, 사람들은 영혼의 허기를 채워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신체의 허기만큼 채우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해서 책을 외면하는 면도 없지 않는 것 같다. 독서는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고 읽는 것과 어쩔 수 없이 읽어야 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를 가져다준다. 조선의 왕들이 이를 말해준다. 스스로 책이 좋아서 수십 번, 수백 번 읽었던 왕과 왕이니까 독서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던 왕의 정치는 확연하게 달랐다.


<리 뷰>


전역 전, 마지막 휴가를 이용해 들른 동네 시립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어든 책이었다. 부대 들어와서 전역하는 그날까지도 계속 읽었고, 전역하고 난 뒤에는 노느라 바빠 책을 뒷전에 팽개쳐뒀더랬다. 그러다가 엊그제서야 다 읽었다.


요새 나는 '옛 독서법'에 관심이 많다. 옛 독서법이란, 고전을 읽는 독서를 말하는 게 아니라, 말그대로 옛 선인들의 책 읽는 방법을 말한다. 전역하기 전까지 부대에서 읽은 책이 86권 정도 되는데, 솔직히 그 책들 중에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책이 얼마나 되는지 짐작하기가 어렵다. 책을 읽고 나서 뒤돌아서면 내용을 다 까먹고 기억하지 못하는 것. 그런 점 때문에 옛날부터 독서에 대한 회의감(?) 같은 감정을 느끼곤 했다.


그래서 책 읽는 것이 곧 일상이었고, 생존수단이었던 옛 선조들은 어떻게 책을 읽었을까, 나와 같은 고민을 하긴 했을까 궁금해서 옛 독서법을 탐구하기 시작했는데, 그런 탐구의 일환으로 '조선 왕'의 독서법에도 손을 뻗게 된 것이다.


일단 이 책은 240여쪽 밖에 되지 않는 짧은 분량의 책인데다가, 대중서인지라 내용이 매우 간결하고 쉽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읽는 가운데 구절구절 가슴에 와닿는 부분들도 많았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불확실한 추정'에 의한 결론이 종종 보인다는 점. 예를 들어 저자는 연산군의 독서법을 지적하면서 "동기부여가 되지 않고 억지로 삐딱하게 책을 읽어서 폭정을 저질렀다"는 식의 결론을 내렸는데, 역사학적 시각에서는 굉장히 위험한 결론이란 생각이 든다. 


실제로 한 사람의 생애를 연구할 때는, 사료를 통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그 사람의 행동, 업적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증언 등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당대를 살지 않았고, 그 사람의 실제 모습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 사람을 평가함에 있어 대단히 신중하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허나 이 저자는 '독서법'을 강조하기 위해, 억지로 키워드에 그 사람의 생애를 짜맞추느라 이런 근거 없는 결론을 내렸는데, 연산군이 실제로 책을 억지로 읽었다손쳐도 그 억지로 읽은 책 때문에 폭정을 저질렀다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적하기엔 너무 근거가 빈약하지 않나 싶다.


비슷한 예로, 정조 편에서도 "책을 통해 개혁을 이루고자 했지만, 어떤 면에서는 책에 갇힌 것이 아닌가 싶다."라며, 정조의 개혁이 실패한 원인을 책에 갇힌 것이라 단정지어 말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근거 없는 결론이라 하겠다.


아울러 이 책의 제목은 <조선 왕의 독서법>인데, 조선 26대 임금 모두의 독서법을 소개한 것이 아니라 역대 임금 중 15명의 독서스타일만 골라 소개해서, 다른 임금들의 독서 스타일은 어땠는지 궁금한 독자들에게 아쉬움을 자아내게 한다.


<책 속 인상 깊은 구절>


1. 오늘 배우지 아니하여도 내일이 있다고 이르지 말라 (P.181)


2. 독서의 요체는 성현의 언행을 마음에서 본받아서 조용히 찾고 가만히 익힌 뒤에라야 비로소 학문을 진작시키는 공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바쁘게 넘어가면 예사로 외기만 할 뿐이라면, 이것은 장구(章句)를 들은 대로 말하는 나쁜 버릇에 불과하니 비록 천 편을 다 외고 머리가 희도록 경(經)을 이야기한들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 퇴계 이황 (P.187)


3. 한 권의 책을 읽으면 곧 한 권의 유익함이 있고, 책을 하루 읽으면 곧 하루의 유익함이 있다 - 강희제 (P.202)


4. 이 세상에 태어나서 독서를 하지 않는다면, 결코 올바른 사람이 될 수 없다. 독서는 이상하거나 유별난 무엇이 아니다. 단지 어버이라면 마땅히 사랑할 줄 알고, 지식이라면 마땅히 효도할 줄 알고, 임금을 섬기는 신하라면 마땅히 충성할 줄 알고, 부부라면 마땅히 분별할 줄 알고, 형제라면 마땅히 우애할 줄 아는 것과 같다. 또한 나이가 젊은 사람이라면 마땅히 어른을 공경할 줄 알고, 친구가 된다면 마땅히 믿음과 의리가 있어야 하는 것과 같다. 이 모든 것은 날마다 움직여 생활하고 활동하는 사이에 자신이 하는 일에 따라 각각 마땅한 자리를 얻을 뿐이다. 마음이 심오하고 미묘한 도리나 이치로 내달려 오묘하고 기이한 효과를 바라기 때문이 아니다 - 율곡 이이, 「격몽요결」 (P.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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