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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강원 산간에 내린 눈은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동장군의 마지막 발악이었나보다.

4월이 되자마자 거짓말처럼 날씨가 따뜻해졌다.

힘 잃은 바람은 뜨거운 햇볕 아래 맥을 추지 못하고

돋아나는 잔디와 피어난 개나리, 목련은 기어이 봄이 오고야 말았음을 말해준다.


잘 가라 겨울아.

머지 않아 또 만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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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토요일 오후, 한국문화정품관 4층에서 티쿱스토어가 주최하는 발효차 교육 2강이 열렸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귀하고 맛있는 차를 먹을 수 있을까 잔뜩 기대하고 갔습니다. 사실 밤잠을 설친 뒤라, 조금 피곤해서 걱정했는데요. 그래도 차를 마시는 동안 피곤함이 해소되는 신기함을 느꼈습니다. 다만 평소보다 피곤해서 몸의 반응이 둔하긴 하더군요. (원래 보이차를 마시면 몸이 후끈후끈 달아오르곤 합니다)


오늘은 반발효차인 우롱차(오룡차)와 후발효차인 보이차를 집중적으로 마셨습니다. 우롱차의 한 종류인 '대홍포(大紅袍)'도 맛을 볼 수 있었는데요, 중국 복건성의 무이암산에서 난다고 해 '무이암차'의 일종으로도 분류가 된다고 합니다. 차예사 선생님께서는 대홍포라는 이름의 유래도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중국의 어느 서생이 장이 굳는 병에 걸려 고생했는데 마침 무이암산에 위치한 한 사찰에 들렀다가 스님이 우려준 차를 마시고 씻은듯이 나았다고 합니다. 훗날 그 서생은 관리가 됐는데, 마침 황후가 자신과 똑같은 병에 걸렸던 겁니다. 어의들도 손을 쓰지 못해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자신이 마신 차를 진상했더니 황후도 씻은듯이 병이 나았다고. 기쁜 황제는 말단 관리였던 그를 당상관의 반열에 올렸고 홍포를 하사합니다. 홍포는 붉은 비단옷으로 고위 관리만 입을 수 있는 옷입니다. 


우연히 만난 스님 덕분에 초고속 승진을 한 그는 답례를 하기 위해 사찰을 찾았지만, 이미 스님은 돌아가신 뒤였습니다. 그러자 그는 사찰 한 켠에 스님이 심어놓은 차나무에 자신의 홍포를 걸어줬다고 합니다. "너 덕분에 내가 출세했다"면서 말이죠. 그때부터 그 차는 대홍포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이런 고사들을 들을 때마다 참 흥미진진하고 재밌습니다. 그리고 이런 얘기를 듣고 마시면 차맛이 더 달게 느껴지더라고요~ 기분 탓이겠죠 ^^


1959년에 채취한 오래된 노차도 맛봤는데요, 저희 아버지가 1959년생이시니 굉장히 긴 역사를 자랑하는 차인 셈이죠. 이어서 보이차들도 차례대로 맛봤습니다. 이번에 티쿱스토어에서 기획상품으로 개발한 '지유복천차'도 맛보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보이차에 각종 한약재를 조합해 만든 건강차(양생차)라고 합니다. 가격이 좀 후덜덜하긴 한데, 몸에 좋다고 하니 탐나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오늘은 일단 시음으로 만족하는 걸로... ^^;



교육 중 창밖을 내다보니 눈이 펑펑 내리더군요. 마침 수업장소인 정품관이 창덕궁 바로 앞에 위치한 데다가, 4층 건물이라 그런지 창덕궁이 훤히 내려다보였습니다. 눈 내리는 고궁을 바라보며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려니 운치 있고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차예사 선생님의 말을... 대부분 한 귀로 흘려보낸 것 같습니다 ㅠ.ㅠ 그 풍경에 자꾸 정신이 팔릴 수밖에 없더군요.



아무튼 오늘도 귀한 차 실컷 마시고 나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지유명차 종로점에 들러 원미소타 한 봉을 추가로 샀습니다. 이거 차맛을 한 번 들이니 자꾸 지갑을 열게 되는군요. 평생 좋아하는 차를 실컷 마시려면 역시 돈부터 벌고 봐야... 흑흑...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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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집에서 기르는 반려견 시츄 보리와 함께 보라매공원에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사실 강아지를 입양한 것도 저고, 새끼였던 애를 인천까지 가서 데려온 것도 저였는데 입양하고 얼마 안 되어 군대에 가는 바람에 보리한테 많은 애정을 주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저보다도 어머니를 열심히 따르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산책을 데려가려고 하면 신나서 꼬리를 흔들고 따라가는데, 제가 데려가려고 목줄을 들면 기겁해서 도망가더라고요. 


뭐 자주 안 데려간 제 책임도 있기 때문에... 새해에는 보리랑 좀 많이 놀아줄 요량으로 시간 내서 보라매공원까지 다녀왔습니다.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 평소에 개를 데리고 공원에 가면 개에 신경쓰느라 제 수련을 못하기 때문에 절대 안 데려갔더랬습니다. 생각해보니 정기수련이 있는 날엔 어차피 수련을 따로 하니까 시간 내서 산책을 다녀와도 되겠다 싶더라고요. 오늘이 딱 그 날이었고요. 날도 많이 풀려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원래는 보라매공원에 새로 개장한 '반려견 놀이터'에 가서 놀아주려고 했는데, 애석하게도 동절기 휴장이라고 하네요. 앞에까지 갔다가 크게 실망하고 돌아왔습니다. 평일 낮이라 그런지 공원에 개들도 많이 안 보이더라고요. 평소 같았으면 발에 돌부리 채이듯 널린 게 개들이었는데 말이죠. 보리가 숫기가 없어서 다른 개들하고 좀 접촉을 자주 해야하는데, 지금도 개들을 보면 겁 먹고 도망다녀서 걱정입니다.


아무튼 날이 추워서 오랜 시간 놀진 못했지만 오며가며 그리고 공원 잔디밭에서 뛰면서 바람도 쐬고 보리에게도 즐거운 시간이었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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