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차게 기획하고 시도했던 열정대학 학생선택과목 '함께 무예 배워볼과'가 조기 종강되었습니다. 아니 폐강되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지 싶습니다. 정해진 이수기간을 채우지 못했고, 종강조차 소리소문 없이 이루어졌으니까요.


원래는 7월 16일이 종강 예정일이었습니다. 종강일에는 수강생들과 다함께 모여 종강파티를 할 예정이었고, 제 구상으로는 사당 본부전수관에 가서 사부님께 최종 점검을 받는 형식으로 추진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삐걱거리기 시작하더니, 결국 종강파티는커녕 공식적인 종강을 알리지도 못하고 그냥 흐지부지 끝나버렸습니다. 이미 종강예정일이 지났으니, 종강은 했다고 봐야하겠죠. 더 이상 수업을 진행할 의사도 없으니까요.


사부님도 기대가 컸고, 저 역시 야심차게 준비했던 과목이었기에 마지막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는데, 안타깝기만 합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초반엔 매끄럽게 잘 진행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강남역 살인사건' 등으로 워낙 사회가 뒤숭숭하다보니, 호신술을 지도하는 과목이 개설되었을 때 오히려 여학생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그래서 결국 '함께 무예 배워볼과'도 저 포함 총 7명이 수업에 함께 했는데, 저 빼고 6명 전원이 여학생이었습니다.


저 역시 기대에 부합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습니다. 기본 틀은 무예24기의 권법을 지도하는 것이었지만, 그동안 제가 배운 무술들의 기법을 응용한 호신술도 조금씩 지도했고, 그 기법에 대한 무예24기만의 방어법도 고안해서 지도했습니다. 일단 무예에 대해 관심과 흥미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였죠. 과하게 수련하면 오히려 지치고 질려할까봐, 수강생 개개인의 신체 여건에 맞춰 꼼꼼히 지도하려고 노력했었습니다. 


원래는 토요일 하루 수업이었지만, 주말에 시간이 안된다는 수강생들을 위해 평일 저녁 시간까지 할애해가면서 별도의 클래스를 추가 개설했고요. 수강생들에게 매 수업 후 수련일기를 블로그에 올리도록 과제를 부여했고, 꼼꼼히 읽으며 일일이 피드백해주었습니다. 제가 모르는 부분은 사부님께 대신 물어봐가면서까지 성실하게 답변을 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초반 몇 주 동안은 반응이 매우 뜨거웠습니다. 다들 수련 시간에 열심히 나와주었고, 심지어 추가적으로 또 나와서 보강을 받는 수강생도 있었습니다. 수련일기도 다들 꼼꼼히 잘 써주었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삐그덕거리기 시작하더군요. 갑자기 다들 바쁘다고 수련에 참석할 수 없다고 해서 첫 번째 결강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열정대학 건물이 아닌 사당 전수관을 대관하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다들 전수관 구경하고 싶다고 해서 특별히 준비했는데, 당일 날 취소하려니 사부님께도 면이 안서더군요.


그런데 얼마 못 가서, 두 번째 결강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토요반 수강생들이 계속 나올 생각을 안 하더군요. 그래서 저도 이건 안되겠다 싶어서 아예 토요반을 전격 폐지해버렸습니다. 평일에 꾸준히 나오는 수강생 대상으로만 하겠다고 선포했죠. 그렇게 2주 연속 결강 사태를 맞이한 제 심정도 우울했고, 수강생들에게 서운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한 편으로, 제 지도 방식에 문제가 있나 싶어 수강생들에게 기탄없이 의견을 제시하라고도 했는데, 오히려 자신들이 바빠서 그런거고 열심히 해주고 계신다고 위로를 해주더군요.


어쨌거나 2주 연속 결강으로 더 이상 초기의 커리큘럼(권법 28세 진도를 모두 나가는 것)대로 수업 진행하기는 틀렸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목검을 들고 가서 서로 격검을 시키거나 호신술 위주로 지도하는 등 좀 더 흥미 위주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평일반 수강생들도 결석 혹은 잦은 지각으로 수련 시간을 제대로 맞춰주질 않더군요. 거기에 겹친 장마로 인해 하루 또 결강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제대로 된 마무리도 없이 종강만 바라보게 됐네요. 그래도 유종의 미는 거두어야겠다는 생각에, 수강생들과 함께 종강파티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해보려 했습니다. 가장 먼저 언제 하면 좋겠냐고 의견을 구했는데, 다들 묵묵부답입니다.


마지막이니만큼 가급적 다수의 사람들이 모였으면 하는 마음에 일부러 평일, 주말 구분없이 다 열어놓고 가능한 날짜 투표하라고 했는데... 다들 제각각인데다가 심지어 투표 참여율이 반도 안되더군요. 이건 아니다 싶기도 하고, 너무 섭섭해서 "그럼 차라리 여러분이 의견을 제시해달라"고까지 호소했지만,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올 뿐. 아무도 대답을 안 하네요. 


제가 더 이상 매달려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매달릴 이유도 없기에 씁쓸하지만 그냥 단톡방을 나와버렸습니다. 이대로 종강인 거죠 뭐. 그 길로 사부님께 "가치를 모르는 이들에게 굳이 가르치려 매달릴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사부님도 "이번 열정대학 사태가 네 잘못이건 네 잘못이 아니건, 뭐든지 스스로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반성해야한다"고 따끔하게 충고해주시더군요. 동감했습니다. 저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수강생들에게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을 수도 있겠죠. 뭔가 말 못할 불만들이 있었을 수도 있고요. 그래서 이 글을 쓰면서 한 번 곰곰이 고민을 해봤는데,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번 열정대학 '함께 무예 배워볼과'는 유종의 미는 거두지 못했지만, 일종의 반면교사로 좋은 교훈은 될 것 같습니다. 특히 2학기부터 자유학기 강사로 중학생들에게 무예를 지도하게 되는데, 이번 실패의 경험은 반드시 되새겨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뭐 사람 일이 항상 잘되란 법은 없죠. 그냥 훌훌 털어버리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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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남영역 인근 열정대학 4층 열정스투디움에서 열정대학 O.T 특강 마지막 차수가 열렸다.


아침부터 한의원 가서 침 맞으랴, 오후에는 수원에 가서 유가족 송환 행사 취재하랴... 저녁에는 열정대학 O.T 특강 들으랴... 전역하고 이렇게 정신 없이 보낸 하루는 처음인 것 같았다. 가끔은 정신 없이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는 생각하는데, 정말 가끔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체질적으로 바쁘게 사는 게 안 맞는 사람인 것 같다. 딱 굶어 죽기 좋은 타입 ㅎ


아무튼 평일 저녁 특강은 처음이었는데, 주말 특강보다 오히려 사람이 더 많았다. 그리고 분위기도 더 적극적이었던 것 같다. 주말 특강 때는 모인 사람들이 서로 얘기도 잘 안 하고, 인사도 잘 안 해서 덕수쌤이 억지로 인사를 시키는데 그때도 형식적인 인삿말만 오갈 뿐... 대화가 진지하게 이어지진 않는다. 하지만 여기서 보니 이미 많이 친해진 듯, 누가 시키지 않아도 먼저 인사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나도 옆에 앉아 있던 여성 분하고 인사를 나누었는데, 먼저 인사를 해주어서 대화의 물꼬가 트였지, 내가 먼저 인사할 생각은 하지도 못 했다. 이놈의 무뚝뚝한 성격... 정말 언제나 고쳐질까!


진로란 무엇인가


오늘 특강은 '열정대학으로 진로찾기'라는 주제로 열렸다. 덕수쌤은 가장 먼저 '진로란 무엇인가' 하고 학생들에게 화두를 던졌다. 덕수쌤은 네이버 국어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진로란 '앞으로 나아갈 길'이라고 설명하며, 그렇다면 진로는 어떻게 결정되는 것인지 육하원칙에 따라 정리했다.


1. 인생이란

2. 나는 누구인가

3. 왜 사는가

4. 어떤 사회(언제/어디서)에 사는가

5.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6. 어떻게 살 것인가


결국 올바른 진로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위의 6가지 명제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해야하고, 누군가 물어봤을 때 지체 없이 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때 핵심은 고민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깊이 있는 고민을 해야하며, 누군가의 질문에 대해 명확한 논리를 가지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만약 저 질문들에 대해 답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만약 그것이 뚜렷한 증거나 논리에 따르지 않고 '직관'과 '권위'에 의존한 답이라면, 진정한 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행복은 즐거움과 의미가 합쳐질 때만 느낄 수 있다


덕수쌤은 "즐겁기만 해서는 행복이 완성되지 않는다"며 "여러분이 정말 즐거운 일을 한다고 해서 항상 행복할 것 같냐? 결코 그렇지 않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리고 "행복은 즐거운 일도 일이지만, 여러분이 그 일을 하며 의미를 느낄 때만이 느낄 수 있다"며 내가 하는 일의 의미(가치)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여러모로 공감이 가는 말이기도 했고, 또 내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인지라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사실 나는 '무예'나 '역사'를 좋아하지만, 한 편으로 정말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그쪽에서 찾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일들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는 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최종 가치... 즉, 군복을 입고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되고 싶어하는 이성적 가치를 더 우선순위로 상정해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길이 좋아하는 길이라고는 자신할 수 없기에... 고민이 큰 것이다.


덕수쌤은 또 "이제는 알파고와 같은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가 왔다"며 "기계가 하지 못하는 일을 진로로 설정해야 한다.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지식'이란 무기를 활용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그러면서 "아날로그와 디지털 세계의 중간세대인 우리들이야말로 지금의 환경을 바꿀 수 있는 주역"이라고 강조하였는데, 이것 역시 장기적인 안목에 있어서 내가 설정한 진로에 영향을 끼치진 않는지 생각해 볼 부분인 것 같았다.


대가가 되는 길


덕수쌤은 "본질을 이해하지 않으면 현실을 추구할 수 없다", "깊이보다 넓이를 중시하면 안된다", "끊임없이 정답을 의심하라"며 진로 설정에 있어서든, 세상 만물을 바라보는 시선에 있어서든, 그 본질의 깊이를 이해할 것을 주문하였다. 굉장히 철학적인 이야기여서, 이 부분은 다소 어렵게 느껴졌는데, 하여간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얕고 넓게 아는 게 아니라, 한 분야만 파더라도 깊이 파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함이었던 것 같다.


덕수쌤은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정보수집'을 열심히 해야한다고 입이 아프도록 강조했다. 사실 많은 학생들이 "쌤, 저 이거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요", "쌤, 저는 이게 저한테 맞는지 잘 모르겠어요", "쌤, 저는 뭐를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라고 하는데, 그 말들은 곧 "쌤, 저 정보수집해본 적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아요"라는 말처럼 들린다고 한다.


정말 무언가를 하고 싶고, 또 찾고 싶다면 방대한 정보가 쏟아져나오는 지식정보사회에서 정보수집으로 충분히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도서관에 가서 관련 책을 읽어도 좋고, 그것도 귀찮으면 네이버나 구글에서 키보드만 두드리면 홍수처럼 정보가 쏟아져나오는데, 왜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정보수집을 한 뒤에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 뒤, '피드백'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렇기에 덕수쌤은 '독서'를 많이 할 것을 특별히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덕수쌤은 우리에게 갑자기 질문 하나를 던졌다. "만약 지금 당장 오바마나 스티브 잡스가 와서 딱 3시간 동안만 대화를 하자고 하면, 거절할 사람이 있을까" 모두들 다른 일정을 다 빼서라도 그들과의 만남에 응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덕수쌤은 "지금 서점에 가면, 그들이 기다리고 있다. 오바마나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인생 역정,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적은 책을 출판해서 기다리고 있다. 그 책을 읽으면 곧 그 사람을 온전하게 이해하게 되고, 그 사람과 대화를 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여러분은 그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다면서 그 사람들의 책을 읽을 생각은 하지 않는가"하고 반문했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덕수쌤은 인생에 대해 '거인의 무등을 타고 달리기를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거인의 무등이란 곧 글과 말을 통해 겪을 수 있는 간접경험을 일컬음이고, 달리기는 내가 직접 경험하는 것들을 의미한다. 덕수쌤은 "여러분의 성장 정도는 경험의 질과 양에 따라 결정된다"며 "직접경험도 많이 해봐야하고, 독서를 통해 간접경험도 많이 해봐야만 한다"고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 또 강조했다. 


그리고 책 중에서도 다른 사람의 전기, 즉 에세이를 많이 읽을 것을 특히 강조하였는데, 에세이야말로 다른 사람의 인생을 간접경험함으로써 나만의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먼저 간 사람의 흔적을 읽으며, 전문가가 되기 위한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덕수쌤은 에세이를 읽을 때 "내가 이 사람이다. 내가 곧 이 사람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덕수쌤은 인생을 바꾸는 목표설정에 대해 제시하였다.


1. 구체적으로 세워라

2. 측정가능해야 한다 (명확해야 한다)

3. 달성 가능해야 한다

4. 결과지향적이어야 한다

5. 마감시간이 설정되어 있어야 한다


당장 거창한 목표를 세울 필요도 없다. 비현실적인 목표는 세우지도 마라.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있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라는 것이다. 정말 사소한 목표 하나일지라도, 내가 세운 목표를 실행한다면 목표를 실행하기 전보다 성장한 사람이 되는 것이며, 그것들이 켜켜이 쌓이다보면 결국 인생이 바뀐다는 것이다.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한 때


이로써 3주에 걸친 열정대학 O.T 특강이 모두 끝났다. 솔직히 한 번 강의하는 데 3시간씩이라, 집중력이 젬병인 나로서는 엉덩이도 아프고, 가끔은 졸음도 쏟아지고, 딴 생각도 하게 되고...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온전하게 다 집중해서 들은 것 같지도 않아, 반성도 하게 된다.


그렇지만 노트 필기만큼은 열심히 했는데, 이렇게 매번 수강후기를 정리하면서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다보니 현장에서 들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느껴지는 것 같다. 또 재정리를 통해 온전히 나의 것으로 습득이 된다고나 할까. 그러고보면 덕수쌤이 한 말들은 모두 공감이 가는 말이기도 하고, 내가 이미 생각하고 있는 바이기도 하다. 다만! 문제는 생각만 하고 실천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게 나의 가장 큰 문제점일 것이다.


O.T 특강은 끝났지만, O.T 특강을 통해 배웠던 팁을 이용해 내가 진정 하고픈 일이 무엇인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깊이 있는 고민'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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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O.T 특강에 이어 두 번째 특강 시간이 왔다.

오늘은 '열정대학 이야기 & 열정대학으로 찾는 진로'라는 주제로 3시간 동안 덕수쌤의 강의를 들었다.



(사진: 따뜻한 토요일 오후... 열정대학 강의를 들으러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사실 오늘 강의는 열정대학 대표인 '유.덕.수'라는 한 사람의 삶을 이야기하는 시간이나 다름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열정대학을 생각하고, 창립한 장본인이기에, 유덕수의 삶이 곧 열정대학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럼 이제부터 두 번째 O.T 특강, 곧 유덕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20대 청년 CEO는 왜 다른 삶을 살게 되었을까


덕수쌤은 어릴 적부터 청년 CEO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대학도 벤쳐중소기업학과로 진학하고, 기업에서 세미나를 연다는 소식이 들리기만 하면, 어디든 달려가 참석하곤 했단다. 하지만 아직 자신을 드러낼 아무런 스펙이 없었던 덕수쌤은, 세미나에 참석한 사람들이 서로 명함을 교환하는 것을 보고, 마냥 부러워하기만 했단다. 그리고 "명함을 받고 싶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몇 번 세미나 강사들의 명함을 받아냈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끊이지 않는 법. 이제는 명함을 받기만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기도 당당한 명함을 하나 파서 서로 교환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단다.


당시는 한글 도메인이 뜨기 직전이었는데, 덕수쌤은 자신만의 독창적인 명함을 만들어보고자, 자기 이름으로 된 한글 도메인을 사서 명함에 새겼다고 한다. (ex. 유덕수.com) 그리고 기업 세미나에 참석해서 그곳의 고위 인사들과 명함 교환을 했는데, 그의 독특한 명함을 들여다본 사람들 중에는 종종 관심을 갖고 말을 거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나중에 덕수쌤은 당시 가장 잘 나가는 CEO였던 안철수 V3연구소장을 만나고 싶었지만, 당시의 안 소장은 너무나 바쁜 사람이라 10분에 하나씩 약속이 잡혀있을 정도로 스케쥴이 빡빡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덕수쌤은 안 소장만큼은 꼭 만나고야 말겠다는 일념 아래, 안철수 연구소의 한글 도메인을 먼저 사버린 뒤에, 배짱 좋게 안철수 소장에게 한 통의 이메일을 보냈다. 


그 내용인즉슨,


"안철수 연구소의 한글 도메인을 내가 갖고 있다. 나는 돈을 받고 당신에게 이걸 되팔려는 목적이 아니라, 정말 순수하게 당신을 만나고 싶은 CEO 지망생이다. 딱 1시간만 만나게 해달라. 3주 뒤에 군대를 가니 3주 안에 제발 1시간만 시간을 내준다면, 한글 도메인은 무상으로 드리겠다"


굉장히 당돌하지 않은가? 결과는 어땠을까?


안철수 소장의 답장이 왔는데, 안타깝게도 안 소장은 정말 바빠서 만나줄 시간이 없다고 했단다. 할 수 없이 만나지는 못 했지만, 덕수쌤이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을 해서 우연히 안 소장을 만난 자리에서, 안 소장은 덕수쌤의 이름을 보고 "벌써 전역했어요?"라며 자신을 기억해주더라는 것이다. 덕수쌤은 이 때를 회고하며 "역시 최고의 CEO는 이런 사소한 것까지 기억하는구나", "또라이처럼 튀어야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구나"라는 두 가지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안철수는 만나지 못했지만, 덕수쌤은 이처럼 적극적인 노력으로 다른 CEO들을 만나는 데는 성공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군 복무 시절 옥션 CEO와의 만남이었다.


군 복무를 하고 있던 당시, 덕수쌤은 휴가 기간을 이용해 유명한 CEO들을 만나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몸이 부대에 있다보니 아버지를 통해 대신 편지를 부치도록 했고, 며칠이 지나도 답장이 오지 않자, 직접 옥션에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았다고 한다. 이렇게 행동했던 이유에 대해, 덕수쌤은 "답장이 안 왔다는 것은 안 만나준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거절했다는 뜻도 아니지 않느냐. 보다 명확하게 답을 듣기 위해 한 번 더 전화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라고 회고했다. 그리고 다시 전화를 건 자리에서, 덕수쌤은 옥션 CEO와의 만남 약속을 잡을 수 있었고, 휴가를 이용해 직접 만나기까지 했단다.


덕수쌤은 CEO들을 만나기 위한 자신의 이런 노력들을 설명하면서, 자신이 깨달은 두 가지 교훈을 소개했다.


(1) 내가 처한 상황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문제다.

(2) 모든 것은 결국 내 마음(의지)에 달렸다.


사실, 덕수쌤의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감가는 바가 있었다. 왜냐하면 나도 비슷한 일을 얼마 전에 겪었기 때문이다.


딱 2개월 전의 이야기다. 당시 전역을 한 달 앞둔 말년 병장이었던 내게 가장 중요했던 일은 밖에 나가서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 <엽문 3 - 최후의 대결>을 보는 것이었다. 입대 전부터 영화 <엽문> 시리즈의 열렬한 팬이었기에, 부대 안에서도 개봉 소식만을 애타게 기다리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국내개봉소식이 전해졌는데, 개봉일이 내 휴가기간 안에 포함되어 있어 만세를 부르고 있던 상태였다.


하지만 휴가 나가기 직전에, 개봉일이 뒤로 미뤄지면서 개봉하기 며칠 전에 부대 복귀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너무 속상한 나머지,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했다. 다른 영화 같으면 다음 휴가를 노렸겠지만, 비주류 중국영화는 보통 일주일~열흘 사이에 모든 영화가 내려가기 때문이었다. 이 영화만큼은 꼭 대형 스크린으로 보고야 말겠다는 생각을 했던 나는, 결국 영화 수입/배급사의 주소를 찾아내어 열심히 손편지를 써서 보냈다.


내용인즉슨,


"나는 군 복무 중인 현역 군인이다. 나는 원래 열렬한 <엽문> 매니아이기에, 이번에 <엽문 3> 개봉 소식을 접하고 일부러 휴가까지 개봉일에 맞춰서 나가기로 했다. 그런데 개봉일이 미뤄지는 바람에 못 보고 들어가게 됐다. 그러므로 내 휴가 기간 중에 시사회가 열린다면 티켓 한 장만 달라. 그건 나라를 지키는 군인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고, 만약 영화사에서 이런 배려를 베풀어준다면 감동한 내가 주위에 입소문을 내서 영화 홍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니, 서로 윈윈이다" 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휴가 나가서 영화사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병장님의 휴가 기간 중에 시사회가 없어 초대하고 싶어도 초대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열정에 감동을 받아서, 개봉 전에라도 우리 사무실에 놀러오시면 부족하지만 빔프로젝터로라도 영화를 틀어줄테니, 놀러와서 보라"는 것이었다. 사실 대형 스크린이 아니면 나에겐 큰 의미가 없었기에 거절했지만, 일단 그렇게까지 신경써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그러자 영화사 측은 "정 그러시면 다음 휴가 때 나와서 연락달라. 그때도 영화가 상영되고 있으면 티켓을 구해드리겠다"고까지 했다.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직접 쓴 손편지 한 통이 이토록 큰 호의로 돌아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덕수쌤이 말하는 CEO와의 만남만큼이나 대단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에겐 따뜻한 경험이었다.


아무튼 전역 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계속해서 창업 동아리를 만들어 이끄는 등, CEO가 되기 위한 발판을 차근차근 밟아갔던 덕수쌤은 결국 원하던 꿈을 이루게 되었다. 남들이 쉽게 만져보지도 못하는 거금을 하루가 멀다하고 만질 수 있게 된 것이다. 덕수쌤의 이러한 입지전적인 삶은 언론의 주목까지 받아, 덕수쌤은 성공한 청년 CEO로 각종 매스컴에도 나왔다.


하지만 막상 큰 돈을 쥐고서, 자기가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을 다 누리며 살아가는 와중에도 삶에 만족할 수가 없었던 덕수쌤은 마음에 큰 공허함을 느끼고, 결국 다른 길을 찾아나서게 된다. 지금은 별세하신 故 구본형 선생(덕수쌤은 사부님이라고 불렀다)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 동행을 하게 되고, 그 여행을 통해 CEO라는 직업을 버리고 자기계발 전문가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나이 서른에 쉽지 않은 도전을 하게 된 것이다.


열정대학의 탄생 비화를 듣다


이때 덕수쌤은 책을 읽다가 우연히 "좋은 스승은 좋은 가르침을 주는 스승이고, 위대한 스승은 존재 자체로 가르침이다"라는 구절을 발견하게 되고, 그 구절에 큰 감명을 받아 많은 이들에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게 열정대학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초창기 50명으로 탄생한 열정대학은, 정말 황무지나 다름 없었다. 지금처럼 수많은 수강생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홈페이지가 없어 싸이클럽에서 활동해야했고, 강사료를 지급할 자본도 없어 '재능기부'를 조건으로 강사들을 섭외해야만 했단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덕수쌤의 노력과 의지에 감동받아 흔쾌히 재능기부를 해주었고, 덕수쌤과 열정대학 멤버들은 꿋꿋하게 커리큘럼을 발전시켜나갔다고 한다.


덕수쌤은 열정대학의 의의에 대해서도 길게 설명했다.


덕수쌤은 열정대학의 열정을 '어떤 일에 열렬히 애정을 갖고 대하는 것'이라 정의했다. 여기서 강조하는 부분은 '모든 일'이 아니라 '어떤 일'이라는 것이다. 덕수쌤은 모든 일을 다 잘하고 열심히 할 필요가 없고, 자기가 정말 잘하고 좋아하는 일 하나만을 찾아서 그 길을 걷는다면 열정대학의 교육 목표는 달성된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사회적 기업인 열정대학의 성격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했다. 사회적 기업은 '특정 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그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며 지속가능성을 이어가는 기업'이다. 덕수쌤은 "열정대학은 여러분에게 물고기를 잡아주지 않는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지도 않는다. 여러분이 서 있는 저수지를 통째로 바꿔서 여러분 뿐만 아니라 모두가 물고기를 먹으며 잘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덕수쌤은 "열정대학이 사라지는 것이 목표다. 이 사회가 열정대학을 필요로 한다는 건, 그만큼 사회가 여러분이 하고 싶은 일을 못 찾아준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러분이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 길을 모두 걷게 된다면, 더 이상 열정대학이 필요하지 않을테고, 열정대학은 사라질 것이다."라며 열정대학이 사라지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덕수쌤은 "여러분 각자가 열정대학에서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직업으로 삼는 것이 곧 사회적 공헌활동이다."라며,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산다면, 여러분 주위의 사람들도 여러분의 삶을 보고 변할 것이고, 그런 식으로 점점 사회 전체가 바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열정대학의 의의를 설명하며, "누구나 쉽게 들어오고, 누구나 자랑스러워하는 학교가 되길 바란다"는 작은 소망을 이야기했다.


중요한 건 환경이 아니라, 환경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노력


3시간이라는 긴 특강 시간 동안 덕수쌤이 강조한 키워드들은 '환경'과 '노력'이었다. 여기서 환경이란, 환경에 안주하고 만족하고, 적응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환경을 노력으로 극복하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앞서 설명한 CEO와의 만남에서도 알 수 있거니와, 덕수쌤은 몇 가지 사례를 더 들었다. 


"인간은 의지가 약하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가 약하다고 탓하지 말고, 환경을 바꾸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덕수쌤은 소설가 이외수 이야기를 했다. 이외수도 가만히 책상에만 있으면 글을 못 쓰고, 자꾸 트위터 등 딴짓만 하게 될 것 같아, 스스로 철창에 들어가 글을 다 쓸 때까지 가족들에게 문을 열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결국 자기가 처한 환경을 바꾸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나 역시 내가 처한 환경에 안주하려고 하는 건 아닌지, 환경의 벽에 가로막혀 스스로 벽을 넘어설 수 없다고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편협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 스스로의 시선보다 타인의 시선에 더 신경쓰면서 내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일부러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곧 진정한 나를 찾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덕수쌤이 들려준 말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을 인용하며 두 번째 O.T 특강 후기를 끝맺음한다.


"나도 세상을 바꾸지 못하지만, 세상 또한 날 바꾸지 못한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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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열정대학' 23기 신입생 입학신청을 완료했다.


열정대학이란 기존의 대학교육에 만족하지 못하는 젊은 청년 학생들을 위해 설립된 소셜벤처기업으로, 일종의 '공존학교'를 표방하고 있다. 기존 학교의 커리큘럼을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진 학교를 대안학교라고 하는데, 열정대학은 기존 대학의 교육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대학의 교육에서 부족한 '진로교육' 부분을 중점적으로 지도하기 위해 설립하였기에, '서로 도와 함께 존재한다는 뜻'으로 공존(共存)학교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열정대학에서는 전문 교수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강생 누구나가 강사가 되어 원하는 과목을 개설하는 구조라고 한다. 내가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면, 그 버킷리스트를 토대로 과목을 개설하고, 그 과목을 듣기를 희망하는 다른 수강생들과 한 팀을 이루어, 함께 공부하는 시스템인데, '기존 대학에서 배울 수 없었던, 내가 하고픈 모든 일들이 과목이 되는 학교'라는 슬로건이 참 마음에 들었다.



(사진: 열정대학 소개 - 출처: 열정대학(http://passioncollege.com/))


여하간 열정대학을 처음 알게 된 건, 전역하기 얼마 전의 일이다. 당시 말년 병장이었던 나는, 전역을 앞두고 한창 나가서 무슨 일을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틈만 나면 사지방(사이버지식정보방=군 PC방)에서 일자리나 대외활동 정보를 물색하고 있었다. 그때 우연히 '열정대학'이라는 이름을 보고, 흥미가 생겨 홈페이지에 들어가 관련 정보들을 읽다보니 전역하면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말차 때 아예 열정대학 입학설명회까지 다녀왔다. 하지만, 입학설명회를 다녀온 직후에 오히려 고민이 더 깊어졌다. 20만원이라는 등록금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대외활동들은 대부분, 나의 재능(글쓰기)을 기부하고 그 댓가로 원고료를 받아 챙기는 활동들이었다. 그런데 이건 내가 오히려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비용이 말년 병장이었던 내게는 참 부담스러운 금액으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더욱이 등록금 뿐만 아니라 세부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추가 비용이 또 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


부대 복귀해서도 동기들에게까지 상담을 구할 정도로 계속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결심을 굳혔다. 그 결심을 하게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큰 영향을 끼쳤다.


1. 기존 열정대학 수강생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것

2. 내가 여기서 뭐 하나라도 건진다면(사람, 일, 취미, 적성 등) 이 정도 비용은 지불해도 아깝지 않을 거라는 생각

3. 전역하고서 마냥 노느니 뭐라도 해야한다는 압박감

4. '할까 말까 고민할 땐 해라'라는 열정대학의 슬로건



(사진: 열정대학 교육방향 - 출처: 열정대학(http://passioncollege.com/))


결국 전역하자마자 바로 다음 날, 열정대학 측에 등록금을 지불하고 입학신청을 완료했다. 내가 등록한 학기는 16년도 3학기인데, 5월 2일부터 7월 26일까지 3개월 가까이 학기가 진행된다고 한다. 한 학기만으로 나의 적성을 찾고, 내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다음 학기 신청 시즌이 되었을 때, 망설임 없이 등록금을 지불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열정대학은 나에게 큰 가치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나 역시, 고민 끝에 비싼 등록금을 지불하고 입학한 것이니만큼, 뭐라도 건져가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열심히 활동에 임할 것이다. 아직 개강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벌써부터 개강일이 하루 하루 손꼽아 기다려진다. 전역하고 당장 할 것도 없는데... 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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