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광화문-경복궁 일대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이제 조금씩 지쳐갑니다. 날도 추워지고, 매 주말마다 어마어마한 인파에 끼어 행진한다는 게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 하나쯤이야...'하는 생각이 결국 이 나라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찝찝해서라도 광장에 나갈 수밖에 없겠더군요.


대신 오늘은 좀 일찍 가서 오후 4시부터 열리는 '청와대 포위' 행사에만 참석하고, 본행사와 행진은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이 이례적으로 청와대 앞 100m까지 행진을 허용한 관계로, 동서남으로 청와대 방면의 행진이 이뤄졌습니다. 제가 행진한 구간은 남쪽 코스인 청와대 사랑채 앞 자하문로입니다. 경찰이 세워둔 차벽 뒤로 청와대 영빈관이 가까이 보이더군요. 여기서 우렁차게 외쳐댔으니, 청와대 안에 있는 박 대통령도 분명히 국민의 성난 목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청와대에 없을지도...?)


박 대통령에게 진지하게 건의합니다. 이제 국민들에게 황금주말을 반납하기 바랍니다. 본인 한 명만 깔끔하게 내려오면 5천만 국민 모두가 주말에 편하게 발 뻗고 잘 수 있습니다. 차벽으로 막혀 주말만 되면 울상인 삼청동 일대 상인들에게도 웃음을 돌려주시기 바랍니다. 경복궁을 관람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해외 관광객들이 헛걸음을 하는 일이 없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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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스스로 노예되기를 자처하는가


무예24기 한양류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개입 의혹으로 시작된 박근혜 게이트가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우리 국민들은 매일 같이 쏟아져나오는 청와대발 뉴스속보에 경악했다.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대통령 연설문 유출은 조족지혈에 불과했다. 대통령이 청와대 안방에 앉아 온갖 미용시술을 받은 것도 모자라 비아그라까지 반입해 청와대가 청와텔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지경에 이르렀다. 어린 생명들을 비롯한 우리 국민 304명이 차가운 바닷 속에 가라앉는 동안, 국가재난을 관리하고 총지휘해야 할 대통령이 무려 사건 발생 7시간 동안 관저에 들어앉아 출근조차 하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박근혜 정권은 법적·도덕적으로 완전히 타락한 정권이라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우리는 지금 미친 기관사가 운행하는 폭주 기관차에 올라탄 꼴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기관차에 가만히 앉아 모두 개죽음을 당할 것인가. 모두가 살기 위해서는 미친 기관사를 우리 손으로 끌어내려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마땅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광장으로 나가 촛불을 들어야 한다. 여기에는 학생, 주부, 농민, 직장인 등 직업의 구분도 남녀노소의 구분도 없다. 대한민국 국민만 있을 뿐이다. 우리 모두 국민의 이름으로 청와대 안방에 들어앉아 귀를 막고 있는 암군(暗君)에게 퇴진 명령을 하달해야 한다.


그런데 "왜 우리가 촛불을 들어야 하는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들이 있다. "이것은 우리들의 책임도 아니며, 대통령이 물러나는 문제도 정치인들이 정치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는 것이다. 이는 스스로 주권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미친 기관사에게 운전대를 맡긴 것은 결국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주권자로서의 당연한 권리 행사를 포기한다면 스스로 개·돼지나 노예되기를 자처하는 꼴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왜, 어찌하여 오늘의 질곡을 용납하고 이 현실을 초래한 원인을 우리 주권자는 방관만 하였던가? 언제나, 오직 주권자의 권능만이 조국의 진로를 가리키는 나침반이 될 수 있다. (···중략···) 주권자의 우(愚)는 조국을 난파선으로 침몰시키고 말 것이다" - <주권자의 관용이 민주주의를 교살한다> (『사상계』1967년 4월 호 권두언)


"오늘날 나라의 주인은 바로 우리들 각자 백성이요, 관은 우리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서 만든 기관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관에 대해서 봉사를 요구할 권리가 있고 관은 이에 응할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만에 일이라도 관에 있는 자 번문욕례(繁文縟禮: 법과 규칙이 까다로움을 이르는 말)의 구름 위에 앉아서 백성을 농락하고 법을 짓밟는 일이 있다는 이것은 본말을 전도한 사회적 반역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자들의 퇴진을 요구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 <민주주의를 기원한다> (『사상계』1956년 9월 호 권두언)


2016년 11월, 우리는 지금 여느 때보다도 추운 겨울을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기나긴 겨울이 지나면 기필코 따뜻한 봄이 찾아오는 법이다. 그것이 자연의 순리요, 역사의 진리다.


"참다운 민중세력은 언제나 역사에서 승리한다. 겨울이 영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낙관을 지니고 우리는 지칠 대로 지친 이 암흑에서 그래도 지금 일어나야 한다. 봄이 온다. 꽃이 핀다. 저항의 계절에 우리는 민중의 새로운 승리, 민족사의 거대한 긍정을 다짐하자" - <저항의 자세를 적극화하자> (『사상계』1967년 2월 호 권두언)


재조산하(再造山河). 나라를 다시 만든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산통을 겪는 중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겪는 시련은 과거 독재정권 당시 민주투사들이 겪어야 했던 시련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체념하고 방관함으로써 국민 스스로 주권자임을 포기하는 그 순간, 우리는 지금보다 더 큰 시련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 시련을 청산하는 것은 고스란히 우리 후손들의 몫이다. 우리 스스로 후손들에게 독재정권의 유산을 떠넘기는 못난 조상이 될 수는 없다. 이번에야말로 뿌리 깊은 친일군사독재정권에 사형선고를 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 기나긴 산통 끝에 찾아올 새로운 생명은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하고 아름다울 것이다.


아직도 광장으로 나가기를 망설이는가. 스스로 개·돼지나 노예가 되고자 하는가. 먼 훗날 우리 후손들로부터 '못난 조상'이라 손가락질 받고 싶은가. 우리의 자손들이 "그때 당신은 뭘 했느냐"고 물었을 때 "광장으로 나가 촛불을 들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조상이 되자.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역사의 주인공이 되자.


2016년 11월 26일


무예24기 한양류

(http://cafe.naver.com/seoulmuye24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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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11.12 민중총궐기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일단 제가 갔을 때는 5시 반 정도였는데요, 본 행사가 7시부터 시작인데 이미 인파로 가득찼더군요. 당시 주최 측 추산 100만 명이 몰렸다고 하니까요. 도저히 서 있기 힘들더군요. 그 넓디 넓은 광화문광장과 청계광장, 경복궁역, 종로3가 일대가 인파로 가득차서 한 발자국도 걸음을 옮길 수가 없는 형국이었습니다. 가만히만 서있어도 뒷사람이 미는 통에 알아서 몸이 움직이는 기현상이 발생했죠. 마치 거대한 출퇴근길 지옥철 안에 들어온 느낌이었습니다. 전화도 잘 안 터지더군요.



지하철역들도 인파로 가득차서 광화문과 2~3개 정거장 정도 떨어진 곳에서 하차해 도보로 이동해야만 했습니다. 서울광장도 온갖 단체들로 점령당한 상태였습니다. 소속 단체들의 깃발을 장대에 걸어 높이 들고 다니는데... 도로를 가득 점거한 깃발부대들을 보니 무슨 <적벽대전> 보는 줄 알았습니다. 대오도 정연하고.. 웬만한 당나라 군대보다 훨씬 각이 잡혀있더라고요.


사람이 많다보니 별의별 잡종들도 다 기어나왔더군요. 웬 양키들은 예수님 믿으라고 선교하고 자빠졌고... 이게 무슨 축제라도 되는 양 온갖 푸드트럭들이 몰려와서 장사하는 것도 보기 좋진 않았습니다. 그래 뭐, 백번을 양보해서 시위하는 사람들 배고플까봐 그랬다손 칩시다. 그래도 솜사탕은 아니지 않나요. 솜사탕은 놀이동산에서나 먹는 그런 먹거리인데... 시위 현장에서 솜사탕 장사를 할 생각을 하다니... 이 와중에도 잇속만 챙기려는 장사치들의 행태가 영 눈에 거슬렸습니다.



본 행사는 7시부터였지만... 갑자기 원인 모를 두통이 발생하는 탓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역사적인 현장에서 끝까지 촛불을 함께 들고 싶었는데... 두통이 심해서 견디지를 못하겠더라고요. 사람이 너무 많은데 추위까지 겹쳐서 두통이 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생전 두통이라곤 걸려본 적이 없었는데. 집에 와서 한숨 자고 나니 좀 나아졌습니다. 집에서 SNS로 생중계되는 집회 현장을 보면서, 그 현장을 끝까지 지키지 못한 게 내내 한스러웠습니다.


아무튼 2016년 11월 12일은 역사에 기록될 하루가 됐습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최대 인파가 몰렸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이렇듯 한 목소리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던 적이 있었나 싶기도 합니다. 먼 훗날, 우리의 이야기들은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 그 때를 살아갈 후손들은 이날의 의미를 어떻게 기억하게 될 것인지 참으로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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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삼청동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광화문을 거쳐 시청까지 걸어왔습니다. 


오전까지 세찬 소나기가 내린 뒤로는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도 맑게 개면서, 햇살도 다시 뜨겁게 작렬하더군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긴 했지만 여전히 햇볕은 뜨거워서 좀만 오래 걸으면 금세 땀이 나더라고요.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한 것이 완연한 가을이 온 것 같긴 한데, 한낮은 여전히 덥다시피해서 도대체 언제 진짜 가을이 올까 싶네요. 이러다 확 추워질 것 같긴 한데... 매년 추석 때는 항상 시원했던 기억밖에 없는데, 아직까지 땀이 날 정도로 더우니 진짜 지구온난화가 심각한 문제인 것 같긴 합니다.



아무튼 광화문 거리를 걷다가, 그늘 진 가로수 밑을 지나다보니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나뭇잎이 흔들리는 게 인상적이어서 사진 몇 장 찍어봤습니다. 8월의 무더운 여름보다는 산책하기 좋은 날씨인 듯 합니다. 



슬슬 찬 바람이 불어오면서 마음에도 찬 바람이 불어오네요. 오늘도 삼청동에 갔더니 왠 커플들이 그리 많던지... 전역하면 무조건 솔로탈출부터 하겠노라고 다짐했던 게 꽤 오래 전 일인데... 아직까지도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있으니 하늘도 참 무심한 것 같습니다. 전역하면 당장 여자친구를 사귈 수 있을 것처럼 호언장담하던 분대장의 패기는 어디로 갔는지 껄껄...


오늘도 그저 혼술 한 잔에 시름을 달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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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블로그에 포스팅을 해봅니다.


무더위가 절정에 이르면서, 도저히 가만히 앉아서 글을 쓸 기운이 나질 않더군요. 컴퓨터 앞에 잠깐 앉아 블로그 포스팅하는 것도 귀찮을 정도로... 뭔가 온 몸의 기운이 쑥 빠진 느낌입니다. 집에 있는 에어컨은 무용지물에 가깝습니다. 누진세니 뭐니해서 에어컨 키는 문제로 가족들과도 자주 싸웁니다. 저는 더위는 정말 못 참는 주의라 가능하면 하루 종일 빵빵하게 에어컨을 틀고 싶은데... 더우니까 사소한 일로도 자꾸 짜증이 나서 더 신경질을 부리게 되는 것 같네요. 더우니까 무예 수련도 게을러지는군요. 여러모로 여름은 괴로운 계절입니다. 진심으로 여름 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어요.


집에 있어봐야 에어컨도 못 키고... 답답한 마음에 오늘은 점심 먹자마자 책 한 권 들고 무작정 집 밖으로 나섰습니다. 더위를 피해 어딘가로 도망치듯 나온 건데... 막상 나오니까 밖에 돌아다니는 게 더 고통스럽네요. 주말이라 지하철에도 사람이 바글바글하고. 


일단은 고궁박물관 가서 전시 좀 보다가, 광화문의 한 카페에 들러서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죽치고 앉아있었습니다. 그래도 시원한 카페에 앉아서 책을 읽으려니, 잠시나마 더위는 잊을 수 있었습니다. 집에 있어봐야 더워서 책도 눈에 잘 안 들어오죠. 돈도 없고, 딱히 갈 데도 없는 저한테는 그래도 이 방법이 가장 경제적이면서 간편한 피서법인 것 같네요. 당분간 더위가 풀릴 때까지는, 이렇게 카페나 도서관을 돌아다니며 더위를 피해야겠습니다.


참고로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이명박 前 대통령의 자서전인 '대통령의 시간'입니다. 8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두꺼운 양장이라 들고 다니면서 읽기 버겁네요. 그래도 꽤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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