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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7.30 [기사] 마지막 안식처로의 인도자들, 영현병을 만나다

마지막 안식처로의 인도자들, 영현병을 만나다


- <김 병장이 들려주는 국유단 이야기> (2) -


​안녕하세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대학생 서포터즈 1기 김경준입니다.


짧았던 장마도 지나고, 7월 초복(初伏)이 지나 이제는 완연한 여름 날씨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매일 같이 이어지는 폭염에 몸도 마음도 지치기 쉬운데요, 이럴 때일수록 평소에 물을 많이 마시고, 꾸준히 운동을 하는 등 건강관리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김 병장이 들려주는 국유단 이야기’ 두 번째 이야기를 들려드릴 시간입니다. 이번에는 국유단에 소속된 조금 특별한 병사들의 특별한 임무수행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1년 365일 현충원에 상주하면서, 그들만의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는 병사들의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호국영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인도하다


착, 착, 착... 한 눈에 봐도 경건한 표정을 하고 있는 병사들이 발을 맞추어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내딛는 걸음걸음마다 엄숙함이 그대로 묻어나오는데요, 지켜보는 이들도 절로 숙연해지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그들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들의 정체는 바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 ‘영현소대’ 병사들이었습니다. 영현소대 병사들은 호국영령의 유골함을 높이 받은 채, 그들이 마지막 안식을 취할 충혼당(납골당)으로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영현병들의 경건하고 엄숙한 인도에 따라, 호국영령들 역시 마지막 안식처를 찾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사진: 지난 3월에 열린 ‘중국군 유해 인도식’ 행사에서 중국군 유해를 인도하는 영현병들)


​오늘은 바로 호국영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인도하는 안내자들, 국유단 영현병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영현소대와 영현병


​국유단 본부중대에는 발굴병들이 소속된 ‘발굴소대’, 감식병들이 소속된 ‘감식소대’와 더불어 영현소대라는 독립소대가 별도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소대에 소속된 병사들이 호국영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인도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데요, 이들을 일컬어 ‘영현병’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영현(英顯)이란 ‘죽은 사람의 영혼을 높여 부르는 표현’으로서, 호국영령을 의미하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영현병은 대체 어떤 보직이며, 이들이 소속된 영현소대는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먼저 그 유래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현소대의 탄생과 역사


국민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현병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다고 합니다.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9월 부산에서 ‘묘지등록중대’라는 이름으로 창설된 영현소대는 1952년 9월 ‘81영현중대’로 부대 명칭을 개정한 뒤, 1986년 10월 5군수지원사령부, 53군지단을 거쳐 2006년 8월 국방부 근무지원단 의장대대에 예속되었습니다.


하지만 6·25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이 반영구적 국가사업으로 활성화되고, 그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창설되면서, 국유단 휘하 소대로 소속이 변경되었고 그 편제가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2009년 6월에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있던 ‘영현 및 의장중대’가 해체됨에 따라, 국유단 영현소대가 영현행사를 담당하는 전군 유일의 특수소대가 되었다고 합니다. 2010년에는 병참병과의 특기로 사무처리를 의미하던 영현등록병(2112)에서 행사지원의 영현행사병(1111)으로 직책 명칭 및 특기가 변경되면서, 영현병들이 수행하는 임무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인정받기도 하였습니다. 이로써 국유단 영현소대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유일의 영현 전담 특수소대로 완전히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이쯤 되면 영현병들이 자신들의 임무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 만하죠?



(사진: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영현소대)


영현병들은 어떤 임무를 수행할까


그렇다면 영현병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임무를 수행하게 될까요?


영현병들은 6·25 전사자 뿐만 아니라 국가를 위해 봉사한 국가유공자의 마지막 가는 길을 인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현충원에서는 매일 두 차례씩 국가유공자의 안장식이 거행되는데요, 영현병들은 바로 이 행사의 지원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안장행사는 평일/주말 구분 없이 매일 열리기 때문에, 영현병들 역시 주말의 달콤한 개인정비(휴식) 시간을 반납하고 행사 지원을 나가는 게 일상이라고 합니다. 매일 같이 이어지는 행사 지원에 피곤할 법도 하지만, 자신들이 수행하는 임무의 숭고한 가치를 알기에 자부심 역시 남다르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매년 연말마다 국무총리 주관으로 열리는 ‘6·25 전사자 합동봉안식’ 및 사단/군단 단위의 영결식·합동봉안식 등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키는 임무를 수행합니다. 또한 북한에서 미군이 발굴한 국군 전사자의 유해를 인도받거나, 국유단이 발굴한 미군 유해를 미국 정부에 인도하는 행사가 개최될 때면, 우리 영현병들이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고 합니다.



(사진: 2015년 12월에 열린 ‘6·25 전사자 합동봉안식’에서 영현병들이 유해를 봉송하고 있다)



(사진: 지난 4월 28일 열린 ‘한·미 전사자 유해 상호 봉환행사’에서 미군으로부터 인도받은 국군 전사자의 유해를 봉송하고 있다)


​특히 2014년부터는 중국 정부와의 협약으로 ‘중국군 유해 인도 행사’가 매년 한 차례씩 개최되면서, 국유단에서 발굴한 중공군 유해를 중국 정부에 인도하는 행사에서 영현병들의 임무수행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사진: 지난 3월 열린 ‘중국군 유해 인도식’에서 우리 영현병이 중국군 의장대 병사에게 유해를 인도하고 있다)


저 역시 전역하기 전에 이 행사를 참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요, 중국군 의장대 병사들 앞에서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보무도 당당했던 우리 대한민국 영현병들의 늠름한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 행사를 지켜보는 내내 영현병들이야말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얼굴이라는 생각에, 새삼 영현병들이 맡은 역할의 중요성을 깨닫기도 했습니다.


그들만의 독특한 주특기 훈련


수행하는 보직 자체가 특수한 임무이기 때문에, 영현병들이 받는 주특기 훈련 역시 독특할 수밖에 없는데요, 영현병들은 훈련소 혹은 신교대에서 5주 간의 신병훈련을 수료한 뒤, 바로 국유단으로 전입을 와 선임들로부터 직접 ‘주특기교육’을 받게 됩니다. 선임들 역시 그동안 수많은 행사를 치르며 축적되어 온 노하우를 신병에게 전수하며, 영현병으로서의 몸가짐을 익힐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받는 훈련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가장 대표적인 훈련으로는 ‘발걸음’ 훈련을 들 수 있습니다.


영현병들은 일반적인 걸음보다 조금 천천히 걸으면서, 중간에 공중에서 멈췄다가 다시 천천히 지면을 내딛는 방식의 걸음걸이를 계속 반복 연습하는데요, 앞 사람과의 거리는 4보로 유지해야하며, 행진을 마치고 도열할 때에는 오른발의 무릎이 지면과 90도를 이루도록 올려준 자세를 2초 간 유지해야 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제가 군 복무를 하며 가까이서 지켜본 영현병들은 쉬는 시간, 일하는 시간 구분 없이 수시로 소관을 들고 발걸음을 옮기는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전역한 지금까지도 그 모습은 참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사진: 영현병들이 발을 맞추는 것은 고인에 대해 최고의 예를 다하기 위함이다)


이런 규칙의 명확한 유래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알려진 바가 없지만, 1955년 국군묘소가 설립되고 의장행사가 시작되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미국 의장병들의 행진 모습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설도 존재하는데요, 유래가 어찌되었든 호국영령의 마지막 가는 길에 최고의 예를 다하기 위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란 점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이에 관해 영현소대를 이끄는 영현소대장 함성제 상사는 “국유단에 영현소대가 창설된 이래로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영현소대만의 고유한 규범과 의전 절차를 확립했다”며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영현병들이 받는 훈련으로는 ‘영정과 영현 인수하기’, ‘우천 시 우산 인수와 우산 펴기’, ‘유가족에게 영현 인도’ 등 다양한 의전 훈련이 존재합니다. 영현이 모셔진 유골함을 감싸는 봉송천(소창) 매듭법도 익혀야 하며, 복장 역시 언제나 깔끔하고 정갈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림질 등을 통해 수시로 정비한다고 합니다. 호국영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인도하는 안내자의 역할을 수행해야하는 만큼, 복장과 몸가짐에 있어서 한 치의 실수나 흐트러짐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진: 영현병들의 임무 수행은 사전에 철저한 훈련을 반복-숙달한 뒤에 이루어진다)


이처럼 영현병들의 임무 수행은 잠시라도 긴장의 끈을 내려놓았다간 큰 실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한 순간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그만큼 영현병들의 임무는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수시로 열리는 행사지만 한 번 행사를 할 때마다 사전에 철저한 연습을 통해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노력한다고 합니다.


영현병들이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


그렇다면 영현병들이 임무수행을 하며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영현병들은 하나같이 “행사가 끝난 뒤, 유가족들이 고맙다는 인사를 할 때”를 가장 보람 있는 순간으로 꼽았습니다.


실제로 영현병들이 행사를 집전하는 동안, 유가족들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행사를 지켜보게 되는데요, 최고의 예(禮)를 다해 자신의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를 모시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행사가 끝난 뒤에는 자신의 손을 꼭 잡고서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는 유가족들도 있다고 하는데요, 영현병들은 바로 그 순간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리고 ‘만약 다른 보직을 맡았으면 이런 보람을 느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영현병으로 선발되어 온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고도 고백했습니다.


묵묵히 임무수행하는 그들에게 응원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국유단에는 발굴, 감식병 외에도 호국영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키는 영현병들이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정성 어린 인도가 없었다면, 호국영령들 역시 편안한 안식을 취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사진: 지난 3월에 열린 ‘중국군 유해 인도식’ 행사를 마치고 촬영한 단체사진)


영현병들 역시 자신들에게 주어진 임무의 숭고한 가치를 알기에, 한 마디 불평 없이 경건한 마음으로 임무 수행에 임하고 있었습니다. 영현병들이 앞으로도 자신의 임무에 무한한 자긍심을 가지고 임무 수행에 임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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