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7.01.15 [서평] 서평 쓰는 법 2
  2. 2016.07.23 [서평]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 2

제목: 서평 쓰는 법

저자: 이원석

출판사: 유유

출판년도: 2016.12.14

가격: 10,000원


작년부터 <오마이뉴스>에 서평을 꾸준히 기고해오고 있습니다. 사실 서평은 전문 분야도 아니고, 누군가의 책을 함부로 평가할 만큼 내공이 있는 것도 아닌 터라 유난히 힘든 활동 중 하나입니다. 다만, 제가 쓴 서평들이 높은 등급으로 자 메인 배치된 덕분에 떠밀리다시피 서평단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서평단이 되면 일주일에 두 권씩 신간 서적을 받아보는 특권이 있거든요. 책값이 워낙 비싸다보니 가난한 학생 입장에서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입니다. 그래서 늘 서평 쓰는 것을 힘들어하면서도 차마 멈추지 못하고 끊임없이 쓰고 힘들어하고 쓰고 힘들어하고를 무한반복 중입니다.


어차피 꾸준히 서평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면, 정말 제대로 쓰는 법을 익히는 게 맞습니다. 사실 서평 쓰기에 대한 기본적인 스킬조차 없이 제멋대로 쓰다보니까 때론 제 스스로 제 글이 마음에 안 들 때도 있고, 스스로도 이렇게 쓰는 게 맞는 건가 혼란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이 책은 서평 쓰기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워보고자 집어들게 된 책입니다.


일단 책이 굉장히 얇습니다. 페이지도 160페이지 정도 되는 짧은 분량이고, 책 자체도 작습니다. 이렇게 얇고 작은 책, 더욱이 종이조차 재생종이를 활용해 금세라도 찢어질 듯한 연약한 책인데 책값은 일반적인 책과 비슷하게 책정되어 있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커버라도 튼튼했다면 그 가격이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들었을텐데 말이죠.


다만 내용은 꽤나 알찬 편입니다. 서평을 왜 써야하는지 그 이유와 목적을 미리 설명하고 들어갑니다. 그리고 서평과 독후감의 차이, 구체적으로 서평을 쓰는 법, 좋은 서평의 예와 나쁜 서평의 예 등을 알차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서평들을 다시 훑어볼 때마다 단순한 책 소개에 그치는 게 아닐까 싶어 스스로도 혼란스러웠지만, 저자는 "그래도 기본적으로 요약은 깔고 들어가는 게 맞다"고 해서 다소 위안이 됩니다. 다만 요약만 존재한다면 그건 정말 책 소개에 불과하고, 반드시 서평가 자신의 주장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서평이란 기본적으로 책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좋은 평도 있을 수 있지만, 나쁜 평도 있어야 합니다. 저같은 경우 지금까지 대부분 그 책을 소개하면서 공치사에 가까운 평들만 남겼습니다. 물론 그 책을 깔 만큼 내공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실력 없는 사람이 어줍잖게 비판하려 들었다간 되레 깡통 소리만 듣기 십상이니까요.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인지할 때도 종종 있었습니다. 저자는 그런 면에 있어서는 가혹하리만치 평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서평의 목적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 책을 읽도록 만드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돈과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는 책들은 거를 수 있도록 거름망 역할을 해야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자가 예로 들고 있는 어느 서평가는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 "나는 이 책을 모두 내다버렸다", "행여나 쓰레기통에서 주워다 누군가 읽을까봐 갈기갈기 찢어서 버렸다"는 등의 독설을 남겼더군요.


저 같은 경우는 아직까지 그렇게 독설을 할만큼 책을 읽으며 불만을 가져본 경험이 그닥 없고, 약간 무섭기도 합니다. 조금 다른 예인데, 책이 아닌 영화에 대해 독설에 가까운 평을 올렸다가 제대로 한 번 데인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제가 잘못한 건 아니었습니다. 영화평론이야 독설도 포함되니까요. 그러나 제 스스로 다른 사람의 비난을 수용하거나 무시할 정도의 깜냥이 안되다보니 후폭풍이 두려웠습니다. 누군가를 비판하기 위해선 나도 욕 먹을 각오를 깔고 들어가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훌륭한 서평가의 조건에는 한참 못미치는 듯 합니다.


서평을 쓰는 스킬에 대해서도 가볍게 다루고 있지만, 깊이가 없어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서평가로서의 마인드를 어떻게 가져야 할지 돌아보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공치사에 가까운 형식적인 서평, 단순 책 요약에 치우치는 서평을 하고 있던 건 아닌가 스스로를 계속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 책 한 권 읽었다고 당장 다음에 쓸 서평이 훨씬 멋드러지게 잘 나올 것 같진 않습니다. 다만 평소보다 글을 쓸 때 조금 더 깊이 있는 고민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저자가 지적한 바를 바탕으로 제 서평에 뭐가 부족한지 계속 고민하면서 퇴고를 해야겠죠.


PS. 그런 점에서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게 제일 마음 편합니다. 마음이 편하니 문장도 잘 뽑힙니다. 솔직히 공식적인 매체가 아닌 개인 공간이다보니 어떻게 쓰든 뭐라 할 사람도 없고, 제 편한대로 쓰다보니 글 쓰는 게 부담이 없죠. 매체에 담을 땐 퇴고도 여러 번 해야하고, 공적인 매체다보니 독자들의 반응들도 고려해야하고, 표현도 조금 더 세련되게 다듬어야하고, 때론 제 주장에 따른 자료조사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보다 매체 글쓰기가 훠얼씬 힘든 게 사실입니다. 기본적으로 어떤 매체에 글을 쓰게 되느냐도 글쓰기 스타일이나 내용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듯 합니다.


Posted by 가베치
,

도서명: 어떻게 살 것인가

저자: 유시민

출판사: 아포리아

출판년도: 2013년


[책 소개]


자유인으로 돌아온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되짚어본다! 


정치인에서 자유인으로 돌아와 내놓은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 세상의 변화를 누구보다 예민하게 감지하면서 한 걸음 앞서 시대와 삶의 과제를 고민해 왔던 유시민이 정치시장을 떠나 지식시장으로 복귀하여 내놓은 첫 책이다. 이 책에서 유시민은 도덕을 설교하거나 당위를 주장하지 않는다. 세상을 바로세우기 위한 사상이나 이론을 설파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드러내 놓고 비판하거나 위로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 자기 자신의 삶을 냉정하게 성찰하면서 인생의 기쁨과 아픔, 세상의 불의와 부조리를 어떻게 바라보고 다루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삶과 죽음, 개인과 사회, 자유와 공동선, 진보와 보수, 신념과 관용, 욕망과 품격, 사랑과 책임, 열정과 재능 등 우리의 삶을 형성하는 물질적 정신적 요소들을 나름의 시각으로 해석한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는 여러 관념들을 깊게 들여다보면서 인간의 존엄과 인생의 품격,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상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잃어버린 것은 없는지 찬찬히 되짚어 본다. 


출처: 네이버 책


[책 감상평]


이 책을 집어들게 된 것은, 전역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에서 '나가서 뭐 해먹고 살아야 하나' 한창 고민하던 때였다. 다른 책을 사기 위해 들렀던 중고서점에서 우연히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끌려서 집어들게 되었다. 지금의 내 처지에 꼭 읽어봐야 할 책일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놓고 책장 속에 묵히고만 있다가, 이제서야 읽었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의 경험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다루면서, 그를 통해 느낀 바를 담담하게 써내려가고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그동안 내가 원했던 삶을 살지 못했다", "내 욕망에 충실한 삶을 살지 못했다"며 아쉬워한다. 그리고 이 책을 쓰게 된 계기 역시, 앞으로는 그런 '본능'에 충실한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저자가 살아왔던 길을 되짚어보면 이해할 만도 하다. 그가 태어나 자랐던 시절은 오랜 군부독재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짓밟히던 때였다. 엄혹했던 그 시절, 군부독재에 온 몸으로 맞서 싸워가며 처절하게 투쟁했고, 자연스럽게 정치판에 뛰어들어 정치인으로서는 나름 최고의 권력이라고 할 수 있는 국무위원(보건복지부 장관)까지 지냈던 이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정치인으로서의 삶은 내가 원한 삶이 아니었고, 따라서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고 회고한다. 시절이 자신을 그렇게 이끌었을 뿐, 자신이 진정 꿈꾸었던 길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하기 싫었던 일에서 벗어나, 남은 생은 자신의 욕구대로 살고 싶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독자들에게도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며 진심 어린 조언을 하고 있다.


물론 이 책을 통해 당장 내가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확신을 얻은 것은 아니다. 내 앞 길에 한 줄기 빛이 들어온 것은 더더욱 아니다. 사실 이 책은 누구나 다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막상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강조한 내용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인생은 유한하니 사후세계를 생각하지 말고, 지금 현재의 시간에 충실하라', '일하고 놀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라' 등등... 누구나 머릿 속으로는 알고 있는 내용 아닌가. 그리고 다들 그렇게 살고 싶어한다. 


하지만 문제는 '실천'에 있다. 머리로만 알고 실천을 하지 않으니, 삶은 바뀌는 게 없고, 독자들은 계속해서 이런 책을 찾아 읽으며 답을 구하려고 한다. 결국 핵심은 실천이라고 본다. 이 책을 읽고 정말 마음 가는대로 한 번 살아보자고 다짐하고 실천한다면, 이 책의 진가는 그때 빛을 발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아쉬운 건, 이 책의 깊이가 그리 깊은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저자는 인용하는 구절마다 각주를 통해 명확한 출처를 밝혔는데, 브리태니커 백과사전과 같은 공신력 있는 문헌 뿐만 아니라 개인의 블로그에서 인용한 것들도 출처를 정확하게 밝히고 있다. 저자 입장에서는 사소한 것 하나 하나 출처를 정확히 표기함으로써, 정직함의 미덕을 내세우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다. 사실 인터넷 블로그에 떠도는 내용 중에 검증되지 않은 내용도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책장을 덮고 나니, 정치인 유시민은 잘 모르겠으나 '글쟁이 유시민'으로서의 삶은 본 받을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바를 이루기 위해 과감하게 정치를 그만둔 용기도 그렇거니와, 글을 쓰기 위해 들였던 노력들이나 그만의 글쓰기 철학이 상당히 감명 깊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의 글에서 거짓, 위선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진솔함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듯했고, 그래서 상당히 설득력이 느껴졌다.


나 역시 글쟁이로서의 삶을 꿈꾸는 사람으로서, 인생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고민하는 젊은 청춘으로서, 그의 책을 통해 느낀 바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치인 유시민이 아니라 글쟁이 유시민으로서의 그의 남은 삶을 응원하는 바이다.

Posted by 가베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