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들어 술을 정말 끊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웬만큼 술을 먹어도 오바이트를 한 기억이 거의 없는데, 요근래 들어 벌써 두 번이나 오바이트를 했다. 게다가 어제는 술도 많이 마시지 않았는데. 비싼 돈 주고 사 먹은 여명이 아까울 지경이다.


무협지 속 영웅호걸들을 보면 술을 동이째 들이켜고도 내공으로 버티는데, 나는 몇 잔 술에 백기를 들고 말았으니 이거 은근히 자존심 상한다.


속이 울렁거리는 통에 도저히 택시를 타고 갈 자신이 없어서 그냥 집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마포대교를 건너 여의도를 지나 상도동 집에 도착하니 새벽 2시 40분. 무려 2시간을 걸었다. 


이렇게 오래 걸어본 건 또 오랜만이었다. 예전엔 광화문에서 집까지도 가볍게 걸어다녔는데 어제는 발도 아프고 걷다 디쳐서 중간에 여러 번 다리쉼을 했다. 


아무렴 술에 취해 평소보다 체력이 떨어진 상황이었다고 해도 그렇지. 그렇게 만날 수련을 해놓고선 이렇게 지쳐버리다니... 또 한 번 자존심이 상하는 순간. 


요새 들어 술이 웬수처럼 느껴진다. 늘어나는 뱃살도 그렇고. 아침마다 침대에서 일어나기 힘든 것도 그렇고. 모두 다 이놈의 술이 원인 아닐까.


마침 <어느 애주가의 고백>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이 책의 저자도 술이 깬 뒤 찾아오는 숙취의 고통과 갈수록 나빠지는 건강을 언급하면서 술을 끊으라 권하고 있다. 


나 역시도 요새 들어서는 술 마실 때의 즐거움보다 술 마신 뒤 찾아오는 피곤함과 허무함, 고통의 무게가 더 크게 느껴지는 듯 싶다. 요즘 혼술을 자제하고 있었는데 그냥 술 마시는 행위 자체를 끊어야 할 때가 된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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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비도 추적추적 오고 하는데, 오랜만에 '혼술' 한 번 즐겨보고 싶더군요.


그래서 활쏘기 특강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 '망고바나나 막걸리' 한 통 사서 밤새 홀짝 홀짝 마셨더랬습니다.


군대 가기 전까지만 해도 과일주가 그렇게까지 대중화되지는 않았던 걸로 아는데, 어느 날부터 '순하리' 시리즈가 나오더니 이젠 막걸리까지 외연을 넓혀 '망고바나나 막걸리'라는 것도 나왔네요. 망고바나나라고 해서 기대를 했는데, 망고맛은 별로 안 나고 바나나맛이 좀 나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튼, 이 막걸리도 성분표시를 보니 역시나 '아스파탐'이 들어가있군요. 아스파탐만 들어간 게 아니라 합성감미료까지 들어갔습니다. 지난 번 '막걸리 유랑단' 행사 때 마셨던 막걸리들도 거진 '아스파탐'이 안 들어간 게 없더라고요. 우리가 흔히 막걸리로 알고 있는 막걸리는 오리지널 순수 막걸리가 아니란 것. 저는 막걸리 유랑단 행사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게, 아스파탐 덩어리 막걸리를 해외에 홍보할 게 아니라, 순수 막걸리를 홍보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싶어요.


흔히들 막걸리 마시면 다음 날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데, 그게 바로 이 '아스파탐' 때문이랍디다. 설탕보다 100배 이상의 단맛을 내게 한다고 하여, 막걸리에는 꼭 들어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 오히려 이게 진짜 막걸리의 맛을 망치는 것 같아서 전 싫습니다. 


아스파탐 막걸리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진짜 막걸리를 못 먹는다고 하는데, 여하간 저는 양평에 갔다가 술도가에서 직접 내린 순수 지평막걸리 맛을 보고 홀딱 반한 뒤로는, 이런 가공막걸리는 그저 그래요. 딱히 대안이 없으니 마시긴 하지만, 늘 아쉽죠. 사실 주위에서 아스파탐이 들어가지 않은 막걸리를 구하기가 너무 힘들거든요.


예전에 다큐멘터리를 보니까 집에서 직접 막걸리를 빚어 만드는 사람들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저도 한때나마 막걸리를 직접 빚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다른 취미 활동에 바빠 까먹고 있었네요. 여유가 생긴다면 저도 아스파탐 첨가하지 않은 오리지널 순수 막걸리를 제 손으로 빚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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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충무로 '한국의집'에서 '막걸리 유랑단' 행사가 있어서 참석했습니다.


막걸리 유랑단이란?


막걸리 유랑단은 2014년에 처음 시작한 행사인데, 전국을 돌면서 우리 민속주인 막걸리를 홍보하는 행사라고 합니다. 한국홍보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처음 기획했고, 지금까지 배우 송일국, 조재현, 개그맨 정준하, 가수 하하 등등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연예인들을 집중적으로 섭외하여 함께 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저도 얼마 전에 SNS를 통해 이번 행사 소식을 접하고, 호기심에 한 번 신청해봤습니다. 원래 막걸리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 이번 행사에 참석하면 막걸리와 안주가 무료 제공된다고 해서요. 그리고 이번에는 영화 <명량>의 감독인 김한민 감독과 배우 안성기씨도 온다길래 재밌을 것 같아서 신청했습니다.


어제가 행사였는데, 마침 어제부터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었죠. 거의 폭우 수준으로 비가 많이 오길래,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오히려 비가 와서 막걸리 마시기엔 더 좋은 날씨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집에서 출발할 때쯤 되니까 비도 이미 소강상태에 접어들었고요. 그래서 집을 나서서 행사장으로 향했습니다.


행사가 열리는 충무로역 한국의집 3층 취선관에 가니 행사의 규모가 생각했던 것보다 커서 놀랐습니다. 드넓은 연회장에 거의 뷔페 수준으로 음식(안주)들이 쫙 깔려있고, 각 지역을 대표하는 8개 브랜드의 막걸리가 테이블마다 놓여있습니다. (이 술과 안주는 무제한으로 계속 제공되었답니다!)



저같은 경우 혼자 신청했는데, 어떻게 앉아야할지 몰라서 어느 젊은 여성 두 분이 있는 테이블에 양해를 구하고 동석했습니다. 이쪽 테이블이 맨 앞이라 토크쇼가 시작되면 카메라로 찍었을 때 사진도 잘 나오겠다 싶더라고요. 어쨌거나 그 두 분하고 어색해서 처음에는 저 혼자 막걸리 따라 마시다가, 이대로 가면 너무 뻘쭘하겠다 싶어서 먼저 말도 걸고, 서로 막걸리도 따라주고 함께 건배도 하면서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술이 들어가니 분위기가 많이 고조되더군요. 그 여성 분들과의 뻘쭘했던 분위기도 어느새 취흥에 날아가버리고, 저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계속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했습니다. 내심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코앞에서 본 '배우 안성기'


저희가 막걸리 한두 잔으로 입가심을 하고 있을 즈음에, 드디어 행사를 기획한 서경덕 교수가 입장했습니다. 서경덕 교수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홍보대사이기도 하고, 저 역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출신 예비역 병장에, 지금은 대학생 서포터즈 1기로 활동하고 있죠. 뭐 더 멀리 들어가면 같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SNS를 통해 교류를 많이 해오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는 척을 했더니, 서 교수님도 무척이나 반겨주시네요.



뒤이어 안성기 배우와 김한민 감독도 함께 입장했습니다. 저도 연예인들 많이 보긴 했지만, 안성기씨를 보는 건 처음이라 참 신기했습니다. 게다가 전 맨 앞 테이블이라서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어요.


오늘 토크쇼의 주제는 '영화'. 서경덕 교수가 질문을 하면, 김한민 감독과 안성기 배우가 대답을 하는 문답 형식으로 토크쇼가 진행이 되더군요. 특히나 이번에 김한민 감독이 제작을 맡고, 안성기 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 <사냥>이 엊그제 개봉했기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한 홍보도 이루어졌습니다.



영화 관련 토크 뿐만 아니라 막걸리에 얽힌 사연들도 나왔습니다. 특히 안성기 배우는 "우리는 옛날에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서 막걸리도 이런 막걸리가 아니라, 정말 저렴하고 품질이 떨어지는 막걸리를 마셨다"면서 "안주 역시 별 게 있었겠나. 김치가 전부였다"고 회고하네요. 


그리고 막걸리에 얽힌 에피소드에 대해서도 소개했는데요, 술 먹고 돌아다니다가 학교 벽에 토하는 바람에 아침에 수위 아저씨가 박박 닦는 모습을 보며 모른 척 했다는 사연부터, 술 먹다가 오바이트를 했는데 나중에 코가 가려워 보니까 콧구멍에서 고사리가 나왔다는 이야기까지... 진솔하고 소탈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을 보고 참 인상 좋은 동네 아저씨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국민배우는 달라요.


일방향적 소통이 아쉬웠던


그럼에도 행사 자체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것 같습니다. '취중토크쇼'의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취중토크라서 그런지 너무 어수선한 분위기가 가장 큰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연예인을 가까이에서 보고 있다는 신기함도 잠시, 점점 술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다들 취해서 앞에서 진행을 하건 말건 관심도 안 가지게 되더라고요. 결국 테이블별로 열심히 술 마시고 떠드는 분위기가 형성이 되어버렸네요. 맨 앞에 앉은 저조차도 그 소란함 때문에 앞에서 주고받는 대화가 잘 안 들릴 정도였어요.


어차피 다들 집중도 안하고 있고, 앞에서는 일방향적으로만 대화를 하고 있어서, 이럴 바에야 중간에 관객들이 직접 질문을 던지면서 쌍방향으로 유도하는 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던지려고 했는데, 관계자 분이 "나중에 질문 타임이 있으니까 지금은 하지 말아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꾹 참고 기다렸는데, 결국 행사가 끝나고 그냥 가버렸습니다. 나중에 그 관계자가 저한테 "미안하다"고 한 걸 보면, 원래 질문타임이 있는데 출연진이 바빠서 생략한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그럴 거였으면 차라리 30분 정도는 미리 빼서 '관객들과의 대화' 코너를 마련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와 동석했던 일행들도 제 생각에 다들 동의하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하니까 뭔가 앞에서는 자기들끼리 얘기하고, 뒤의 관객석에서는 자기들끼리 술 마시면서 떠들고... 너무 어수선한 것이 행사의 취지에도 맞지 않고, 진행 역시 매끄럽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질문할 기회를 기다리면서, 계속 뭘 질문해야하나 머릿 속으로 고민하고 질문 내용을 다듬고 했는데... 허망하게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너무 아쉬웠습니다.



벌써 13회째라고 하는데, 전의 행사들도 항상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되었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처음 참석한 행사인데 아쉬움이 많이 남았어요. 개인적으로 서경덕 교수의 한국홍보활동을 늘 지지하고 응원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번 행사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행사의 진행 방식에 대해 재검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막걸리 한 잔으로 시작된 인연


행사에 아쉬움을 느낀 것과는 별도로, 테이블에 동석했던 여성 두 분과 친해져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화여대 다니는 여대생이라고 하는데, 취기 탓인지 서로 친해져서, 행사가 끝날 무렵에는 "2차 가자"고 서로 합의하고, 근처 호프집에 가서 생맥주 한 잔씩 더 했네요. 


초면의 여성 분들과 2차까지 가게 될 줄도 몰랐지만, 오가는 대화 속에 생각보다 저와 생각이나 관심사가 비슷해서 더욱 놀랐습니다. 결국 밤 늦은 시간까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계속 떠들다가, 이러다간 차 놓치겠다 싶어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났습니다. 비록 딱 한 번 본 사이지만, 이것도 인연인데 앞으로 서로 좋은 인연으로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철저한 준비와 함께 더 훌륭한 행사로 거듭나길


어쨌거나 '막걸리 유랑단' 행사의 취지 자체는 굉장히 훌륭하고, 또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행사는 중국, 일본 등 해외로 나가서 진행한다고 합니다. 국내 행사를 진행하면서 느꼈던 문제점들을 바탕으로 해외 관객들의 많은 성원을 끌어낼 수 있게끔 좀 더 확실하게 준비를 해서 행사를 열었으면 좋겠군요. 우리 술과 우리 문화를 홍보하는 행사이기에, 철저한 준비를 해서 뒷말이 없기를 바라는 게 제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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