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호란'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8.02.17 새해 맞이 남한산성 트레킹 (2018.2.17) 2
  2. 2017.10.04 [리뷰] 영화 <남한산성> (2017)

새해를 맞아 친구들과 남한산성에 올랐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우리 국유단 동지들과 함께...)


그렇게 바글바글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등산객들이 꽤 되더군요.

날이 따뜻해서 등산하다보니 금세 등줄기가 후끈해집니다. 



그닥 가파른 산이 아니어서 그런지 딱히 힘들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나름 만날 산 타는 게 일상이었던 유해발굴병 출신인데, 가오가 있지 이깟 산에 헥헥거렸으면 자존심 상할 뻔 했습니다. (예외도 있었지만...)


서문-> 수어장대 -> 북문 코스로 잡고 등산을 시작했는데 대략 40분 정도 오르니 서문에 도착했습니다.

병자호란 당시 인조가 항복하러 나왔던 문이 바로 이곳 서문이라고 합니다.



서문에서 길 따라 쭉 올라가다보면 제일 높은 곳에 '수어장대'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오군영 중 하나였던 '수어청'의 지휘관이 병사들을 지휘했던 지휘소라고 합니다.

이제는 등산객들의 단골 포토존이 된 지 오랩니다.



저도 삼체식과 용형으로 인증샷을 남겼는데, 용형할 때 주변 등산객들이 깔깔거리고 웃는 통에... 쩝;

(그나저나 매번 인증샷이 마음에 안 듭니다. 어떻게 하면 멋지게 나올지 연구해봐야겠습니다)



내려올 땐 북문으로 내려왔는데, 여긴 조선군과 청나라군이 한 판 붙었던 '북문 전투(법화골 전투)'의 현장입니다. 조선군 300여명이 북문으로 나왔다가 매복해있던 청나라군에 의해 무참하게 패배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내려올 때는 배가 고파서 밥 먹을 생각 밖에 없었는데, 지금 이 포스팅을 하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여기가 거기였습니다. 귀찮아서 사진도 안 찍었는데 이제서야 무릎을 치게 됩니다 -_-; 아무튼 영화 <남한산성>에서도 북문 전투가 묘사되는데 실제로 여기서 촬영했다고 합니다.


북문을 지나 쭉 내려오면 식당가가 등장합니다. 

미리 사전 조사로 눈여겨봐둔 식당을 찾았습니다.



여기 '효종갱'이라는 메뉴가 유명하다고 하여 일단 2인분만 주문해봤습니다. 


효종갱은 조선시대에 양반들이 새벽까지 술 먹다가 아침에 배달해서 먹던 해장국이라고 합니다. (효종은 '새벽종'이란 뜻입니다. 새벽종이 울릴 때 먹던 해장국이라는 뜻에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합니다) 양반들이 즐기던 해장국답게 전복, 소갈비, 해삼, 버섯 등 각종 진귀한 재료들이 들어갑니다. 가격도 1인분에 12,000원이나 합니다. 



먹어보니 북엇국 맛이 강하게 납니다. 솔직히 12,000원이나 주고 먹기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다 한 번 먹을 수는 있겠지만, 굳이 다음에 또 와서 찾아 먹을 맛은 아닙니다.


추가로 오리백숙 한 마리를 안주 삼아 동동주를 마시며 늦은 점심을 거하게 해결했습니다. 한참 먹고 마시면서 떠들다가 근처 한옥카페에서 커피를 먹고 해산했습니다. 



설 연휴 들어 너무 잘 먹고 마시며 다니다보니 슬슬 똥배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용형을 빡세게 해줘야할 듯 합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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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 무렵으로 기억한다.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을 처음 읽었던 때 말이다. 꽤나 오랜 세월이 흘러 이젠 책 속의 구절들도 가물가물하지만 소설을 읽던 당시의 감정만큼은 여전히 또렷하다.


답답함, 굴욕감, 분노. 차라리 이 모든 내용이 픽션이었으면 하는 헛된 바람을 품었을 정도로, 무기력하고 굴욕적인 우리네 역사를 마주하는 것은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1636년(인조 14년) 12월, 청나라의 침략으로 시작된 병자호란은 조선의 역사, 아니 5천 년 민족사를 통틀어 가장 굴욕적이고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한때 '야만족'이라 깔보던 여진족들이 하늘처럼 떠받들던 중화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조선 임금의 무릎을 꿇린 사건이었다. 그 과정에서 이렇다 할 전투조차 치러보지 못한 채 너무도 빠르고 무기력하게 항복했다는 사실은 우리를 더욱 비감에 젖게 만든다.


원작 소설의 충실한 반영


처음 영화 <남한산성> 제작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해도 대중들은 기대보다는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아무리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박희순 등 내로라하는 명품배우들을 총출동시켰다지만 적을 물리치는 데서 오는 카타르시스나 극적인 반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패배와 굴종의 역사에 과연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인가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우에 불과했던 걸까. 지난 3일 개봉한 <남한산성>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예상외로 매우 뜨거웠다. 개봉 직후 <킹스맨: 골든 서클>을 제치고 예매율 1위를 달성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고 나오는 관객들의 반응 역시 호평 일색이었다. 비록 카타르시스를 느낄 만한 장면들은 없었지만 병자호란의 비극적인 역사를 스크린에 제대로 구현해냈다는 평들이 쏟아졌다. 특히 동명의 원작 소설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는 평도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영화 <남한산성>은 관객들로 하여금 한 편의 문학작품을 읽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기에 당연한 얘기일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영화는 김훈 소설이 갖는 특유의 '비장미'와 '절제미'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구체성 없이 모호하면서도 은유적인 김훈만의 문장이 영화의 대사와 캐릭터의 성격으로 고스란히 구현된 것이다. 


최명길과 김상헌, 과연 누가 옳을까


영화는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에 고립된 인조와 조정 신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청나라 군대가 코앞까지 들이닥친 상황에서 화친을 주장하는 '주화파' 최명길(이병헌 분)과 적극적인 항전을 부르짖는 '척화파' 김상헌(김윤석 분)의 대립 구도가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줄기다.


최명길은 적진과 남한산성을 끊임없이 오가며 나라와 백성이 모두 '살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가 찾은 답은 화친이다. 조선군의 세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무모한 항전이 오히려 '말(言)의 길'을 끊어 더 큰 피를 부르게 될까 고민하고 두려워한다. 


반면 대의명분으로 무장한 김상헌은 무릎 꿇고 살기보다 서서 죽길 원하는 전형적인 선비다. 싸워보지도 않은 채 적에게 나라와 백성의 운명을 함부로 맡길 수 없다며 "차라리 이 자리에서 신의 목을 베라"고 부르짖는다.


영화는 최명길과 김상헌 그 누구의 편도 들어주지 않는다. 오로지 그들 스스로 자신의 논리적 정당성을 관객들에게 설득시킬 수 있도록 자리를 깔아주고 있을 뿐이다. 


관객들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오랑캐의 발밑을 기어서라도 나라와 백성부터 살리고 보는 것이 먼저 아니겠냐는 최명길의 주장도, 적에게 구걸하여 얻어낸 삶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김상헌의 주장도 제각각 일리 있는 말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황동혁 감독 역시 인터뷰에서 "(남한산성은)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가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며 관객들 스스로 판단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위정자들의 책임 회피에 대한 통렬한 비판


다만 영화는 또 다른 대립 구도를 설정해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바로 스스로 책임을 지려는 자들과 책임을 회피하는 자들의 대립이다. 최명길과 김상헌은 방법은 달랐어도 나라와 백성을 위한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뜨거운 충신들이다. (사사건건 서로 반대만 할 것 같은 그 둘도 영화 속에서 때때로 의견의 일치를 보인다) 


그 둘은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감을 무겁게 여겼으며, 그 책임감에서 자신만의 신념이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각자가 목숨 걸고 화친과 항전을 부르짖은 것도 나라와 백성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다. 반면 영의정 김류(송영창 분)를 비롯한 대다수 중신들은 상황에 따라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를 반복하며 책임을 떠넘기는 데만 급급하다.


최고결정권자인 임금 인조(박해일 분) 역시 다르지 않다. 인조는 어떠한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묵묵히 신료의 말을 경청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외면하고 도망치려고만 한다. "나는 살고자 한다"는 그의 한 마디에 나라와 백성보다 자신의 안위가 우선이라는 그의 무책임한 면모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래서 영화는 조선을 침략한 청나라보다도 책임져야 할 위치에 선 자들의 '무책임한 태도'를 더욱 강하게 비판한다. 그들의 '찌질함'을 더 노골적으로 비꼬기 위해, 영화는 인조와 조정 중신들의 대화 장면을 마치 만담처럼 우스꽝스럽고 과장되게 연출하고 있다.


영화 <남한산성>이 여의도 정치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영화가 보내는 메시지가 뜨끔하게 다가오는 것은 오늘날 우리네 정치적 현실이 겹쳐 보이는 탓이다. 여의도의 그 많은 정치인들 중에 자신의 가슴에 달린 '금배지'의 무게를 무겁게 여기는 이가 얼마나 될 것인가. 


헌정 사상 초유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부결 사태 앞에서도 상황의 엄중함과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채 "우리가 결정권을 가졌다"며 득의만만하던 한 야당 대표의 말만 봐도 병자호란 당시의 위정자들과 오늘날 대한민국의 위정자들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은 듯 보인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도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에 고립된 조선의 처지와 다를 바가 없다. 사드·북핵 등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외교·안보적 현안 앞에서 미·중 강대국들 사이에 둘러싸인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당시의 백성들이 그랬듯 이제 우리들도 위정자들의 현명한 '선택'만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영화 <남한산성>은 선택의 옳고 그름을 판단해주지 않는다. 다만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는 자들에게 주어진 책임으로부터 회피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 책임은 나라와 백성에 대한 책임이다. 이제 국민들은 정치인들에게 묻는다. 최명길과 김상헌의 길을 걸을 것인지, 인조와 조정 신료들의 길을 걸을 것인지 말이다.


[일러두기]


* 해당 글은 <오마이스타> 기사로도 보도됐습니다

* 첨부한 스틸컷의 저작권은 영화 <남한산성> 배급사인 CJ 엔터테인먼트에 있습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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