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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9.17 [영화] <악마를 보았다> (2010)

이번 연휴 때 영화를 좀 몰아봤습니다. 어제 밤에 본 <악마를 보았다>도 그중 한 편인데, 이 영화도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다운만 받아놓고 보질 못하고 있었네요.


그런데 이거... 정말 '작품'이더군요. 작품이라는 표현은 다소 모호한 의미를 담고 있는데, 제 솔직한 평이 그렇습니다. 이 영화에 대해 '좋다', '나쁘다' 평가하기가 어렵네요. 영화에 대한 제 도덕적 기준에 따르자면 '나쁜 영화'인데, 영화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나 배우들의 미친 연기력, 쉴새 없이 쏟아지는 명대사들만 보면 수작이라고 보여지거든요.


개봉한 지 꽤 오래된 영화고, 워낙 유명해서(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스토리에 대해서는 다들 말 안해도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극악무도의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최민식)과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 분노에 찬 국정원 요원(이병헌)의 잔혹한 복수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최민식과 이병헌의 연기는 정말 후덜덜합니다. 최민식에 대해서는 연기를 잘한다, 못한다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영화를 보고 나니 확실히 그의 연기에 대해 박수를 칠 수밖에 없더군요. 정말 저 배우가 실제로 사이코패스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리얼하게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표정이나 대사, 말투... 어디 하나 부자연스러운 게 없습니다. 이병헌도 연기 하면 어디가서 꿀리지 않는 편인데, 최민식 앞에서는 빛을 바래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사진: 영화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었습니다. 

감정 없는 저 무표정이 정말 사이코패스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인육을 먹는 장면이나,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살해하고 신체를 절단하는 장면 등등 고어물에 가까울 정도로 잔혹하게 묘사된 장면들 때문에 영화에 대한 평이 좋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저도 몇몇 장면들은 도저히 눈 뜨고 보기 어려워서, 일부러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처음엔 이런 영화를 왜 만들었나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누가 이 영화에 대해 남긴 평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더군요.


"이게 현실이다. 감독은 현실을 말하고 싶었던 거다. 우리가 아무리 영화로 선하고 도덕적인 교훈을 이야기해도, 결국 현실은 이렇게 잔혹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뉴스에 나오는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를 내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감독은 영화를 보고 나오는 관객들에게 이 잔혹한 이야기가 바로 나와 내 가족의 이야기일 수 있노라고 경각심을 주기 위해 제작한 것이다"


일리 있는 평이었습니다. 제 생각에도 감독이 고어물을 즐기는 사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에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도 영화의 메시지에 공감해서 출연에 동참했겠지요. 심지어 서구권에서는 영화에 대해 극찬을 했다고 하니까요.


아무튼 영화를 보고 나니 더욱더 호신(護身)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언제 저런 사이코패스를 만나 살해당할지, 내 가족이 저런 일을 당할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적어도 제 한 몸 그리고 제 가족 정도는 보호할 무력은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게 지론입니다. 영화에서 사이코패스를 상대하는 이병헌도 결국 국정원 요원이라는 직업 덕에 최민식을 갖고 놀고 있습니다. 무력에 있어서만큼은 훨씬 앞서 있는 거죠. 그런 절대우위를 점하고 있기에 복수극도 할 수 있는 거고요. 결국 힘 없는 정의만큼 무기력한 것도 없다는 걸 감독은 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PS. 이 영화의 감독과 최근 개봉한 <밀정>의 감독이 같은 사람이더군요. <밀정>도 좀 잔혹한 장면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에 비하면 새발의 피인 듯 합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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