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삼청동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광화문을 거쳐 시청까지 걸어왔습니다. 


오전까지 세찬 소나기가 내린 뒤로는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도 맑게 개면서, 햇살도 다시 뜨겁게 작렬하더군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긴 했지만 여전히 햇볕은 뜨거워서 좀만 오래 걸으면 금세 땀이 나더라고요.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한 것이 완연한 가을이 온 것 같긴 한데, 한낮은 여전히 덥다시피해서 도대체 언제 진짜 가을이 올까 싶네요. 이러다 확 추워질 것 같긴 한데... 매년 추석 때는 항상 시원했던 기억밖에 없는데, 아직까지 땀이 날 정도로 더우니 진짜 지구온난화가 심각한 문제인 것 같긴 합니다.



아무튼 광화문 거리를 걷다가, 그늘 진 가로수 밑을 지나다보니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나뭇잎이 흔들리는 게 인상적이어서 사진 몇 장 찍어봤습니다. 8월의 무더운 여름보다는 산책하기 좋은 날씨인 듯 합니다. 



슬슬 찬 바람이 불어오면서 마음에도 찬 바람이 불어오네요. 오늘도 삼청동에 갔더니 왠 커플들이 그리 많던지... 전역하면 무조건 솔로탈출부터 하겠노라고 다짐했던 게 꽤 오래 전 일인데... 아직까지도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있으니 하늘도 참 무심한 것 같습니다. 전역하면 당장 여자친구를 사귈 수 있을 것처럼 호언장담하던 분대장의 패기는 어디로 갔는지 껄껄...


오늘도 그저 혼술 한 잔에 시름을 달래봅니다.

Posted by 가베치
,

며칠 전, 추석 연휴를 앞두고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바로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 '루소랩'의 엄소윤 바리스타님이 보내주신 문자였습니다. 추석 잘 쇠라는 말과 함께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그리우면 언제든 찾아오라"고 보내주셨더군요. 얼핏 보면 직원과 고객이 주고받는 형식적인 문자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생각지 못한 문자에 은근한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리스타님과 저는 딱 한 번 만난 사이였거든요. 삼청점에서 열리는 '브루잉 마스터 클래스' 초급 강좌 때 만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데, 이렇게 연휴를 앞두고 안부 문자까지 보내주시니까 그게 그렇게 감동적일 수가 없더군요.



사실 루소랩 삼청점에 대해서는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커피 공부를 시작한 이후로, 여기저기 카페를 다니며 귀 동냥, 눈 동냥으로 커피 공부를 해왔는데요, 이곳 삼청점만큼 친절하고 자세하게 가르쳐주는 곳도 없더군요. 심지어 제가 제 돈 내고 수강했던 홈바리스타 강좌에서조차 꼬치꼬치 물어보면 "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많냐"면서 강사 선생님이 질문을 자르기 일쑤였죠. 


하지만 루소랩은 달랐습니다. 무료 강좌든 유료 강좌든, 바리스타님들이 모두 친절하시더군요. 초급 클래스를 맡아주신 엄소윤 바리스타님부터, 중급 클래스를 맡아주셨던 박신영 바리스타님까지. 삼청점의 많은 바리스타님들 중에서 단 두 분의 강의만을 들었을 뿐입니다만, 두 분의 친절함과 세심한 배려에 매번 훈훈한 마음으로 카페 문을 나서곤 했습니다.



(사진: 브루잉 마스터 클래스 초급 강좌 당시 드립 시범을 보여주시는 엄소윤 바리스타님)


오늘도 딱히 삼청동에 갈 일은 없었지만, 마침 집에 있는 원두도 다 떨어졌겠다, 바리스타님께 특별히 답례도 드릴 겸 루소랩 삼청점을 찾았습니다. 마침 카페 입구에서 무료 시음 행사를 하고 있었는데, 중급 클래스를 담당해주셨던 박신영 바리스타님께서 환한 미소로 반겨주시더군요. 바리스타님은 "지난 번 중급 클래스 때 시간이 부족해 미처 설명을 못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제 이메일로 보충자료를 보내주겠다고 먼저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아... 정말 세심한 배려에 감동이.. 어떻게 여긴 갈 때마다 감동을 안겨주시는 건지.. 이래서 제가 삼청점을 안 찾을 수가 없네요.



(사진: 브루잉 마스터 클래스 중급 강좌 당시 박신영 바리스타님과 함께)


카페에 들어가서 엄소윤 바리스타님과도 인사를 나눴습니다. 오랜만에 뵈니까 무척 반갑더라고요. 바리스타님도 예의 그 환한 미소로 반겨주시고. 


일단 원두부터 구입했습니다. 바리스타님 추천으로 이번에는 '케냐 AA TOP' 원두를 구입했습니다. 처음엔 케냐 AA만 봤는데, 집에 와서 다시 보니까 'TOP'가 붙어있네요. 케냐 AA와 TOP의 차이점이 뭔지 잘 몰라서 검색해봤는데, TOP는 케냐 AA 중에서도 최상품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혹시 틀렸다면 지적 바랍니다) 



지난 번에 마신 '브라질 몬테 알레그레'는 그닥 제 입맛엔 아니었던 것 같고요, 케냐 AA는 몇 번 마셔봤는데 제 입맛에 잘 맞더라고요. 어차피 루소랩에서 파는 싱글 오리진 원두를 하나씩 다 맛보는 게 목표라서 언제고 하나씩 다 사볼 거긴 하지만요. 그리고 여기는 싱글 오리진 원두를 구매하면 이렇게 '원두 카드'를 제공합니다. 해당 원두의 특징과 최적의 맛을 내는 레시피를 설명하고 있는데요, 이 카드를 모으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 카드를 종류별로 다 모아보려고 합니다.



공들여 삼청점까지 발걸음 했는데, 바리스타님이 내려주시는 커피도 한 잔 맛보고 가야겠죠? 이번엔 '인도 크리쉬나 기리'라는 커피를 주문해봤습니다. 커피 공부를 시작한 뒤로는, 항상 새로운 커피를 맛보는 게 취미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번에 마신 커피도 처음 마셔보는 건데, 산미가 아주 뚜렷하더군요.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 같긴 한데 저는 괜찮게 마셨습니다. 


특히 여기는 바리스타님이 손님이 보는 앞에서 직접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려주는 게 인상적입니다. 2층 브루잉바로 따라 올라가면, 바리스타님이 손님의 기호에 맞게 커피를 내려주시는데요. 오늘 제가 마신 커피는 '클레버'라는 기구를 이용해 추출한 커피였습니다. 


클레버는 브루잉 마스터 클래스 때 잠깐 본 적이 있지만, 특별한 드립법을 적용할 필요 없이 그냥 원두에 물을 부어 3분 정도 우려냈다가 한꺼번에 뽑아내는 커피입니다. 찻잎을 우렸다가 한 번에 쫙 뽑아내는 표일배와 같은 개념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커피에 대해 잘 모르는 초보자도 간편하게 추출할 수 있어서 많이들 애용한다고 하네요. 손이 많이 가는 일반적인 드립에 비해 너무 간편한 것 같아서 "그럼 맛도 좀 덜하지 않나요?"라고 여쭤봤는데, 또 그렇지는 않다고 하네요.


아무튼 바리스타님과 이런 저런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사이, 바리스타님도 능숙한 손놀림으로 이쁜 유리잔에 커피를 담아주셨네요. 바리스타님도 바쁘셔서 오래 대화하지는 못했지만, 커피 한 잔 마시는 동안 마음까지도 따뜻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카페 문을 나서는데, 엄소윤 바리스타님이 입구까지 마중 나오시더라고요. 지금까지 수많은 카페를 다녀봤지만, 이렇듯 세심하게 손님을 배려해준 카페는 이곳 루소랩 삼청점이 유일했습니다. 엄소윤, 박신영 두 바리스타님들 외에 다른 바리스타님들은 겪어보지 못했지만, 이렇듯 좋은 바리스타님들과 함께 일하는 분들이니 모두 좋은 분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25일 열릴 고급 클래스도 무척 기대 중입니다!



아무튼 커피 공부를 시작한 이후, 수많은 카페를 다녀봤어도 아직까지 '단골 카페'라고 할 만한 곳은 없었는데요, 아무래도 이곳 루소랩 삼청점이 제 첫 번째 단골 카페가 될 것 같습니다. 삼청동에 딱히 갈 일도 없고, 거리도 가까운 편은 아니지만... 마음이 울적하고 공허한 날이면, 왠지 이곳부터 먼저 찾게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커피 값이 저렴한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내려주는 커피 한 잔에는 바리스타님의 따뜻한 배려와 정성이 고스란히 담겨져 나옵니다. 그래서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생각까지 드네요. 그저 잠을 깨기 위해 습관처럼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아니라, 마음까지 따뜻하게 데워주는 진한 커피 한 잔을 마셔보고 싶다면 이곳 루소랩 삼청점에 가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Posted by 가베치
,

지난 번 수강했던 '브루잉 마스터 클래스' 초급 과정에 이어 '중급' 강의를 수강했습니다. 이번에도 루소랩 삼청점에서 열리는 강의에 참석했고요, 지난 번 클래스에서 수업을 진행해주신 분과 다른 박신영 바리스타라는 분께서 수업을 맡아주셨습니다. 사실 지난 주 일요일에 수업이 있었는데, 귀차니즘에 빠지는 바람에 일주일이 지난 지금에서야 후기를 올립니다. 사실 후기 게재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지만, 제 스스로 정리하는 차원에서 가급적 늦게라도 꼭 올리자는 주의입니다.


처음에 수업을 시작하는데, 바리스타님께서 "오늘은 1:1로 수업을 하게 될 것 같다"고 하셔서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수업을 신청한 사람이 저 혼자밖에 없다는 사실. 띠로리. 바리스타님과 단 둘이 수업을 진행해야해서 약간의 부담(혹은 긴장)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어떻게 보면 1:1이라서 흔치 않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수업을 시작했는데.. 한 10분 정도 지났을까? 뒤늦게 수업을 신청하신 분이 헐레벌떡 들어오셨더라고요. 그래서 2명이서 수업을 받았는데, 1:1처럼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소수라서 수업하기 딱 좋았던 것 같습니다. 더욱이 지난 번 초급 클래스와 마찬가지로 그분도 커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고, 붙임성도 좋으셔서 셋이서 이래저래 떠들며 즐겁게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다양한 변수에 따라 커피의 맛이 변한다?


초급 클래스에서는 기본적인 핸드드립과 푸어 오버라는 방식에 대해 배웠는데요, 중급 클래스에서는 '다양한 변수에 따른 맛의 변화'라는 주제로 수업이 이루어졌습니다. 즉, 커피 원두의 양과 굵기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커피의 맛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일일이 비교 분석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평소 해보고 싶었던 실험인데, 이런 시도를 하기에는 커피 원두의 가격이 비싸서 엄두를 못 내고 있던 차였습니다. 하지만 오늘 수업을 통해 아낌없이 커피를 내릴 수 있어서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Tip] 6가지 브루잉 필수요소


1. 추출비율


: 분쇄된 커피 양과 추출된 커피 양의 비율 / TDS(커피성분의 총량=농도), 추출수율(원두 몇 그람을 가지고 얼마나 뽑았는가)


2. 분쇄도


: 가는 굵기 (에스프레소, 터키식 커피) / 중간 굵기 (핸드드립, 커피메이커) / 굵은 굵기 (프렌치 프레스)


3. 추출방식


: 침지법 (달임법, 우림법) / 여과법 (핸드드립, 콜드브루) / 가압추출법 (에스프레소, 모카포트)


4. 3T 


: 온도 (Temperature) / 시간 (Time) / 난류 (Turbulence: 커피입자와 물의 마찰)


5. 물의 품질


: 물 고유의 성분이 적어야 커피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음


6. 필터


: 종이 (저렴하고 깔끔하며 커피기름 걸러냄)  / 융 (커피기름이 그대로 투과되어 바디감이 좋지만 관리가 힘듦) / 스테인레스 (커피기름이 그대로 투과되어 바디감이 매우 좋음. 묵직하고 진하지만 미분이 많이 나와 텁텁할 수 있음)


브루잉의 변수를 좌우하는 6가지 요소에 대해서도 알아봤습니다. 위의 표로 정리한 바와 같이 작은 변수 하나라도 어긋나면 커피 맛이 확 달라진다고 합니다. 커피에 정답은 없다지만, 고객을 상대하는 카페 입장에서는 바리스타마다 내리는 커피 맛이 다를 경우 고객 입장에서 "어, 이게 뭐지?" 싶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카페마다 최적의 브루잉 조건을 맞춰놓고 내린다고 하는군요. 다만 손님이 개별적으로 자신의 기호에 따라 요구하게 될 경우에는 바리스타의 재량으로 커피를 내리게 되지요. 손님의 기호에 따라 커피를 다양하게 내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커피의 변수에 따른 맛의 변화는 바리스타라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지식입니다.



아무튼 저희는 '추출 변수'를 실습해봤는데요, 투입량(물과 커피의 비율)과 분쇄도(커피 분쇄 입자 크기), 물온도(물의 온도에 따른 차이) 세 가지 변수에 따른 커피 맛의 차이를 느껴보기로 했습니다. 강사님하고 저하고 다른 수강생 한 분하고 각자 다른 굵기의 원두, 다른 물 온도, 다른 양의 원두로 실험을 해서 맛을 봤는데 뭐가 더 맛있고 맛없고는 개인의 기호지만 맛이 확연히 다른 건 느껴졌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원두의 양이 많을 경우에는 당연히 진하게 내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진한 커피가 좋은 사람은 물의 양을 적게 하면 되고, 연하게 마시고 싶으면 물의 양을 늘리면 됩니다. 그리고 원두의 분쇄도 역시 중요한데요, 아주 굵은 굵기의 원두일수록 물이 투과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농도가 옅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진하게 먹고 싶다면 원두의 굵기를 가늘게 하거나, 드립의 물줄기를 얇게 해서 천천히 부으면 됩니다. 가는 굵기의 원두로 연하게 먹고 싶다면, 반대로 물을 빠르게 많이 부으면 되겠지요.



물의 온도 역시 커피 맛의 변수 중 하나입니다. 저는 물의 온도가 매우 낮은 미지근한 물로 드립을 해봤는데, 뜸들이기 자체가 안되더라고요. 보통 커피 뜸을 들일 때는 퐁퐁 터지면서 가스가 빠지는데, 미지근한 물로 뜸을 들이니 그냥 원두가루가 가랑비에 마른 흙 젖듯하고 말더라고요. 맛 역시 연하고요. 커피를 내리는데는 90~94도의 온도가 제일 적당하다고 하는데, 이건 진리인 듯 합니다. 미지근한 물로 내린 커피는 일단 식어서 뭔가 먹다 남은 아메리카노 마시는 느낌입니다. 첫 맛이고 끝 맛이고 좋지가 않더라고요.


오늘 강의도 매우 즐거웠습니다. 지난 번 초급 클래스의 엄소윤 바리스타님과 마찬가지로 박신영 바리스타님도 성격이 매우 좋더라고요. 수업 끝나고 같이 사진 찍자고 하니 빼지도 않으시고, 수업 진행도 재밌게 잘 해주시고... 알고 보니 루소랩 삼청점의 고유 메뉴인 '더치 드래프트'라는 커피도 직접 개발하셨다고 하는데, 실력파 바리스타이신 듯 합니다. 



점점 루소랩이라는 카페에 호감과 애정이 가는군요. 삼청동에 갈 일만 잦으면 자주 들렀을텐데, 그쪽으로 갈 일이 없어서 일부러 가지 않는 이상 들르기가 힘든 게 아쉽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고급 클래스는 또 다른 강사 분이 맡아서 하신다고 하는데, 앞선 두 분이 너무 잘해주셔서 기대가 큽니다.

Posted by 가베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