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모처럼 주말을 맞아 한강대교를 걸어서 건넜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권가 치면서 건넜습니다 ㅎ)


몸 좀 풀고 권가를 치려고 하는데, 하늘에서 굉음이 울리길래 고개를 들어봤더니 전투기들이 편대를 이루어 비행 중이더군요. 처음엔 단순 훈련의 일환인 줄 알았는데, 색색의 스프레이(정확한 용어를 모르겠군요)를 뿌리면서 곡예를 부리더군요.


알고 봤더니 공군 블랙이글스 팀이 서울 상공에서 비행 시범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가까이서 전투기를 보는 건 처음이라 신기한 마음에 한참을 스마트폰을 들고 따라다니며 열심히 사진 찍고 영상도 찍었습니다.


단연 압권은 전투기들이 서울 상공에 수놓은 '태극마크'였습니다. 그리는 모습은 미처 발견하지 못했고 다 완성한 뒤의 모습만 봤네요. 처음부터 그리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았으면 좋았으련만. 


아무튼 길 가던 버스도 잠깐 정차한 사이에 승객이며 운전기사며 할 것 없이 창틈으로 고개를 삐죽 내밀고 비행을 구경하는 진풍경도 벌어졌습니다. 참 재밌는 구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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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도서관에 반납할 책이 있어 갔다가

오랜만에 남산도서관 바로 옆에 있는 '안중근의사기념관'에 들렀습니다.



2011년 지금의 신축 기념관이 들어서기 전, 낡은 기념관이 있던 시절부터 자주 들락날락하던 곳이었는데 언제부턴가 바쁘다는 핑계로 발걸음이 뜸했습니다.


오랜만에 가보니 재단장을 거쳤는지 일부 코너의 구성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크게 바뀐 건 없었는데, 아이들을 위한 체험코너가 조금 늘어났습니다.


이런 건 참신하고 좋은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활자로만 구성된 단순 설명문은 지겹고 어렵죠. 그냥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귀로 듣는 체험형 코너를 확대하는 게 제일 좋다고 봅니다. 


특히 옛날 전화기 모형에 안중근 의사로 분한 성우의 목소리를 녹음해놓은 건 성인인 제가 봐도 인상적인 코너였습니다. 호기심에 전화기를 들었다가 대사를 끝까지 다 들었네요. 마치 안 의사가 실제로 제게 전화를 해서 이토 히로부미 저격 계획을 말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언제 봐도 의분과 기개가 넘치는 안중근 의사의 친필 유묵들입니다. 마침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 경매에 나온 안 의사의 유묵은 작품별로 차이가 있지만 억 단위를 호가한다고 합니다. 최고가가 6억이었나 했답니다. 한 편으로 <진품명품>에 안 의사의 유묵이 나왔을 때 감정위원들은 '0원'으로 매기기도 했죠. 감히 가치를 매길 수 없어서 그랬다고...



가장 가슴이 뭉클했던 코너였습니다. 


기념관을 방문한 아이들이 안 의사에게 보내는 쪽지를 포스트잇에 적어서 붙여놨습니다. 아이들의 어린 마음과 솔직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비록 안 의사의 유해는 찾지 못했지만, 하늘에 계신 안 의사께서도 자신이 목숨 걸고 지켜낸 조국에서 아이들이 자신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무럭무럭 자라나는 것에 크게 기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제 이름 찾아보세요 ㅎㅎ)


2009년 고3 때였습니다. 지금의 안중근의사기념관을 새로 건립한다며 전국 각지에서 모금운동이 벌어졌었는데, 저 역시 안 의사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동전 저금통을 들고 건립위원회 사무실까지 찾아갔더랬습니다. 그때 모은 돈은 5만 원도 안 되는 푼돈이었습니다만, 어쨌거나 그때 일로 <조선일보>와 인터뷰도 했었고 저렇게 동판에 제 이름이 새겨지는 영광도 입었습니다. 이 기념관 주춧돌 세우는 데 미력이나마 보탬이 됐다는 사실이 제 일생일대의 영광입니다.


원래 제 꿈은 안중근의사기념관에 취직하는 것이었는데... 살다 보니 어릴 적 꿈대로 살기가 쉽지 않네요. 앞으로 또 어떻게 이 기념관과 연을 이어갈지 또 모르죠 ㅎ



남산 안중근의사기념관 옆에는 '백범광장'도 조성되어 있습니다.


원래 여기도 이런 공원이 아니었는데, 서울시에서 한양도성을 정비하면서 광장도 유원지처럼 잘 조성해놓았습니다. 덕분에 오며 가며 즐거운 감상을 합니다. 백범 김구 선생님과 성재 이시영 선생님 동상을 보며 잠시나마 옷매무새를 다듬어보기도 하고요.


집에서 멀지 않아 가끔씩 산책하러 오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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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맞맞후임이 휴가를 나왔길래 어제 강남역에서 만나 술 한 잔 했습니다.


그 친구 신병으로 받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분대장 떼고 이제 '말년'이라고 합니다. 제가 말년이었던 것도 엊그제 같은데 그 친구도 말년이라고 하니 참 시간이 빠릅니다. 군대 안에서만 시간이 그렇게 느리게 가나봐요. 나오니까 이렇게 총알처럼 빠르게 흐르는데...


여하간 강남역에 좀 미리 도착해서 구경하는데, 연신 감탄이 나오더군요. 처음 온 건 아니었지만, 새삼 감탄했습니다. 그동안 노량진, 반포, 홍대 여기저기 다 가봤지만 강남역도 만만찮게 번화하더라고요. '방탈출카페'라는 신기한 업소도 보이고,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어갔더니 수입음반을 1천원에 팔기도 하고... 술집, 맛집 뭐 없는 게 없더군요. 괜히 제가 '서울촌놈'이 아닌 것 같습니다. 


확실히 서울이 살기 좋긴 합니다. 얼마 전에 외할아버지 장례식 때 춘천에 갔었는데, 배가 아파 죽겠는데 약국이 없어서 고생했던 기억이 납니다. 시내 나가서도 약국 찾는다고 꽤나 헤맸지요. 나름 '시'라고 하는 춘천도 그 모양인데, 거기보다 더 벽지는 말할 것도 없죠. 시골살이의 즐거움이 있다고는 하지만, 처음부터 도시에서 나고 자라 문명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고문보다 더 고통스럽지 않을까 합니다. 저도 가끔 전원생활을 꿈꾸지만, 그건 그저 이상으로나 놔두려고요. 누가 뭐래도 저는 제가 배우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들이 도처에 널린 서울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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