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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6.30 [일기] "어느 애주가의 고백" (180630)

요새 들어 술을 정말 끊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웬만큼 술을 먹어도 오바이트를 한 기억이 거의 없는데, 요근래 들어 벌써 두 번이나 오바이트를 했다. 게다가 어제는 술도 많이 마시지 않았는데. 비싼 돈 주고 사 먹은 여명이 아까울 지경이다.


무협지 속 영웅호걸들을 보면 술을 동이째 들이켜고도 내공으로 버티는데, 나는 몇 잔 술에 백기를 들고 말았으니 이거 은근히 자존심 상한다.


속이 울렁거리는 통에 도저히 택시를 타고 갈 자신이 없어서 그냥 집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마포대교를 건너 여의도를 지나 상도동 집에 도착하니 새벽 2시 40분. 무려 2시간을 걸었다. 


이렇게 오래 걸어본 건 또 오랜만이었다. 예전엔 광화문에서 집까지도 가볍게 걸어다녔는데 어제는 발도 아프고 걷다 디쳐서 중간에 여러 번 다리쉼을 했다. 


아무렴 술에 취해 평소보다 체력이 떨어진 상황이었다고 해도 그렇지. 그렇게 만날 수련을 해놓고선 이렇게 지쳐버리다니... 또 한 번 자존심이 상하는 순간. 


요새 들어 술이 웬수처럼 느껴진다. 늘어나는 뱃살도 그렇고. 아침마다 침대에서 일어나기 힘든 것도 그렇고. 모두 다 이놈의 술이 원인 아닐까.


마침 <어느 애주가의 고백>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이 책의 저자도 술이 깬 뒤 찾아오는 숙취의 고통과 갈수록 나빠지는 건강을 언급하면서 술을 끊으라 권하고 있다. 


나 역시도 요새 들어서는 술 마실 때의 즐거움보다 술 마신 뒤 찾아오는 피곤함과 허무함, 고통의 무게가 더 크게 느껴지는 듯 싶다. 요즘 혼술을 자제하고 있었는데 그냥 술 마시는 행위 자체를 끊어야 할 때가 된 게 아닐까 싶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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