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 읽고 있던 <김영삼 회고록> 2권 정독을 완료했다.


올해 초부터 읽은 책 리스트를 정리하고 있었더랬다. 마침 읽고 있던 <김영삼 회고록>이 거의 종반부에 이른 상태라 좀만 스피디하게 읽으면 리스트에 한 권이라도 더 올릴 수 있겠다 싶어 조금 급하게 읽었다. 사실 내일 읽어도 상관 없는 건데, 그냥 나의 결벽증적인 증상 때문이랄까.


덕분에 63권으로 마무리될 뻔 했던, 올해 읽은 책 리스트는 64권으로 결산됐다. 당초 100권 정도는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고작 반 조금 넘은 수치다. 어디 갈 때면 항상 옆구리에 책 한 권 끼고서 열심히 읽었다고 생각했는데도 100권 채우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이런 거 보면 속독하는 양반들 참 대단하고 부럽다.


물론 많이 읽는 게 무작정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느리게 읽더라도 깊이 있게 읽을 수만 있다면 그게 더 낫지 싶다. 하지만 워낙 책 욕심이 많은 성격인지라, 책장에 쌓여만 가는 책들을 보면 서둘러 읽고 빨리 빨리 다른 책으로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그래서 나는 속독을 지향하는 완독파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아래는 올해 읽은 책을 정리한 것.


1. 거짓말이다

2. 최순실과 예산 도둑들 (2017.1.8)

3. 남과 북의 오작교가 되어 (2017.1.12)

4. 서평 쓰는 법 (2017.1.15)

5. 박근혜의 권력 중독 (2017.1.19)

6. 커피가 죄가 되지 않는 101가지 이유 (2017.1.31)

7. 대통령님, 촬영하겠습니다 (2017.2.3)

8. 흐린 세상 맑은 말 (2017.2.6)

9. 정본소설 사임당 (2017.2.13)

10. 대한민국이 묻는다 (2017.2.20)

11. 밤이 선생이다 (2017.2.26)

12. 서른, 정치를 공부할 시간 (2017.3.6)

13. 이재명은 합니다 (2017.3.11)

14. 대통령 노무현은 왜 실패했는가 (2017.3.19)

15. 라면을 끓이며 (2017.3.24)

16. 채식주의자 (2017.3.26)

17.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2017.4.2)

18. 독립정신 (2017.4.6)

19. 82년생 김지영 (2017.4.12)

20. 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 (2017.4.17)

21. 전두환 회고록 1 (2017.4.30)

22. 페미니스트 모먼트 (2017.5.4)

23. 이런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 (2017.5.10)

24. 보이차를 알면 건강이 보인다 (2017.5.10)

25. 위스키의 지구사 (2017.5.17)

26. 결혼불능세대 (2017.5.19)

27. 북한의 역사 1 (2017.5.21)

28. 대통령 없이 일하기 (2017.5.28)

29. 무예 인문학 (2017.6.1)

30. 쿨 레이디 (2017.6.2)

31. 북한의 역사 2 (2017.6.8)

32.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북한 현대사 (2017.6.14)

33. 대한민국의 설계자들 (2017.6.18)

34. 왕따의 정치학 (2017.6.24)

35.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2017.7.4)

36. 한국 고대사와 사이비 역사학 (2017.7.11)

37. 괴물로 변해가는 일본 (2017.7.17)

38. 공터에서 (2017.7.20)

39. 너답게 살아갈 너에게 (2017.7.24)

40. 시골무사 이성계 (2017.7.28)

41. 지적 생활의 즐거움 (2017.8.3)

42. 덩케르크 (2017.8.15)

43. 서간도에 들꽃 피다 7 (2017.8.22)

44. 허형식 장군 (2017.8.30)

45. 정조와 정조 이후 (2017.9.13)

46. 프로불편러 일기 (2017.9.18)

47. 주진우의 이명박 추적기 (2017.9.22)

48. 조용한 사람으로 살아가기 (2017.9.23)

49. 상도동 그소설 (2017.9.26)

50. 송곳 1 (2017.10.2)

51. 송곳 2 (2017.10.3)

52. 송곳 3 (2017.10.3)

53. 문재인노믹스 (2017.10.5)

54. 아리랑 (2017.10.13)

55. 다행히 졸업 (2017.10.31)

56. 오래된 생각 (2017.11.2)

57. 문제는 검찰이다 (2017.11.5)

58. 세상과 이별하기 전에 하는 마지막 말들 (2017.11.8)

59. 그 많은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2017.11.30)

60. 굿바이 MB (2017.12.3)

61. 특종 1987 (2017.12.7)

62. 김영삼 회고록 1 (2017.12.17)

63. 조선과 중화 (2017.12.30)

64. 김영삼 회고록 2 (2017.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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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브런치'의 작가로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브런치는 다음 카카오에서 운영하는 오픈형 글쓰기 플랫폼입니다. 사실 블로그와 뭐가 다른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 누구나 만들고 쓸 수 있는 블로그와 달리 브런치는 내부 심사를 통해 선발된 '작가'들에게만 글쓰기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원고료를 주는 건 아닙니다. 매체의 권위와 신뢰를 높이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인 것 같습니다.


최대한 제 글을 널리 알리는 게 커리어를 쌓는 데도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습니다. 심사를 위해 글 한 편을 써서 보내라고 하는데 기존에 <오마이뉴스>에 기고해왔던 서평을 하나 골라 신청했습니다. 그랬더니 '자료가 부족하다'며 떨어뜨리더군요. 오기가 생겨서 기존에 쓴 글들을 몽땅 모아 보냈더니 그제야 선발됐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글 쓰는 지적노동도 육체적 노동 못지않게 무척 힘든 일이라, <오마이뉴스>에도 글을 쓰고 <브런치>에도 또 따로 글을 쓰고 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합니다. 원고료를 주는 <오마이뉴스>에 계속 서평을 기고하면서 그 글을 브런치에 중복 게재하는 식으로 운영해볼까 합니다. 브런치는 제 글을 홍보하는 부가 수단으로 삼는 셈이죠. 


부족하지만 제 글을 함께 읽고 서로 소통하고 싶은 분들은 브런치를 많이 찾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브런치 링크: https://brunch.co.kr/@heig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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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링크: http://omn.kr/m67r


[내용 요약]


지금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이하 박근혜 게이트)의 본질도 결국은 권력에 중독된 이들에 대한 얘기다. 비선 실세로 군림한 최순실 일당과 그런 최순실의 꼭두각시 노릇을 자처한 박근혜나 심각한 권력중독자들이기 때문이다. 권력에 중독된 나머지 그들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을 훔치고 사유화하고자 했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는 1%의 권력을 향한 그들의 욕망에서 비롯됐다.


이번에 출간된 <박근혜의 권력 중독>은 바로 권력중독자 박근혜와 최순실 일당의 실체를 낱낱이 까발리는 책이다. 저자 강준만은 그동안 정치, 역사, 사회 등 분야와 경계를 넘어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현상을 날카로운 필치로 비판해온 바 있다. 얼마 전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문제아 트럼프의 진실을 추적했던 그가 드디어 한국사회의 문제아, 박근혜에게 칼날을 들이댔다.


그가 이 책을 펴내게 된 동기는 하나의 의문 때문이었다고 한다. 한때는 '선거의 여왕', '한국의 잔 다르크' 등 온갖 미사여구로 칭송받던 박근혜가 한 순간에 최순실의 꼭두각시로 전락해버린 상황 자체가 의아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근혜 게이트가 폭로된 이후 쏟아지는 언론 보도만 보면 박근혜는 아무런 의지도 생각도 없는 정신박약자나 다름 없다.


정말 그녀에겐 어떠한 의제와 비전도 없었던 것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 강준만은 박근혜의 생애를 꼼꼼하게 분석했다. 그리고 하나의 결론을 내린다. 박근혜는 권력 행사 그 자체를 즐겼던 의전 대통령이었다는 것.


- 이하 내용은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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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평 쓰는 법

저자: 이원석

출판사: 유유

출판년도: 2016.12.14

가격: 10,000원


작년부터 <오마이뉴스>에 서평을 꾸준히 기고해오고 있습니다. 사실 서평은 전문 분야도 아니고, 누군가의 책을 함부로 평가할 만큼 내공이 있는 것도 아닌 터라 유난히 힘든 활동 중 하나입니다. 다만, 제가 쓴 서평들이 높은 등급으로 자 메인 배치된 덕분에 떠밀리다시피 서평단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서평단이 되면 일주일에 두 권씩 신간 서적을 받아보는 특권이 있거든요. 책값이 워낙 비싸다보니 가난한 학생 입장에서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입니다. 그래서 늘 서평 쓰는 것을 힘들어하면서도 차마 멈추지 못하고 끊임없이 쓰고 힘들어하고 쓰고 힘들어하고를 무한반복 중입니다.


어차피 꾸준히 서평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면, 정말 제대로 쓰는 법을 익히는 게 맞습니다. 사실 서평 쓰기에 대한 기본적인 스킬조차 없이 제멋대로 쓰다보니까 때론 제 스스로 제 글이 마음에 안 들 때도 있고, 스스로도 이렇게 쓰는 게 맞는 건가 혼란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이 책은 서평 쓰기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워보고자 집어들게 된 책입니다.


일단 책이 굉장히 얇습니다. 페이지도 160페이지 정도 되는 짧은 분량이고, 책 자체도 작습니다. 이렇게 얇고 작은 책, 더욱이 종이조차 재생종이를 활용해 금세라도 찢어질 듯한 연약한 책인데 책값은 일반적인 책과 비슷하게 책정되어 있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커버라도 튼튼했다면 그 가격이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들었을텐데 말이죠.


다만 내용은 꽤나 알찬 편입니다. 서평을 왜 써야하는지 그 이유와 목적을 미리 설명하고 들어갑니다. 그리고 서평과 독후감의 차이, 구체적으로 서평을 쓰는 법, 좋은 서평의 예와 나쁜 서평의 예 등을 알차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서평들을 다시 훑어볼 때마다 단순한 책 소개에 그치는 게 아닐까 싶어 스스로도 혼란스러웠지만, 저자는 "그래도 기본적으로 요약은 깔고 들어가는 게 맞다"고 해서 다소 위안이 됩니다. 다만 요약만 존재한다면 그건 정말 책 소개에 불과하고, 반드시 서평가 자신의 주장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서평이란 기본적으로 책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좋은 평도 있을 수 있지만, 나쁜 평도 있어야 합니다. 저같은 경우 지금까지 대부분 그 책을 소개하면서 공치사에 가까운 평들만 남겼습니다. 물론 그 책을 깔 만큼 내공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실력 없는 사람이 어줍잖게 비판하려 들었다간 되레 깡통 소리만 듣기 십상이니까요.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인지할 때도 종종 있었습니다. 저자는 그런 면에 있어서는 가혹하리만치 평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서평의 목적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 책을 읽도록 만드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돈과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는 책들은 거를 수 있도록 거름망 역할을 해야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자가 예로 들고 있는 어느 서평가는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 "나는 이 책을 모두 내다버렸다", "행여나 쓰레기통에서 주워다 누군가 읽을까봐 갈기갈기 찢어서 버렸다"는 등의 독설을 남겼더군요.


저 같은 경우는 아직까지 그렇게 독설을 할만큼 책을 읽으며 불만을 가져본 경험이 그닥 없고, 약간 무섭기도 합니다. 조금 다른 예인데, 책이 아닌 영화에 대해 독설에 가까운 평을 올렸다가 제대로 한 번 데인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제가 잘못한 건 아니었습니다. 영화평론이야 독설도 포함되니까요. 그러나 제 스스로 다른 사람의 비난을 수용하거나 무시할 정도의 깜냥이 안되다보니 후폭풍이 두려웠습니다. 누군가를 비판하기 위해선 나도 욕 먹을 각오를 깔고 들어가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훌륭한 서평가의 조건에는 한참 못미치는 듯 합니다.


서평을 쓰는 스킬에 대해서도 가볍게 다루고 있지만, 깊이가 없어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서평가로서의 마인드를 어떻게 가져야 할지 돌아보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공치사에 가까운 형식적인 서평, 단순 책 요약에 치우치는 서평을 하고 있던 건 아닌가 스스로를 계속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 책 한 권 읽었다고 당장 다음에 쓸 서평이 훨씬 멋드러지게 잘 나올 것 같진 않습니다. 다만 평소보다 글을 쓸 때 조금 더 깊이 있는 고민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저자가 지적한 바를 바탕으로 제 서평에 뭐가 부족한지 계속 고민하면서 퇴고를 해야겠죠.


PS. 그런 점에서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게 제일 마음 편합니다. 마음이 편하니 문장도 잘 뽑힙니다. 솔직히 공식적인 매체가 아닌 개인 공간이다보니 어떻게 쓰든 뭐라 할 사람도 없고, 제 편한대로 쓰다보니 글 쓰는 게 부담이 없죠. 매체에 담을 땐 퇴고도 여러 번 해야하고, 공적인 매체다보니 독자들의 반응들도 고려해야하고, 표현도 조금 더 세련되게 다듬어야하고, 때론 제 주장에 따른 자료조사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보다 매체 글쓰기가 훠얼씬 힘든 게 사실입니다. 기본적으로 어떤 매체에 글을 쓰게 되느냐도 글쓰기 스타일이나 내용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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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링크: http://omn.kr/m1ap (책에 대한 자세한 소개 및 서평은 링크를 참조)


이번에 출간된 <동경삼재>를 읽었다. 동경삼재(東京三才)는 일본 동경(도쿄)으로 유학 간 조선인 유학생들 중 세 명의 인재를 아울러 부르는 말이다. 바로 당대 문필가로 이름을 날렸던 홍명희, 최남선, 이광수를 뜻한다.


3.1운동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독립을 부르짖었던 최남선과 이광수는 1920년대 이후 친일의 길을 걸었고, 1940년대에는 동포 청년들에게 전선으로 나가 천황을 위해 죽을 것을 독려했다. 지조를 지킨 이는 홍명희 한 사람 뿐이었다.


해방 후 홍명희는 월북하고, 최남선과 이광수는 반민특위에 체포됐으나 무혐의로 풀려나왔다. 기회를 놓칠세라 그 둘은 스스로의 반민족행위를 합리화하기 시작했다.


"제 몸을 팔아서 아버지의 고난을 면케 하려는 심청의 심경밖에 있을 것이 없었다. 다른 친일파는 어떠한지 몰라도 내가 하려는 친일은 돈이나 권세나 명예가 생기는 노릇은 아니었다. (…중략…) 민족을 위해서 산다고 자처하던 나로서 마지막으로 할 일이라고 아내에게 말했다." - 이광수, <나의 고백>


"내가 친일파인가 아닌가는 나의 저서가 굉장히 잘 팔리는 것으로 보아 넉넉히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 최남선


해방 후 이들이 내뱉은 정교한 변명을 보면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들이 한때마나 민족지도자랍시고 독립만세운동을 독려하고 청년들에게 민족의 나아갈 길을 제시했단 말이던가. 뻔뻔하기까지 한 저들의 행태를 보며 오늘날 양심을 잃고 표류하는 지식인들이 떠올랐다. 어쩌면 그들을 단죄하지 못한 역사가 오늘날 지식인들의 변절을 부추기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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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웬 택배가 왔더군요.


자다 일어나 졸린 눈으로 택배상자를 열어보니, 책 두 권이 들어있었습니다. 알고보니 제가 얼마 전 <오마이뉴스>에 서평기사를 썼던 <마지막 무관생도들>이라는 소설의 저자께서 친필 서명을 한 당신의 저서 두 권을 보내주신 것이었습니다. (관련 기사: http://omn.kr/kl0p)


<마지막 무관생도들>은 개인적으로 매우 가슴 아프게 읽었던 소설입니다. 대한제국 무관학교의 마지막 생도들 45명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대부분의 생도들이 일본군과 만주군이 되어 일본 제국주의 통치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책장을 넘기기가 힘겨웠더랬습니다. 유일하게 독립전쟁에 뛰어들었던 지청천 장군은 광복군 총사령관이라는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해방 후 일본군 출신들이 다시 득세하면서 우리 국군의 뿌리는 일본군 출신들이 장악해버린 아픈 역사를 마주해야만 했지요.


하지만 생각보다 이런 사실이 대중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좀 공들여 서평기사를 쓰긴 했는데, 기사가 게재되자마자 지금까지 제가 쓴 기사 중 가장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무려 13만 명이 기사를 열람했더군요. 아마 독자들에게도 꽤나 충격적인 사실이었겠지요.


출판사 쪽에서도 제 기사를 봤나봅니다. 며칠 전 <오마이뉴스>를 통해 쪽지 한 통을 받았는데, 출판사 편집팀장이었습니다. 서평기사를 잘 봤다면서 "저자의 사인본을 보내고 싶으니 주소를 알려달라"는 저자의 메시지까지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감사한 마음에 얼른 저자 분께 이메일로 주소를 알려드렸는데, 오늘 이렇게 택배가 왔네요. 이번에 쓰신 <마지막 무관생도들>과 함께 예전에 쓰셨던 <조봉암 평전>도 함께 보내주셨습니다. 정성스러운 친필 사인과 낙관까지 찍혀있는 상태였습니다. 솔직히 제가 이런 과분한 대접을 받을 자격이 되는지 몸둘 바를 몰라 허둥댔습니다.



책을 받고 나서 저자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드릴 겸 전화를 드렸습니다. 전화를 받으시자마자 "글을 참 잘 쓴다"며 칭찬해주시더군요. "70세 나이를 바라보며 이 세상에 쓴소리 한 번 하자는 생각으로 쓴 책"이라며 "주목을 끌지 못했지만 김 선생의 서평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해주셨습니다. 그 말씀을 들으면서 차마 몸둘 바를 몰라 굉장히 황송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 번 뵙기로 했는데, 저도 꼭 뵙고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오히려 이런 좋은 책을 내주셔서 독자의 한 사람으로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아무튼 몇 푼 원고료를 받는 것보다, 이렇게 제 글을 읽고 감응해주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글쓰기의 보람을 느낍니다. 솔직히 글을 쓰는 걸 즐기면서도, 부족한 글솜씨 탓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더 많습니다. 평생 글쓰기를 업으로 삼은 중앙일간지 논설위원조차도 '글쓰는 일을 빨리 그만두고 싶다'고 고백할 정도로, 글쓰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저 역시 생각만큼 문장이 잘 안 뽑힐 때가 더 많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보람을 느끼기에, 여전히 글쓰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오늘도 키보드를 두드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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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어떻게 살 것인가

저자: 유시민

출판사: 아포리아

출판년도: 2013년


[책 소개]


자유인으로 돌아온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되짚어본다! 


정치인에서 자유인으로 돌아와 내놓은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 세상의 변화를 누구보다 예민하게 감지하면서 한 걸음 앞서 시대와 삶의 과제를 고민해 왔던 유시민이 정치시장을 떠나 지식시장으로 복귀하여 내놓은 첫 책이다. 이 책에서 유시민은 도덕을 설교하거나 당위를 주장하지 않는다. 세상을 바로세우기 위한 사상이나 이론을 설파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드러내 놓고 비판하거나 위로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 자기 자신의 삶을 냉정하게 성찰하면서 인생의 기쁨과 아픔, 세상의 불의와 부조리를 어떻게 바라보고 다루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삶과 죽음, 개인과 사회, 자유와 공동선, 진보와 보수, 신념과 관용, 욕망과 품격, 사랑과 책임, 열정과 재능 등 우리의 삶을 형성하는 물질적 정신적 요소들을 나름의 시각으로 해석한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는 여러 관념들을 깊게 들여다보면서 인간의 존엄과 인생의 품격,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상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잃어버린 것은 없는지 찬찬히 되짚어 본다. 


출처: 네이버 책


[책 감상평]


이 책을 집어들게 된 것은, 전역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에서 '나가서 뭐 해먹고 살아야 하나' 한창 고민하던 때였다. 다른 책을 사기 위해 들렀던 중고서점에서 우연히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끌려서 집어들게 되었다. 지금의 내 처지에 꼭 읽어봐야 할 책일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놓고 책장 속에 묵히고만 있다가, 이제서야 읽었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의 경험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다루면서, 그를 통해 느낀 바를 담담하게 써내려가고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그동안 내가 원했던 삶을 살지 못했다", "내 욕망에 충실한 삶을 살지 못했다"며 아쉬워한다. 그리고 이 책을 쓰게 된 계기 역시, 앞으로는 그런 '본능'에 충실한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저자가 살아왔던 길을 되짚어보면 이해할 만도 하다. 그가 태어나 자랐던 시절은 오랜 군부독재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짓밟히던 때였다. 엄혹했던 그 시절, 군부독재에 온 몸으로 맞서 싸워가며 처절하게 투쟁했고, 자연스럽게 정치판에 뛰어들어 정치인으로서는 나름 최고의 권력이라고 할 수 있는 국무위원(보건복지부 장관)까지 지냈던 이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정치인으로서의 삶은 내가 원한 삶이 아니었고, 따라서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고 회고한다. 시절이 자신을 그렇게 이끌었을 뿐, 자신이 진정 꿈꾸었던 길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하기 싫었던 일에서 벗어나, 남은 생은 자신의 욕구대로 살고 싶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독자들에게도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며 진심 어린 조언을 하고 있다.


물론 이 책을 통해 당장 내가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확신을 얻은 것은 아니다. 내 앞 길에 한 줄기 빛이 들어온 것은 더더욱 아니다. 사실 이 책은 누구나 다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막상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강조한 내용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인생은 유한하니 사후세계를 생각하지 말고, 지금 현재의 시간에 충실하라', '일하고 놀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라' 등등... 누구나 머릿 속으로는 알고 있는 내용 아닌가. 그리고 다들 그렇게 살고 싶어한다. 


하지만 문제는 '실천'에 있다. 머리로만 알고 실천을 하지 않으니, 삶은 바뀌는 게 없고, 독자들은 계속해서 이런 책을 찾아 읽으며 답을 구하려고 한다. 결국 핵심은 실천이라고 본다. 이 책을 읽고 정말 마음 가는대로 한 번 살아보자고 다짐하고 실천한다면, 이 책의 진가는 그때 빛을 발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아쉬운 건, 이 책의 깊이가 그리 깊은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저자는 인용하는 구절마다 각주를 통해 명확한 출처를 밝혔는데, 브리태니커 백과사전과 같은 공신력 있는 문헌 뿐만 아니라 개인의 블로그에서 인용한 것들도 출처를 정확하게 밝히고 있다. 저자 입장에서는 사소한 것 하나 하나 출처를 정확히 표기함으로써, 정직함의 미덕을 내세우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다. 사실 인터넷 블로그에 떠도는 내용 중에 검증되지 않은 내용도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책장을 덮고 나니, 정치인 유시민은 잘 모르겠으나 '글쟁이 유시민'으로서의 삶은 본 받을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바를 이루기 위해 과감하게 정치를 그만둔 용기도 그렇거니와, 글을 쓰기 위해 들였던 노력들이나 그만의 글쓰기 철학이 상당히 감명 깊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의 글에서 거짓, 위선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진솔함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듯했고, 그래서 상당히 설득력이 느껴졌다.


나 역시 글쟁이로서의 삶을 꿈꾸는 사람으로서, 인생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고민하는 젊은 청춘으로서, 그의 책을 통해 느낀 바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치인 유시민이 아니라 글쟁이 유시민으로서의 그의 남은 삶을 응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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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정도전을 위한 변명

저자: 조유식

출판사: 휴머니스트

출편년도: 2014년



<책 소개>


정치란 무릇 백성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새로운 세상을 꿈꾼 혁명가 정도전, 민본주의 국가 조선을 설계하다


조선의 건국은 단순한 왕조 교체가 아니라 고려 말의 구습을 청산하는 혁명적 사건이었다. 이때 세대교체를 이룬 주역이 바로 삼봉 정도전이다. 그러나 그는 태종 이방원에 의해 죽임을 당한 후 500년을 만고역적의 대명사로 낙인찍혀왔다.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고 새로운 사상을 받아들인 혁명가 정도전은 '나라는 백성이 근본이고, 백성은 먹을 것이 하늘'이며, '정치란 무릇 백성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민본주의 사상을 바탕으로 새로운 나라 조선의 문물제도를 만들었으며, 경복궁을 비롯한 서울 도심의 기본을 설계하는 등 조선 왕조의 기틀을 다져놓았다. 그럼에도 그는 왜 역적의 누명을 쓸 수밖에 없었는가? 여기 정도전의 삶과 죽음을 집요하게 파고든 파란만장한 기록이 그의 목소리를 대신해 역사의 진실을 들려준다.


<책 리뷰>


입대 전에 정말 재미있게 본 드라마 중 하나가 바로 KBS 대하드라마 <정도전>이었습니다. 사실 그 전에도 정도전이라는 인물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일생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했고, 따라서 그의 캐릭터에서 큰 감흥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 <정도전>이라는 드라마를 보게 되면서, 이 인물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공부하면 할수록 참 대단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조선왕조를 태조 이성계가 세운 것으로 생각하지요. 하지만 실질적으로 조선을 세우고, 조선을 설계한 이는 바로 '삼봉 정도전'이 맞지 않나 싶습니다. 부패한 고려왕조를 뒤엎고 새 왕조를 세우겠다는 야심으로 변방 호족인 이성계를 설득해 왕위에 올린 이가 바로 정도전이었기 때문입니다. 정도전이 없었더라면 조선 역시 없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성계는 그 자신 스스로가 왕조를 세울 야심을 갖지는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의 일생을 보면 스스로 무언가를 쟁취하기보다는, 누군가 부추기거나 추대하면 마지못해 수락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물론 창업군주이니만큼 겸손의 미덕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미화일 수도 있겠지만, 기록이 어느 정도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 살펴보면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정도전이 조선을 세우기 위한 설계도를 가지고 이성계를 찾아가지 않았더라면, 함주막사에서의 운명적인 만남이 없었더라면... 이성계는 그저 그런 변방의 무장으로 남았으리라 봅니다. 설사 중앙에 올라서더라도, 이인임과 같은 권신이 되었지 새 나라의 창업군주까지는 넘보지 못했을 겁니다.


여하간에 이 드라마가 한창 방영되던 시기에, 정도전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서 주문했던 책입니다. 하지만 읽어보기도 전에 군대에 가느라... 전역하고서야 비로소 책을 펼치게 되었군요. 그래도 평생 서고에 묵혀두지 않고, 읽게 되었으니 다행한 일 아니겠습니까.


이 책은 정도전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룬 국내 최초의 대중역사서라고 해도 틀린 표현이 아닐 것 같습니다. 1997년에 초판이 나왔는데, 실제로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정도전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촉발되었다고 하니까요. 정도전에 대해 많이 알려진 오늘날까지도 정도전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이 책이 단연 독보적으로 우선순위에 노출됩니다. 그만큼 정도전에 대해 자세하게 다룬 책이라는 뜻이겠지요. 아무튼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도 정도전에 대해서는 다들 아는 바가 별로 없었다고 하니, 정도전은 자신을 역적으로 규정한 조선왕조가 무너진 뒤에도 꽤 긴 시간 동안 역사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책은 정도전 정권이 무너지는 '왕자의 난'부터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이방원의 칼날 앞에 무릎 꿇고 목숨을 구걸한 정도전의 모습과,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정도전의 모습... 실제 기록에 있는 대조적인 두 장면을 언급하면서 '역사의 진실'이 무엇인가 의문을 던집니다. 저자는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전제를 언급하며, <실록>과 같은 곳에 언급된 정도전의 행적은 많이 왜곡되었을 거라 추정합니다. 그리고 책 제목 <정도전을 위한 변명>을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바지만, 저자는 승자(이방원)에 의해 왜곡된 모습으로 알려진 패자(정도전)의 올바른 모습을 복원하고자하는 시각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그러기 위해 실제 기록을 바탕으로 상당히 논리적으로 상황을 추론하고 있습니다. 정도전이라는 인물을 신원하기 위해, 과도한 상상을 동원한다거나 억지 추리를 하는 무리수는 두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기록의 허술함(진실의 여지를 남겨두기 위한 사관의 의도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만)을 바탕으로 조각난 역사의 진실을 퍼즐 맞추듯이 끼워나가는 방식이 흥미진진합니다.


책을 읽는 내내 느낀 것이지만, 정도전은 정말 천재적인 인물인 것은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국방 그리고 음악까지... 그가 발을 걸치지 않은 분야가 없었고, 그렇다고 해서 얕게 알고 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성종 때 완성되는 조선의 법전인 <경국대전>의 모티브가 되는 <조선경국전>을 지었으며, 요동정벌을 준비하면서 군사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진도>를 만들었습니다. (그가 만든 <진도>는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라이벌이었던 태종 이방원이 훗날 병사들을 훈련시키는 데 적용합니다. 웬만해선 그의 흔적을 부정하고 싶었을텐데, 그만큼 뛰어난 병법이었다는 뜻이겠지요) 조선왕조 개국을 찬양하는 노래도 스스로 지었고요. 이 모든 것을 정도전 혼자서 했다고 하니, 세종대왕 못지 않은 천재가 바로 정도전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시대를 잘못 타고 났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네요. 오히려 그런 시대에 태어났기 때문에 시대의 흐름을 타고 조선이라는 나라를 세울 수 있었죠. 다만 사람을 잘못 만났다고 해야할까요, 아니면 그것이 그의 한계였다고 봐야할까요. 


어느 시대가 되었건 간에 정도전 같은 인물은 살아남기 힘듭니다. 천재적인 능력을 바탕으로 독주하는 인물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 어느 집단에서도 눈총을 받기 마련입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니까요.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정도전과 이성계가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그래서 '왕자의 난'을 성공적으로 막아냈더라면, 정말 지금과는 다른 역사가 펼쳐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쉬움도 있고요. 그래도 태종 이방원이 집권했기에 '세종대왕'이라는 걸출한 위인을 만날 수 있었고, 오늘날 우리가 한글을 쓸 수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볼 따름입니다.


아무튼 정도전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그의 삶과 철학은 알기 힘들었는데, 이 책을 통해 좀 더 그의 삶에 대해 자세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도전이라는 캐릭터에는 큰 감흥을 못 느꼈었는데, 이제는 정도전이라는 인물에 대해 상당히 흥미를 느낍니다. 


그의 천재적 능력을 따라가기에는 제 자신의 능력이 많이 부족하지만, 적어도 '민본'을 위한 그의 지고지순한 이상과, 권력에 도취하지 않고 젊은 시절 품었던 꿈을 실현하고자 했던 뜨거운 열정... 여러모로 삶을 살아가는 자세나 태도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정도전, 어쩌면 이런 인물이 작금의 대한민국 정치계에 꼭 필요한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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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열아홉 바리스타, 이야기를 로스팅하다

부제: 오늘의 커피를 만드는 열아홉 카페의 바리스타와 로스터가 들려주는 커피와 인생

저자: 조원진

출판사: 따비

출판년도: 2016


<책 소개>


카페의 이름이 다헌이든 커피집이든 다방이든 어떠리.

그들에게 카페는 커피라는 종교를 섬기는 사원이며, 커피는 지옥 같은 세상살이를 견디게 하는 자유다.


커피 그 자체가 삶인 바리스타와 로스터들이 털어놓는 커피 인생


누군가에게 카페는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무료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고, 누군가에게는 우아한 돈벌이를 위한 밑천이다. 누군가에게 커피는 습관적으로 들이켜는 음료거나 피로를 잊게 해주는 카페인이고, 누군가에게는 별다른 기술 없이 만들어낼 수 있는 상품이다. 그러나 여기, 커피가 인생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술을 마시거나 농담을 나누다가도 주제는 언제나 커피로 돌아오고, 카페의 생존을 걱정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한 잔의 커피를 더 맛있게 만들 것인지를 고민한다.


중학생 때부터 커피를 마셔온 저자가 꼽은 열아홉 카페의 바리스타와 로스터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카페를 운영하며 커피를 내어준다. 그들의 카페는 서로 개성도 다르고 그들이 내어주는 커피의 맛도 서로 다른 지향점을 갖는다. 그럼에도 그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커피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그저 즐기면 된다고. 다만, 그러기 위해 그들은 자신들의 카페를 음악과 커피의 맛과 향으로, 그리고 정성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리 뷰>


요새 커피에 관심이 많아 구입하게 된 책. 출간된 지 2달도 안 된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책 소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커피에 대한 이론을 다룬 책은 아니다. 카페를 운영하며 커피를 만드는 이들, 즉 '바리스타'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바리스타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고, 직업으로서의 바리스타들의 삶은 어떨까 궁금한 마음에 읽게 된 책이다. 커피에 관심이 많은 저자가 다양한 바리스타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결코 어렵지 않다. 그래서 앉은 자리에서 가볍게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자신을 커피의 세계로 인도해 준 바리스타부터 시작해서, 전국 방방곡곡에 숨은 커피 명인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스페셜티로 대표되는 커피 리브레의 대표 서필훈부터, 올드스쿨의 대명사이자 한국 카페의 원조 격인 학림다방의 이충렬 사장까지... 그들의 이야기는 곧 한국 커피의 역사 그 자체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커피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대중들은 커피를 어떻게 받아들여왔는지 생생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저자는 인터뷰하는 바리스타들에게 공통적으로 질문을 던진다. '커피를 내리는 데 영감을 주는 도구가 무엇이냐'고. 정말 신기하게도 커피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도구들은 별로 없다. 연필, 레코드판, 낡은 책상 등... 언뜻 봐서는 대체 커피와 무슨 연관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관해보이는 것들 뿐이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게 된다. 


한국 커피의 대부인 바리스타 이정기는 '인문학'을 도구로 든다. 그는 젊은 시절 중국문학을 전공한 인문학도였다. 평생을 송사(宋詞) 연구에 매진했던 그는, 어느 순간 자신의 전공에 회의를 느끼고 커피의 세계에 뛰어들게 된다. 하지만 젊은 시절 매달렸던 인문학은 오히려 그의 강점이 되었다고 회고한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언어로 사유하는 인문학적 사고방식은 커피의 세계에 접근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바리스타들이 추구하는 커피의 맛이나, 커피를 대하는 관점이나 철학 등 모든 부분에 있어 공통점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각양각색의 철학을 가지고 커피를 내리는 그들이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철학을 관통하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 것. 


여기서 맛있는 커피란, 많은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보편타당의 맛을 의미한다. 아무리 케냐 AA의 고품질 원두로 내린 최상급 커피라고 할 지라도, 사람들이 거부한다면 맛있는 커피라고 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바리스타들에게 넘어야 할 목표는 '믹스커피'란다. 믹스커피야말로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커피시장을 독점해왔는데, 그 이야기는 곧 믹스커피의 맛이 사람들의 입맛에 보편타당한 맛으로 자리잡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바리스타들은 믹스커피만큼이나 보편타당한 맛을 창출하기 위해, 오늘도 보이지 않는 카페의 주방 뒤에서 열심히 콩을 볶고 끊임없이 새로운 커피에 도전을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맛있는 커피를 내리고자 하는 이유는, 자신의 커피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기 위한 목적이 클 것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당연히 '카페의 생존' 문제도 걸려있다. '커피는 소통의 도구'라는 말이 맞긴 하지만, 몇몇 바리스타들은 "그 말은 대형 프렌차이즈 업계가 독점하고 있는 정글 같은 커피시장에서 살아남은 뒤에나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씁쓸하게 말한다. 직업으로서 바리스타를 선택한 이들에게 '커피는 소통의 도구'라는 말은 사실 배부른 소리일 터. 그래서 이 책에서는 카페의 생존을 고민하며 현실과 부분적으로 타협하해야하는 바리스타들의 고민과 삶의 애환도 주목한다.


그들의 공통점을 또 하나 들자면, 바리스타가 되기 전부터 이미 열정과 고집이 남달랐다는 점이다. 여기 열아홉 바리스타들은 대학 교수 자리를 제의받을 정도로 인문학을 오래 전공했거나, 그림 혹은 음악에 미친듯이 매달렸던 시절이 있었다. 결국 그 길에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고 바리스타로 전환하긴 했지만, 바리스타가 되기 이전에도 이미 삶의 목표와 철학을 뚜렷하게 가지고 '열정적인 삶'을 살던 이들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무언가에 미친 듯이 홀릴 정도로 고집과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바리스타라는 새로운 세계에 뛰어들어서도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은 것이리라. 결국 자신의 삶에 열정이 있고, 고집이 있는 사람은 어딜 가도 성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바리스타에 관심이 없고, 심지어 커피에조차 관심이 없는 이들일지라도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들의 커피를 대하는 철학이나 자세 혹은 그들의 삶 그 자체를 통해 생각할 거리를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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