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신이 없어서 이제서야 포스팅을 합니다만, 제가 얼마 전에 <오마이뉴스>에서 작은 상을 하나 탔습니다. '2월 22일상'이라고 하는데, 이날은 <오마이뉴스>의 창간기념일이기도 합니다. 올해 2월 22일은 창간 17주년이 되는 날이었고요, 그날을 기념해서 제정된 상이라고 합니다.


수상 소식을 안 건 작년 말이었습니다. 편집부로부터 "좋은 소식이 있다"면서 제 수상 소식을 전달해주더군요. 무척 기뻤지만 한 편으로 의아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오픈플랫폼이라 지금 이 순간에도 무수히 많은 시민기자들이 기사를 써서 보내는데, 저처럼 길가다 채이는 돌부리마냥 흔해빠진 놈이 상을 받는다니. 부끄러웠지요.


시상식은 상암 누리꿈스퀘어 18층에 위치한 <오마이뉴스> 본사에서 열렸습니다. 늘 안방에서 기사만 썼지 상근기자들이 일하는 사무실은 또 처음 보는데 굉징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정신없이 PC 앞에 매달려 기사쓰기에 몰두하는 기자들의 모습을 보니 그 열정적인 모습이 대단히 존경스럽고, 또 부럽기도 했습니다. 저도 얼른 졸업하고 취직해서 저렇게 바쁘게 살아야할텐데요.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갔는데, 생각보다 긴장이 되네요. 시상은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께서 해주셨습니다. 떨려서 수상소감을 제대로 발표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발언기회가 주어지니 무덤덤하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납니다만, 살짝 과장을 보태서 아래와 같이 수상소감을 말했습니다.


"군대 있을 때 <국방일보>와 같은 어용언론에 글을 쓰다가 전역하고 <오마이뉴스>에서 자유롭게 내 얘기를 할 수 있어 좋았다. 솔직히 <오마이뉴스> 활동은 내게 스트레스였다. 지금도 그렇다. 언제나 그렇듯 글을 쓴다는 건 늘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쓴 기사들을 보며 민망함에 밤에 이불킥을 하기도 한다. 더욱이 다른 기자들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저 사람들은 밥 먹고 글만 쓰나' 싶을 정도로 좋은 글을 써내는 기자들을 보며 질투심도 느끼고 '나는 왜 저렇게 못 쓸까' 자괴감도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 복학하는데 언론정보학과 과목을 하나 수강하기로 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도 기자이니만큼 취재요령과 윤리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울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보다 퀄리티 있는 글을 뽑아내도록 노력하겠다. 이 상 역시 부족하지만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알고 받겠다"



상을 받는 다른 기자님들의 면면도 정말 다채롭더군요. 늘 기사로만 접하던 전설적인 분들을 실제로 뵈니 신기했습니다. 정말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글을 쓰시는 분들이라, 그 내공이 대단했습니다. 특히 연세가 지긋하신 박도 기자님께선 인상 깊은 얘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어릴 적, 신문배달을 할 때 지나가는 개가 발목을 물길래 발로 걷어차면서 '야 이놈아, 내가 나중에 신문사 사장이 될 사람이야!'라고 했는데, 살다보니 기자라는 꿈과는 멀어졌다. 그런데 늘그막에 이렇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되어 글도 쓰고 상도 받게 되니 드디어 꿈을 이룬 것 같다"


연륜이 묻어나오면서도 아직 식지 않은 청춘의 꿈을 불사르는 원로 시민기자님의 수상소감은 그야말로 가슴 절절하게 만드는 말이었습니다. 박도 기자님을 보면서 저도 멋진 글과 말로 세상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주는 그런 글쟁이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트로피와 부상으로 상금 50만원을 받았는데요, 역시 저는 가난한 대학생인지라 역시 상금 50만원에 입이 떡 벌어지는군요. <오마이뉴스>에게 너무 고마울 따름입니다. 역시 차값, 술값, 책값으로 대부분 쓰이겠지요... ^^;


시상식이 끝난 뒤에는 1박 2일로 강화도 워크숍을 다녀왔습니다. 강화도 워크숍은 지면 관계로 추가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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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명: 터널

개봉일: 2016년 8월 10일

장르: 드라마

감독: 김성훈

배우: 하정우, 오달수, 배두나



어제 더위를 피해 한낮 피서를 즐기던 중에, 마땅히 시간 때울 거리를 찾다가 부천 CGV에 가서 영화 한 편을 때렸습니다. <부산행>과 <터널>이 인기라고 해서 두 영화를 언제고 볼 생각이었는데, <부산행>은 시간대가 안 맞았고 <터널>은 마침 시간대가 맞아서 바로 예매하고 봤습니다.


사실 전 재난영화를 그닥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연가시>도 그렇고 <감기>도 그렇고, 재밌게는 봤지만 뭔가 보고 나서 찝찝함이 자꾸 남습니다. 재난영화의 특성상 분명히 누군가는 피해자가 있게 마련입니다. 바이러스에 걸렸거나, 사고를 당했거나... 특히 재난영화는 소수가 아니라 다수의 피해자들이 속출하죠. 거의 절망적인 상황까지 이어지다가 주인공이 히어로처럼 극적으로 살아남아 인류를 구하는 구조로 전개되곤 합니다. 그래서 다수의 피해자들이 발생하는 그런 장면들을 보고 있기가 너무 힘듭니다. 설사 영화일지언정 감정이 몰입되면 눈 뜨고 지켜보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재난영화는 나름 교훈이 있지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식으로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를 많이 던집니다. 그런 교훈 때문에라도 사람들이 재난영화를 높이 평가하기도 합니다. 이번 영화 <터널> 역시 그런 점에서 꽤나 호평을 받고 있더라고요. 세월호 사건이 터진 지 2년이라는 시간이 넘게 흘렀지만, 지금까지도 인양이 안되고 있는 상황인지라 현실에 빗대어 봤을 때 사람들이 더 많이 공감하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연관검색어가 '세월호'일 정도니까요.


재난영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실제로 일어날 법한 일'을 극화했다는 건데요, 특히 영화 <터널> 같은 경우는 당장 오늘이나 내일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까지 들더군요. 옛날 같았으면 '어떻게 터널이 무너지겠어?'라고 생각했을테지만,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성수대교가 붕괴되었으며, 세월호까지 침몰한 마당에 터널이라고 과연 재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아무튼 영화 보는 내내 안타깝고 화도 많이 났습니다. 감독이 대한민국 사회를 비판하기 위해 아주 작정하고 만든 것 같았습니다. 문제는 그게 다 사실이라는 거지요. 터널 안에 사람이 갇혔는데도, 인근 터널 공사가 지연되는 바람에 손해보는 것을 걱정하는 사업가들과, 카메라 앞에서 사진 찍기 바쁜 공무원들, 터널 안에 갇힌 사람을 생명으로 보지 않고 한낱 뉴스거리, 특종감 정도로 생각하는 기자들, 부실공사로 인해 무너져버린 터널까지. 


긴 러닝타임 동안 많은 장면과 대사들이 나왔지만, "대한민국에서 FM대로 하는 곳이 어디 있나요? 여기가 운이 나빴던 거죠"라는 대사가 가장 가슴 아팠습니다.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요. 저 역시 로망처럼 생각했던 군대의 내부가 생각보다 많이 썩어있던 것을 보고 그런 감정을 처음 느꼈더랬습니다. 그런데 전역하고 사회 나와보니까... 군대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다 썩었어요. FM을 떠나서 생명을 위협할 정도니, 이 정도면 정말 '안전불감증'에 걸려도 단단히 걸린 셈이지요.


영화의 스토리는 네이버 영화정보에도 나와있고, 또 실제로 영화를 보러 가시면 알 수 있을테니 굳이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꼭 극장 가서 보시라는 뜻이에요. 티켓 값이 아깝지 않습니다. 다만 감정 컨트롤 할 준비를 잘 하고 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워낙 울컥하는 다혈질이라, 영화 보는 내내 몇 번을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영화일 뿐인데도, 너무 몰입하는 바람에... 입에서 쌍욕이 나올 뻔 했거든요. 뭐 그래도 마지막에 정말 후련한 장면이 하나 있긴 했습니다만.. (앗, 이거 스포 아니죠?)


PS. 어찌나 몰입해서 영화를 봤던지, 영화 보다가 문득 극장 천장을 올려다봤습니다. 만약 여기가 무너진다면 살아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다보니 결국 '역시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결론이 나옵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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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신촌 미플에서 열린 신촌대학교 <필살기논작학과> 특강을 청강하고 왔다. 신촌대학교는 내가 다녔던 열정대학과 비슷한 취지로 설립된 대안학교인데, 열정대학 기자학과에 강사로 왔던 MBN 윤범기 기자가 직접 창립한 학교다. 기자학과 강의가 인연이 되어, 윤 기자님이 나를 신촌대학 단톡방에 초대해주신 덕분에 신촌대학에서 열리는 다양한 강좌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이번 특강 소식도 그렇게 알게 된 것.


특히 오늘 특강은 중앙일보 논설위원인 권석천 위원이 강의를 한다고 하여, 청강을 신청하게 되었다. 외부인의 청강을 일절 허락하지 않는 열정대학과 달리, 신촌대학은 외부인의 청강을 자유롭게 허락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아무튼 권 위원의 특강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권 위원으로부터 들어야 할 답이 있었기 때문이다. 


열정대학 기자학과 사전과제가 권석천 위원이 쓴 <정의를 부탁해>라는 책을 읽고 후기를 남기는 것이었는데, 그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은 바 있었다. 그래서 권 위원께 따로 메일을 보내 나의 고민을 토로하고 조언을 구한 적이 있었다. 그게 바로 딱 한 달 전의 일이었는데, 워낙 바쁜 분이라 그런지 아직까지 답장을 받지 못하고 있던 차였다. 그래서 마침 특강도 있겠다, 오늘 직접 오프라인에서 강의도 듣고, 메일로 던진 질문에 대한 답도 듣고자 한 것이다.



강의는 1시간 30분 동안 이루어졌는데, 권석천 위원이 그동안 중앙일보에 써왔던 칼럼들을 사례로 들면서, '왜 이런 글을 썼는지', '해당 칼럼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이었는지' 등을 설명했다. '세월호', '진경준-우병우' 등 굵직굵직한 사회 이슈들에 대한 칼럼이 주로 소개되었다. 


그가 쓴 <정의를 부탁해>를 읽으면서도 이미 느낀 바지만, 그는 언론인의 역할에 대해 남다른 신념을 갖고 있는 듯 했다. "많은 기자들이 자신이 속한 신문사의 종군기자가 되어버렸다"며 기자들 대부분이 소속 신문사의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는 나팔수가 되어버린 '어용 저널리즘'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한 것. 그래서 그런 기자들을 가리켜 '기레기'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글의 주제가 어떻든 간에, 그것을 꼭 좌와 우 혹은 진보와 보수 등 진영논리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해석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비판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세월호 문제와 같은 것은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다툴 정치적 쟁점이 아니지 않은가. 그런 사고가 있었던 원인을 분석하고, 진상을 파악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부끄러움'을 느끼고 반성을 해야한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은 어느 순간부터, 그 입장에 따라 좌파와 우파로 나뉘는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되어버렸다. 그래서인지 세월호 사건 이후 권 위원이 쓴 칼럼들은 대부분 그 원인을 세월호로부터 찾고 있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세월호 사건을 통해 드러난 한국 사회의 안일함을 반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단정지어 말한다.



오늘 권 위원이 한 이야기 중 "글을 쓸 때는 가장 먼저 '감정'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무릇 기자라면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는 것이 원칙일 터인데, 감정이 있어야 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어떤 사건을 접하든 간에 먼저 그 사건에 대해 감정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칼럼처럼 필자의 주관이 강하게 개입되는 글일수록 그렇다. 자신이 쓰고자하는 대상에 대해 그것이 연민이 됐든 분노가 됐든, 감정을 느껴야 보다 생생한 글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감정이 곧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된다고. 


뉴스를 취재할 때도 당연히 감정이 필요하다. 세월호를 예로 들어보자. 수많은 유족들이 언론을 적대시하던 것을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왜 유족들이 언론을 적대시할 수밖에 없었나. 수많은 기자들이 '특종', '속보'에만 집착하며, 감정 없는 취재를 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이들이 차가운 바닷 속에 갇혀있는 것에 분노하며 피눈물을 흘리는 유족들에게 카메라 셔터를 들이밀며 '업무'를 수행하는 기자들의 행태는 가히 기레기라고 할 만 했다. 그들에겐 피도 눈물도 없었다. 바로 이런 점에서 '감정 있는 글쓰기와 취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자, 이제 내가 권 위원에게 보냈던 고민을 이야기해보자. 사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고, 언론인(기자)에 대한 로망도 있다. 아직 갈팡질팡하고는 있지만, 결정적인 동기부여가 이루어진다면, 언론고시를 준비할 마음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 기자가 되기엔 부족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계속 망설이는 중이다.


기자가 되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원인 중 하나는 '줏대 있는 글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나만의 관점과 논리를 가진 글을 쓰기가 어렵다는 점이 내 한계였다. 어떤 사건을 바라볼 때도 'A의 말도 맞는 것 같고, B의 말도 맞는 것 같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중립의 입장에서 모두의 의견을 존중하고자 하는 신념이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그냥 사안을 바라볼 때, 누구 말이 맞는지 판단하기가 어려울 뿐이었다. 어떻게 보면 가장 논리적으로 글을 써야하는 기자가 자신의 논리에 자신감이 없다는 건 심각한 함정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줏대 있는 글쓰기', '깊이 있는 글쓰기'를 하는 방법에 대해 권 위원께 메일을 보냈었다.


그리고 오늘 강의를 통해 그런 답답함이 어느 정도는 해소되었다고 본다. 정답을 얻었다기보다는, 권 위원 당신의 경험이 녹아든 조언을 통해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권 위원은 "완벽하게 글을 쓰려고 하지 마라"고 계속 강조했다. "세상 모든 사람을 충족시키는 글은 없다. 나조차도 내가 쓴 칼럼에 대해 반박하고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내가 쓴 글에 대해 동의하는 독자가 3~40% 정도만 된다고 해도, 그 글은 성공한 글이다"라는 것이다. 또한 "편견 없는 글쓰기 역시 불가능하다.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논리도, 모두의 동의를 얻어내는 완전한 논리가 없기 때문이다. 완전한 논리를 갖추려고 하지 말고, 그냥 자신의 논리가 완벽한 논리라고 생각하고 밀어붙여라"라는 조언도 도움이 되었다.


다시 한 번 구체적인 조언을 구하는 내게, 권 위원은 "정치적 쟁점이 치열한 사안일수록 공부를 많이 해야한다"며 "책도 많이 읽고, 해당 사안에 대해 많이 공부한 뒤에 글을 쓰라"고 조언해주었다. 그리고 내가 예로 들었던 '메갈 사태'에 대해서, 그 역시 "나는 그 부분에 대해 잘 몰라서 함부로 대답하기 어렵다"고 답변해주었다. 그런 권 위원을 보면서 위안을 삼을 수 있었던 것은, 베테랑 기자라고 해서 모든 사안에 대해 전문가도 아니며, 글을 쓸 때도 자신의 논리가 맞는지 확신하지 못할 때가 많다는 점이었다. 베테랑 기자도 이럴진대, 풋내기 기자지망생이 이런 고민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일터. 그런 점에서 다소 위안이 되었다.


아무튼 권석천 위원 역시 지금도 글을 쓸 때, 막연하고 두려워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26년차 베테랑 언론인이자 대한민국 메이저 신문 중 하나인 중앙일보의 논설위원으로 수많은 칼럼을 써왔지만, 여전히 "텅 빈 화면에 커서만 깜빡이는 것을 보면 막연하고 두렵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그는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쓰려고 하지 않는다. 머리가 아닌 그저 두 손을 믿고 글을 쓴다"고 한다.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 며칠을 고민하고 4~5시간을 쓴 뒤에, 다시 다음 날 수정하는 식으로 계속 쓰고, 고치고를 반복한단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몇 년만 더 글을 쓰고, 더 이상 글을 쓰고 싶지 않다"고 한다. 글쓰기를 업으로 삼은 그에게도 글쓰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힘들다는 뜻이렷다.


고작 2시간 남짓한 강의였지만, 충분히 유익했고 즐거운 강의시간이었다. 사실 장준하 선생 이후로 내게 깊은 인상을 준 언론인은 없었는데, 권석천이란 언론인에게 점점 호감이 가기 시작한다. 그가 쓴 모든 칼럼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지만, 언론인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분법적 프레임에 갇혀있는 한국 사회의 기형적인 구조에 대해 비판하는 모습에서 내가 지향하는 언론인의 모습이 보이는 듯 하다. 특히 비판해야 할 문제에 대해서는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도 '남에게 최대한 상처를 주지 않으려' 배려한다는 그의 글쓰기 원칙도 매우 높이 평가한다. 앞으로는 그의 칼럼을 자주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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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학과 4강은 요즘 유행하는 '카드뉴스'에 대해 배워보는 시간이었다. 강의를 맡은 이는 서울경제신문 뉴미디어부 소속 정수현 기자.



카드뉴스란 무엇인가


카드뉴스란 모바일에 최적화된 뉴스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는 보도 형식이다. 흔히들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서 스토리가 있는 사진 기사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게 바로 카드뉴스인데, 검지손가락으로 살짝 밀면 사진들이 넘어가면서 스토리가 이어지는 게 특징. 


이제는 전국민 누구나 스마트폰을 들고 다닐 정도다. 바야흐로 모바일 시대에서, 종이신문은 말할 것도 없고 텍스트로만 구성된 온라인 뉴스조차 읽는 이가 많지 않다. 어떻게 보면 그만큼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가 가져온 폐해일 수도 있고, 자극적이고 화려한 콘텐츠에만 길들여져서 텍스트를 읽을 가독력이 떨어졌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안타까운 현실인 것은 사실.


그러나 대중의 요구에 부합하여, 보다 많은 대중들에게 기삿거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하는 것이 언론의 숙명일 터. 아무리 '종이신문의 중요성'과 'SNS의 폐해'에 대해 부르짖어봤자, 대중들은 관심도 없다. 종이신문이나 온라인 텍스트 뉴스의 효용 가치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전자의 가치에 대해서도 꾸준히 환기를 시키면서도, 시대의 변화에 맞게 대중들에게 사회의 소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카드뉴스는 일종의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지금은 온라인 뉴스 뿐만 아니라 조중동과 같은 거대 언론마저도 카드뉴스 제작에 힘쓰고 있는 실정이다.


정수현 기자 역시 "독자가 우선이다"라고 강조하면서 "(언론사들도) 새로운 독자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마인드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역설했다. 말인즉슨, 읽기 편하고 재미있고 실속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언론사들도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 정 기자는 "대중들은 중요한 뉴스와 함께 보고 싶은 뉴스를 원한다"며 "중요하다고 느끼게끔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카드뉴스를 통해 화두를 던지고, 자연스레 텍스트 기사를 찾아보게끔 유도해야 한다는 것.


카드뉴스의 특징


1. 모바일에 최적화된 뉴스 콘텐츠

2. 텍스트의 최소화

3. 압축적인 디자인

4. 감성적 스토리텔링

5. 이미지 슬라이딩 패턴

6. 기존 뉴스 자원 재활용

7. SNS 최적화


카드뉴스 요약하는 법


1. 텍스트 바디를 만든다

2. 첫 번째 슬라이드에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내용을 넣어라

3. 기승전결로 이어가라


정 기자는 카드뉴스를 제작하는 이들에게 요구되는 자질로 '콘텐츠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Designer' 혹은 '이미지를 충분히 이해하는 Editor'의 자질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이 말의 뜻은 무엇일까?


사실 지금 카드뉴스를 제작하는 언론사들의 경우, 텍스트 취재 담당과 카드뉴스 디자인 담당이 분업하여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기자 1인이 취재와 제작을 모두 담당하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고, 또 언론사 역시 그런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인재를 더 선호하고 있다고. 결국 콘텐츠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디자이너 혹은 감각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는 에디터 1인이 카드뉴스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녀는 이어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편집하는 기본적인 틀에 대해 설명했다.




표현하는 방법


1. Curation (큐레이션) : 사진 한 장에 아름다운 문장으로 주석(설명)을 달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

2. Scale (강조) : 문자 없이 강렬한 이미지 한 장으로 강조하는 것

3. Blank (여백) : 잡다한 메뉴보다는 본연의 목적 하나 만을 강조하는 것 (ex. 구글 vs 네이버)

4. Unconventional (창의적) :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표현 (ex. 그림자로 비춰지는 맥도날드 광고)

5. Plot (스토리) : 사진에 스토리를 담아 의미를 부여하기


편집의 5가지 기초


1. 큰 그림 (반전의 효과. 멀리 있을 때는 안 보였지만 확대해보니 본질 등장)

2. 축약하라

3. 팩트의 임팩트

4. 전체적인 테마(인상)를 정하라

5. 질서를 갖춰라 (디자인의 규칙 준수)


카드뉴스의 한계


그런데 정 기자는 "카드뉴스는 더 이상 언론사에서 밀고 있는 콘텐츠가 아니다"라고 잘라말했다. 바야흐로 카드뉴스가 대세인데, 이게 무슨 말일까? 


그녀는 "이미지만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라며 오히려 많은 독자들이 카드뉴스에 질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짤막한 카드뉴스만 보던 독자들이, 그 얇은 깊이 탓에 오히려 텍스트 뉴스를 찾아본다는 것이다. 가볍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장점이라고 여겨졌던 부분이, 오히려 함정이 되어 발목을 붙잡은 것.


카드뉴스의 한계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사회 이슈들 중에서는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건들이 많다. 이처럼 디지털의 대안이 되기에는 명백한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언론사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그 한계를 지적했다.


새로운 대안, 인터랙티브 뉴스


그녀는 카드뉴스 대신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다른 대안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오늘 강의가 있던 날, 언론의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국제세미나가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그 세미나가 끝나자마자 곧장 강의를 하러 열정대학으로 온 것인데, 카드뉴스보다는 그런 언론의 새로운 동향에 대해 더 알려주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그녀는 "발빠른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언론의 트렌드를 파악해야 한다"며 우리에게 트렌드 변화에 집중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지난 기자학과 3강 김관 기자가 강조한 'VR 미디어' 혹은 '드론 미디어'와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였다.


그녀가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한 언론 트렌드는 '인터랙티브 뉴스(interactive news)'였다. 인터랙티브 뉴스란 텍스트는 물론, 인포그래픽과 사진, 동영상 등을 통합 편집한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말한다. 기존 온라인 뉴스와 달리 독자가 실시간으로 반응할 수 있으며, 그 반응에 맞춰 움직이는 웹페이지를 구현한다고 한다. 즉, 읽는 뉴스가 아니라 시청하고 체험하는 뉴스인 것이다. 이 뉴스의 형식은 자유롭다. 하지만 기존의 1차원적인 형식에서 벗어나있다. 3D 그래픽과 모션 캡쳐 등을 활용하여 보다 생생하게 콘텐츠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


결국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언론이 살아남으려면(그리고 언론계에 들어가려면) 더 이상 전통적인 능력(이를테면 문장력 등)만 강조해서는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능력은 당연히 갖춰야할 소양이며, 여기에 더해 시대의 변화에 맞춘 새로운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 바로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능력을 의미한다. 드론이나 VR에 대한 조예도 될 수 있고, 인터랙티브 뉴스를 제작할 수 있는 그래픽 디자인 능력이 될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발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요구를 파악하는 능력이 제일 중요한 것만큼은 사실이다.



강의를 마무리하며...


정수현 기자는 입사 1년 차의 새내기 기자라고 한다. 새내기다운 풋풋함이 많이 느껴졌다. 전달력이나 강의 진행이 앞선 기자들보다 매끄럽지는 못했지만, 기존 강의를 맡아준 기자들보다 풋풋함이 많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이 아는 모든 바를 가감없이 솔직하게 전달하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인지 우리에게 수업 내내 "여러분이 궁금해하는 바에 대답하는 방식으로 강의를 진행하고 싶다"며 계속 질문을 요구했다. 그리고 받은 질문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대답해주었다. 기자로서 힘든 점에 대해서도 거의 넋두리하다시피 풀어놓길래, 안쓰럽기도 했다.


강의가 거의 끝나갈 무렵, 갑자기 걸려온 전화를 받고 나간 그녀는 "데스크에서 또 다시 취재 명령이 떨어졌다"며 즉석에서 우리들을 대상으로 인터뷰 요청을 했다. 그때 시각이 무려 밤 10시 30분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밤 늦은 시간까지도 일해야 하는 그녀가 안쓰러웠던 우리는 누구랄 것 없이 모두 그녀에게 동정을 표시했다. 그래서 나 역시 예상치 못한 인터뷰를 하게 되었지만, 적극적으로 응해주었다.


아무튼 다시 한 번 언론의 트렌드 변화 파악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더 이상 카드뉴스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도 새겨두어야 할 것 같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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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학과 두 번째 수업의 주제는 '언론사 논작쓰기'. 연사는 MBN의 윤범기 기자였다.


사실 '언론사 논작쓰기'라고 해서, 다소 딱딱하고 지루한 수업이 될까봐 처음부터 긴장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윤 기자는 처음부터 언론사 논작쓰기라는 주제로 접근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언론고시의 개념과 시험 합격 Tip'을 소개했는데, 이를 소개하면서 어느 순간 '언론사 논작쓰기'로 접근했다. 수업 진행은 어찌나 매끄럽고 깔끔하던지. 일순간도 지루하지 않게 강의를 이끌어나가는 그의 언변에 집중하다보니, 어느새 1시간 30분이 훌쩍 흘러가버렸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막연하게만 생각해왔지, 정작 기자가 되기 위해 치러야 할 '언론고시'에 대해서는 그 개념을 전혀 알지도 못하고 있었던 차였다. 그래서 오히려 이번 강의가 무척 유용하게 느껴져서 좋았던 것 같다.


언론고시란?


엄밀히 따져서 '언론고시'라는 시험은 없다. 언론사에 입사하기 위한 테스트가 사법고시, 행정고시만큼이나 어렵다는 뜻에서 '언론고시'라는 별칭으로 불리우는 것일 뿐, 다른 고시들처럼 중앙부처에서 주관하는 시험이 있는 게 아니다. 언론사별로 시험을 보는 시기나 절차가 제각각이며, 본인이 지망하는 언론사에서 주관하는 시험에 합격하면, 그걸로 해당 언론사에 입사하면 그만인 것이다.



언론고시의 단계


언론사별로 조금씩 시험 형식이 다를 수는 있겠으나, 기본적인 틀은 다 비슷하다고 한다. 그 틀은 아래와 같이 이루어져있다.


■ 1차 - 서류전형


: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영어 점수(토익)를 본다. 여기에 '한국어능력시험'이 들어간다. 일부 언론사의 경우 자체적인 테스트를 추가하기도 한다. 1차에서 보통 1,000명 정도 선발한다고 함 (경쟁률은 2:1)


■ 2차 - 필기시험


: 언론고시 중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시험. 1차에서 뽑은 1,000명 중 100명만을 선발한다. (경쟁률이 무려 10:1) 필기라고 해서 단순히 대학 입시와 같은 논술 평가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무려 4단계에 걸쳐 지원자의 역량을 평가한다. 그 단계는 아래와 같다.


(1) 1교시 - 상식

(2) 2교시 - 논술

(3) 3교시 - 작문

(4) 4교시 - 실무평가


윤범기 기자는 각 단계별 특징을 자세하게 소개하였는데, 1교시 상식과 같은 경우 "지원자의 상식을 알아보기 위한 테스트이기도 하나, 본질적으로는 불성실한 이들을 떨어뜨리기 위한 의도가 숨어있다"며 "보통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지망생들끼리 모여서 시사상식 문제집을 풀며 스터디를 하는데, 이 스터디를 하지 않은 학생들은 무조건 낙방한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스터디를 해도 다 맞힐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따라서 1~2문제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것인데, 스터디를 하고 안 하고의 차이가 여기서 판가름난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언론사 논술/작문 작성하기


윤 기자가 가장 강조한 것은 2, 3교시 논술/작문 테스트였다. 논술하면 누구나 대학 입시 때 한 번쯤은 준비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같은 경우도 경기도 소재 모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논술시험을 봤다가 낙방의 고배를 마신 쓰라린 경험이 있다. 그러나 윤 기자는 "대학 입시 때 준비했던 논술을 생각하면 안된다"고 못박았다.


보통 언론고시에서 이야기하는 논술/작문이란 단어 하나를 제시어로 내면, 그 제시어 하나만으로 응시자가 자유롭게 한 편의 글을 써내는 것이란다. 결국 정답이 없는 시험이란 것이다. 




윤 기자는 사례로 2003년 조선일보에서 출제한 '격(格)'이라는 단어가 제시어로 출제된 시험 문제를 보여주었다. 다들 이 제시어만 보고서는 어떻게 글을 써나가야할지 막막해보였다.


윤 기자는 "이 문제가 출제된 연도와 출제 언론사를 잘 살펴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딱 떠오르는 게 있었다. '노무현'. 그렇다. 2003년은 노무현 대통령 취임 직후였다. 당시 노 대통령은 각종 말실수로 구설수에 올라있었고, 그런 노 대통령과 가장 대척점에 서 있던 언론이 바로 조선일보였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누구나 조금만 고민하면 생각할 수 있는 문제다. 대놓고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로 시작하면 차별성이 없다. 왜?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하고, 쓰기 때문이다. 


윤 기자는 실제로 이 시험에서 1등으로 통과한 기자의 답안을 공개하였는데, 그 기자는 자신이 대학 수업 때 교양으로 배운 라틴어를 사례로 들어, 글을 써냈다고 한다. 대충 내용을 요약하자면, 라틴어의 격이 다양하다는 내용을 언급하며, "라틴어의 다양한 격이 라틴어의 아름다운 풍격을 만들어내듯, 대통령은 대통령의 격에 맞게, 언론은 언론의 격에 맞게, 국민은 국민의 격에 맞게 조화를 이루어야 좋은 사회가 된다"는 식으로 마무리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마지막에 살짝 '대통령의 격'을 언급함으로써, 조선일보 심사위원의 의도를 충족시키면서도 주제를 참신하게 풀어내어 장원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언론사 논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창의적인 소재를 활용하는 것'이다. 윤 기자는 "글을 봤을 때 떠오르는 첫 번째 소재를 무조건 배제하라"고 강조했다. 내가 처음 떠올리는 소재는 누구나 생각하는 흔한 소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둘째, "결론을 먼저 내리고, 그 결론을 잘 나타낼 소재를 찾는 것"이다. 이는 결국 앞서 언급한 조선일보 기자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만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경험이 많아야 다른 사람과 다른 소재를 떠올릴 가능성이 높지 않겠는가.


마지막 4교시 실무평가의 경우는 방송기사를 직접 써보거나 기사 기획안을 작성하는 시험인데, 어차피 응시자들 중에 실제로 써본 이들이 매우 드물기에, 크게 변별력이 있는 시험은 아니라고. 결국 필기시험은 2, 3교시 논작 시험에서 모든 승부로 판가름난다는 것이다.


필기시험 후에는?


■ 3차 - 1차 면접


: 1차 면접은 평기자들이 면접관이 되어 보는 시험이라고 한다. 이 시험에서 100명 중 35명 정도가 합격을 하는데, 여기에는 나름 법칙이 있다고 한다. 4차 합숙평가 때 관광버스를 대절하여 합숙장소로 이동하게 되는데, 버스 탑승인원이 총 45인승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계자들까지 포함해서 버스 한 대에 탑승할 인원들로만 선발해야 하기 때문에 35명 정도 선발한다고. 얼핏 들으면 우스개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진짜라고 한다.


■ 4차 - 합숙 평가


: 4차까지 왔다면 다들 긴장이 많이 풀렸을 것이다. 나름 높은 경쟁률을 뚫고 여기까지 온 자원들인데다가, 합숙이라고 하니 MT를 온 것마냥 설레기도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어쨌든 합숙 평가도 엄연한 테스트. 합숙 평가에서는 응시자들에게 제한시간을 준 뒤에, 나가서 아무 거나 붙잡고 취재를 해오라고 시킨단다. 그렇게 취재하고 작성한 기사를 응시자들이 직접 발표하게 되고, 심사위원들이 테스트한다. 그리고 밤에는 다함께 술을 마시며 그 사람의 술 취한 뒤 드러나는 본심을 테스트하는 '취중테스트'까지. 여기서 다시 20명이 떨어져나간다.


■ 5차 - 최종 면접


: 최종 면접에서는 총 5명 정도 선발이 된다고 한다. 마지막 면접에서 최종 선발을 하는 이는 해당 언론사의 회장 혹은 사장이라고 한다. 데스크 부장들도 동석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 사람들은 질문만 하고 실제로 선발하는 것은 결국 최고 권력자인 회장이나 사장이 낙점하게 된다고. 결국 언론사 사주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듣고보니, 언론고시란 게 왜 '고시'인지 알 것만 같았다. 그동안은 막연하게 기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왔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그냥 쉽게 될 수 있는 직업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수업을 듣고보니 이건 보통 어려운 시험이 아니다. 기자가 되기 위해 삼수, 사수 이상 투자하는 수험생들도 많고, 한 해 평균 2,000명 정도가 지원을 한다고 하는데, 웬만한 의지와 노력 없이는 붙을 수가 없는 시험인 것이다. 오히려 이 시험을 만만하게 생각하고 지원한다면, 이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밤새 불을 켜고 공부하는 수험생들에게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를 많이 하라


마지막으로 윤 기자는 "경험을 많이 쌓으라"고 강조했다. 앞서도 언급하였다시피, 논작의 핵심은 '참신한 소재'다. 그리고 이런 소재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많은 경험을 쌓아야만 한다. 윤 기자는 "경험은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이 있는데, 직접 경험은 어차피 모든 사람이 초중고 12년 정규교육과정을 밟아왔다면 거의 다 비슷할 것이다"라며 "그렇다면 간접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하는데, 간접 경험을 위한 대표적인 수단이 바로 '독서'다"라고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독서가 중요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을 읽어야 할까? 


윤 기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고전 혹은 역사를 읽어야 한다". 많은 언론들이 고전 혹은 역사서의 구절이나 고사를 인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내용을 알지 못한다면 무엇을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윤 기자는 "고전과 역사를 많이 읽어두어야 논작을 쓸 때도 더 다양한 고사를 인용하며 멋진 글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대인들이 방대한 고전과 역사서를 다 읽을 수는 없는 노릇. 윤 기자는 "요즘은 만화로 된 고전이나 역사서가 많다. 조선왕조실록도 만화로 된 책이 있다"며 "우선은 만화로 가볍게 읽으며, 대강의 역사적 얼개만 기억하면 된다. 그러다가 더 관심이 있는 분야는 활자로 된 책을 찾아서 읽으면 되지 않느냐"고 조언했다.


[Tip] 윤범기 기자가 조언하는 '책 읽기 위한 습관'


1. 핸드폰을 끊어라

2. 지하철을 타라

3. 항상 손에 책을 들어라

4. 독서일기를 써라

5. 카톡 프로필을 바꿔라 (프로필에 현재 읽고 있는 책을 적음으로써 동기부여)

6. 독서모임을 해라

7. 저자를 불러라


수업이 끝난 뒤에는 윤범기 기자와 수강생들 사이의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다.


윤범기 기자와 기자학과 수강생과의 일문일답


Q. 기자로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A. 현직 기자들에게 기자 준비한다고 하면 '기자 힘들다', '그거 왜 하려고 하냐'며 부정적으로 대답하곤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기자란 직업은 매우 좋은 직업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기자라고 하면 어딜 가도 존중을 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글쓰는 일을 업으로 하면, 훗날 다른 일을 하더라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Q. 조중동을 읽으면 보수적으로 생각이 변하고, 한겨레를 읽으면 진보적으로 생각이 변한다. 어떤 신문을 어떻게 읽어야 균형 있게 신문을 읽을 수 있을까


A. 보수언론을 대표하는 신문 하나와 진보언론을 대표하는 신문 하나를 같이 읽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다 읽기 힘들다면 차라리 '한국일보'를 추천한다. 한국일보라고 하면 어떤 성향인지 딱 떠오르는가? 아마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대중들에게 '무성향'으로 각인되어 있는 신문일수록 가장 당파성이 없어 읽기 좋다


뒤풀이를 빙자해 열린 2부 강의


수업이 끝나고, 가방을 주섬주섬 챙겨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윤범기 기자 曰 "우리 가볍게 맥주나 한 잔씩들 합시다!" 이렇게 적극적인 강연자는 처음 보았다. 대개 강연자라고 하면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서 시간 맞춰 강연하다가 끝나기가 무섭게 퇴장하는 경우가 다반사. 하지만 윤 기자는 오히려 뒤풀이를 먼저 제안한 것이다.


나 역시 집에 가려다말고,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세라 맥줏집 뒤풀이에 합석했다. 사실 뒤풀이라고는 하지만, 내 생각엔 뒤풀이를 빙자해 열린 2부 강의였다고 본다. 윤 기자는 이 자리에서 본인의 생각과 고민을 털어놓고,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바람을 피력했던 것이다.


그는 기성 대학의 문제점을 계속 지적하면서, 젊은이들이 '대학자퇴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사람의 평균 수명이 100세를 넘기면서, 서구권에서는 한 사람이 평생 동안 직업을 3~4개 이상 갖는다"며 "우리는 젊은 시절 선택한 직업 하나를 천직으로 알고 평생 동안 그 직업에만 매달리다가, 퇴직하면 남은 인생을 허무하게 보낸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다시 "인생 이모작이라고 하지만, 이제는 3모작, 4모작이다. 남은 인생이 길기 때문에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직업도 여러 직업을 가져보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결국 본인이 하기 싫은 일을 평생 직업으로 삼고 산다는 건 불행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외에도 정치, 경제를 넘나들며 다양한 주제로 토론이 이어졌다. 특히 윤 기자는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위해, 본인이 직접 '신촌대학교'라는 대안학교를 설립했다고 한다. 신촌대학교는 열정대학과 비슷한 설립목적을 가지고 출범한 단체인데, 현재 열정대학 유덕수 총장과도 서로 교류하면서 이 땅의 젊은이들이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적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나 역시 평소 내가 품고 있던 고민을 털어놓았다. 내가 "기자가 되고 싶지만, 내가 쓴 기사들이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잘려나가는 것을 견디기 힘들 것 같다"고 토로하자, 그는 "우리나라 언론이 아직까지 당파성이 심하다. 그게 싫으면 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하지 않으면 된다"고 하면서도 "그래서 대안 언론이 존재하지 않느냐. 정 기자가 되고 싶다면, 대안 언론쪽으로 기자가 되는 것을 알아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며 대안을 제시하였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하다보니, 어느새 밤 11시가 넘어버렸다. 너무 시간이 늦은 탓에, 아쉽게 파해야했지만 정말 흥미진진하고 유익했던 시간이었다. 오늘 취중토크를 마치며 각자 소감 한 마디씩 발표하는 자리에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열정대학 입학 후에, 솔직히 열정대학이 나와 잘 맞는지 안 맞는지 확신할 수 없었는데, 오늘 기자학과 수업을 듣고나서 열정대학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솔직한 심정이었다. 열정대학이 아니었다면 언제 이렇게 현직 기자와 취중토크를 하며, 내 진솔한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겠는가. 이런 기회를 제공해준 열정대학 측에 고마움을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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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대학 16년도 3학기가 개강한 지도 벌써 2개월이 다되어간다. 이 시점에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본부전공선택과목인 '기자학과'가 어제 개강했다. 마지막 특강까지 포함해서 총 5주 강좌로 구성되어 있는데, 솔직히 말해서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제대로 공부한다고치면 5주라는 시간은 턱 없이 부족할 것이다. 


하지만 어쨌거나 지금까지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직접적인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으니, 마치 본격적인 바리스타 교육을 받기 전 취미과정인 홈바리스타 과정부터 먼저 시작했듯이, 이번 강좌 역시 기자라는 직업이 나의 가치관에 맞나 판단하기 위한 탐색과목 정도로 생각한다.


기자란 사실 고단하고 외로운 직업


첫 강의는 경제전문지인 이데일리 산업부 소속의 신정은 기자가 연사로 나섰다. 오늘 강의의 주제는 '기사쓰기의 이해'.



신 기자는 본격적인 강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자란 사실 고단하고 외로운 직업이다"라는 말로 강의의 서두를 열었다. 그녀가 준비해온 PPT에는 그녀의 주장을 뒷받침해줄 만한 근거들이 통계 등으로 제시되어 있었는데, 여러 직업들 중 수명도 가장 짧아 단명하는 직업군에 속한다고 한다. 그에 대한 이유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불규칙하고 과다한 근무시간, 치열한 보도경쟁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더욱이 요즘은 몰지각한 기자들로 인해 '기레기'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져 기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도 않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악플러들이 다는 악플 때문에 상처 받을 때도 많다는 것이다. 신 기자는 이 이야기를 설명하면서 자신이 쓴 기사에 달린 악플들 몇 가지를 사례로 보여주었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신 기자의 이름을 대놓고 언급하며, '기자 이름 기억해두겠다'는 악플이 보이던데... 이건 거의 협박 수준 아닌가. 기자들이 알게 모르게 겪어야 할 고충들에 대해 새삼 깨달았다.


기사쓰기의 단계


이어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되었다. 신 기자는 기사를 쓰기 위한 단계를 2단계로 나누었다.


1) 아이템 발굴


기사쓰기의 가장 첫 번째 단계로, 기사를 쓰기 위한 소재를 발굴하는 단계다. 신 기자는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취재거리다"라며, 남들과 다른 관점과 호기심을 갖고 주위 사물을 바라보려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실제 자신의 사례를 들려주었다. 한창 구제역으로 사회가 시끄러울 때,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 인근에 위치한 음료수 공장을 보고 "혹시, 구제역이 저 음료수 공장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그렇게 되면 우리가 마시는 음료수도 구제역의 위험에서 자유롭지는 못한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품고 취재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공장의 거리가 멀어서 그런 의혹은 깔끔하게 풀렸지만, 신 기자는 해당 사례를 언급하며 "이처럼 주위 사물을 찬찬히 잘 살펴보고, 호기심을 갖고 남들이 궁금해할 만한 것들을 캐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아이템을 발굴하기가 어렵다면,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나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민심의 동향을 파악하고,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소재들을 적극적으로 파악해서 기사 아이템으로 잡아보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2) 야마 잡기


그렇게 아이템이 선정되었다면, 다음 단계는 '야마'를 잡는 것이다. 야마란 해당 기사의 주제, 핵심, 방향, 논조 등을 두루 포괄하는 용어로, 일본식 표현이다. 아직도 언론계에서 공공연하게 쓰이는 표현인 듯 싶었다. 사실 나부터도 군 복무 시절에, 일본의 잔재인 것을 알면서도 일본식 표현들을 적나라하게 사용했으니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국내 언론계에서도 아직 이런 표현을 당연하다는듯이 쓰는 것이 의아하긴 했다.


여하간 신 기자는 "기사의 야마를 정했다면, 야마 외의 곁가지들은 버려야 한다"며 "아까운 건 알지만, 그래도 기사의 방향성을 확실하게 잡고 독자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한 기사에 두 개의 주제 이상은 담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러한 야마를 드러내기 위한 제목을 잘 뽑는 것도 중요하다고. 사실 많은 사람들이 제목만 보고도 기사의 내용을 대충 파악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목이 싱거우면(?) 기사를 읽지도 않고 넘겨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 기자는 "그렇다고 일부 연예지처럼 일부러 제목을 자극적으로 뽑는다던가, 본문에 없는 내용으로 낚시성 제목을 뽑으면 절대 안된다"고 못박았다.


제목 뽑기... 굳이 신문 기사가 아니어도 개인 블로그 포스팅을 할 때도 늘 어려워서 고민을 많이 하는 부분이다. 제목 뽑기만 따로 뽑아서 강좌 하나 해도 모자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내용은 앞으로, 곁가지는 뒤로


이어 그녀는 "한편을 유용하게 쓸 것'과 '문장은 무조건 짧고 간결하게 쓸 것'을 요구했다. 여기서 한편이란 글에 반전 혹은 부연설명을 주기 위한 부사다. 기자 본인이 전달하고자 했던 기사를 다 완성한 상태에서, 좀 아쉽거나 뭔가 더 설명하고 싶을 때 유용하게 쓰라는 것이다. 대신 이 내용은 잘려도 상관이 없어야만 한다. 어디까지나 '부연설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문기사는 '역피라미드'순으로 작성을 한다고 한다. 이것은 기사에서 말하고자 하는 야마(핵심)가 담긴 중요한 내용은 모두 앞쪽에 서술하고, 뒤로 갈수록 쳐내도 무방한 부연설명 위주로 서술한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작성하는 이유는 신문지면의 한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실제로 편집을 하면서 지면 관계상 글을 줄이게 되면 뒤에서부터 쳐내기 때문에 이런 구조로 작성을 한다는 것이다. 이건 처음 듣는 팁이라 앞으로 글을 쓸 때도 참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기사의 종류]


1. 스트레이트


1) 직접적으로 정보를 전하는, 기사의 전형적인 형태

2) 육하원칙에 따라 작성

3) 역피라미드 형태


2. 단신 기사


1) 짧은 스트레이트

2) 400자 이내로 짧게 쓰는 기사


3. 피처 기사 (박스 기사)


1) 스트레이트가 아닌 기사들을 주변에 선을 그어 구분하던 데서 비롯된 명칭

2) 특정 사안의 배경이나 전망을 추가 설명하는 해설, 사건이나 사건의 주인공 등의 이야기를 듣는 인터뷰, 흥미 있는 화제를 다루는 글

3) 스트레이트 기사가 아닌 자료를 분석해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 뒷이야기 등

4) 자유로움, 기자 개인의 문체가 드러나기도 함, 내러티브 기사 등


4. 기획기사


1) 시리즈 형식으로 제작

2) 1~2면을 바름

3) 기사 연재


5. 스케치 기사 (르포 기사)


1) 사건의 주변 분위기를 묘사한 기사

2) 주관을 배제하고 현장 분위기를 전달 (완전한 배제는 불가능)


6. 칼럼


1) 기자 경력 15년 이상

2) 평기자는 취재일기, 기자수첩, 기자의 눈 등으로 취재 뒷이야기를 쓰는 것

3) 주관적 글쓰기

4) 새로운 시각, 정보, 글맛을 갖춰야 함


디테일의 차이


기사의 전체적인 틀을 잡는 법에 이어 '디테일한 면'을 잡는 법을 언급하였다. 첫 번째로, 매 문장마다 끝을 맺는 '서술어'를 다르게 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본인이 쓴 기사를 화면에 띄웠는데, 서술어마다 블라인드 처리를 해놓고 수강생들이 직접 돌아가면서 하나씩 맞춰보았다. 신기하게도 모든 서술어가 다 달랐다. 같은 뜻이지만 반복해서 쓰는 게 아니라, 전부 색다른 단어를 쓴 것이었다. 이걸 보면서 기사 한 편을 쓰기 위해 참 많은 정성과 고민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나부터도 지금 이 후기를 작성하면서 서술어를 최대한 색다르게 끝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두 번째로는 '인포그래픽'을 강조하였다. 인포그래픽이란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글 외적인 수단으로, 사진 및 동영상이 대표적이다. 요즘은 인터넷 신문 시대라 글보다는 이런 인포그래픽이 오히려 주를 이루고 있는데, 얼마 전부터 <스브스뉴스>를 비롯하여 주요 언론들까지도 도입한 '카드뉴스'가 대표적이라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감정 표현을 금지하라'고 강조했다. 기자는 독자들에게 사실을 전달하는 역할이지, 기자 개인의 신념을 주입시키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왜 기자가 되고 싶은가


그녀는 강의를 마무리하며 '기자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세 가지'를 강조했다. 그 세 가지란 다음과 같다.


1) 저널리즘


'저널리즘'의 사전적 정의는, 신문과 잡지를 통하여 대중에게 시사적인 정보와 의견을 제공하는 활동이다. 그러나 이런 사전적 정의를 넘어서 '사실을 끝까지 추적하여 보도하려는 정신', '사건을 균형있게 바라보려는 시각', '자신만의 줏대' 등 기자가 되기 위해 요구되는 조건들을 의미하기도 할 것이다. 바로 이런 저널리즘에 입각한 기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 가치관


신 기자는 바로 이 가치관을 제일 강조했다. 즉, 기자라는 직업이 내 가치관에 적합한지 스스로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기자란 '고단하고 외로운 직업'이다. 실제로 현직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업만족도가 많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과도한 근무시간에 비해 그렇게 높은 소득을 받는 직업도 아니고, 취재 및 보도경쟁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란다.


그럼에도 그녀는 본인이 기자를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현장이 좋기 때문이다. 평생 살면서 만나보지 못할 유명인사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내가 기자였기에 가능한 일이고, 이슈 현장의 한복판에 내가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 짜릿함을 느낀다"


3) 멀티플레이어


마지막으로 신 기자는 시대가 바뀌면서 종편이 등장하고, 독자(시청자)들의 의식 수준이 나날이 진화하고 있으며, 언론 생태계가 급격하게 변화(종이신문->인터넷 뉴스)하기 때문에, 이런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다방면으로 프로페셔널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오늘 강의를 마무리하였다.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던 시간


그녀의 입담은 재치있었고, 강의 진행은 물 흐르듯 부드러웠다. 현직 기자로서 본인이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했기에 생생하기까지 했다. 어떻게 보면 본인에게 있어서는 큰 상처가 되었을 법한 에피소드들도 이제는 지나간 추억인 것마냥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그녀를 보면서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의 열기는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도 식을 줄을 몰랐다. 강의 초반에는 쭈뼛쭈뼛 어색해하던 수강생들이 너나할 것 없이 저마다 손을 들어 질문경쟁을 펼쳤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수강생들의 질문 가운데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질문과 그에 대한 신 기자의 답변을 옮겨본다.


[신정은 기자와의 일문일답]


Q. 소속 언론사와 기사의 방향을 놓고 대립하게 될 경우 어떻게 하는가?


A. 당연히 싸운다. 데스크에 끊임없이 찾아가 요구한다.


Q. 인터뷰를 하러 다가가기가 어렵다. 조언을 해준다면?


A. 처음부터 일을 목적으로 다가간다는 인상을 주지 말라. 사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친근함을 형성하라. 그리고 나서 인터뷰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


Q. 실제 기자 생활을 하면서 상처를 받는 일이 많았을텐데, 어떻게 극복했나?


A. 정말 그런 일이 많다. 욕도 자주 먹고, 현장에서 취재를 하다가 경호원들에 의해 제지당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자기 일을 하는 거라 생각하고 털어버린다. 나에게 악감정이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지 않은가?






무거운 발걸음


기자학과 1강 수업을 듣고 나오는 내 발걸음은 무거웠다. 사실 故 장준하 선생을 존경한다는 이유만으로 한때 언론인의 길을 꿈꾸었고, 실제로 다양한 정부기관 소속 대학생 기자단으로 활동하며 나름 글솜씨를 인정받은 나였다. 그럼에도 스스로 늘 열등감에 시달렸다. 내가 쓴 글은 누구라도 쓸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했고, 내 글에는 줏대와 깊이가 없다는 강박관념에 자괴감마저 들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언론인이 될 자격이 없다고 낙인을 찍어버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신정은 기자의 강의를 들으면서, 다시 한 번 기자라는 직업이 갖는 매력에 대해 끌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실을 가려내고, 시민들이 반드시 알아야만 하지만 많은 이들이 감추려고 하는 사회 이면의 진실을 보도하는 기자! 사회정의와 공익을 위해 헌신하고 싶은 나로서는, 여전히 기자만큼 매력적인 직업도 없다. 


다시금 이 길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기에, 내 발걸음이 유독 무거웠던 것이 아닐까.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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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대학 2016년도 3학기 기자학과 사전과제


■ 책의 제목


정의를 부탁해/권석천 저/동아시아


■ 저자에 관하여(저자에 대한 자신의 견해 포함) (300자)


이 책을 쓴 저자 '권석천'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으나, 법대 출신들이 가는 일반적인 코스(사법고시)를 걷지 않고, 언론계로 진출했다. 그 이유에 대해, 저자는 '법에 애착을 느낄 수 없었다'고 스스로 고백한다. 하지만 막상 신문사에 들어가니 법의 울타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고 한다. 법학이라는 그의 전공이, 그의 기자 생활을 규정지어버린 것이다. 


그는 사실 문화부 기자를 꿈꾸었지만, 신문사에서는 그의 전공이 '법학'이라는 이유만으로 '법조 기자'로 보내버린다. '개인의 사정은 조직의 필요 앞에 무력했다'는 그의 고백에서 무력감과 분노를 읽은 것은 나 뿐일까. 


여하간 그는 경향신문, 중앙일보 등지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가 지금은 중앙일보에서 논설위원을 하며 '권석천의 시시각각'이라는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한 주마다 중앙일보 지면에 실리는 그의 칼럼은 독자들에게 때로는 카타르시스를, 때로는 분노를 제공한다. 


진보와 보수, 좌와 우라는 한국 사회를 가르는 이분법적 프레임을 벗어나, 합리적이면서도 감성적으로 사회의 현안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은, 대중들에게 그가 '균형 있는 언론인'이라는 인식을 갖게 한다. 나 역시도 이번에 그가 쓴 책을 읽으며, "아직까지도 이런 언론인이 남아있었다니..."하는 생각이 들었다.



■ 인상 깊은 구절 (25개 이상/각 구절 당 번호와 쪽수를 넣어주세요)


1. '칼럼은 편견이다.' 언젠가 읽은 작가 김훈의 한마디가 위안이 돼주었습니다. 그래, 꼭 정답일 필요는 없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을 보여주면 돼. 텅 빈 모니터, 깜빡이는 커서 앞에 진실하면 되는 거야. (p.5)


2. 가장 큰 난관은 용기였습니다. 팩트와 팩트를 논리로 이어가다보면 이 선을 넘어도 되는 걸까. 고민되는 지점이 나타나곤 합니다. 자기검열의 경고등이 켜지는 순간이지요. 기자로서의 양심에 비춰 문제가 없다면, 단순히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면, 글을 완성하기 위해 피할 수 없다면 눈을 질끈 감고 그 선을 넘었습니다. (p.6)


3. 매너가 신사를 만든다면 기자는 사건이 만드는 것입니다. (p.11)


4. 더 심각한 것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아야, 자기기만쯤은 멋지게 해낼 수 있어야 먹이사슬의 위쪽에 설 수 있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데 있다. (p.23)


5. 2015년의 사건들은 세월호와 인과의 끈으로 묶여 있진 않더라도 최소한 겹쳐져 있다. 부끄러움의 자정 능력을 상실한 사회에서 항용 나타나는 현상이요, 징후들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일은 자기기만의 시스템을 더 높이 쌓아올리는 것인지 모른다. (p.24)


6. 시스템은 중요하다. 다만 시스템이 우릴 구조해줄 것이라 믿는 건 오산이다. 착각이다. 우리를, 우리 아이들을 위기에서 구해줄 수 있는 건 선장, 해경, 장관, 총리, 대통령 같은 사람들이다. 그들이 몸과 마음을 바쳐 움직여줘야 생명을 건질 수 있다. 스펙이 화려하다고, 신망이 높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진정성과 용기, 열정과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p.28)


7. 자연스러운 것이 바로 병균이기 때문입니다. 그 나머지 것들, 예를 들어 건강함, 성실함, 순수함 등은 이를테면 의지, 그러니까 결코 멈춰서는 안 되는 의지의 산물이죠. (p.32)


8. 국가가 유지되기 위해선 희생하는 사람과 봉사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피고인)는 국가를 위해 희생했고, 나(검사)는 봉사했다. (p.36~37)


9. "사도세자의 칼에 죽어간 환관과 나인이 100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들의 죽음은 무시해도 되느냐"는 일갈이었다. 칼럼의 골격을 보면 사도의 죽음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민초들은 돌아보지 않은 것 아니냐는 물음이었다. 과연 우린 영조의 관점, 혜경궁 홍씨의 관점, 조선 사관의 관점에 묶여 있는 것일까. 뒤주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내버려진 환관과 나인들은 지금 이 시대에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p.45)


10.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생각과 표현의 자유는 북한식 전체주의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가치다. 한 로스쿨 교수는 "종북이란 과장된 공포의 언어로 시민들을 위축시키는 일이야말로 북한의 유일사상 체제를 뒤따라가는 것, 즉 종북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p.60)


11. 우리가 할 일은 생경하고 철 없는 말들을 종북으로 뭉뚱그리는 게 아니다. 종북세력이 '무해한 광신도'가 되게끔 헌법 정신을 뿌리내리는 것이다. 항균 능력을 키워 '건강하게'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그렇게 얻은 건강이 진정 우리의 삶을 지켜주고 민주주의를 꽃피우게 해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p.61)


12. 민주적 기본질서의 의미는 전체주의 정당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다. 그 의미를 자유민주주의나 사회민주주의로 한정하는 경우 다원성과 가치상대주의, 정당의 자유를 제한하여 오히려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p.62~63)


13. 하지만 그들을 해산시키더라도 그들의 생각가지 해산시킬 수는 없다. 그들의 생각은 정부가 아니라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평가되고 걸러져야 한다. (p.64~65)


14. 법치주의는 법 만능주의가 아니다. 권력자의 횡포를 막고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다. 법을 엄격하게 집행하는 것 못지않게 법을 제대로 만들고 공정하게, 신중하게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법질서가 힘 있는 자의 편에 서 있는 건 아닌지, '레미제라블(비참한 사람들)'을 내모는 도구로 쓰이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하지 않는다면 또다른 억압일 뿐이다. (p.71)


15. 나는 공권력이란 말이 되도록 쓰이지 않았으면 한다. 국민이 정부에 위임한 건 권력이 아니라 권한이다. 권한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공(公)이란 수식어도 부적절하다. 공이 무조건 사(私) 위에 있다는 발상은 권위주의 체제에서나 가능하다. (p.75)


16. 하지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듯 문장력은 학력 순이 아닙니다. 문장력을 뒷받침하는 생각의 질은 어떤 고등학교 나와 어떤 대학 갔느냐에 좌우되는 게 아닙니다. 얼마나 자신의 삶에 진지하고 솔직했느냐, 다른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느냐,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느냐에 따라 생각의 질이 달라진다고, 저는 믿습니다. (...) 진정한 글의 힘은 마음에서 나오기 때문 아닐까요. (p.100~101)


17. 사과는 반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왜 분노하는지 상대방 말을 듣는 데서 시작돼야 하고,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인정해야 한다. 반드시 상대방 눈을 보면서 해야 하고, 때를 놓쳐서도 안 된다. 그래야 사과하는 사람도, 사과 받는 사람도 마음을 열고 변화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p.138)


18. 국가의 명예란 국가가 스스로 그 명예를 주장하며 국가와 정부를 비판하는 국민을 처벌하거나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다고 하여 지켜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비록 악의적이고 상당성을 잃은 비판이라 할지라도 국민에 대한 설명과 설득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이루어나가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다. (p.150)


19. 감히 말씀드리건대 소통은 너(상대방)를 아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상대방을 자기 식대로 이해하고 해석한다고 공감이 이뤄지는 게 아니다. 소통과 공감은 오히려 나 자신을 제대로 알려는 노력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p.171)


20. 시스템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만드는 것이다. (p.174)


21. 총구에선 권력이 나오지만 투표함에선 권한이 나올 뿐이다. 민주공화국이라면 대통령이라도 공식적으론 권한이라고 해야 맞다. 그럼에도 우리는 권력을 인격화하고 우상으로 받들며 그 앞에 대(大)라는 수식어까지 붙여주고 있다. (...) 권력엔 부패가 따르지만 권한엔 책임이 따른다. (p.178)


22. 한바탕 칼춤 뒤엔 억울한 혈점(피가 맺혀 살갗에 생긴 점들)들 부지기수요, 원(怨)과 한(恨)이 봄날 벚꽃처럼 구천에 흩날렸으니, 탓할 것은 칼이 아니요, 그 칼 쓰다 각자도생(各自圖生) 떠난 자들 아니던고. (p.214)


23. "검찰에 있을 땐 정의냐, 불의냐, 나쁜 사람이냐, 아니냐로만 봤습니다. 그런 이분법으로는 그 무엇도 재단할 수 없다는 것, 저 자신을 포함해 대부분의 인간은 완전히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존재라는 것을..." (p.235)


24. "민주주의가 자신을 보호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세력과 공개적인 토론을 통해 이들이 선거에서 패하게 하는 것이다. 멀고 험하고 귀찮은 길을 가는 것이 민주주의의 면역력을 강하게 만든다." (p.275)


25. 그들은 취재 대상이나 피사체이기 이전에 사람이었다.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름과 사연을 묻고 셔터를 누르는 것까지 '기자 정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현장에 급파되는 기자들은 재난자들에 대한 취재 기법과... 취재, 보도 과정에서 지켜야 할 구체적인 지침을 전달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고백에서 <중앙일보>를 비롯한 대부분의 언론사가 자유롭지 못하다. (p.332)


26. 기자에게는 끝까지 믿음을 저버려선 안 된다는 '신뢰 의무'가 있다. 그 약속이 무너지면 언론도 무너진다. (p.333)


27. "언론이, 기자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를 해부할 만한 전문성과 집요함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옳다, 그르다, 당위론에 머무르는 것 아닙니까." (p.340)


28. 언론의 조폭성은 현장 상황을 사소하게 여기면서 내부의 생각을 강요하는 데서 나온다. 존경받는 성자도 모든 상황에서 옳을 순 없다. 보수든, 진보든 모든 언론이 듣기 싫은 말에도 귀를 기울이고, 반대쪽에 선 이들의 다른 면도 보려고 노력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p.341)


29. 정의와 취향은 반대쪽에 있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진정 정의로운 사회는 다른 이의 취향을 철저히 존중해주는 곳일 것이다. (p.345)


30. 사실과 거짓을 가리지 않고 받아쓰는 행태가 신뢰를 저버린다는 문제 제기였다. 실제로 언론의 공신력이 낮아진 데는 이편저편으로 나뉘어 진영논리의 스피커 노릇을 해온 영향도 작지 않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 기자들은 같은 길을 가는 동료라는 의식을 잃은 채 특정 진영의 종군기자, 개별 언론사 샐러리맨이 돼왔다. (p.348)


31. '정의가 이기는 게 아니다. 이기는 게 정의다.' 이 지랄 같은 상식을 깨는 건 슈퍼히어로 한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저마다 서 있는 자리에서 한 걸음씩 나아가면서 같은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어깨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우린 결국 서로에게 정의를 부탁해야 하는 존재다. (p.415)


■ 감상평 (600자 이상)


열정대학 기자학과를 수강하게 되었는데, 이 책을 읽고 독서노트를 작성하는 것이 사전과제였다. 현재 R-POINT 수업 때문에 일주일에 책 한 권 읽어야 하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400쪽이 넘는 이 책의 두께를 보고 지레 겁을 먹었으나, 막상 책장을 펼쳐드니 도무지 책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일단 이 책을 쓴 저자는 현직 중앙일보 논설위원으로서, 이 책 역시 그가 중앙일보에 매주 기고하는 논설코너 '시시각각'의 글들을 묶은 것이다. 그래서 글들의 주제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있었으며, 신문사 칼럼의 형식에 맞춰 짤막하게 구성되어 있어 지루하지 않게 읽어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신문사의 사설이나 논설에 대해 호의적이진 않은 편이다. 재미는 있지만, 스트레이트성 기사에 비해 개인이나 사측의 주관이 강하게 들어간 글이기 때문에, 아무리 균형 잡힌 시각으로 집필하려 신경썼다고 해도, 어느 정도 한쪽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트레이트성 기사들은 기사를 쓴 기자보다는 기사의 소재가 되는 사건에 대해 독자들의 칼날이 향하는 경우가 많지만, 논설이나 사설은 사건보다는 집필한 기자에게 칼날이 향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나 보수 언론, 진보 언론의 이분법적 프레임에 따른 언론사별 색채가 뚜렷이 구분되는 우리나라에서는, 언론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사/논설의 성향 역시 매우 강한 색채를 띠고 있다. 나처럼 진보와 보수, 좌와 우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느 신문을 읽어도 거부감이 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중앙일보> 논설위원이라는 저자 소개만 보고서, '이 책도 어쨌든 조중동이라는 보수언론의 성향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다'라는 편견을 가지고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그런 편견은 양파 껍질 벗겨지듯 한꺼풀, 한꺼풀 벗겨지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서 <중앙일보> 칼럼이라는 타이틀만 없었다면, 이 논설이 어느 신문에 실렸을지 감도 잡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권석천 위원은 우리 사회와 언론을 지배하는 이분법적 프레임을 벗어나, 최대한 균형 잡힌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분석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정말 이런 기자가 있긴 하는구나'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한 때 장준하 선생을 존경해 언론계로 진출하는 것을 꿈꾸었던 나로서, 롤모델까지는 아니어도 배울 점이 많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 역시 입대 전까지만 해도 통일부, 국가보훈처 등에서 대학생 기자단 활동을 하면서 기자라는 꿈을 잠깐이나마 꾼 적이 있었다. 하지만 군 생활 중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기자라는 꿈에 대해서는 회의를 느꼈더랬다.


일단 보수/진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국 언론에서 내가 설 자리는 없을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 나는 이승만도 존경하고 김구도 존경한다. 동시에 이승만도 비판하고, 김구도 비판한다. 하지만 우리 언론이 어디 그런가. 보수 언론에서 김구는 빨갱이요, 이승만은 건국대통령이다. 진보 언론에서 김구는 민족지도자요, 이승만은 독재자다. 하지만 김구든 이승만이든 각 인물의 공은 공대로 인정하고, 과는 과대로 비판하고 넘어가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쪽의 잣대로, 그 인물의 생애와 사상을 한마디로 재단하는 것은 너무 단순한 사고가 아닐까. 이런 양극화된 언론계에서 과연 내가 가야 할 길은 무엇일까, 나를 받아줄 곳은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 때문에 쉽사리 기자라는 직업을 꿈꾸지 못했다.


두 번째로, 자신이 없었다. 내게 사건을 균형잡힌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잣대와,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줏대가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글쓰기 능력이나 취재 능력 등은 부수적인 문제였다. 여러모로 스스로 부족한 점이 많다고 여겼고, 늘 열등감에 시달렸다. 글 한 편 쓸 때마다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고, 그 과정에서 "나는 역시 글재주가 없어"라며 자신감이 위축되어 갔다.


하지만 권석천 위원의 글을 읽으며, 어느 정도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권 위원 역시 25년 이상 언론계에 몸을 담은 '베테랑 기자'이면서도, 아직까지도 어떻게 글을 써야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위안을 삼을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매번 글을 쓰면서도, 색다른 문체와 시각으로 글을 구성하기 위해 '독백체', '편지글', '인터뷰' 등 다양한 형식으로 글쓰기를 시도하는 것을 보면서, 그의 노력과 시도가 존경스러웠다. 나같은 경우도 글을 쓰는 스타일이 고정적인데 사실 나만의 색채를 갖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글이 담기는 매체나 형식에 따라 글의 스타일도 자유자재로 변용하는 능력이 늘 부러웠기 때문에, 권 위원의 다양한 글쓰기 스타일은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가 분석한 현안 이슈에 대한 균형 잡힌 분석도 인상 깊었지만, 그가 강조하는 '기자 정신'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피해자를 취재할 때는, 그를 단순한 취재대상이나 피사체로 인식하지 말고, 피해자가 겪고 있을 트라우마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공감과 배려', 이분법적 프레임을 벗어나 사건을 합리적으로 보려 노력하는 '균형 잡힌 시각', 수박 겉핥기 식으로 보도자료만 보고 받아쓰는 수동적 보도가 아닌 사건을 집요하게 파헤쳐서, 사건의 근본을 인식하고 진실을 보도하려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취재' 등등... 여러 글들을 통해 그가 강조하는 기자가 갖춰야 하는 자세들은, 수많은 글을 써왔던 내 자신을 스스로 되돌아보는 계기로 작용하였거니와, 다시 한 번 '기자'라는 꿈을 꾸게 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먼 훗날, 내가 어떤 직업을 갖고 이 글을 다시 보게 될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기자가 되어있든, 기자가 아닌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든... 어쨌든 글쟁이로서의 삶을 살아감에 있어, 아니 이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이 책을 통해 받은 자극이 언제까지고 유효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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