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시절, 나는 유독 커피를 좋아했다. 일과를 마친 뒤 막사로 복귀해 후임들과 나눠마시던 인스턴트 커피 한 잔은 지친 몸을 녹여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묵직한 향기와 혀 끝에 감기는 씁쓸한 맛. 동고동락하며 부대끼던 후임들과 나눠마시던 커피였기에 추억 한 스푼 보태져 더욱 진한 향기로 기억되는지도 모르겠다.


그 맛을 잊지 못했던 나는 전역 후 본격적으로 커피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동네 문화센터를 찾아가 주부들 틈에 끼어 '홈바리스타' 강의를 열심히 듣고 관련 책도 사서 읽었다. 얼마 없는 용돈을 쪼개 커피를 내리기 위한 도구와 원두까지 구매해 직접 내려마시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그런데 이 커피란 녀석은 알면 알수록 이해하기 힘든 녀석이었다. 커피콩이면 다 같은 콩인 줄 알았더니 그것도 생산지와 로스팅(볶는 정도)에 따라 맛과 향이 천차만별인 원두로 재탄생한다. 더욱이 같은 원두라고 할지라도 에스프레소와 핸드드립, 프렌치 프레스 등 내리는 도구와 방식에 따라 제각각의 맛을 내는 게 아닌가.



그때부터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 법'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매일 새로운 카페에 들러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바리스타들에게 맛있게 커피 내리는 법을 귀동냥하러 다니는 게 일상이었다. 그러나 정답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최고의 커피를 내릴 수 있을까' 고민만 깊어졌다.


그때 우연히 만난 바리스타 한 명이 내게 귀띔을 했다.


"커피에 정답은 없어요. 아무리 실력 있는 바리스타가 내려준 커피도 내 입맛에 맞지 않으면 맛 없는 커피인 거죠. 굳이 정답을 찾고자 한다면 자기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커피가 정답 아닐까요?"


그 말에 나는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아무리 세계적인 요리사가 만든 요리도 내 입맛에 맞지 않으면 맛 없는 음식일 뿐이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사람들마다 호불호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단순하면서도 명징한 진리를 두고 나는 먼 길을 돌아 방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후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를 찾겠다는 미련한 여행은 끝났다. 이제 나는 커피를 마실 때면 커피를 내려주는 바리스타를 먼저 생각한다. 잠들어있던 커피콩을 깨워 그 속에 숨어있던 향과 맛을 살려내는 역할을 하는 이들이 바리스타들이기 때문이다. 커피 본연의 성질에 자신만의 개성을 섞어 적절한 풍미로 되살려낸 바리스타들의 커피를 마시며 나는 드넓은 커피의 세계를 자유롭게 활보하는 중이다.



그러고 보면 커피는 '삶'을 떠올리게 한다. 커피에 정답이 없듯, 삶 역시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천편일률적인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저마다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것은 각자의 몫이요, 서로 다른 꿈과 목표를 세우고 그를 위해 달려간다. 우리들은 결국 모두 삶을 추출하는 바리스타들인 셈이다.


* 수원대 2017학년도 1학기 교양 <문예창작의이론과실제> 과제를 위해 쓴 수필

* 블로그에 수필 끄적이는 건 자주 하던 일이거니와 <오마이뉴스>에서 그렇게 열심히 글을 써대는데도, 매번 글을 쓴다는 건 쉽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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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코엑스(COEX)에서 '서울 카페쇼'란 행사를 개최합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커피박람회라고 합니다. 커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카페쇼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커피축제 참석하러 강릉도 다녀왔는데, 서울에서 열리는 행사에 제가 빠질 수가 없죠. 티켓값이 비싼 편인데, 다행히 사전등록을 한 덕분에 무료로 관람하고 올 수 있었습니다.


코엑스 자체가 워낙 규모가 커서요. 건물 도착해서도 전시장 찾아가는 데 한참을 걸어가야만 했습니다. 출입증 발부받아 들어가니, 사람 정말 많더군요. 게다가 주말이었던 관계로 사람이 아주 바글바글... 당연히 부스마다 커피 무료 시음 행사도 하고 있었는데요, 워낙 사람이 많다보니 좀 인기 있는 부스들은 줄이 길어서 체념해야만 했습니다. 저처럼 성격이 급한 사람은 줄 서는 게 견디기 힘든 고통이죠.


알고 봤더니 1, 2, 3층을 통째로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있더군요. 방대한 규모를 보니 왜 아시아 최대 규모라고 불리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저는 강릉에서 열리는 커피축제가 최대 규모인 줄 알았는데, 서울카페쇼에 와보니 비교도 안될 정도로 크더군요. 앞으로는 굳이 커피축제 즐기러 강릉까지 갈 필요도 없을 듯해요. 코앞에서 이렇게 대규모 행사를 하니.



아무튼 공짜커피나 좀 얻어마실 요량으로 가볍게 들렀는데... 막상 눈앞에 펼쳐진 커피용품들을 보니 또다시 지름신이 강림해버렸습니다. "전시회라서 반짝 할인하는 거다. 끝나면 이렇게 싸게 못 산다"는 호객행위에 그만 넘어갔습니다. 커피란 게 하나를 사면 둘을 사고 싶어지는 법입니다. 집에 있는 서버가 금이 간 관계로, 서버나 하나 살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드립퍼가 탐나서 하리오 드립퍼를 사고... 내려마실 커피 원두도 사야하고. 


그래도 원두는 정말 저렴하더군요. 브라질 커피원두를 100g에 1,000원에 판다고 하길래 처음엔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진짜 천 원이예요?", 


"네, 맞아요!" 


"아니... 왜 이렇게 싸요?"


전시회 막바지라서 떨이로 싸게 판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렴한 가격으로 커피 한 봉지도 구입해왔습니다. 아무튼 커피용품으로 두툼한 봉투를 들고오니 뿌듯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돈도 없는데 자꾸 충동구매 하는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는 게 후회스러웠던 거죠. 그러면서도 새로 산 하리오 드립퍼로 커피 내려볼 생각에 설레기도 하고. 그저 오래도록 잘 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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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12주 동안 쉼 없이 달려왔던 동작문화학교 홈바리스타 강좌가 끝났다. 취미반이긴 했지만 커피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조차 없었던 나로서는 충분히 유익한 강좌였고, 그래서인지 강좌를 끝까지 들었다는 뿌듯함보다는 아쉬움이 크다. 매주 화요일만 되면 커피 강의를 들으러 갈 생각에 설레곤 했는데... 강의 끝나고 받아오는 원두로 아침마다 드립 커피를 내려마시는 재미도 여간 쏠쏠한 게 아니었는데 말이다. 당분간 그런 재미를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섭섭하다.


12주 강좌의 마침표를 찍는 마지막 강의는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커피공방 멜란지'에서 이루어졌다. 지난 번 수업에 이어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카페라떼'를 만드는 시간이었다. 



일단 카페에 도착하자마자, 지난 번에 배운 것을 복습하는 차원에서 에스프레소를 뽑았더니, 강사 선생님이 달달한 '아이스 카라멜 마끼아또'를 만들어주셨다. 일주일 동안 복습하지 않아 까먹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막상 혼자서 해보니까, 과정이 또렷하게 기억이 났다. 그래서 두 잔의 에스프레소를 뽑아낼 수 있었다.



카페라떼를 만들다


카페라떼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에스프레소를 추출해야 했는데, 에스프레소 전용잔이 아니라 '라떼잔'이라고 하여 별도의 커피잔에 에스프레소를 받아냈다. 에스프레소 추출이 완료되면 스팀 피처(커피 포트와 비슷하게 생긴 물통)에 코선까지 우유를 따른다. 그리고 에스프레소 머신에 달린 스팀 파이프를 이용해 우유를 데워야 하는데, 이때 스팀 파이프에서 스팀이 제대로 나오는지 확인해야 한다. 매우 뜨거우므로 행주로 입구를 가리고 스팀을 빼는데, 이 과정에서 실수로 파이프를 맨손으로 잡았다가 '앗 뜨거!'를 내뱉고 말았다. 스팀 파이프를 다룰 때는 절대 맨손으로 파이프를 잡아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스팀 파이프에서 스팀이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나면, 스팀 피처에 파이프를 살짝 꽂아 스팀을 빼준다. 이때 손바닥을 피처에 대고서 적당한 온도까지 데워지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너무 뜨거워지기 전에 스팀 파이프 작동을 멈추고, 파이프를 행주로 닦아주어야 한다. (닦지 않으면 우유 찌꺼기가 파이프 안에 남아 위생적으로도 안 좋고, 우유가 굳어 스팀의 기압이 낮아질 우려가 높다고 함)


우유를 데운 뒤에는 피처를 테이블 위에 '땅땅' 치면서 옆으로 계속 흔들어 거품을 내준다. (스티핑) 그리고 다른 피처에 나누어 담은 다음(3분의 1까지만 담으라고 함), 에스프레소 잔에 부으면 되는데 (푸어링) 이때도 요령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깊이 붓다가, 피처를 들어올리며 점점 물줄기를 약하게 부어야 한다. 잔이 거의 가득 찰 정도가 되면, 우유를 붓는 줄기를 조절하면서 커피 표면에 그림을 그리게 되는데 이를 '라떼아트'라고 한다. 


손재주가 별로 없는 나로서는 한두 번 수업으로 아트를 해낼 수 없었다. 강사 선생님이 옆에서 붙잡고 도와주는데도 쉽지 않았다. 결국 이상한 그림이 나왔는데, 보조하던 강사 선생님이 "한 번 살려보자"며 얇은 바늘 같은 것을 가져와 커피 표면의 거품을 이리저리 건드리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 포켓몬 캐릭터인 '라이츄'가 탄생했다. 내가 부은 거품의 모양이 라이츄 꼬리와 같은 모양이었던 데서 착안해 급조한 것이었다. 설사 망친 작품일지라도 이렇게 되살려낼 수 있다니... 역시 바리스타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사진: 위의 왼쪽 잔이 내가 만든 초기 아트, 아래 왼쪽 잔은 강사 선생님이 '보정'해준 라이츄 아트... 오른쪽 잔은 강사 선생님이 만든 아트다)


커피 공부에 대한 고민


강의가 끝나고, 아쉬워하는 수강생들에게 강사 선생님은 자격증반이나 중급반처럼 커피 공부를 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소개해주셨다. 동작구 관내 다른 문화센터에서 열리는 중급반 클래스에 들어갈 수도 있고, 동작문화학교 수강생들 중에서 커피를 더 배우고 싶은 사람들만 따로 모아서 별도의 클래스를 개설할 수도 있다고 했다. 


나같은 경우는 자격증반 수강을 원했는데, 자격증반과 중급반의 수업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고 한다. 중급반은 기초반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로스팅하는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루는데, 자격증반은 말그대로 자격증을 따기 위한 필기&실기 준비반이란다. 실제로 자격증을 딴다고 해서 커피에 대해 모든 것을 마스터하는 것도 아니고, 자격증 실기테스트의 내용도 에스프레소를 얼마나 빨리 깔끔하게 뽑아내느냐, 라떼아트를 얼마나 아름답게 표현하느냐가 중점이 되는 것 같아 고민을 하게 된다. 이런 내용들보다는 보다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 공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격증을 빨리 따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어차피 나는 커피 그 자체가 좋아서 이 강좌를 듣게 된 것이고, 평생 커피 공부를 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격증이야 언제든 따도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일단 중급반 수강을 희망한다고 신청하긴 했다. 나까지 총 3명이서 수강희망의사를 밝혔는데, 수업 내용과 비용은 추후 문자로 공지해준다고. 


강사 선생님은 "자격증을 따고 싶으면 우선 필기시험만 혼자 독학으로 따고, 실기 수업만 듣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해주셨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필기시험을 먼저 합격해야 실기 응시 자격이 주어지는데, 필기시험은 혼자 문제집 풀면서 독학해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그래서 며칠 전에 '바리스타 2급 시험 기본서'를 구매하긴 했다.


배우면 배울수록 막연한 커피의 세계


여하간 커피의 세계는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무궁무진하다. 커피에 정답이 없다고 말하는 바리스타들처럼, 결국 커피를 내리는 사람이 추구하는 철학과 노하우에 따라 커피의 맛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취미반 수업을 처음 들을 때보다, 강좌를 모두 수료한 지금에 와서 커피가 더욱 생소하고 막연하게 느껴진다. 커피에 관심을 갖고 관련 지식이 쌓일 때마다, 오히려 '나만의 커피'를 찾는 게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예전엔 그저 선생님이 가르쳐준 방식대로 드립을 해서 커피를 마셨고, 그게 정답인 줄로만 알았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핸드드립조차도 사람마다 내리는 방식이 제각각이라는 사실을 안 뒤로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내가 마시고 있는 드립 방식보다 더 내 입맛에 맞는 방식이 있지 않을까', '도대체 드립의 방식은 몇 가지나 되는 것일까', '각 드립 방식마다 맛의 차이는 어떨까' 등등... 


정말 커피의 세계는 무궁무진하거니와 어렵기만 하다. 하긴 그러니 평생 커피에만 매달린 전문 바리스타들도 '맛있는 커피'를 내리기 위해 매일 고민한다지 않는가. 어쩌면 이런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것부터가 '아마추어'의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는 뜻 아닐까 싶어 홀로 우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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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다음 주 종강까지는 공방 실습이었다.


오늘 수업 내용은, 머신으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수업이었는데, 공방이 비좁고 머신도 두 대밖에 없다보니까 모든 수강생이 한 번에 수업을 받는 게 아니라, 시간대별로 조를 나누어 자기가 속한 조 시간대에 와서 수업을 듣고 가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나는 맨 마지막 타임인 오후 4시 타임을 선택해서 여유가 있었다. 3시 40분쯤에 미리 공방에 가서 먼저 조의 실습 과정을 눈으로 지켜보고, 4시 정각부터 머신 다루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머신으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머신으로 에스프레소 추출하기


1. 포터필터 분리 후 린넨으로 닦은 뒤, 커피가루 받기

2. 손으로 레벨링(고르기) 후 탬핑/태핑

3. 가장자리 털고 물 흘리기 3초

4. 부드러운 장착과 신속한 추출 (20초~30초)

5. 포터필터 청소 및 그라인더 잔량 체크


사실 그렇게 복잡한 과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밀한 손놀림이 요구되는 작업인 것은 분명했다. 과정 자체는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 까다로운 감각적 손재주가 필요한 것이었다. 


까다로운 레벨링과 탬핑/태핑


특히 2번 레벨링과 탬핑/태핑 과정이 제일 까다롭다고 할 수 있겠다. 레벨링이란 포터필터에 받은 원두가루를 검지손가락을 이용해 평평하게 만들어주는 과정인데, 이 과정에서 절대 압력을 주어 커피가루를 눌러서는 안된단다. 그렇게 되면 탬핑의 일종으로 간주하고, 자격증 시험에서는 결격사유가 된다고. (왜 그래서는 안되는지 물어보지 못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물어볼 것이다) 오로지 슬슬 밀어주면서 고르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는 탬핑과 태핑이란 것을 해야하는데, 탬핑이란 탬퍼(도장 같이 생긴 압력기)를 이용해 포터필터 속 원두가루를 '꾹' 눌러주는 과정을 말한다. 강한 압력으로 커피가루를 단단히 다짐으로써, 입자를 고르게해, 커피를 더 진하게 추출해낼 수 있다고 한다. 이 탬핑이란 것도 결국 누르는 사람의 손길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특히 엄지와 검지손가락의 균형과 적절한 누르기가 커피 맛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태핑은 탬퍼의 끝으로 포터필터의 측면을 '톡톡' 쳐서 가장자리에 붙어있는 커피찌꺼기들을 털어내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남은 커피가루가 없이, 모든 커피가루를 2차 탬핑으로 단단히 다짐으로써 온전하게 커피를 내릴 수 있다.


2차 탬핑까지 끝낸 포터필터를 머신에 장착한 뒤에, 추출구 아래로 두 개의 잔을 놓고 1온스(30ml)까지 에스프레소를 받아낸다. 에스프레소를 1온스 추출하는 데에는 최대 30초 정도 걸리는데, 앞서 본 탬핑/태핑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경우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오히려 커피는 안 나오고 기름 성분만 잔뜩 나오기도 한단다. 역시 커피는 쉽지 않다.



흥미로웠던 머신 다루기


처음 다뤄보는 머신이라 긴장했지만, 옆에서 강사 선생님이 계속 설명을 해주다보니 금세 따라할 수 있었다. 난생 처음 머신을 이용해 에스프레소를 추출해보니 신기하기도 했고, 과정 자체가 너무 흥미로웠다. 


총 두 번의 실습을 했는데, 첫 번째 실습에서 내린 에스프레소는 강사 선생님이 직접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만들어줘서 즉석에서 마실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실습을 통해 내린 에스프레소는 텀블러에 담아왔다. 덕분에 이틀 동안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바리스타는 위생이 생명이다


강사 선생님은 머신을 다루는 내내 "바리스타는 위생이 생명이다"라고 강조하셨는데, 실제로 린넨(행주)을 가운 앞주머니에 항상 꽂아두고, 모든 과정에 앞서 포터필터를 닦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추출이 끝난 뒤에도 행주로 머신과 테이블을 닦는 게 마지막 순서였는데, 테이블을 닦는 행주와 머신을 닦는 행주도 따로 있었다. 난 그것도 모르고 머신 닦는 행주로 테이블을 닦았는데, 바로 그 순간 강사 선생님이 "머신 닦는 행주로 테이블을 닦으면, 머신이 더러워지지 않겠느냐"며 지적하는 것이었다. 선생님은 "요즘 카페가 워낙 많다보니까, 이런 기본적인 것도 지키지 않고 비위생적으로 운영하는 곳이 참 많은데, 바리스타는 청결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위생을 강조했다.



커피의 세계로 또 한 걸음


10주 동안 계속 커피 수업을 들었고, 집에서는 이제 매일 드립 커피를 직접 내려마실 정도로 커피를 애호하게 되었지만, 이렇게 11주차에 직접 머신을 접해보니 또 다른 커피의 신세계를 접한 느낌이다. 


사실 이 과정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그저 막연하게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싶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자격증은 그저 과정의 일부분일 뿐이고, 좀 더 깊은 커피의 세계를 느껴보고 싶다는 지적 욕구가 솟아오르고 있다. 


마침 종강이 다가오면서 강사 선생님도 자격증반과 같은 심화반 수강에 대해 안내를 해주셨는데, 망설임 없이 그 반을 수강할 생각이다. 취미로 시작했던 홈바리스타 강좌지만, 이제 정말 나만의 블렌딩도 해보고 싶고, 커피에 대해 아마추어를 넘어 전문가 수준으로 공부를 해보고 싶다. 


언젠가 나만의 카페를 만들어 이웃들에게 나만의 커피를 대접할 날이 온다고 생각하니, 이 또한 짜릿하지 않은가.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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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집에서 기르는 보리(강아지 이름) 미용을 맡겨놓고 나니, 찾으러 갈 때까지 할 게 없더군요. 무려 2시간 동안 텀이 생겼는데, 다시 집에 가자니 더운 날씨에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일인지라... 커피나 마시면서 신문 읽을 요량으로, 근처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처음엔 더운 날씨라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실 생각이었는데, 막상 카페에 들어가서 메뉴판을 보니 '에스프레소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핸드드립, 아메리카노 커피는 자주 마셔봤지만, 에스프레소는 많이 마실 기회가 없었습니다. 일단 양이 적기 때문에 Take-Out이 안 되서 주문할 일도 별로 없었고, 양이 적다는 점 때문에 뭔가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하지만 커피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에스프레소의 맛도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에, 오늘은 에스프레소를 마셨습니다.


확실히 핸드드립보다도 훨씬 진한 맛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커피의 매력에 푹 빠진 뒤라서, 막상 몇 모금 마시고나니 그렇게 쓰다는 느낌도 안 들더군요. 금세 적응했습니다. 오히려 핸드드립보다 진한 맛에 왜 이탈리아인들이 에스프레소를 자신들의 자부심으로까지 여기는지 알 것도 같았습니다.



에스프레소 위에 낀 이 황금색 거품이 바로 '크레마'입니다. 크레마는 커피의 향과 맛을 더욱 돋구어주는 거품으로,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에만 존재하는 거품입니다. 크레마에 커피의 좋은 성분이 다 들어가 있다고 하죠. 질 나쁜 원두를 쓰면 크레마가 안 나온다고 합니다.


실제로 커피 공부를 하며 크레마라는 개념을 배운 뒤에, 이 거품을 본 건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고 싶어서, 카페 주인장님한테 "이게 크레마가 맞냐"고 물어봤습니다. 크레마가 맞다고 하더군요.


이처럼 커피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하니, 카페에서 그냥 생각 없이 마실 때와는 달리 커피 한 모금을 마셔도 계속 맛을 분석하게 되고, 커피 표면에 생기는 거품 하나 하나에 호기심을 갖고 궁금증을 품게 됩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질문도 하게 되고요. 무언가에 꽂혀서 적극적으로 배우는 자세를 견지한다는 건, 참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열정이 식지 않고 끝까지 가야 진국일텐데요.


그나저나 오늘 저녁에 설사를 했습니다. 사실 저는 커피랑 몸이 잘 안 맞는 것 같기도 해요. 원래 선천적으로 장이 좋지 않은데, 커피가 장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오늘 설사를 한 것도 에스프레소 탓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제 막 커피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커피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는데... 커피가 내 체질에 안 맞는다니 참 끔찍하네요. 오늘 설사가 에스프레소 탓이 아니었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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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동작문화학교 홈바리스타 강좌 2강이 있는 날이었다.


홈바리스타 수업이 있는 날만 되면 무슨 조화에선지, 비가 내리는 것 같다. 오늘도 우중충한 날씨 속에 비를 뚫고 오느라 좀 고생했다.


과테말라 안티구아 SHB


수업시간이 되어 수강생들이 전부 모이자, 지난 번에 배운 핸드드립으로 오늘의 커피를 먼저 시음했다.


오늘의 커피는 '과테말라 안티구아 SHB'라는 커피였는데, 과테말라 안티구아에서 나온 최상품 등급의 품종(SHB)이라고 한다. SHB는 Strictly Hard Bean의 약자로, 보통 커피는 4000~5000피트의 고지대에서 자라지만, 이 커피는 5000피트(약 1,500m) 이상 의 고지대에서 자라는 커피로, 밀도가 훨씬 단단해서 맛과 향이 풍부하다고 한다.


이처럼 커피콩은 심은 지역에 따라 맛과 향이 다 다른데, 과테말라 커피의 경우 스모키한 맛이 강했다. 그것은 화산지대인 과테말라의 지리적 습성에서 비롯된 것이란다. 향신료를 많이 쓰는 인도에 심으면 커피에서 스파이시한 맛이 난다고도 한다.


이 커피를 핸드드립으로 해서 먹었는데, 지난 번에 한 번 설명 듣고서, 전혀 연습없이 일주일 만에 해보려니 가물가물해서 추출을 제대로 못한 것 같다. 내 커피 맛은 신 맛이 좀 덜하고, 끝에 가서 단 맛이 난다고 한다.


핸드드립 시에는 웬만하면 물줄기 흐름을 동일한 속도로 유지하면서, 한 번에 추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초보자들의 경우 물 조절이 힘들기 때문에, 물이 금세 차올라서 2차, 3차로 나누어 추출하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추출 시간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란다.


예를 들어 1차 추출 시에 빨리 끝내고, 2차를 길게 추출하면 연한 커피가 되고, 1차 추출이 길어지면 진한 커피가 되는 것이다. 옆에서 함께 수강하던 할아버지의 경우 뜸들이기조차 제대로 안된 상황에서 추출을 계속 하는 바람에 이도 저도 아닌 경우가 되었는데, 마셔보니 확실히 커피가 맹물에 가까운 맛이었다.


까다로운 커피 보관법


커피 보관에 대해서도 오늘은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커피는 무조건 진공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밀폐용기에 담아야 하고, 밀폐되지 않은 용기에 담을 경우 2시간 이내에 향이 다 날아가버리므로 재빨리 마시던지, 밀폐용기에 옮겨 담아야 한단다. (가루의 경우가 이렇고, 원두의 경우는 1~2일 안에 향이 날아감)


밀폐용기에 담은 커피도 가루커피의 경우 이틀 안에 먹어야하며, 원두의 경우 실온에서 한 달 가까이 보관할 수 있다고 한다. 냉장/냉동 보관 역시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단다. 커피가 가장 싫어하는 게 '열'과 '습'이기에, 냉장 보관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냉장 상태에서 커피를 실온에 꺼낼 경우 온도 차로 인해 향이 변해버린다는 것. 그러므로 마실 만큼만 사서 조금씩 냉장 보관을 하던지, 원두를 사서 보관하고 그때 그때 갈아먹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한다.


커피벨트에서만 생산되는 커피


커피는 적도를 기준으로 북위 25도와 남위 25도 사이의 '커피벨트'에서 생산된다고 하며, 추운 지역에서는 커피가 생산되지 않기에, 우리나라 역시 커피를 재배할 수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커피를 재배하는 지역이 있지만, 전부 온실에서 재배한단다) 또 커피나무를 처음 심을 때는 비가 많이 와 적셔주고, 건기 때 바싹 말려야 하며, 해발 1,000m 이상의 산 중턱 비탈길/언덕배기에서 잘 자란다고 한다. 반면, 아라비카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는 보급형 로브스타의 경우는 해발 700m 이하의 평지에서 자란다고 한다.


이탈리아인의 자존심, 에스프레소


오늘은 모카포트라는 도구를 이용해 '에스프레소' 추출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에스프레소는 '빠르다'는 뜻의 익스(Ex)와 '압축하다'는 뜻의 프레스(Press)가 결합된 익스프레스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곧, '빠르게 압축하여 추출하는 커피'란 뜻이다. 핸드드립 커피보다 훨씬 강한 맛이라 쓰기까지 한데, 그만큼 커피의 많은 성분을 온전하게 추출해내는 커피다.


흔히 카페에 가서 에스프레소를 시키면 Take-Out이 불가능한데, 그건 아주 조그마한 잔에 담겨져 나오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이 처음 에스프레소를 보면 '에게?'하는 반응이다. 아메리카노와 비슷한 가격인데, 양은 터무니없이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입 마셔보면 '윽' 한다. 아메리카노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쓰기 때문이다.


강사님 설명에 따르면, 에스프레소는 이탈리아에서 비롯되었는데 이탈리아 사람들은 커피 하면 무조건 에스프레소라고 한다. 일반 가정집에서 모카포트 하나씩을 구비해놓고 아침에 한 잔, 점심에 한 잔, 저녁에 한 잔 원샷으로 마신다고 하는데, 이탈리아인들이 얼마나 에스프레소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지 알 수 있는 사례도 들려주었다. 


한 한국인이 이탈리아에 가서 에스프레소와 따뜻한 물 한 잔을 주문하자, 종업원이 "설마 에스프레소에 물 타 먹으려는 거냐?"고 물었단다. "그렇다"고 하자, 종업원 曰 "우리 커피는 에스프레소로 먹지 않으면 그 맛과 향을 느낄 수 없다. 고로 따뜻한 물은 줄 수 없다"며 손님의 주문을 거절했단다. 이런 단편적인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탈리아인들에게 에스프레소는 자존심 그 자체인 듯 하다.


그리고 이런 에스프레소의 진한 맛에 적응하지 못한 미국인들이 쓴 맛을 희석시키기 위해 물을 타 먹기 시작한 것이 '아메리카노'의 시초라고 한다. 그리고 우유를 타면 그것이 또 '카페라떼'가 된다. 라떼라는 말은 우유를 의미한단다. 결국 에스프레소를 하나 시킨 다음에 아메리카노로 먹고 싶으면 따뜻한 물을 부으면 되고, 카페라떼를 즐기고 싶으면 우유를 타면 되고, 원액 그대로 즐기고 싶으면 에스프레소 원액 그 상태로 들이키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아메리카노의 맛에 가까운 맛 밖에 즐길 수 없는 핸드드립보다는 차라리 모카포트가 훨씬 다용도로 활용가능해서 경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집에서 커피를 즐기려면 핸드드립보다는 모카포트 하나를 장만하는 것이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여과지나 드립퍼 같은 소비성 부수 물품도 필요 없으니...)


모카포트로 에스프레소 추출하기


우리는 준비된 모카포트에 커피가루를 담고 브루스타에 올려놓고 커피를 끓이기 시작했다. 모카포트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모카포트 하체(물탱크)에 물을 채운다 (물은 안쪽 표시선까지, 혹은 바깥에 있는 배꼽 밸브 아래까지)

2. 모카포트 중간에 있는 바스켓에 원두가루를 수북하게 채운다

3. 모카포트 상-하체를 결합시킨 뒤에 브루스타에 올려놓고 중불로 끓인다. (손잡이가 녹을 수 있으므로 살짝 삐져나오게 올려놓는다)

4. 물이 끓으며 올라오는 압력으로 발생된 수증기가 커피액을 추출하기 시작하면 뚜껑을 닫고 센 불로 올린다

5. 물이 끓다가 어느 순간 끓는 소리가 바뀌면 불을 끄고 잔에 따른다


처음에 모카포트를 봤을 때, 녹슨 것마냥 속이 너무 더러워서 찝찝했는데 강사님은 "이건 커피기름이다. 이게 커피의 풍미를 좋게 하기 때문에, 평소에도 절대 세제로 세척하지 말고 뜨거운 물로 한 번 헹군 뒤에 바짝 말려서 재사용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면 '크레마'라는 갈색 거품이 뜨는데,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므로 이 크레마가 살아있을 때 빨리 마셔야 커피의 좋은 성분을 그대로 섭취할 수 있다고 하며, 좋은 에스프레소를 마시면 1~2시간이 지나도 커피의 여운이 입에 남아 감돈다고 한다. 참고로 모카포트용 커피는 드립용 커피보다 더 태운 원두를 써야 풍미가 산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는 모카포트로 직접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한 잔씩 맛 본 뒤에 오늘 수업을 마쳤다. 지난 번부터 느꼈지만, 커피 수업은 재밌어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모든 일들이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흘러가면 좋을텐데... 


다음 수업은 시럽을 첨가한 '카페모카'에 대해 배운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달달한 커피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터이긴 하지만 바리스타가 되려면 커피에 대해 기본적인 건 다 알아야 하니까, 다음 주에도 열심히 배워야겠다.


그나저나 연습하려면 도구가 있어야 할 텐데... 도구 살 돈은 없고... 현실을 생각하면 그저 안습일 따름.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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