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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8.19 [영화] 대한민국에서 FM대로 하는 곳이 어딨나요 - <터널> 2

영화명: 터널

개봉일: 2016년 8월 10일

장르: 드라마

감독: 김성훈

배우: 하정우, 오달수, 배두나



어제 더위를 피해 한낮 피서를 즐기던 중에, 마땅히 시간 때울 거리를 찾다가 부천 CGV에 가서 영화 한 편을 때렸습니다. <부산행>과 <터널>이 인기라고 해서 두 영화를 언제고 볼 생각이었는데, <부산행>은 시간대가 안 맞았고 <터널>은 마침 시간대가 맞아서 바로 예매하고 봤습니다.


사실 전 재난영화를 그닥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연가시>도 그렇고 <감기>도 그렇고, 재밌게는 봤지만 뭔가 보고 나서 찝찝함이 자꾸 남습니다. 재난영화의 특성상 분명히 누군가는 피해자가 있게 마련입니다. 바이러스에 걸렸거나, 사고를 당했거나... 특히 재난영화는 소수가 아니라 다수의 피해자들이 속출하죠. 거의 절망적인 상황까지 이어지다가 주인공이 히어로처럼 극적으로 살아남아 인류를 구하는 구조로 전개되곤 합니다. 그래서 다수의 피해자들이 발생하는 그런 장면들을 보고 있기가 너무 힘듭니다. 설사 영화일지언정 감정이 몰입되면 눈 뜨고 지켜보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재난영화는 나름 교훈이 있지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식으로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를 많이 던집니다. 그런 교훈 때문에라도 사람들이 재난영화를 높이 평가하기도 합니다. 이번 영화 <터널> 역시 그런 점에서 꽤나 호평을 받고 있더라고요. 세월호 사건이 터진 지 2년이라는 시간이 넘게 흘렀지만, 지금까지도 인양이 안되고 있는 상황인지라 현실에 빗대어 봤을 때 사람들이 더 많이 공감하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연관검색어가 '세월호'일 정도니까요.


재난영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실제로 일어날 법한 일'을 극화했다는 건데요, 특히 영화 <터널> 같은 경우는 당장 오늘이나 내일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까지 들더군요. 옛날 같았으면 '어떻게 터널이 무너지겠어?'라고 생각했을테지만,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성수대교가 붕괴되었으며, 세월호까지 침몰한 마당에 터널이라고 과연 재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아무튼 영화 보는 내내 안타깝고 화도 많이 났습니다. 감독이 대한민국 사회를 비판하기 위해 아주 작정하고 만든 것 같았습니다. 문제는 그게 다 사실이라는 거지요. 터널 안에 사람이 갇혔는데도, 인근 터널 공사가 지연되는 바람에 손해보는 것을 걱정하는 사업가들과, 카메라 앞에서 사진 찍기 바쁜 공무원들, 터널 안에 갇힌 사람을 생명으로 보지 않고 한낱 뉴스거리, 특종감 정도로 생각하는 기자들, 부실공사로 인해 무너져버린 터널까지. 


긴 러닝타임 동안 많은 장면과 대사들이 나왔지만, "대한민국에서 FM대로 하는 곳이 어디 있나요? 여기가 운이 나빴던 거죠"라는 대사가 가장 가슴 아팠습니다.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요. 저 역시 로망처럼 생각했던 군대의 내부가 생각보다 많이 썩어있던 것을 보고 그런 감정을 처음 느꼈더랬습니다. 그런데 전역하고 사회 나와보니까... 군대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다 썩었어요. FM을 떠나서 생명을 위협할 정도니, 이 정도면 정말 '안전불감증'에 걸려도 단단히 걸린 셈이지요.


영화의 스토리는 네이버 영화정보에도 나와있고, 또 실제로 영화를 보러 가시면 알 수 있을테니 굳이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꼭 극장 가서 보시라는 뜻이에요. 티켓 값이 아깝지 않습니다. 다만 감정 컨트롤 할 준비를 잘 하고 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워낙 울컥하는 다혈질이라, 영화 보는 내내 몇 번을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영화일 뿐인데도, 너무 몰입하는 바람에... 입에서 쌍욕이 나올 뻔 했거든요. 뭐 그래도 마지막에 정말 후련한 장면이 하나 있긴 했습니다만.. (앗, 이거 스포 아니죠?)


PS. 어찌나 몰입해서 영화를 봤던지, 영화 보다가 문득 극장 천장을 올려다봤습니다. 만약 여기가 무너진다면 살아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다보니 결국 '역시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결론이 나옵디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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