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서핑 중에 발견한 영상인데, 참 재밌게 잘 만들었네요. 저도 몰랐던 사실들이 있는데, 웬만한 역사전공자보다도 자료수집을 열심히 한 흔적이 느껴집니다. (성우 분의 목소리도 좋고요)

여하간 일본도와 그것을 활용하는 일본의 검술에 대한 조선의 관심은 지대한 것이었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의 검술에 호되게 당하면서, 그들의 검술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이죠. 영상에서도 나오지만 조선군은 활과 같은 원거리 무기를 애용했던 탓에, 칼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천시하는 경향이 강했다고 합니다. 오죽하면 조선 문종 때는 환도의 길이가 11cm까지 짧아져서, 문종이 직접 한탄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11cm면 30cm 자의 반도 안되는 길이인데... 단도 수준의 칼로 일본도를 상대한다는 건 목숨 내놓고 싸우는 거죠.

조선 숙종 때는 일본의 검술인 왜검(倭劍)을 수입해오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습니다. 드라마 <대박>으로 유명해진 김체건이라는 인물이 이때 등장하는데요, 숙종의 밀명을 받고 부산 왜관에 잠입해 몰래 왜검술을 훔쳐배웠다는 이야기도 있고, 아예 일본으로 건너가 검술을 훔쳐배웠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렇게 훔쳐배운 왜검술을 숙종 앞에서 시연하니 왕을 비롯한 신하들이 모두 놀랐다고 하죠. 이 김체건이라는 인물은 왜검을 좀 더 실용적으로 수련하기 위해 교전(交戰: 일종의 약속대련) 체계를 창립하기도 했습니다.

저희 사부님 말씀으로는 "그런 건 사실 후대에 뻥튀기된 속설일 가능성이 높고, 실은 조선통신사가 교류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기예를 보여주는 일이 흔했는데, 아마 그 과정에서 일본의 검술을 보고 배워왔을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하시더군요. 제일 현실적이고 납득하기 쉬운 유래인 듯 합니다.

유래가 어찌되었건 간에 '적의 강점을 취해 적을 무찌른다'는 선조의 지혜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무예도보통지>에서 왜검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무예도보통지>를 복원하는 일부 유파에서는 "왜색이 짙다"면서 왜검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고, 아예 수련조차 안 한다고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만약 사실이라면 그건 <무예도보통지>의 편찬 의도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군요.

PS. 여담이지만 수련터에서 제 별명이 '왜장'일 정도로, 전 왜검을 조선검보다도 좋아합니다. 단순한 동작의 반복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저돌적이고 직선적이어서 그 강렬한 기세가 마음에 듭니다. 사부님도 "왜검의 4개 유파만 제대로 마스터해도 웬만한 검객들 다 쓰러트리고 다닐 수 있다"고 하시더군요.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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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수련하고 있는 무예24기는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24가지의 기예를 의미합니다. 이 책에는 당대 중국(명나라)과 일본의 기예들도 함께 수록되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어떻게 보면 '국제무술'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요.

오늘은 무예 수련을 하다가 심심해서 핸드폰으로 음악을 틀고 수련을 했습니다. 우연히 틀게 된 음악이 중국의 전통민요인 장군령(將軍令)이었습니다. 이연걸의 영화 <황비홍>의 OST인 '남아당자강'의 모티브가 된 곡이기도 하고, 전통적으로 황비홍을 소재로 한 영화들에서 자주 배경음악으로 쓰인 곡입니다.

이 곡을 들으며 창을 휘두르다보니 뭔가 평소보다 창을 휘두르는 맛이 남다르더군요. 기창의 기원은 고려라고 하지만, 어쨌든 중국무술의 기본도 봉과 창인지라 장군령을 틀어놓고 해도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아 휘두르는 맛이 나더군요. 

이어서 왜검(倭劍) 수련을 하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 음악을 들으면서 왜검 수련을 하면 기분이 더 나지 않을까. 호기심에 유튜브에서 'Japanese Traditional Music'을 검색했는데 마침 사무라이(Samurai)를 주제로 한 음악이 떡 하니 나오더군요. 그래서 그 음악을 틀고 왜검 수련을 했습니다.

흠뻑 땀을 흘리고 나서 드는 생각이, 왜검 수련할 때는 일본 음악까지 틀어놓고 완전히 젖어보는 것도 괜찮은 수련방식이지 싶습니다. 정신적으로 완전히 일본인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거죠. 얼핏 보면 말도 안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미지 트레이닝의 효과는 남다르다고 봅니다. 왜검을 수련할 때는 완전히 일본의 음악을 들으며 왜색에 젖어보는 것도 그 무술의 특색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뭐가 됐든 이런 식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다양한 방식으로 수련하는 게 오래 꾸준히 수련할 수 있는 비결이지 싶어요.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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