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드디어 이태원 대학교 과목인 <조자룡창술배워볼과>가 개강했습니다. 강의장소는 이태원에 위치한 한남동 공영주차장/문화센터 옥상이고요. 학과장인 저를 포함해서 총 6명이서 단촐하게 수업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사실 다른 과목들 중에서도 인기강좌 아니고서야 대부분 평균 수강인원이 3~4명을 웃돌더라고요. 그에 비춰보면 꽤 선방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계속 이태원 대학교나 신촌대학교에서 활동하게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여기서 꾸준하게 자리잡아가게 된다면, 입소문을 타고 점점 늘어나겠죠.


아무튼 날씨가 좀 쌀쌀해서 걱정이었는데, 그래도 오후에는 수련하기 알맞은 날씨였습니다. 너무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가장 수련하기 좋은 날씨여서 스타트부터 기분 좋게 끊었던 것 같습니다.


첫 수업은 가볍게 자기소개와 각자 수업을 듣게 된 동기를 발표하고, '무예도보통지'와 기창(旗槍)에 대한 소개로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체술(몸풀이), 창술의 가장 기초가 되는 '봉 돌리기', '반월', '찌르기', '보법' 등을 지도했습니다.


제 수강생 중엔 현직 기자부터 과거에 마상무예를 오래 수련했던 분, 군대에서 만났던 무예24기 마니아, 운동이라고는 한 번도 안 해보셨다고 하는 분까지 다양한 분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수준의 수강생들을 한꺼번에 지도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소수인원인데다가 다들 열정적으로 잘 따라오고 있어서 크게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누군가를 지도한다는 건 개인수련에 비해 몇십 배는 힘든 일이 분명합니다. 개인수련할 때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해왔던 부분들이 초학자들에겐 '당연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 간의 괴리가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아주 차근차근 기초부터 설명해야하는데, 여기서 몇 가지 문제점이 발생합니다. 


지도하는 제 자신조차도 확실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존재하거나, 몸으로는 이해하고 있는데 말로는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런 강의가 있을 때면 항상 전날에 미리 지도할 부분을 생각해보고, 혹시라도 초학자들이 의문을 품을 법한 부분을 떠올려봅니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지 고민도 해보고, 제가 하고 있는 자세에 대해 스스로 점검을 해봅니다.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사부님께 긴급 S.O.S를 청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것도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달라서, 예상치 못한 곳에서 훅 치고 들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설명을 해야하는데, 아직 그런 스킬이 부족합니다. 그렇다는 건 제 실력이 많이 미진하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아직 지도자로서의 관록이 덜 쌓였다고도 볼 수 있겠죠.


솔직하게 밝히거니와, 여전히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건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제 자신 스스로 '단기 세미나'를 통한 지도자 연수 등의 방식을 매우 싫어할 정도로, 무예란 단시간 내에 성취를 이룩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그렇게 오랜 기간 무예를 수련했다고도 볼 수 없고, 스스로 소성(小成)조차 이루지 못했다고 생각한 제 자신이 누군가에게 감히 지도를 한다는 게 두렵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사부님께서 허락을 해주셨고, 누군가를 지도하면서 제가 얻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계속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원칙은 분명히 세워두려고 합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저도 모르게 모르는 걸 아는 척할 때가 있어서 항상 경계하고자 하는 부분입니다. 만약 제멋대로 한다면 그야말로 사이비 무술가나 다름 없겠죠.


아무튼 수강생들에게 올바른 자세와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제 자신도 수련을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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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 이태원에 위치한 용산문화예술창작소 연습실에서 '이태원대학' 10월 개설강좌 PT 발표가 있었습니다. 저도 한양류를 대표하여 오늘 발표에 참여했습니다.


참고로 이태원대학은 열정대학, 신촌대학교처럼 '배우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학교'라는 취지로 만들어진 대안학교의 일종입니다. 강의실로 활용하려는 용산문화예술창작소가 이태원에 위치하고 있어서 이태원대학이란 이름이 붙었고요. 올 10월에 첫 학기가 시작되는데, 저 역시 초대 학과장으로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이태원대학에 제가 개설하려는 강좌는 <조자룡창술배워볼과> 입니다. 강좌명은 이태원대학을 운영하는 MBN 윤범기 기자님이 직접 지어주셨습니다. 역시 기자님답게 네이밍 센스가 보통이 아니시더군요.



<조자룡창술배워볼과>는 무예24기 중 하나인 기창(旗槍)을 수련하는 과목이 될 것입니다. 이태원대학 학사과정상 4주 커리큘럼이 원칙이지만, 4주 안에 기창을 배우는 것은 너무 짧은 것 같아 5주로 늘렸습니다. 무예를 익히게 5주도 당연히 짧습니다. 무예란 평생 수련하는 것이니까요. 어쨌든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선 최대한 하는 게 도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주면 그래도 창과 친숙해지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라는 생각입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역시 '무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거죠. 오늘 피티 발표 때도 그 점을 강조했습니다.


"우리가 흔히들 무예하면 어렵고 위험하고 남자들만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나도 겁이 많다. 위험하기 때문에 더 안전하게 한다"고 강조하면서, 무예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게 수업 목표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더불어 이 관심이 실제적인 수련으로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죠. 꼭 무예24기가 아니어도, 근처 무술도장에만 등록하더라도 좋겠습니다.


다행히 창을 대체할 수련용 봉은 이태원대학 측에서 운영비로 보조한다고 합니다. 고로 수업을 듣는 분들은 봉을 따로 구입할 필요가 없습니다. 장소는 보라매공원으로 하려다가, 창작소 옥상에 가보니 비교적 넓어서 할 만할 것 같더군요. 거기서 하면 봉도 보관해둘 수 있으니 운반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이 될 것이고... 일단 5명 미만이면 폐강이라고 제가 기준을 세워놨습니다. 기왕지사 칼을... 아니, 창을 뽑았으니 뭐라도 찔러(?)야하지 않겠습니까. 폐강만 안된다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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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대학에서의 첫 무예 강의가 용두사미로 끝나버린 뒤로, 당분간은 개인수련이나 열심히 하면서 실력을 키우는 데 전념하기로 마음 먹고 있던 차였습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 한 군데에 가있으면, 계속 그 쪽으로 기회가 생기나 봅니다. 열정대학과 비슷한 플랫폼을 가진 대안학교인 '이태원 대학교'에서 또다시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스카웃 제의가 들어온 계기는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한 장 때문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수련터에 나가서 기창 수련을 하고 찍은 사진을 제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그 사진을 MBN 윤범기 기자님이 본 겁니다. 참고로 윤 기자님과는 열정대학 기자학과 강의를 통해 서로 인연을 맺게 되었는데요, 그분은 신촌대학교와 노량진대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엔 이태원대학교 개강을 준비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윤 기자님께서 그 사진을 보자마자 제게 "우리 창술배워볼과 한 번 만들어보면 어떨까요?"하고 제의를 하신 겁니다. 사실 기창은 제가 배운 지 오래 되지 않기에, 누군가를 지도할 만한 실력은 당연히 안된다고 생각했고, 열정대학에서 받은 상처가 아물기도 전이라서 망설여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일단 사부님과 먼저 의논을 하겠다고 했는데, 사부님께서는 또다시 "한 번 만들어보라"고 하시더군요. 윤 기자님 역시 집요하게 개설을 독려하기도 했고, 사부님도 제가 기창을 지도하는 것에 대해서 허락하셨기에... 다시 한 번 무예를 지도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슬슬 들더군요. 그래도 약간의 망설임이 남아 있었기에, 오늘 열리는 사전 모임에 참여해서 어떤 식으로 운영이 되나 확실히 보고 듣고 난 뒤에 판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태원 대학교의 강의실로 활용될 '용산문화예술창작소'에서 열린 사전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다른 강의 개설자 분들을 보니, 아무래도 나이는 제가 제일 어린 듯 합니다. 사는 곳도, 직업도 제각각이더군요. 교수, 변호사, 공무원 등등 면면히 정말 화려했습니다. 북놀이, 고전무용과 같은 무형문화재를 이수한 분들도 계셨습니다.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계신 분들이, 자발적으로 재능기부를 위해 모인 것을 보니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다들 자기 분야에 있어서 전문가인 듯한데, 제가 여기 낄 자격이 되나 싶기도 했습니다.


본격적인 이태원 대학 소개에 앞서, 앞으로 강의실로 활용될 공간을 둘러보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인원 구성에 따라 30명 정도 수강이 가능한 소강의실부터, 최대 6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대강의실까지 있고요, 예·체능 과목을 위한 '공연연습실'도 별도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여기서 창술을 지도하게 될텐데, 오늘 둘러보니 평수는 충분하지만 천장이 낮아서 창을 휘두르기엔 문제가 있지 않을까 걱정되긴 합니다. 이에 대해서 오늘 의견 조율이 있었는데, 정 안되면 옥상이나 주차장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보니까 주차장은 버스 전용 주차장이라 아주 넓더군요.


오늘 설명을 들어보니, 열정대학보다는 여러모로 안정적인 구조인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열정대학의 맹점 중 하나는 전공 과목이 아닌 이상 개설자가 수강료를 받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수강료가 없으면 개설자 입장에서도 무책임해지기 쉽고, 수강생들도 자기가 수강하는 과목의 가치를 가볍게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죠. 수강료를 내지 않기 때문에, 듣다가 마음에 안 들거나 귀찮으면 '안 들으면 그만' 하고 잠수타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함께 무예 배워볼과' 역시 이런 점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태원 대학은 일단 그런 점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수강료'를 받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물론 돈 받자고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수강료가 많은 것은 아닙니다. 소액의 수강료고, 그것도 개설자와 이태원 대학 운영위원회 측이 5:5로 나눠가집니다. 


여기에 대해 윤 기자님도 "돈 벌자고 이런 일 하는 거면 차라리 다른 데 찾는 게 맞다"며 "수강료는 서로 무책임해지지 않기 위해서 내는 것이다"라고 하더군요. 확실히 수강생들 입장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강의를 들을 수 있고, 자신이 낸 비용이 아까워서라도 열심히 듣지 않을까요? 그리고 강사 입장에서는 소정의 수강료라도 받으니 조금 더 책임감 있게 과목을 지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강의를 개설한 개설자를 '학과장'이라고 대우하면서, 이태원 대학에서 개설되는 모든 강의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하는 것도 마음에 쏙 들더군요.



게다가 이태원 대학은 용산구에서 적극적으로 후원해주고 있어 전망도 밝은 것 같습니다.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용산구에서 이태원 대학을 지역사회를 이끄는 시범 모델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줄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용산문화예술창작소도 무료 대관을 해주는 것이고, 오늘 구청 직원들도 나와서 적극적으로 저희의 의견을 경청하는 모습이 아주 보기 좋았습니다. 


창술을 지도하기에 장소가 비좁은 것 같다는 제 의견에 대해서도 "주차장이나 옥상에서 강의를 지도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겠다"고 하고, 커피 관련 학과를 만들려고 하는 바리스타 한 분이 "커피용품이 없는 점이 애로사항이다"라고 하니 "그 역시 구에서 물품을 준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하더군요. 여러모로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후원을 해주니 든든하기도 하고, 잘하면 용산구에 무예24기를 뿌리내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소 외에도 문제가 되는 부분이 바로 '무기 마련'입니다. 창술 같은 경우 당연히 창이 준비되어야 하는데, 수강생들이 개개인별로 창을 구비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봉으로 대체한다 하더라도 봉을 구매할 의사가 얼마나 될지 막막한 게 사실입니다. 한 번 배우고 말 수도 있는데, 봉을 사야한다고 하면 부담스러워서 안 들으려고 할 사람들도 있겠죠. 더욱이 봉을 들고 다니기도 버겁고. 


그런데 이 문제 역시 한 방에 해결됐습니다. 일단 이태원 대학 측이 운영비로 봉을 구입해주겠다고 합니다. 또 봉을 가지고 다니는 게 힘들다면, 창작소 건물에다가 보관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겠다고도 하더군요. 걱정했던 부분들이 시원시원하게 해결되고, 빵빵한 지원까지 곁들여지니 흡족합니다.


일단 8월 말에 공식 PT를 한다고 하니, 잘 준비해봐야겠습니다. 10월 개강 전까지 수련 역시 열심히 해서 다시 한 번 열정을 불태워봐야겠습니다. 이번엔 열정대학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용두사미'가 안되도록 최선을 다해보렵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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