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 오후, 한국문화정품관 4층에서 티쿱스토어가 주최하는 발효차 교육 2강이 열렸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귀하고 맛있는 차를 먹을 수 있을까 잔뜩 기대하고 갔습니다. 사실 밤잠을 설친 뒤라, 조금 피곤해서 걱정했는데요. 그래도 차를 마시는 동안 피곤함이 해소되는 신기함을 느꼈습니다. 다만 평소보다 피곤해서 몸의 반응이 둔하긴 하더군요. (원래 보이차를 마시면 몸이 후끈후끈 달아오르곤 합니다)


오늘은 반발효차인 우롱차(오룡차)와 후발효차인 보이차를 집중적으로 마셨습니다. 우롱차의 한 종류인 '대홍포(大紅袍)'도 맛을 볼 수 있었는데요, 중국 복건성의 무이암산에서 난다고 해 '무이암차'의 일종으로도 분류가 된다고 합니다. 차예사 선생님께서는 대홍포라는 이름의 유래도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중국의 어느 서생이 장이 굳는 병에 걸려 고생했는데 마침 무이암산에 위치한 한 사찰에 들렀다가 스님이 우려준 차를 마시고 씻은듯이 나았다고 합니다. 훗날 그 서생은 관리가 됐는데, 마침 황후가 자신과 똑같은 병에 걸렸던 겁니다. 어의들도 손을 쓰지 못해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자신이 마신 차를 진상했더니 황후도 씻은듯이 병이 나았다고. 기쁜 황제는 말단 관리였던 그를 당상관의 반열에 올렸고 홍포를 하사합니다. 홍포는 붉은 비단옷으로 고위 관리만 입을 수 있는 옷입니다. 


우연히 만난 스님 덕분에 초고속 승진을 한 그는 답례를 하기 위해 사찰을 찾았지만, 이미 스님은 돌아가신 뒤였습니다. 그러자 그는 사찰 한 켠에 스님이 심어놓은 차나무에 자신의 홍포를 걸어줬다고 합니다. "너 덕분에 내가 출세했다"면서 말이죠. 그때부터 그 차는 대홍포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이런 고사들을 들을 때마다 참 흥미진진하고 재밌습니다. 그리고 이런 얘기를 듣고 마시면 차맛이 더 달게 느껴지더라고요~ 기분 탓이겠죠 ^^


1959년에 채취한 오래된 노차도 맛봤는데요, 저희 아버지가 1959년생이시니 굉장히 긴 역사를 자랑하는 차인 셈이죠. 이어서 보이차들도 차례대로 맛봤습니다. 이번에 티쿱스토어에서 기획상품으로 개발한 '지유복천차'도 맛보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보이차에 각종 한약재를 조합해 만든 건강차(양생차)라고 합니다. 가격이 좀 후덜덜하긴 한데, 몸에 좋다고 하니 탐나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오늘은 일단 시음으로 만족하는 걸로... ^^;



교육 중 창밖을 내다보니 눈이 펑펑 내리더군요. 마침 수업장소인 정품관이 창덕궁 바로 앞에 위치한 데다가, 4층 건물이라 그런지 창덕궁이 훤히 내려다보였습니다. 눈 내리는 고궁을 바라보며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려니 운치 있고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차예사 선생님의 말을... 대부분 한 귀로 흘려보낸 것 같습니다 ㅠ.ㅠ 그 풍경에 자꾸 정신이 팔릴 수밖에 없더군요.



아무튼 오늘도 귀한 차 실컷 마시고 나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지유명차 종로점에 들러 원미소타 한 봉을 추가로 샀습니다. 이거 차맛을 한 번 들이니 자꾸 지갑을 열게 되는군요. 평생 좋아하는 차를 실컷 마시려면 역시 돈부터 벌고 봐야... 흑흑... ㅠ.ㅠ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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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차회(茶會)란 곳에 다녀왔습니다.


말그대로 차예관(찻집)에 모여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모임입니다. 정기적으로 존재하는 모임이 아니라, 그냥 지인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가면 그게 차회고, 찻집 네트워크를 따라 초면의 사람들끼리 모여 차를 마시면 그게 또 차회가 되곤 합니다.


집에서 마시던 보이차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찻잎을 새로 사기 위해서라도 차관에 방문할 예정이었습니다. 마침 지인으로부터 "크리스마스 이브에 차회를 연다고 하니 같이 가보자"고 권유받아서, 함께 다녀왔습니다. 차회가 열린 장소는 보이차 전문점인 지유명차 청담점이었습니다.


지난 번에 갔던 인사점과는 달리 독립된 점포가 있어서 규모가 큰 편이었습니다. 보이차와 차구(茶具: 차를 내리는 도구)가 정말 비싸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가격들이 후덜덜하더군요. 눈에 탐나는 것만 보이면 가격 생각 않고 일단 지르고 보는 저조차도 수십 번씩 고민하게 만드는 가격들이었습니다. 보이차를 내려마시는 자사호(찻주전자)가 최소 7만원에서 비싸게는 120만원까지 있더군요. (물론 그보다 더 비싼 자사호도 얼마든지 많다고 합니다) 보이차 역시 '차테크'란 말이 존재할 정도로 가격대가 다양한 편이지요.



커피가 그랬듯이, 차를 내려 마시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도구 욕심이 생겼습니다. 지금은 개완(중국식 찻잔)이나 표일배(간편하게 내려마시는 휴대용 도구)를 통해 차를 내려마십니다만, 정말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갖춰야 할 도구들이 꽤 많은 편입니다. 어차피 평생 마실 차라면 도구를 언젠가 갖추긴 해야할 터인데, 솔직히 아직까지는 차 구매를 소비 1순위로 맞추기엔 부담스럽습니다. 어떤 도구가 좋은지도 잘 모르는 터에 무작정 지르고 보기에 가격 데미지도 너무 큰 것 같고요. 


이날 차회에서 이런 고민을 털어놓았더니, 그쪽 점장님도 "일단은 도구 욕심 내지 말고 지금 있는 도구로 차만 열심히 마시라"고 조언을 해주시더군요. 이런 차회에 자주 와서 다양한 도구로 차를 내려마시다보면, 자연스레 경험으로 터득하게 된다고. 도구는 그때 가서 사도 괜찮다고 하네요. 아쉬운대로 일단 찻잎만 사왔습니다. '지유소타'라는 보이찻잎과 '매점'이라는 우롱찻잎을 데려왔습니다.



(가격대가 얼마로 보이시나요. 저 작은 자사호가 120만원, 파란색 개완이 40만원이었답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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