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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7.04 [일기] "더위에 결국 퍼지고 말았다" (180704) 2
  2. 2018.06.27 [일기] "만고의 진리" (180627) 2

날이 미친듯이 덥다. 정말로.


어제는 수련하다 처음으로 퍼졌다. 상대방과 열심히 자유추수를 하는데 땀이 줄줄 흐르는 것을 넘어 온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마치 한증막 사우나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자유추수를 할 때는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데, 너무 더우니까 공격이고 방어고 간에 그냥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만 들었다. 중간 중간 '타임'을 외치면서 숨을 돌리다가, 결국 "더 이상 못 하겠다"고 말하고 끝내버렸다. 


그러고 나서 옆에서 쉬고 있는데 극도의 갈증과 더위에 쉬어도 쉬는 것 같지가 않았다. 마침 사제 한 분이 대련을 요청하러 다가왔는데 어지러워서 못 하겠다고 거절했다. 미안하게도. 


어차피 수련 끝날 때도 다 되었고 해서 잠깐만 쉬었다가 다시 합류할 생각이었는데, 이거 뭐 쉬어도 충전되는 느낌이 전혀 안 든다. 이 상태로는 더 못 할 것 같아서 결국 사부님께 먼저 간다고 말씀드리고 돌아왔다. 수련터에 늦게 오는 법은 있어도 먼저 가는 법은 없었던 터라 다들 의아하게 생각했다. 더워서 지쳤다고 하니 다들 왜 이렇게 약하냐고 한다. 


나도 자괴감을 느낀다. 나만 유난히 더위를 타는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작년 여름엔 어떻게 견뎠나 의문이다. 오죽하면 여름엔 수련을 쉴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마저도 들었다. 근데 나 없는 동안 쭉쭉 뻗어나갈 동기들을 생각하면 또 그러진 못하겠다. 덥다고 쉬는 모양새도 우습고. 매년 여름마다 수련 안 할 건 아니지 않은가. 결국 극복해야 할 과제인 듯 하다.


오늘도 미팅이 있어 낮에 돌아다녔는데, 정말 밖에서 돌아다니는 그 잠깐의 시간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밥 먹는 동안에도 등줄기에 흐르는 땀 때문에 먹는 데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밥 먹는 것조차 고통스러우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이마트에서 휴대용 선풍기를 샀는데 소음만 요란할 뿐 전혀 시원하지가 않다. 7천 원만 날렸다. 썅.


7월 말에는 일본으로 휴가를 떠날 예정이다. 7월 말이면 더위가 절정일 때다. 게다가 한국보다 더 습하고 덥다는 일본이다. 여행 가서 더위 때문에 고생만 하지 않을까 무척 걱정된다. 여행은 고생하러 가는 게 아니라 즐기러 가는 건데... 친구와 같이 가기로 한 터라 이제 와서 "더워서 못 가겠다"고 무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거 참 고민이다. 난 왜 이렇게 더위를 타는 걸까. 나의 저주 받은 체질이 원망스럽다.


그나저나 함께 수련하는 사형이 남양주에 지부를 오픈했다. 굉장히 부럽다. 나도 수료하고서 보라매공원에서 제자를 받아 가르치는 상상을 해봤다. 내가 열심히 땀 흘리며 꿍푸를 쌓아오던 장소에서 제자를 받아 가르친다라. 얼마나 낭만적인가. 어느 순간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져 '수련터 홍보는 블로그로 할까 SNS로 할까'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다. 


아서라. 아직은 먼 미래의 이야기일 뿐.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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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고의 진리>


내가 제일 싫어하는 온갖 성질(덥고 눅눅하고 굽꿉하고 찝찝하고 끈적끈적하고... 여름 하면 생각 나는 모든 느낌들)이 모인 여름 장마가 시작됐다.


한겨울 추위에도 꿋꿋하게 밖에 나가 수련을 하면서도 여름만 되면 맥을 못 춘다. 더위를 유난히 많이 타는 체질 탓이다. 더우면 덥다는 핑계로 비가 오면 비가 온다는 핑계로 요며칠 간은 수련을 좀 게을리 했다.


어제도 엄청나게 쏟아지는 폭우 탓에, 도저히 엄두가 안나 야외수련은 포기했다. 대신 집에서 가볍게 수련하는 것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밖에 비가 온다고 해서 수련을 못 한다는 건 핑계다. 마음만 먹으면 '황소 한 마리 누운 자리'에서도 수련할 수 있다.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끔 연습하면 된다. 사실 실내에서 수련하면 굳이 옷 갈아입고 나갈 필요도 없고, 오히려 편하다는 장점도 있다.


그런데 막상 실내에서 하라고 하면 귀찮아서 안 하게 된다. 어차피 집에 있으니 앉아 있고 싶고 눕고 싶다. 수련을 시작해도 몇 번 깔짝거리다가 살짝 땀이 날 즈음에 마무리한다.


아무리 귀찮고 힘들어도 일단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 일단 밖에 나온 이상 '기왕 나온 거 좀 제대로 하고 들어가자'는 생각이 든다.


일단 시작하면 기세가 오르기 때문에 땀을 비오듯이 쏟아가면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련에 열중하게 된다. 그러니 일단 집밖으로 나서는 게 중요하다.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다"


이거슨 만고의 진리다. 사람이 한 번 편한 것을 추구하게 되면 끝 없이 만족 못하는 법이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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