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편에서 이어짐 -


결국 아쉬운 마음으로 부대 복귀를 해야했는데, 정말 천운이 따랐는지 다음 휴가를 나올 때까지도 <엽문 3>가 극장에 걸려 있었다. 그것도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용산CGV에서 계속 상영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휴가를 나오자마자 바로 그날 첫 회 상영되는 <엽문 3>를 관람했다. 부푼 기대를 안고 <엽문 3>를 상영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영화 리뷰를 해보고자 한다.


지금까지 <엽문> 시리즈는 한 편의 영화를 두 개의 큰 에피소드로 나누어 그려왔었다. <엽문>에서는 첫 번째 에피소드가 북방에서 온 북방권의 고수 금산조(번소황)와 엽문의 대결이었고, 두 번째 에피소드는 중일전쟁 발발 직후 중국인들을 탄압하는 일본군 장군과의 대결이었다. 그리고 <엽문 2>에서는 홍콩으로 막 이주한 엽문과 텃세를 놓는 홍콩 무술계의 대표이자 홍가권의 고수, 홍진남(홍금보)과의 대결이 첫 번째 에피소드였다면, 두 번째 에피소드는 중국무술가들을 조롱하는 영국 복서와 중국무술의 자존심을 걸고 엽문이 맞서는 내용이었다.



(사진: 엽문 3 국내 공식 포스터 - 출처: 네이버 영화)


그리고 <엽문 3> 역시 두 개의 큰 에피소드로 영화를 그려나가고 있는데, 첫 번째 에피소드는 엽문의 아들이 다니던 소학교를 강제로 매입하기 위해 호시탐탐 마수를 뻗치는 서양인 사업가 프랭키(마이크 타이슨) 일당과의 대결이고, 두 번째 에피소드는 '누가 진짜 정통인지 가리자'며 도전해온 또다른 영춘권의 고수 장천지(장진)와의 대결이다.


그리고 결국 영화의 결론이자 핵심적인 교훈의 모티브가 되는 '아내 장영성의 암 투병'이 두 개의 에피소드를 관통하고 있다.


홍금보와 차별화된 '원화평식 영춘권'


오랜만에 스크린을 통해 견자단의 영춘권 액션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기에, 그 사실만으로도 여간 기쁜 것이 아니었다. 특히 기존 <엽문> 시리즈의 무술감독이 홍금보였던 것에 반해, 이번 3편은 원화평으로 무술감독이 바뀌면서 홍금보와는 또다른 원화평식 영춘권 액션을 볼 수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의미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확실히 액션 면에서 기존 시리즈와 차별화되는 점이 많이 보였는데, 대표적으로 '발차기'를 많이 쓴다는 것이었다. 영춘권은 사실 족기보다는 수기를 위주로 하는 대표적인 남방 무술이기에 지금까지 영춘권을 그려온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수기 위주의 액션을 영춘권의 모든 것인마냥 표현해오곤 했다. 그러나 원화평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영춘권의 족기도 적절하게 사용해가면서 영춘권의 새로운 액션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싶었던 것 같다.



(사진: 목인장을 치는 엽문 - 출처: 네이버 영화)


그동안 견자단의 영춘권을 그리워했던 관객들을 위해 액션 장면을 군데군데 많이 집어넣기도 했다. 조폭들과의 집단 난투라던지, 무에타이 고수와의 대결, 타이슨과의 대결, 그리고 또다른 영춘권의 고수 장천지와의 대결 등등... 특히나 지금까지의 엽문 시리즈에서는 늘 영춘권이 다른 문파, 다른 국적의 무술과 싸워왔는데 이번 3편에서는 '영춘권 vs 영춘권'이라는 초유의 대결을 선보여, 관객들에게 영춘권의 진수를 맛보게 하였다.


마치 영춘권의 모든 것을 다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촬영에 임한 것이 아닐까 느껴질 정도로, 장천지와의 대결에서는 영춘권의 온갖 수기와 족기 그리고 두 개밖에 없는 무기술(육점반곤과 팔참도)을 이용한 대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이다. 덕분에 관객들은 영춘권의 매력에 푹 빠졌을 것이다. 


아쉬움이 남는 스토리


하지만 화려한 액션에 비해 스토리 전개는 다소 아쉬움이 남지 않았나 생각한다. 전체적인 스토리 구조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하지만 뭔가 이야기들이 개연성도 떨어지고, '기승전결'에서 '기승전'으로 허무하게 끝나버리는 느낌이었다. 


학교를 사기 위해 무슨 짓이든 다 할 것만 같았던 프랭키가 고작 3분의 대결에서 무승부로 끝나자, 엽문을 그냥 보내주고는 더 이상 내용이 이어지질 않는다. 그래서 뭐 학교 매입을 포기했다는 건지... 고작 그 3분의 결투만으로 학교를 포기할 정도로 학교에 대한 욕심이 없다고? 관객들이 이해할 수 없도록 너무 성급하게 매듭지어버린 느낌이었다. 여기에 더해 프랭키의 수족이었던 담요문 역시 어딘가로 도망가버리고서는 더 이상 나오질 않는다. 그가 처벌을 받거나, 엽문에게 실컷 얻어맞고 쫓겨나는 내용으로 매듭지었더라면 이렇게 'X싸고 밑 안 닦은 느낌'은 안 들었을텐데.



(사진: 견자단 vs 타이슨 - 출처: 네이버 영화)


여기에 더해 기존 <엽문> 시리즈에 등장했던 조연들이 대거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엽문> 시리즈에서 꾸준하게 조연으로 출연하여 엽문과의 우정을 이어갔던 친구 주청천(임달화)과 그의 아들 주광요라던지 엽문에게 얻어맞고 정신 차린 뒤 엽문의 든든한 응원군이 되어주었던 금산조, 엽문의 첫 번째 제자였던 황량(황효명) 등등... 엽문의 친구, 제자들이 대거 등장하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던 것이다. 이번 3편이 <엽문> 시리즈의 종결판이었던만큼, 마지막 작품까지 그들이 함께 나와 엽문의 마지막을 장식해주었더라면 더 완벽한 결말이 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대종사의 아름다운 퇴장


결국 <엽문> 시리즈는 끝났다. 속설로 <엽문 4>가 제작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나야 견자단의 영춘권 액션을 더 보면 좋기야 하다만, 솔직히 너무 욕심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당장 <엽문 3>만 해도 '너무 질질 끈 나머지 시리즈의 명성에 누를 끼쳤다'는 혹평이 쏟아지는 판국에, 이 시리즈가 계속 이어진다고 하니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사진: 영춘권 vs 영춘권의 화려한 마지막 대결 - 출처: 네이버 영화)

여하간 <엽문 3>를 극장에서 봄으로써, 나는 <엽문> 시리즈 전체를 스크린으로 상영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일대종사는 이렇게 조용하지만, 아름답게 퇴장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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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영화 <엽문 3> (국내 개봉명: <엽문 3 - 최후의 대결>)을 관람했다.


아... 이 영화가 개봉하기만을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던가.

처음에 영화가 국내에서 3월에 개봉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내 휴가를 영화 상영기간에 맞춰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구체적인 날짜를 알 수 없어 답답했더랬다. 그러다가 나중에 3월 3일에 개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얼마나 기뻐했었는지... (당시 내 휴가는 3월 3일이 끼어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아보니, 영화 개봉이 무려 일주일이나 미루어진 10일에 개봉한단다! 휴가 복귀가 8일이었으니 이틀만 더 빨리 개봉했어도 영화를 보고 복귀할 수 있는 건데... 처음에 이 소식을 접하고 수입/배급사에 대한 엄청난 원망과 배신감(?), 휴가 나가서 영화를 보지 못한다는 실망 등이 겹쳐 매우 혼란스러웠었다.


사실 3월 말에 휴가를 한 번 더 나오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중국영화는 일부 상영관에서만 개봉하거나, 그마저도 1~2주 뒤면 영화를 내려버리는 것이 현실이라, 과연 그 휴가 때 영화관에서 이 작품을 관람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어떻게든 방법을 모색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인터넷을 뒤져 <엽문 3>의 수입/배급사를 알아냈고, 그곳 주소까지 알아내 열심히 손편지를 썼다. 


요지는 이랬다.


'나는 대한민국의 육군 병장이다. 그리고 입대 전부터 <엽문> 시리즈와 견자단의 오랜 팬이었다. 이번에 <엽문 3>가 국내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개봉 날짜에 맞춰 휴가를 잡았는데 개봉이 미뤄져서 매우 애석하기 짝이 없다. 지금까지 <엽문> 시리즈를 모두 영화관에서 봤는데, 이번 작품을 영화관에서 보지 못하면 평생의 한(恨)이 될 것만 같다. 그러니 내 휴가 기간에 혹시 시사회가 있거든 시사회 티켓을 달라. 더도 말고 딱 한 장만 달라. 나에게 티켓을 주면, 그 자체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며 나라를 지키는 군인에 대한 배려가 될 것이고, 영화를 본 내가 주위 전우들에게 홍보하여 입소문을 낼테니 그건 귀 사측으로도 큰 이익이 될 것이다.'


사실 보낼 때까지만 해도 밑져야 본전이었다. 영화사 입장에서는 나 따위가 뭐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노릇이고, 그들이 개봉을 미룬 것도 사정이 있었을텐데, 일개 군바리의 휴가 따위를 고려하지 못해 미안해 한다는 것도 말이 안되는 일이니...


그런데 휴가를 나오니 정말 영화사에서 전화가 왔다. 매우 친절한 목소리의 여직원은 "병장님~ 안타깝게도 병장님 휴가 복귀하는 날 저녁에 시사회가 있어서 티켓을 드려도 무의미할 것 같아요."라는 말에 걸었던 한 가닥 희망이 꺾이는 듯 했다. 


다만, 영화사 측에서는 정말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배려를 해줘서 황송할 따름이었다. 사무실이 집에서 멀지 않으니, 원한다면 사무실에서 빔 프로젝터로 영화를 틀어주겠단다. 그런 식으로라도 개봉 전에 미리 가서 관람할까 하는 생각에, 솔깃하긴 했지만 그래도 대형 스크린으로 보는 것보단 별로일 것 같기도 하고, 설마 하는 생각으로 보낸 편지 때문에 영화사에 괜히 부담과 민폐를 안기는 것 같아 "나중에 휴가 나와서 극장에 걸려있으면 꼭 보겠다"고 하고 사양했다. 그러자 영화사 측에서는 "나중에 휴가 나오시면 꼭 말씀해달라. 티켓을 대신 예매해드리겠다"며 또 한 번의 호의를 베풀었다. 내까짓게 뭐라고 손편지 한 장에 이리 큰 호의를 보여주니, 참 고마울 따름이었다.


결국 휴가 기간에 <엽문 3>를 보지 못하고 아쉬운 발걸음으로 복귀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휴가 때 <엽문 3>가 극장에 걸려있기만을 기대하면서...


- 2편에서 계속 -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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