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드디어 이태원 대학교 과목인 <조자룡창술배워볼과>가 개강했습니다. 강의장소는 이태원에 위치한 한남동 공영주차장/문화센터 옥상이고요. 학과장인 저를 포함해서 총 6명이서 단촐하게 수업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사실 다른 과목들 중에서도 인기강좌 아니고서야 대부분 평균 수강인원이 3~4명을 웃돌더라고요. 그에 비춰보면 꽤 선방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계속 이태원 대학교나 신촌대학교에서 활동하게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여기서 꾸준하게 자리잡아가게 된다면, 입소문을 타고 점점 늘어나겠죠.


아무튼 날씨가 좀 쌀쌀해서 걱정이었는데, 그래도 오후에는 수련하기 알맞은 날씨였습니다. 너무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가장 수련하기 좋은 날씨여서 스타트부터 기분 좋게 끊었던 것 같습니다.


첫 수업은 가볍게 자기소개와 각자 수업을 듣게 된 동기를 발표하고, '무예도보통지'와 기창(旗槍)에 대한 소개로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체술(몸풀이), 창술의 가장 기초가 되는 '봉 돌리기', '반월', '찌르기', '보법' 등을 지도했습니다.


제 수강생 중엔 현직 기자부터 과거에 마상무예를 오래 수련했던 분, 군대에서 만났던 무예24기 마니아, 운동이라고는 한 번도 안 해보셨다고 하는 분까지 다양한 분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수준의 수강생들을 한꺼번에 지도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소수인원인데다가 다들 열정적으로 잘 따라오고 있어서 크게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누군가를 지도한다는 건 개인수련에 비해 몇십 배는 힘든 일이 분명합니다. 개인수련할 때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해왔던 부분들이 초학자들에겐 '당연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 간의 괴리가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아주 차근차근 기초부터 설명해야하는데, 여기서 몇 가지 문제점이 발생합니다. 


지도하는 제 자신조차도 확실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존재하거나, 몸으로는 이해하고 있는데 말로는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런 강의가 있을 때면 항상 전날에 미리 지도할 부분을 생각해보고, 혹시라도 초학자들이 의문을 품을 법한 부분을 떠올려봅니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지 고민도 해보고, 제가 하고 있는 자세에 대해 스스로 점검을 해봅니다.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사부님께 긴급 S.O.S를 청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것도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달라서, 예상치 못한 곳에서 훅 치고 들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설명을 해야하는데, 아직 그런 스킬이 부족합니다. 그렇다는 건 제 실력이 많이 미진하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아직 지도자로서의 관록이 덜 쌓였다고도 볼 수 있겠죠.


솔직하게 밝히거니와, 여전히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건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제 자신 스스로 '단기 세미나'를 통한 지도자 연수 등의 방식을 매우 싫어할 정도로, 무예란 단시간 내에 성취를 이룩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그렇게 오랜 기간 무예를 수련했다고도 볼 수 없고, 스스로 소성(小成)조차 이루지 못했다고 생각한 제 자신이 누군가에게 감히 지도를 한다는 게 두렵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사부님께서 허락을 해주셨고, 누군가를 지도하면서 제가 얻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계속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원칙은 분명히 세워두려고 합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저도 모르게 모르는 걸 아는 척할 때가 있어서 항상 경계하고자 하는 부분입니다. 만약 제멋대로 한다면 그야말로 사이비 무술가나 다름 없겠죠.


아무튼 수강생들에게 올바른 자세와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제 자신도 수련을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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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대학에서의 첫 무예 강의가 용두사미로 끝나버린 뒤로, 당분간은 개인수련이나 열심히 하면서 실력을 키우는 데 전념하기로 마음 먹고 있던 차였습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 한 군데에 가있으면, 계속 그 쪽으로 기회가 생기나 봅니다. 열정대학과 비슷한 플랫폼을 가진 대안학교인 '이태원 대학교'에서 또다시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스카웃 제의가 들어온 계기는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한 장 때문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수련터에 나가서 기창 수련을 하고 찍은 사진을 제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그 사진을 MBN 윤범기 기자님이 본 겁니다. 참고로 윤 기자님과는 열정대학 기자학과 강의를 통해 서로 인연을 맺게 되었는데요, 그분은 신촌대학교와 노량진대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엔 이태원대학교 개강을 준비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윤 기자님께서 그 사진을 보자마자 제게 "우리 창술배워볼과 한 번 만들어보면 어떨까요?"하고 제의를 하신 겁니다. 사실 기창은 제가 배운 지 오래 되지 않기에, 누군가를 지도할 만한 실력은 당연히 안된다고 생각했고, 열정대학에서 받은 상처가 아물기도 전이라서 망설여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일단 사부님과 먼저 의논을 하겠다고 했는데, 사부님께서는 또다시 "한 번 만들어보라"고 하시더군요. 윤 기자님 역시 집요하게 개설을 독려하기도 했고, 사부님도 제가 기창을 지도하는 것에 대해서 허락하셨기에... 다시 한 번 무예를 지도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슬슬 들더군요. 그래도 약간의 망설임이 남아 있었기에, 오늘 열리는 사전 모임에 참여해서 어떤 식으로 운영이 되나 확실히 보고 듣고 난 뒤에 판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태원 대학교의 강의실로 활용될 '용산문화예술창작소'에서 열린 사전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다른 강의 개설자 분들을 보니, 아무래도 나이는 제가 제일 어린 듯 합니다. 사는 곳도, 직업도 제각각이더군요. 교수, 변호사, 공무원 등등 면면히 정말 화려했습니다. 북놀이, 고전무용과 같은 무형문화재를 이수한 분들도 계셨습니다.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계신 분들이, 자발적으로 재능기부를 위해 모인 것을 보니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다들 자기 분야에 있어서 전문가인 듯한데, 제가 여기 낄 자격이 되나 싶기도 했습니다.


본격적인 이태원 대학 소개에 앞서, 앞으로 강의실로 활용될 공간을 둘러보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인원 구성에 따라 30명 정도 수강이 가능한 소강의실부터, 최대 6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대강의실까지 있고요, 예·체능 과목을 위한 '공연연습실'도 별도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여기서 창술을 지도하게 될텐데, 오늘 둘러보니 평수는 충분하지만 천장이 낮아서 창을 휘두르기엔 문제가 있지 않을까 걱정되긴 합니다. 이에 대해서 오늘 의견 조율이 있었는데, 정 안되면 옥상이나 주차장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보니까 주차장은 버스 전용 주차장이라 아주 넓더군요.


오늘 설명을 들어보니, 열정대학보다는 여러모로 안정적인 구조인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열정대학의 맹점 중 하나는 전공 과목이 아닌 이상 개설자가 수강료를 받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수강료가 없으면 개설자 입장에서도 무책임해지기 쉽고, 수강생들도 자기가 수강하는 과목의 가치를 가볍게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죠. 수강료를 내지 않기 때문에, 듣다가 마음에 안 들거나 귀찮으면 '안 들으면 그만' 하고 잠수타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함께 무예 배워볼과' 역시 이런 점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태원 대학은 일단 그런 점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수강료'를 받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물론 돈 받자고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수강료가 많은 것은 아닙니다. 소액의 수강료고, 그것도 개설자와 이태원 대학 운영위원회 측이 5:5로 나눠가집니다. 


여기에 대해 윤 기자님도 "돈 벌자고 이런 일 하는 거면 차라리 다른 데 찾는 게 맞다"며 "수강료는 서로 무책임해지지 않기 위해서 내는 것이다"라고 하더군요. 확실히 수강생들 입장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강의를 들을 수 있고, 자신이 낸 비용이 아까워서라도 열심히 듣지 않을까요? 그리고 강사 입장에서는 소정의 수강료라도 받으니 조금 더 책임감 있게 과목을 지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강의를 개설한 개설자를 '학과장'이라고 대우하면서, 이태원 대학에서 개설되는 모든 강의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하는 것도 마음에 쏙 들더군요.



게다가 이태원 대학은 용산구에서 적극적으로 후원해주고 있어 전망도 밝은 것 같습니다.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용산구에서 이태원 대학을 지역사회를 이끄는 시범 모델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줄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용산문화예술창작소도 무료 대관을 해주는 것이고, 오늘 구청 직원들도 나와서 적극적으로 저희의 의견을 경청하는 모습이 아주 보기 좋았습니다. 


창술을 지도하기에 장소가 비좁은 것 같다는 제 의견에 대해서도 "주차장이나 옥상에서 강의를 지도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겠다"고 하고, 커피 관련 학과를 만들려고 하는 바리스타 한 분이 "커피용품이 없는 점이 애로사항이다"라고 하니 "그 역시 구에서 물품을 준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하더군요. 여러모로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후원을 해주니 든든하기도 하고, 잘하면 용산구에 무예24기를 뿌리내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소 외에도 문제가 되는 부분이 바로 '무기 마련'입니다. 창술 같은 경우 당연히 창이 준비되어야 하는데, 수강생들이 개개인별로 창을 구비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봉으로 대체한다 하더라도 봉을 구매할 의사가 얼마나 될지 막막한 게 사실입니다. 한 번 배우고 말 수도 있는데, 봉을 사야한다고 하면 부담스러워서 안 들으려고 할 사람들도 있겠죠. 더욱이 봉을 들고 다니기도 버겁고. 


그런데 이 문제 역시 한 방에 해결됐습니다. 일단 이태원 대학 측이 운영비로 봉을 구입해주겠다고 합니다. 또 봉을 가지고 다니는 게 힘들다면, 창작소 건물에다가 보관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겠다고도 하더군요. 걱정했던 부분들이 시원시원하게 해결되고, 빵빵한 지원까지 곁들여지니 흡족합니다.


일단 8월 말에 공식 PT를 한다고 하니, 잘 준비해봐야겠습니다. 10월 개강 전까지 수련 역시 열심히 해서 다시 한 번 열정을 불태워봐야겠습니다. 이번엔 열정대학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용두사미'가 안되도록 최선을 다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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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신촌 미플에서 열린 신촌대학교 <필살기논작학과> 특강을 청강하고 왔다. 신촌대학교는 내가 다녔던 열정대학과 비슷한 취지로 설립된 대안학교인데, 열정대학 기자학과에 강사로 왔던 MBN 윤범기 기자가 직접 창립한 학교다. 기자학과 강의가 인연이 되어, 윤 기자님이 나를 신촌대학 단톡방에 초대해주신 덕분에 신촌대학에서 열리는 다양한 강좌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이번 특강 소식도 그렇게 알게 된 것.


특히 오늘 특강은 중앙일보 논설위원인 권석천 위원이 강의를 한다고 하여, 청강을 신청하게 되었다. 외부인의 청강을 일절 허락하지 않는 열정대학과 달리, 신촌대학은 외부인의 청강을 자유롭게 허락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아무튼 권 위원의 특강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권 위원으로부터 들어야 할 답이 있었기 때문이다. 


열정대학 기자학과 사전과제가 권석천 위원이 쓴 <정의를 부탁해>라는 책을 읽고 후기를 남기는 것이었는데, 그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은 바 있었다. 그래서 권 위원께 따로 메일을 보내 나의 고민을 토로하고 조언을 구한 적이 있었다. 그게 바로 딱 한 달 전의 일이었는데, 워낙 바쁜 분이라 그런지 아직까지 답장을 받지 못하고 있던 차였다. 그래서 마침 특강도 있겠다, 오늘 직접 오프라인에서 강의도 듣고, 메일로 던진 질문에 대한 답도 듣고자 한 것이다.



강의는 1시간 30분 동안 이루어졌는데, 권석천 위원이 그동안 중앙일보에 써왔던 칼럼들을 사례로 들면서, '왜 이런 글을 썼는지', '해당 칼럼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이었는지' 등을 설명했다. '세월호', '진경준-우병우' 등 굵직굵직한 사회 이슈들에 대한 칼럼이 주로 소개되었다. 


그가 쓴 <정의를 부탁해>를 읽으면서도 이미 느낀 바지만, 그는 언론인의 역할에 대해 남다른 신념을 갖고 있는 듯 했다. "많은 기자들이 자신이 속한 신문사의 종군기자가 되어버렸다"며 기자들 대부분이 소속 신문사의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는 나팔수가 되어버린 '어용 저널리즘'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한 것. 그래서 그런 기자들을 가리켜 '기레기'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글의 주제가 어떻든 간에, 그것을 꼭 좌와 우 혹은 진보와 보수 등 진영논리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해석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비판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세월호 문제와 같은 것은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다툴 정치적 쟁점이 아니지 않은가. 그런 사고가 있었던 원인을 분석하고, 진상을 파악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부끄러움'을 느끼고 반성을 해야한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은 어느 순간부터, 그 입장에 따라 좌파와 우파로 나뉘는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되어버렸다. 그래서인지 세월호 사건 이후 권 위원이 쓴 칼럼들은 대부분 그 원인을 세월호로부터 찾고 있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세월호 사건을 통해 드러난 한국 사회의 안일함을 반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단정지어 말한다.



오늘 권 위원이 한 이야기 중 "글을 쓸 때는 가장 먼저 '감정'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무릇 기자라면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는 것이 원칙일 터인데, 감정이 있어야 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어떤 사건을 접하든 간에 먼저 그 사건에 대해 감정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칼럼처럼 필자의 주관이 강하게 개입되는 글일수록 그렇다. 자신이 쓰고자하는 대상에 대해 그것이 연민이 됐든 분노가 됐든, 감정을 느껴야 보다 생생한 글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감정이 곧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된다고. 


뉴스를 취재할 때도 당연히 감정이 필요하다. 세월호를 예로 들어보자. 수많은 유족들이 언론을 적대시하던 것을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왜 유족들이 언론을 적대시할 수밖에 없었나. 수많은 기자들이 '특종', '속보'에만 집착하며, 감정 없는 취재를 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이들이 차가운 바닷 속에 갇혀있는 것에 분노하며 피눈물을 흘리는 유족들에게 카메라 셔터를 들이밀며 '업무'를 수행하는 기자들의 행태는 가히 기레기라고 할 만 했다. 그들에겐 피도 눈물도 없었다. 바로 이런 점에서 '감정 있는 글쓰기와 취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자, 이제 내가 권 위원에게 보냈던 고민을 이야기해보자. 사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고, 언론인(기자)에 대한 로망도 있다. 아직 갈팡질팡하고는 있지만, 결정적인 동기부여가 이루어진다면, 언론고시를 준비할 마음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 기자가 되기엔 부족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계속 망설이는 중이다.


기자가 되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원인 중 하나는 '줏대 있는 글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나만의 관점과 논리를 가진 글을 쓰기가 어렵다는 점이 내 한계였다. 어떤 사건을 바라볼 때도 'A의 말도 맞는 것 같고, B의 말도 맞는 것 같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중립의 입장에서 모두의 의견을 존중하고자 하는 신념이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그냥 사안을 바라볼 때, 누구 말이 맞는지 판단하기가 어려울 뿐이었다. 어떻게 보면 가장 논리적으로 글을 써야하는 기자가 자신의 논리에 자신감이 없다는 건 심각한 함정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줏대 있는 글쓰기', '깊이 있는 글쓰기'를 하는 방법에 대해 권 위원께 메일을 보냈었다.


그리고 오늘 강의를 통해 그런 답답함이 어느 정도는 해소되었다고 본다. 정답을 얻었다기보다는, 권 위원 당신의 경험이 녹아든 조언을 통해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권 위원은 "완벽하게 글을 쓰려고 하지 마라"고 계속 강조했다. "세상 모든 사람을 충족시키는 글은 없다. 나조차도 내가 쓴 칼럼에 대해 반박하고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내가 쓴 글에 대해 동의하는 독자가 3~40% 정도만 된다고 해도, 그 글은 성공한 글이다"라는 것이다. 또한 "편견 없는 글쓰기 역시 불가능하다.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논리도, 모두의 동의를 얻어내는 완전한 논리가 없기 때문이다. 완전한 논리를 갖추려고 하지 말고, 그냥 자신의 논리가 완벽한 논리라고 생각하고 밀어붙여라"라는 조언도 도움이 되었다.


다시 한 번 구체적인 조언을 구하는 내게, 권 위원은 "정치적 쟁점이 치열한 사안일수록 공부를 많이 해야한다"며 "책도 많이 읽고, 해당 사안에 대해 많이 공부한 뒤에 글을 쓰라"고 조언해주었다. 그리고 내가 예로 들었던 '메갈 사태'에 대해서, 그 역시 "나는 그 부분에 대해 잘 몰라서 함부로 대답하기 어렵다"고 답변해주었다. 그런 권 위원을 보면서 위안을 삼을 수 있었던 것은, 베테랑 기자라고 해서 모든 사안에 대해 전문가도 아니며, 글을 쓸 때도 자신의 논리가 맞는지 확신하지 못할 때가 많다는 점이었다. 베테랑 기자도 이럴진대, 풋내기 기자지망생이 이런 고민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일터. 그런 점에서 다소 위안이 되었다.


아무튼 권석천 위원 역시 지금도 글을 쓸 때, 막연하고 두려워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26년차 베테랑 언론인이자 대한민국 메이저 신문 중 하나인 중앙일보의 논설위원으로 수많은 칼럼을 써왔지만, 여전히 "텅 빈 화면에 커서만 깜빡이는 것을 보면 막연하고 두렵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그는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쓰려고 하지 않는다. 머리가 아닌 그저 두 손을 믿고 글을 쓴다"고 한다.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 며칠을 고민하고 4~5시간을 쓴 뒤에, 다시 다음 날 수정하는 식으로 계속 쓰고, 고치고를 반복한단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몇 년만 더 글을 쓰고, 더 이상 글을 쓰고 싶지 않다"고 한다. 글쓰기를 업으로 삼은 그에게도 글쓰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힘들다는 뜻이렷다.


고작 2시간 남짓한 강의였지만, 충분히 유익했고 즐거운 강의시간이었다. 사실 장준하 선생 이후로 내게 깊은 인상을 준 언론인은 없었는데, 권석천이란 언론인에게 점점 호감이 가기 시작한다. 그가 쓴 모든 칼럼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지만, 언론인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분법적 프레임에 갇혀있는 한국 사회의 기형적인 구조에 대해 비판하는 모습에서 내가 지향하는 언론인의 모습이 보이는 듯 하다. 특히 비판해야 할 문제에 대해서는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도 '남에게 최대한 상처를 주지 않으려' 배려한다는 그의 글쓰기 원칙도 매우 높이 평가한다. 앞으로는 그의 칼럼을 자주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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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학과 두 번째 수업의 주제는 '언론사 논작쓰기'. 연사는 MBN의 윤범기 기자였다.


사실 '언론사 논작쓰기'라고 해서, 다소 딱딱하고 지루한 수업이 될까봐 처음부터 긴장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윤 기자는 처음부터 언론사 논작쓰기라는 주제로 접근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언론고시의 개념과 시험 합격 Tip'을 소개했는데, 이를 소개하면서 어느 순간 '언론사 논작쓰기'로 접근했다. 수업 진행은 어찌나 매끄럽고 깔끔하던지. 일순간도 지루하지 않게 강의를 이끌어나가는 그의 언변에 집중하다보니, 어느새 1시간 30분이 훌쩍 흘러가버렸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막연하게만 생각해왔지, 정작 기자가 되기 위해 치러야 할 '언론고시'에 대해서는 그 개념을 전혀 알지도 못하고 있었던 차였다. 그래서 오히려 이번 강의가 무척 유용하게 느껴져서 좋았던 것 같다.


언론고시란?


엄밀히 따져서 '언론고시'라는 시험은 없다. 언론사에 입사하기 위한 테스트가 사법고시, 행정고시만큼이나 어렵다는 뜻에서 '언론고시'라는 별칭으로 불리우는 것일 뿐, 다른 고시들처럼 중앙부처에서 주관하는 시험이 있는 게 아니다. 언론사별로 시험을 보는 시기나 절차가 제각각이며, 본인이 지망하는 언론사에서 주관하는 시험에 합격하면, 그걸로 해당 언론사에 입사하면 그만인 것이다.



언론고시의 단계


언론사별로 조금씩 시험 형식이 다를 수는 있겠으나, 기본적인 틀은 다 비슷하다고 한다. 그 틀은 아래와 같이 이루어져있다.


■ 1차 - 서류전형


: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영어 점수(토익)를 본다. 여기에 '한국어능력시험'이 들어간다. 일부 언론사의 경우 자체적인 테스트를 추가하기도 한다. 1차에서 보통 1,000명 정도 선발한다고 함 (경쟁률은 2:1)


■ 2차 - 필기시험


: 언론고시 중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시험. 1차에서 뽑은 1,000명 중 100명만을 선발한다. (경쟁률이 무려 10:1) 필기라고 해서 단순히 대학 입시와 같은 논술 평가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무려 4단계에 걸쳐 지원자의 역량을 평가한다. 그 단계는 아래와 같다.


(1) 1교시 - 상식

(2) 2교시 - 논술

(3) 3교시 - 작문

(4) 4교시 - 실무평가


윤범기 기자는 각 단계별 특징을 자세하게 소개하였는데, 1교시 상식과 같은 경우 "지원자의 상식을 알아보기 위한 테스트이기도 하나, 본질적으로는 불성실한 이들을 떨어뜨리기 위한 의도가 숨어있다"며 "보통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지망생들끼리 모여서 시사상식 문제집을 풀며 스터디를 하는데, 이 스터디를 하지 않은 학생들은 무조건 낙방한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스터디를 해도 다 맞힐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따라서 1~2문제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것인데, 스터디를 하고 안 하고의 차이가 여기서 판가름난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언론사 논술/작문 작성하기


윤 기자가 가장 강조한 것은 2, 3교시 논술/작문 테스트였다. 논술하면 누구나 대학 입시 때 한 번쯤은 준비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같은 경우도 경기도 소재 모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논술시험을 봤다가 낙방의 고배를 마신 쓰라린 경험이 있다. 그러나 윤 기자는 "대학 입시 때 준비했던 논술을 생각하면 안된다"고 못박았다.


보통 언론고시에서 이야기하는 논술/작문이란 단어 하나를 제시어로 내면, 그 제시어 하나만으로 응시자가 자유롭게 한 편의 글을 써내는 것이란다. 결국 정답이 없는 시험이란 것이다. 




윤 기자는 사례로 2003년 조선일보에서 출제한 '격(格)'이라는 단어가 제시어로 출제된 시험 문제를 보여주었다. 다들 이 제시어만 보고서는 어떻게 글을 써나가야할지 막막해보였다.


윤 기자는 "이 문제가 출제된 연도와 출제 언론사를 잘 살펴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딱 떠오르는 게 있었다. '노무현'. 그렇다. 2003년은 노무현 대통령 취임 직후였다. 당시 노 대통령은 각종 말실수로 구설수에 올라있었고, 그런 노 대통령과 가장 대척점에 서 있던 언론이 바로 조선일보였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누구나 조금만 고민하면 생각할 수 있는 문제다. 대놓고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로 시작하면 차별성이 없다. 왜?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하고, 쓰기 때문이다. 


윤 기자는 실제로 이 시험에서 1등으로 통과한 기자의 답안을 공개하였는데, 그 기자는 자신이 대학 수업 때 교양으로 배운 라틴어를 사례로 들어, 글을 써냈다고 한다. 대충 내용을 요약하자면, 라틴어의 격이 다양하다는 내용을 언급하며, "라틴어의 다양한 격이 라틴어의 아름다운 풍격을 만들어내듯, 대통령은 대통령의 격에 맞게, 언론은 언론의 격에 맞게, 국민은 국민의 격에 맞게 조화를 이루어야 좋은 사회가 된다"는 식으로 마무리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마지막에 살짝 '대통령의 격'을 언급함으로써, 조선일보 심사위원의 의도를 충족시키면서도 주제를 참신하게 풀어내어 장원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언론사 논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창의적인 소재를 활용하는 것'이다. 윤 기자는 "글을 봤을 때 떠오르는 첫 번째 소재를 무조건 배제하라"고 강조했다. 내가 처음 떠올리는 소재는 누구나 생각하는 흔한 소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둘째, "결론을 먼저 내리고, 그 결론을 잘 나타낼 소재를 찾는 것"이다. 이는 결국 앞서 언급한 조선일보 기자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만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경험이 많아야 다른 사람과 다른 소재를 떠올릴 가능성이 높지 않겠는가.


마지막 4교시 실무평가의 경우는 방송기사를 직접 써보거나 기사 기획안을 작성하는 시험인데, 어차피 응시자들 중에 실제로 써본 이들이 매우 드물기에, 크게 변별력이 있는 시험은 아니라고. 결국 필기시험은 2, 3교시 논작 시험에서 모든 승부로 판가름난다는 것이다.


필기시험 후에는?


■ 3차 - 1차 면접


: 1차 면접은 평기자들이 면접관이 되어 보는 시험이라고 한다. 이 시험에서 100명 중 35명 정도가 합격을 하는데, 여기에는 나름 법칙이 있다고 한다. 4차 합숙평가 때 관광버스를 대절하여 합숙장소로 이동하게 되는데, 버스 탑승인원이 총 45인승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계자들까지 포함해서 버스 한 대에 탑승할 인원들로만 선발해야 하기 때문에 35명 정도 선발한다고. 얼핏 들으면 우스개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진짜라고 한다.


■ 4차 - 합숙 평가


: 4차까지 왔다면 다들 긴장이 많이 풀렸을 것이다. 나름 높은 경쟁률을 뚫고 여기까지 온 자원들인데다가, 합숙이라고 하니 MT를 온 것마냥 설레기도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어쨌든 합숙 평가도 엄연한 테스트. 합숙 평가에서는 응시자들에게 제한시간을 준 뒤에, 나가서 아무 거나 붙잡고 취재를 해오라고 시킨단다. 그렇게 취재하고 작성한 기사를 응시자들이 직접 발표하게 되고, 심사위원들이 테스트한다. 그리고 밤에는 다함께 술을 마시며 그 사람의 술 취한 뒤 드러나는 본심을 테스트하는 '취중테스트'까지. 여기서 다시 20명이 떨어져나간다.


■ 5차 - 최종 면접


: 최종 면접에서는 총 5명 정도 선발이 된다고 한다. 마지막 면접에서 최종 선발을 하는 이는 해당 언론사의 회장 혹은 사장이라고 한다. 데스크 부장들도 동석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 사람들은 질문만 하고 실제로 선발하는 것은 결국 최고 권력자인 회장이나 사장이 낙점하게 된다고. 결국 언론사 사주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듣고보니, 언론고시란 게 왜 '고시'인지 알 것만 같았다. 그동안은 막연하게 기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왔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그냥 쉽게 될 수 있는 직업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수업을 듣고보니 이건 보통 어려운 시험이 아니다. 기자가 되기 위해 삼수, 사수 이상 투자하는 수험생들도 많고, 한 해 평균 2,000명 정도가 지원을 한다고 하는데, 웬만한 의지와 노력 없이는 붙을 수가 없는 시험인 것이다. 오히려 이 시험을 만만하게 생각하고 지원한다면, 이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밤새 불을 켜고 공부하는 수험생들에게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를 많이 하라


마지막으로 윤 기자는 "경험을 많이 쌓으라"고 강조했다. 앞서도 언급하였다시피, 논작의 핵심은 '참신한 소재'다. 그리고 이런 소재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많은 경험을 쌓아야만 한다. 윤 기자는 "경험은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이 있는데, 직접 경험은 어차피 모든 사람이 초중고 12년 정규교육과정을 밟아왔다면 거의 다 비슷할 것이다"라며 "그렇다면 간접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하는데, 간접 경험을 위한 대표적인 수단이 바로 '독서'다"라고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독서가 중요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을 읽어야 할까? 


윤 기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고전 혹은 역사를 읽어야 한다". 많은 언론들이 고전 혹은 역사서의 구절이나 고사를 인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내용을 알지 못한다면 무엇을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윤 기자는 "고전과 역사를 많이 읽어두어야 논작을 쓸 때도 더 다양한 고사를 인용하며 멋진 글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대인들이 방대한 고전과 역사서를 다 읽을 수는 없는 노릇. 윤 기자는 "요즘은 만화로 된 고전이나 역사서가 많다. 조선왕조실록도 만화로 된 책이 있다"며 "우선은 만화로 가볍게 읽으며, 대강의 역사적 얼개만 기억하면 된다. 그러다가 더 관심이 있는 분야는 활자로 된 책을 찾아서 읽으면 되지 않느냐"고 조언했다.


[Tip] 윤범기 기자가 조언하는 '책 읽기 위한 습관'


1. 핸드폰을 끊어라

2. 지하철을 타라

3. 항상 손에 책을 들어라

4. 독서일기를 써라

5. 카톡 프로필을 바꿔라 (프로필에 현재 읽고 있는 책을 적음으로써 동기부여)

6. 독서모임을 해라

7. 저자를 불러라


수업이 끝난 뒤에는 윤범기 기자와 수강생들 사이의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다.


윤범기 기자와 기자학과 수강생과의 일문일답


Q. 기자로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A. 현직 기자들에게 기자 준비한다고 하면 '기자 힘들다', '그거 왜 하려고 하냐'며 부정적으로 대답하곤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기자란 직업은 매우 좋은 직업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기자라고 하면 어딜 가도 존중을 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글쓰는 일을 업으로 하면, 훗날 다른 일을 하더라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Q. 조중동을 읽으면 보수적으로 생각이 변하고, 한겨레를 읽으면 진보적으로 생각이 변한다. 어떤 신문을 어떻게 읽어야 균형 있게 신문을 읽을 수 있을까


A. 보수언론을 대표하는 신문 하나와 진보언론을 대표하는 신문 하나를 같이 읽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다 읽기 힘들다면 차라리 '한국일보'를 추천한다. 한국일보라고 하면 어떤 성향인지 딱 떠오르는가? 아마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대중들에게 '무성향'으로 각인되어 있는 신문일수록 가장 당파성이 없어 읽기 좋다


뒤풀이를 빙자해 열린 2부 강의


수업이 끝나고, 가방을 주섬주섬 챙겨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윤범기 기자 曰 "우리 가볍게 맥주나 한 잔씩들 합시다!" 이렇게 적극적인 강연자는 처음 보았다. 대개 강연자라고 하면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서 시간 맞춰 강연하다가 끝나기가 무섭게 퇴장하는 경우가 다반사. 하지만 윤 기자는 오히려 뒤풀이를 먼저 제안한 것이다.


나 역시 집에 가려다말고,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세라 맥줏집 뒤풀이에 합석했다. 사실 뒤풀이라고는 하지만, 내 생각엔 뒤풀이를 빙자해 열린 2부 강의였다고 본다. 윤 기자는 이 자리에서 본인의 생각과 고민을 털어놓고,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바람을 피력했던 것이다.


그는 기성 대학의 문제점을 계속 지적하면서, 젊은이들이 '대학자퇴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사람의 평균 수명이 100세를 넘기면서, 서구권에서는 한 사람이 평생 동안 직업을 3~4개 이상 갖는다"며 "우리는 젊은 시절 선택한 직업 하나를 천직으로 알고 평생 동안 그 직업에만 매달리다가, 퇴직하면 남은 인생을 허무하게 보낸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다시 "인생 이모작이라고 하지만, 이제는 3모작, 4모작이다. 남은 인생이 길기 때문에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직업도 여러 직업을 가져보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결국 본인이 하기 싫은 일을 평생 직업으로 삼고 산다는 건 불행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외에도 정치, 경제를 넘나들며 다양한 주제로 토론이 이어졌다. 특히 윤 기자는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위해, 본인이 직접 '신촌대학교'라는 대안학교를 설립했다고 한다. 신촌대학교는 열정대학과 비슷한 설립목적을 가지고 출범한 단체인데, 현재 열정대학 유덕수 총장과도 서로 교류하면서 이 땅의 젊은이들이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적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나 역시 평소 내가 품고 있던 고민을 털어놓았다. 내가 "기자가 되고 싶지만, 내가 쓴 기사들이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잘려나가는 것을 견디기 힘들 것 같다"고 토로하자, 그는 "우리나라 언론이 아직까지 당파성이 심하다. 그게 싫으면 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하지 않으면 된다"고 하면서도 "그래서 대안 언론이 존재하지 않느냐. 정 기자가 되고 싶다면, 대안 언론쪽으로 기자가 되는 것을 알아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며 대안을 제시하였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하다보니, 어느새 밤 11시가 넘어버렸다. 너무 시간이 늦은 탓에, 아쉽게 파해야했지만 정말 흥미진진하고 유익했던 시간이었다. 오늘 취중토크를 마치며 각자 소감 한 마디씩 발표하는 자리에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열정대학 입학 후에, 솔직히 열정대학이 나와 잘 맞는지 안 맞는지 확신할 수 없었는데, 오늘 기자학과 수업을 듣고나서 열정대학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솔직한 심정이었다. 열정대학이 아니었다면 언제 이렇게 현직 기자와 취중토크를 하며, 내 진솔한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겠는가. 이런 기회를 제공해준 열정대학 측에 고마움을 전달하고 싶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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